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 - - - - -☆
퍼가실 분은...꼬릿을 남겨주세욘..
.. *.*.*.*.*.*.*.*.*.*.*.*.*.*.*.*.*.*.*.*.*.*.*.*.*.*.*.*.*.*.
#1
- 정말 저 사람 멋지지 않니??
- 응..그렇네
이우혁이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그는 훤칠한 키에 뛰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 나 저 사람 찍었어. 두고봐 내 애인으로 만들거야.
아영의 눈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래..넌 그럴 능력이 충분히 되잖아
그렇다!
정아영은 알아주는 외모의 소유자이다.
거기다가 지성미, 여성미도 물씬 풍긴다.
사람들은 나보고도 미인축에는 낀다고 한다. 좀 더 가꿔주기만 한다면...
하지만 난 포기하고싶다.
항상 그랬듯이 나와 만나던 남자들은
- 한두번 만났을 뿐 진지하게 사겨 본 사람은 없다 - 하나같이
아영이를 보고나면 내게서 멀어져갔고 아영에게 가까워져갔다.
남자들은 더 나은 미인들을 좋아하게 되어있는 것 같다.
내가 남자들과 가까워지려면..아영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녀를 버릴 수가 없다...................
아니 벗어날 수가 없다 ㅜㅜ
참 나는 유다인 ...우리대학 1학년
무용과다.
그리고 아영이도 무용과다.
그렇게 뛰어나게 무용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외모에서 큰 점수를 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아영의 부친은 알아주는 재력가이고
우리대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음은 말할 바도 없다.
다행히...나는 여고시절에 알아주는 무용 콩쿨에
입상한 경력이 인정되어 당당하게 합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안에서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에게
아영보다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o<
당연하다....단지 콩쿨에서 입상한 경력 빼고는 어디하나
아영보다 나은 점이 없으니까ㅡㅡ;;
- 나 남자친구랑 영화보러 갈건데...너두 갈래??
- 아니 내가 왜..됐어..
- 그래 그럼.....
아영은 이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사라졌다ㅡ_ㅡ;;
그녀는 같이 가길 바라지도 않으면서 왜 항상 묻는지 .
아마 내게 없을 데이트가 그녀에게 있음을 과시라도 하는 듯 말이다..
어짜피 철판 깔고 가더라도 찬밥 신세는 불 보듯 뻔하다..
상대남의 눈총과 아영의 무언의 압력이 시종일관 날 감쌀테니까...
할 일 없이 집으로 왔다.
그렇게 연락이 자주오던 여고 친구인 나순지에게서 연락도 없고
연락을 해봐도 음성메세지로 넘어간다.
평일이어서 다행이지 주말이었음 슬펐을 하루다ㅜ.ㅜ
집엔 아무도 없다.
어짜피..있다고 해도 나랑 놀아줄 사람들도 아니지만ㅡ.,ㅡ
하나뿐인 여동생(유다린)은 고3인 핑계로 어찌나 예민한지
제일 조용한 내방도 그녀에게 빼앗겨 버리고..
동네 아이들 놀이 소리,확성기로 "계란 사세요"하는 물건 파는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길 가 ..바로 옆이 내 방이다..
그런데 오늘 마저도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다
물론 물건 파는 소리도....
기계와는 안 친한 나이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의 놀이의 마지막 수단인
컴의 파워키를 눌렀다.
첫 화면이 my say여서 자연적으로 채팅방에 들어서게 되었다.
선뜻 들어가고 픈 방제도 없었다
모두 지금 만날 분..벙개 이런 류 뿐이었다
그래서,
++20세만 오세욧++
하고 방을 하나 게설했다...
모니터 화면을 뚫어져라 봤지만 좀처럼 아무도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에고~~ 걍 비됴나 봐야겠다
생각을 하고 종료에 마우스를 갖다 대는 순간
♪띠잉떵 ♬
마치 초인종처렁 내 방으로 들어 오는 +푸르메+이라는 닉네임이 있었다
#2
푸르메???
