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구두 속에 아가 신발 』
박예자 글/김민정 그림 | 리잼 | 2024년 03월 15일
글 박예자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습니다. 단국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며, 오랫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생활하였습니다. 자유문학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시를 쓰기 시작하였고, 아동문학세상 ‘신인상’에 동화가 당선되었습니다. 동시집으로는 『책가방 없는 날』 『혼날까 봐 쓴 일기』 『내가 말썽쟁인가요』 『아가는 시에요』 『병아리 반장』 『엄마는 내 맘도 모르면서』 『오줌 싸서 미안해요, 할머니』 『해님이 집에 갔나 봐』 『나는 왜 이럴까』 『박예자 동시선집』 『우리 아빠 자장자장』 『우리들은 신나는 1학년』 『열아홉 살 선생님』 『그 많던 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이 있습니다. 『그 많던 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로 ‘제30회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하였고, ‘한국아동문학창작상’, ‘자유문학상’, ‘이주홍 아동문학상’, ‘단국문학상’, ‘한국문협작가상’ 등을 받았습니다.
그림 김민정
1981년 겨울 충남 서산 바닷가에서 태어났습니다. 세종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였고 '감성화실 구름'에서 아이들과 어른들과 함께 그림으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엄마를 딱 마주쳤다』 『좀 재밌게 가르쳐 주세요』 『우리나라 최초의 간호사 김마르다』 등이 있습니다
책소개
아주 가벼운 언어로 아이들의 일상을
동심의 세계로 안착시키는 힘!
요즘 동시도 나이를 먹어갑니다. 동시가 점점 어른스럽거나 어른의 눈에 맞춘 문장들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동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는 어제나 오늘이나 그 자리에 잘 있습니다. 이런 동시를 퍼 올리는 데는 수고가 따르는데, 이 수고를 동시인 박예자 선생님은 마다하지 않습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아동시집을 출간하시는 분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어린아이들은 그대로 있는데 세상이 영문도 모르게 부쩍부쩍 성장을 해버려서 마치 유아 동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박예자 선생님의 동시는 많은 미사여구가 필요 없습니다. 아이를 발견하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듯 그냥 직관적으로 백지에 새겨집니다. 결코 아이를 탓하거나 세상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박예자 선생님의 유아동시는 아이를 다음 세대로 밀어 올립니다. 다시 말해 동시로 이 세대와 저 세대를 잇는 사다리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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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만큼이나 가벼운 단어로 빚은 동시의 깊이
봄에 나뭇가지를 뚫고 나오는 손톱만 한 새싹이 나중에는 울창한 숲은 만듭니다. 겨울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첫눈도 깃털처럼 가볍지만 하얗게 땅을 덮고 봄을 기다리게 합니다. 이렇듯 시인은 아기의 작은 몸짓 하나로 세상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시를 지었습니다.
시인은 특별한 말을 고르지 않습니다. 일상의 아주 사소한 말들, 눈앞에서 지나가는 말들을 모아사 종이에 올립니다. 결코 시를 짓고자 애를 쓰거나 분에 넘치는 은유로 시를 짓지도 않습니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아기의 행동을 통해 거대한 우주의 섭리, 그 안에서 움트는 생명과 사랑을 노래합니다. 진달래꽃이 그렇고, 딸기가 그렇습니다. 꽃과 아이는 이제 막 출발하는 생명이고, 아빠의 신발은 흐르는 시간 위를 걸어갈 따뜻한 아이의 미래입니다. 이렇듯 박예자 시인은 한 편의 시를 읽은 우리를 잠깐 멈추게 만드는 힘을 가졌습니다. 누구나 경험했고, 지금도 몸 깊은 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유아기의 나로 데리고 가는 마법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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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꽃
박예자
돌 지난
앞집 아가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가
우리 동네 꽃이래요
걸어 다니는 꽃이래요
동네 할머들이 말해 줬어요
아가는 걸어 다니는 꽃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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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토끼
박예자
엄마!
내가
아기 토끼에게
당근을 주었어요
맛있게 냠냠 다 먹고선
나를 졸졸 따라 다녀요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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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이 나 보고 웃어요
박예자
할머니 손잡고
공원에 놀러 간 아가
할머니!
여기 좀 봐요
진달래꽃 보고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나 보고 웃어요
할머니,
할머니!
맞지요?
진달래꽃이
나보고 웃지요?
고개 갸웃하고 웃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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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구두 속에 아가 신발
박예자
아가는
아빠 구두 속에
자기 신발 쏘옥 넣어 신고선
뒤뚱뒤뚱 걸어가요
아빠,
아빠,
나, 최리안 좀 봐요
아빠 구두가
내 신발 꼬옥 담고
같이 걸어 가잖아요
아빠랑 같이
사이 좋게 걸어가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