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평택호 해금 연주
-윤동재
한겨울 평택호 둘레를 걷고 있는데
한 늙은이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책에다 무얼 끄적이고 있었지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오선지에다 무얼 적고 있었지요
어르신 무얼 하고 계십니까?
평택호 물결과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보시다시피 오선지에 옮기고 있지요
그는 채보를 다 마치고는
채보한 오선지를 보며 해금을 연주했지요
솜씨가 여간 아니었지요
듣는 사람이라고는 나밖에 없는데도
그는 온 힘을 다해 연주했지요
그가 해금 연주를 마치자
나는 힘껏 박수를 보내고 엄지척했지요
그의 이름을 여쭈어보니 지영희*라고 했지요
그동안 하와이에서 영원한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근래 누가 평택호 가에다가
그를 기념하는 음악관을 세워 놓았다고 해서
얼마 전 하와이에서 왔다고 했지요
해금 양금 대금 피리 다 잘 연주할 수 있지만
서둘러 오느라 해금만 달랑 갖고 와
해금 연주만 들려주어 미안하다고 했지요
평택호의 물결과 바람도 그의 해금 연주를 같이 듣고는
계속 박수를 보내고 있었지요
그걸 알고 그도 평택호의 물결과 바람을 향해
쉬지 않고 손을 흔들어 주었지요
*지영희(池瑛熙, 1909~1980) 평택 출생 해금, 피리, 시나위의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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