자기가 무슨 인어공주를 위하여에 남자 주인공인지 아나??
- 방가
- 하이
- 하이
- 자기소개
항상 그렇듯이 채팅의 상투적인 이야기다.ㅡㅡ;
- 대딩 20세 여 ^^
- 난 대딩 21세 남^^
- 어...여긴 20세 방인데...
- 그럼 나갈까요??
- 아니 그런 건 아니고...ㅡㅡ''
뭐 나가도 별 상관은 없었다..
- 대 낮부터 웬 채팅???
하긴 나도 대낮부터 하고 있지만..
이 남자도 나와 같은 신세인가 보다
아니면 보통 채팅하는 바람둥이 남자들과 같이 오늘도 누군가를 꼬셔볼
려는 꾼이거나..=ㅁ=
그러나 채팅하는 수준을 봐서는 꾼 같지는 않았다.
- 대낮부터 채팅하면 안되나여? 님도 하면서
- 그렇긴 하지만 모하세요???
- 채팅하죠^^
아휴~~ 닭살....ㅡ..ㅡ
이런 썰렁한 개그를 하는 사람이 있다니..
분명 이 사람은...이런 사람일거야..
여고때 아주 썰렁한 미술 선생님이 있었다...
눈은 황소처럼 크고 맑은데 까만색 뿔테 안경을 꼈고 허우대는 멀쩡하나
웃을 때는 어찌나 없어 보이던지...
그 사람 딴에는 웃기다고 한 이야기가 느끼한 목소리에 항상 실없던 이야
기인지라 아무도 듣는 이가 없었다.
그래도 꿋꿋이 혼자 도취되어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던 사람..
내가 아주 싫어하는 타입의 남자다..
빨리 채팅 방을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맘이 아주 큰 나는 차마 먼저 그러지도 못하고...
내가 한동안 말이 없자..
그가 먼저 정적을 깨고 말을 한다.
- 님을 알리미에 등록했어요^^
에구...차단해야 겠다
- 아..네에...^^
- 생각 날 때 자주 아는 체 해도 되죠?
- 근데 전 컴 자주 안하거든요^^
- 오늘 같은 날이 또 있을 거예요..
그럼...저 데이트가 있어서 가볼게요
띠릭~~~하고 소리를 내고 휭하니 나가버렸다.
데이트??
저런 사람 마저도 데이트가 있다니..한심한 내 인생이여~~
기운이 쭈욱~~빠진다
덜컹 침대의 몸을 내던졌다...
이윽고 잠에 빠진거 같다..
계속 사람들의 말 소리가 들리고 핸드폰 벨 소리도 울리는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교내매점)
교내 매점에서 아영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니 이건 아영의 일방적인 대화로 나는 듣기만 하고 있다는게
더 맞는 말같다..
- 어제 왜 그렇게 안받았니?
어제 자는 동안 부재중 전화가 10건이나 와있었다..
반은 아영이고 반은 순지에게서 온것이었다
- 어..자느 라고....
- 얘는 그 시간에 벌써 자다니...너두 참....
아영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설레 흔든다.
그러고는,
다시 얼굴에 화색이 돌더니..
- 나 어제 그 사람이랑 데이트 했어...
- 알지 어제 남친이랑 영화 본다고 그랬잖아..
- 아니 걔 말고 우리 학교 킹카...이우혁...
- 정말?? 그럼 니 남친은??
- 걔가 무슨 남친이야..하도 만나자고 해서 걍 만나준거지..
아영의 남성 편력은 심하다.
거의 매일 같이 남자가 바뀐다.
아영이 굳이 꼬시려 들지 않아도 남자들이 그 만큼 많이 따른다..
- 그 사람이랑 만나서 뭐 했어??
- 응 우혁 오빠 차타고 수아강변도로 드라이브 했지. 비까지 오는 데
정말 근사하더라 같이 좁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았어 정말이지 이런 느낌 처음이야...
