매월당 시집 제3권 5-75 시절節序 7 중원中元
신추천기초처량新秋天氣稍凄凉 칠월달 초가을 날씨가 좀 싸늘해졌는데
절계중원설도량節屆中元設道場 절기가 중원이라서 도량道場을 베풀었네.
봉불범성준축례奉佛梵聲遵竺禮 부처 받드는 범梵의 소리 天竺의 예절 따름이요
초혼밀어효사장招魂密語効些章 혼 부르는 비밀한 말 사些의 문장 배움일세.
재천명월인수영在天明月人隨影 하늘에 뜬 밝은 달에 사람이 그림자 따르고
입이량풍객완장入耳凉風客浣膓 귓속에 드는 선들바람은 객客의 창자를 씻어내네.
적벽소선금하거赤壁蘇仙今何去 적벽강의 소선蘇仙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은섬의구막소장銀蟾依舊莫消長 은 두꺼빈[달] 옛 그대로 소장消長함이 없구나.
►중원中元 음력 7월 15일. 백중을 달리 부르는 말.
다른 이름: 백중百中, 머슴날(칠석), 망혼일亡魂日, 머슴의생일, 백종百種,
호미 씻는 날, 축수한날, 머슴명일(전라북도전주), 상놈명절(경상남도함안)
도교道敎에서 천상天上의 선관仙官이 1년에 3번
인간들의 선과 악을 매기는데 그 시기를 ‘元’이라고 한다.
그 첫째가 정월 15일로 上元이라고 하고
둘째가 7월 15일로 中元
셋째가 10월 15일로 下元이라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경도잡지京都雜志> 등에는
新羅시대에 7월 16일부터 六部의 여자들이 길쌈을 시작하였다고 하며
이때 온갖 놀이와 가무를 행하여 백종절百種節이라 하였다는 설과
고려시대에 불교 숭상으로 우란분盂蘭盆의 공양을 모방하여 중원일에 백종百種의 과일과 꽃을 바치며
복을 빌었던 것에서 유래되었을 것이라는 2가지 설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표기도 백종일百種日, 백중일白衆日, 백중일百中日 등으로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을 망혼일亡魂日이라 하여 일반 가정에서는 저녁 달밤에
채소, 과일, 술, 밥 등을 차려놓고 돌아가신 어버이의 혼을 부르는 제祭를 지냈다고도 하며
일부 지방에서는 남녀노소가 거리에 나와 마시고 먹는 것으로 낙樂을 삼으며
씨름놀이, 농악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과 관련된 풍속으로 ‘머슴사기’가 있으며
이로 인해 “백중날 상머슴 장가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편 중국에서는 청나라 때에 지은 <제경세시기승帝京歲時記勝> 중원조中元條에
“中元에 무덤을 깨끗이 단장하고 제사를 지내니 ‧‧‧
도관과 사원에서는 우란회盂蘭會를 설치한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날을 우란분절盂蘭盆節, 귀절鬼節, 칠월반七月半 등으로 부르며
민간에서는 지전紙錢을 길가에서 태워 저승의 부모와 조상들이 사용할 돈으로
드리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사고혼祀孤魂’이라 부른다.
►사장些章 사些의 문장
송옥宋玉이 굴원屈原의 혼을 부른 〈초혼부招魂賦>에 사자些字를 써서 語勢를 강하게 표현하였다.
►완장浣膓
약물을 항문으로 넣어서 직장이나 대장에 들어가게 하는 일.
대변을 보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병의 치료와 영양 공급을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소장消長 쇠衰하여 사라짐과 성盛하여 자라감.
주천周天•세실世實 즉 1태양년의 길이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현상.
●七月十五日 7월15일은속호백종俗號百種 세속에서 백종이라 하여
촌민위부모초혼이제지村民爲父母招魂以祭之시골 백성들이
부모를 위해 영혼을 불러다가 제사를 지낸다,/유성룡柳成龍
<서애선생별집西厓先生別集> 卷1, 詩
맥반일우소일반麥飯一盂蔬一盤 보리밥 한 그릇과 채소 한 접시로
초혼강상진제사招魂江上陳祭詞 강가에서 혼을 불러 제사를 지내네,
추천막막추일흑秋天漠漠秋日黑 가을하늘은 막막하고 가을해는 어두우니
혼귀불귀미가지魂歸不歸未可知 혼이 오는지 안 오는지 알 수가 없네,
인생도차누첨억人生到此淚沾臆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면 가슴 메일 일인데
강수동류무헐시江水東流無歇時 강물은 동으로 흘러 그칠 때가없네,
●옛날에 신문에 보도된 기사
1) 금일은 백종/매일신보 1922,9,6
(각절에서난 불공, 여염에서난 다례)
오날은 음력으로 칠월 보름 날이다
이날을 백죵일(百種日)이라 속칭하야 ‧‧‧(중략)
여염에셔난 즁원으로쎠 망혼일亡魂日이라하야 이날져녁에 쇼채와주과(蔬菜酒果)로쎠
그의 죠션祖上의 혼을 부르난 관습이 잇셧스며 ‧‧‧(후략)
[해설] 절에서 공양하는 풍속과 가정집에서 혼을 부르는 풍속의 기사,
2) 금일이 중원일(백중)/동아일보 1924,8,15
칠월 보름날은 중원中元이라고 합니다,
정월보름날이 상원上元이요 십월 보름날이 하원下元이랍니다,
중국 도관道觀에는 녜부터 삼원재三元齋라는 것이 잇섯는데
이 中元을 인간속죄일人間贖罪日이라고 하얏섯답니다,
이것이 불교佛敎가 성행하게 된 뒤에 우란분盂蘭盆과 합해서
이날이 재올리는 날이 되얏답니다,
이 ‘우란분’은 범어梵語로 걱구루 매달렷다는 뜻이라고도 하고
‘우란’은 걱구루 매달렷다는 뜻이요
‘분’은 바리때라는 뜻이라고도 합니다.
이날 재를 올리면 걱구루 매여달리듯 한 것을 푸러노흘수가 있다고 합니다 ‧‧‧(후략)
[해설] 중원中元과 우란분盂蘭盆을 설명한 기사,
3) 三百餘 農民 遊興끄테 衝突/동아일보 1930,9,10
(백종날 술먹고 놀다가 싸워 外人 仲裁로 無事解散)
전북全北 장수군長水郡 읍내邑內에서는 지난 칠일 석양에 북동리北洞里 농민과
교촌리校村里 외 여덜 동리농민 약 삼백여 명이 충돌되어
일대 육박전이 잇서일시는 자못 위험하얏든 바 수십인의 극력중재로 무사히 헤어젓는데
그 리유는 음칠월 십오일인 백종날에 여러 동리 농민 삼백여명이 모여 놀다가
저녁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전기 북동리 농민들이 간다는 인사도 업시
먼저 감을 남은 다수 사람들이 그 무례함을 분개하야 그와 가티 싸우게 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