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기장읍 시랑리 <동암어항방파제등대>
동암어항과 오랑대와 연결된 오시리아 산책길은 차량으로는 이동할 수 없도록 양쪽 끝을 막아놓았다.
그래서 동암어항 그 끝자락 카페 덕미와 청기와 횟집을 지나 공터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오시리아 산책길을 걷는다.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힐튼호텔부산과 아난티 코브(ANANTI COVE)를 둘러싼 해변로를 지칭하는 명칭이다.
동암어항으로 들어오는 길부터 오랑대 입구에 이르는 2.1km의 길이다.
오시리아는 "오랑대와 시랑대 부산으로 오시라"에서 따온 말이란다. ㅋㅋ 말이야 방구야~
평일이고 해가 뜬지 얼마 안 된 이른 시간이라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는 한산했다.
산책로 중간에 해안으로 연결된 통로가 세 곳 있는데...
시작하는 길에 있는 첫번째 통로는 제비섬을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고...
두번 째는 벌너리바위, 그리고 세번째는 거북바위 등으로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중간정도 지점에서 멈추고 뒤를 돌아 봤더니...
그늘없는 해안가 길이 끝나는 해안가 숲길이 시작된다.
바라보고 있으면 절로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매력적인 길이다.
거북바위 너머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에 벤치 두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일출시간에 맞춰 벤치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듯 싶다.
오늘은 구름도 없어서 멋진 일출의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조금 늦게 와서 아쉽다. 딱 십여분 차이였지만...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자 이제 다시 오랑대까지 쉼없이 걸어야 한다.
아난티코브를 벗어나면 진짜 해안산책로의 진면목을 만나볼 수 있다.
중간에 군사지역도 한군데 있긴 한데...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오랑대 동쪽 끝에있는 "해광사 용왕단"의 내부 모습이다.
해광사 용왕단은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팔부신중인 용왕대신을 모신 전국 유일의 해상 법당이다.
가운데 용왕상이 모셔져 있고 양 옆에 남순동자상이 자리하고 있다.
모서리에 용의 머리가 올려져 있는데 그 옆에 새들이 제법 위용을 뽐내며 한자리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방심하고 있다가 한마리가 머리위로 푸드득 날아가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를 토대로 첩첩의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가에 툭 튀어 나온 곳을
연오랑대라 부르다가 지금은 오랑대가 되었다고 한다.
옛날 기장으로 유배 온 친구를 만나러 시랑 벼슬을 한 다섯명의 선비들이 이곳에 왔다가 술을 마시고 즐겼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고...
또 이곳에 오랑캐가 쳐들어와서 오랑대라고 불렀다는 설도 전해진다.
첩첩의 기암절벽 오랑대의 동쪽 끝에 해광사 용왕단이 자리하고 있다.
오랑대 동쪽 끝에 있는 해광사 용왕단을 배경으로 일출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동호인들이 전국에서 몰려드는 곳이다.
참배예절을 지켜야 한다.
바닷가 어부들의 생명과 안전을 기원하고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어민들의 원혼을 달래는 곳이었다가
여덟 신장 가운데 하나인 용왕대신을 모신 전국 유일의 해상 법당이 되었다.
강원도 양양의 휴휴암에는 가운데 왼손으로 책을 안고 있는 지혜관세음보살을 두고
우측에 용왕상을 두고 좌측에 남순동자상을 두었었는데...
해광사 용왕단에는 오롯이 용왕대신을 중심으로 한 전국 유일한 해상 법당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무속인들이 이곳을 많이 찾아와서 다양한 의식과 더불어 기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위 기도빨이 죽이는 장소로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아직도 주변 바위들 곳곳에 볼썽사나운 이름들이 쓰여 있기도 하고... 무속신앙의 흔적들이 보이기도 한다.
무속신앙과의 고리를 끊으려는 의지가 담겨있는 "용왕단 설립 유공비"가 입구에 놓여져 있다.
예전에 방문했을 때에는 주차도 엉망이고 관리도 잘 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주변에 정말 쓰레기가 많았다.
그런데...
공영주차장도 생기고 공중화장실도 생기고 제법 주변시설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제법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놓은 듯 하다.
그런데 아직 해광사 용왕단을 오랑대로 오인하여 오랑대가 불교시설로 아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막 동영상을 찍으려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새벽에 급하게 내려왔더니... 걱정스러운 듯 한데...
급하게 기도빨 좋은 오랑대 해광사 용왕단에 꼭 와야했다.
오랑대 끝자락 해광사 용왕단의 본산인 해광사(海光寺)가 오랑대 공영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그리 규모가 큰 절은 아니지만 오랑대에 있는 해광사 용왕단과 더불어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하였다.
해광사는 대한불교 제14교구 범어사의 말사로 약100여년 전 승려였던 김목암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비교적 최근의 사찰이다.
해광사는 바다에서 인양한 목조 불상을 봉안하고 절 이름을 해불암이라 칭하였으며 김목암은 승려가 되었다고 한다.
목조불상은 보존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부식되어 1974년 법당 뒤 언덕에 묻고 절 이름을 해광사로 바꾸었다.
바다 해(海) 빛 광(光)
바다를 품고 빛을 발한다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이 이쁘다.