아영은 어제의 환상적인 만남을 되새기듯 두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눈을
질긋 감고 이었다.
정말 아영이 부러웠다..
지금껏 아영을 따르던 남자들...어느 한번 아영을 부러워 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으랴..
하지만..
이번은...정말 부럽다..
이우혁은 우리대학의 최고의 킹카이며 모든 여성 뿐만 아니라 그에게서
풍기는 신비한 이미지로 남성들에게도 대단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의 여자 사귐도 까다롭다고 들었다. 반드시 최고의 미모,지성,재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역시. 끼리끼리라는 생각이 든다.
부자인 사람은 더 부자가 되고 미인 은 더 아름다워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미인이 아닌 사람은 더 못 생겨지거나 비슷하거나...
아영은 여전히 두 눈을 질긋 감고 잇었다.
질투에 그 환상을 깨버리고 싶었다
- 오늘은 안만나??
조금은 큰 소리로 아영을 흔들었다.
아영은 자신의 환상을 깨버린데에 대해 불만 스러운듯 액간은 볼멘 소리
로 얘기했다
- 어...만날거야. 곧 연락 오겠지뭐..
항상 그래왔듯이 도도하게 아영은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요즘 최고의 드라마 올인의 주제곡이 아영의 핸
드폰에서 흘러나왔다
아영은 핸드폰에 뜨는 상대방의 번호를 보고 기뻐하더니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응 오빠..친구랑 같이 있어 밥 사준다고? 아뇨 시간되요..
어디? 아 바이올렛 알아요..거기서 보ㅏ요..친구요??
네 얘기해볼게요..
친구라는 말에 뭔가 맘에 들지 않는 듯 아영은 인상을 찌푸리고 끊었다.
- 오빠가 밥 사준대 너도 갈래?
- 웅 그래.
순순히 간다는 내 대답이 맘에 들지 않은 듯, 믿기지 않은 듯 빤히 얼굴
을 쳐다본다
- 진짜?
- 응...
솔직히 눈치 밥 먹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우혁 같은 킹카랑 어디
밥 같이 먹을 일이 있으랴
철판을 깔고 따라 나서기로 했다.
#3
아영의 떨떠름한 반응으로 바이올렛으로 가는 동안
서로 아무런 말 이 없었다.
학교 앞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2,3층이 같이 된 바이올렛이 있었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3층에 내렸다.
창가 전망 좋은 자리에 나란히 앉아 그를 기다렸다.
얼마 후 입구 자동문이 열리고 말끔한 정장 차림의 그가 들어왔다.
우와~~
남자에게 눈이 부시다고 하면 표현이 그런가?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눈이 부셨다
레스토랑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아영과 눈을 마추고는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아영에게로ㅜㅜ
모든 사람들은 그가 이쪽에 와서 아영 곁에 앉자..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바로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 마저도...
내가 그에게 눈을 떼지 못하자
아영은 테이블 밑에서 발로 내 발을 차버린다
훔짓 놀라 아영을 보자..그녀는 내게 눈을 흘기고 있다..
정녕 바라보는 것도 안된다는 말인가?
- 안녕..난 이우혁이야
뭐야..이 사람은 첨보는 내게 반말로 말을 건넨다.
내가 황당해하자 그는 다시 말을 한다
- 아영이 친구니까 나보다 한살 어리고 말 놓아도 되지?
이다인? 아니, 유다인 이라고 했던가?
- 아...네...^^
이름까지 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20세 먹은 성인이고 요조숙녀인데......
예의도 없이 반말을 하다니...
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반말 하는 건 질색이었다
하지만 잘 생겨서 용서해주기로 했다.
식사하는 동안,,
그 들 둘은 서로 먹여주고 난리도 아니었다
어찌나 즐거운지 둘은 연신 웃어댄다.
앞에 내가 앉아 있는 것은 생각치도 않는 모양이다..