南無觀世音菩薩
"나무관세음보살"의 한자를 처음 본다. (남무관세음보살)
연화산 해광사
연꽃모양의 산자락 아래 아름다운 바다를 품고 해광사는 크고 화려한 사찰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사찰로 마음이 쉬어가는 도량으로서의 제 역할을 묵묵히 잘 수행해 나갈 것이다.
경내를 둘러 볼 요양이었지만... 공사중이어서 범종이 있는 누각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렇게 범종루가 사찰의 출입구에 있어서 매우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나름의 묘수였으리라 짐작한다.
지금 걷는 이 길이 예전에 불리던 갈맷길이든 지금 불리우는 오시리아 해안산책길이든 그 모습이 변함없듯이
작지만 의미있고 변함없는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범종이 울려퍼질 사방으로 마치 액자가 걸려 있듯이 예쁜 풍경이 펼쳐진다.
범종의 모습을 이렇게 무척이나 가까이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첩첩 산중에서 울려퍼지는 범종의 소리도 매력있겠지만
바다로 울러퍼져 끊임없이 속삭이는 파도소리와 어떻게 어우러질 지도 무척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고요한 산사의 아침을 좋아하지만 끊임없이 전하는 바람의 소식으로 분주한 바닷가 사찰의 아침모습도 매력적이다.
산속에 폭 잠긴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이 아닌 개방적인 탁 특인 시야도 새롭지만
무엇보다 바다의 넓은 포용성을 사찰이 담고 있는 듯 해서 마음이 포근하다.
근처에 있는 커다란 규모의 해동용궁사가 장엄함을 가졌다면 작고 아담한 해광사는 그렇게 포근함을 담아내고 있다.
경내를 다 둘러보지 않아도 범종루에 올라 주변 풍광을 눈에 담아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오면서 본 바닷가 쪽으로 한 가운데에 오랑대 동쪽 끝에 자리한 해광사 용왕단의 모습이 보인다.
의도적으로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인지... 우연히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친절하게 해광사 용왕단 참배로를 화살표로 안내해 준다.
오랑대 공영주차장은 무인으로 운영되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전용으로 현금은 이용할 수 없다.
요금은 10분마다 300원이고 1일 최대요금은 8,000원이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거꾸로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걷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이제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거꾸로 다시 걸어야 한다.
오랑대는 바다방향으로 돌출되어 있는 암석지형으로 중생대 백악기의 화강섬록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보다 높은 해안절벽이 발달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는 절라군들이 쉽게 관찰된다.
바람과 화학적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지는 작은 규모의 타포니들이 곳곳에 산재되어 분포하고 있으며,
폭풍 등에 의해 이동되어진 거대 거력(great boulder)이 관찰된다.
*타포니
암석이 물리적·화학적 풍화작용을 받은 결과 암석의 표면에 형성되는 요형(凹型)의 미지형을 풍화혈이라고 하는데,
타포니(Tafoni, Tafone)는 풍화혈 중에서도 특히 암석의 측면(암벽)에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파인 구멍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랑대는 부산국가지질공원 20곳 중의 하나로 지질학적 중요성에 어필하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도전하고 있다.
부산 지질명소 20
01. 눌차도
02. 낙동강 하구
03. 다대포해변
04. 몰운대
05. 두송반도
06. 두도
07. 암남공원
08. 송도반도
09. 태종대
10. 조도
11. 오륙도
12. 이기대
13. 해운대
14. 송정 슈도타킬라이트
15. 용궁사
16. 오랑대
17. 장산
18. 금정산
19. 백양산
20. 구상반려암
전체 2.1km 구간 중 주차를 하고 실제 걷는 길은 1km 남짓에 불과해서 정말 부담없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해광사 용왕단에 가려져 있던 오랑대 지질공원의 진가가 이제야 제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오랑대 공원을 뒤로 하고 오시리아 해안산책로를 다시 걷는다.
군사시설 부근에 이렇게 멋진 해안 뷰가 펼쳐진다. 잠시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있다.
오랑대의 남쪽 바다방향으로 튀어나온 암석 지형으로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의 모양이라 하여 거북바위라 불리며 동암거북바위라고도 한다.
지질학적으로 장산 함몰대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랑대와 같이 화강섬록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군사시설과 거북바위 사이에 있는 해안가도 이렇게 멋진 뷰를 가지고 있다.
아난티의 미디어 갤러리이면서 브런치와 베이커리, 그리고 음료도 판매하는 캐비네 드 쁘아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엎어져 있는 거북이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쭉 걸어 들어가면 끝자락에서 거북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아난티 코브와 연결된 출입로가 있어서 아난티 숙소를 이용하는 숙박객들에게 좋은 산책로가 되어준다.
굳이 멀리 오랑대까지 걷지 않아도 해안가에 다가가면 멋진 바다뷰와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제공해 준다.
마치 바다위의 성을 연상케하는 아난티 코브의 형이상학적인 예술적 건축의 묘미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난티 코브는 2017년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을 수상했다.
어? 이 바위도 거북이 모양이네.
그런데 머리가 저쪽인건지 이쪽이건지....
시작점이었던 동암어항이 어느새 눈앞에 나타났다.
제비섬을 가까이서 조망할 수 있도록 해안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동암항은 작고 아담한 예쁜 어촌마을이다.
힐튼호텔부산과 아난티코브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카페들이 들어서고....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많아졌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동암항 주변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다음 일정이 있어서 바로 자리를 떠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