부럽기도 하고 샘나기도 하는 묘한 감정 속에서
힘껏 칼질을 해댔다.
너무 힘껏 했던지..한웅큼의 고기가 그만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부끄러운 것 보다 고기를 아까워하고 있는데 ...
앞에서 누군가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그가 고기를 한 손에 달랑 거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오마이갓"을 외쳤다.
고기가 그의 얼굴을 덮쳤는지 그의 얼굴에는 소스와 고기의 작은 부분이
있었다
미안해야 하는데 그의 얼굴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잘생긴 사람도 얼굴에 뭐가 묻으면 저런 얼굴이구나.
새삼스런 진리를 깨달은 듯 난 마구 웃어댔다 .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영은 그런 내가 부끄럽고 한심스러운 모양이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내젓고 있었다
앞으론 어디 같이 가자고 말 안하겠지??
토요일이다.
해가 중천에 떳을 무렵
나는 기지개를 피고 일어났다.
역시 주말은 좋은거여
간만에 집안 청소를 하기 위해물건을 들었다 나았다 했다.
- 넌 네 방 청소하는 데 왜 그렇게 온 집안을 들썩 거리게 만들어?
도무지 차 마실 분위기가 않나자나
- 내가 얼마나 시끄럽다고 그래...분위기는 무슨....
엄마는 눈을 흘긴다.
엄마는 우아한 척 차를 마시고 있는 시간을 방해 당해서 싫은가
보였다
먼지가 나지만 하는 수 없이 거실 방문을 닫고 내 방 창문 만
열어 둔채로 청소를 했다.
구석에 쌓인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낯선 사진 한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 3명의 아이가 있었다
한 아이는 울고 있었고 어떤 귀여운 꼬마남자아이가 그 아이를 울린 듯
묘한 표정 으로 서있고 구석에 어떤 꼬마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꼬마는 나였다.
울고있는 꼬마는 아영이었고 꼬마남자는 누구일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어느 순간부터 어릴적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단지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
부모님 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가끔 아영이가 유치원 다닐 적 이야기를 하지만 난 아무것도 기억해낼
수 없었다
그런 아영이는 내가 머리가 나쁜 거라고 생각했고, 나는 아영이가 머리
가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아영이에게 물어볼 요량으로 그 사진을 다이어리에 넣고 청소를
계속 했다.
먼지가 어찌나 많은 지 연신 기침을 콜록 해대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청소....이제는 청소 시작한 걸 후회하기
시작했다.
대충 해야지 하는데 순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 모해?
- 응 청소....
- 아유우....청승맞게 주말에 왠 청소니?
- 그러게 말이야....
- 나올래?
- 나가다면 뭐 있어?
- 응 뭐가 있지^^
- 뭔데??
- 나오면 ㅇㅒ기 해줄게...
- 뭔데..궁금하잖아...
- 나오면...얘기해준다니깐....
나는 궁금한 거는 못 참는 성격이라 반드시 들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한고집하는 순지에게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기에 더 이상은 물어보지
않았다.
- 아휴우..알았어.네 고집을 누가 말려?
- 예쁘게 해서 나와...안경도 벗고....
- 예쁘게??? 여하튼 알았어..
화이트 캐슬에서 4시에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경을 벗고 오라고?
나는 눈 하나는 좋다고 자부했었다
1년전부터 나는 갑자기 물체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안경을 벗으면 잘 보이지 않는나....
주위 사람들은 렌즈를 권하였지만...
어딘선가 들은 각막손상이 될수 있다는 말에
나는 절대로 렌즈를 하지 않는다.
한 번은 주위 성화에 못이겨 렌즈를 해보려고 했는나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렌즈가 들어가지 않는 거였다.
그래서 화장대에 아무렇게나 올려 놓고 어는날 봤을 때
렌즈는 말라서 부셔져 있었다
4시가 다 되어서 집에서 나갔다..
못하는 화장을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그 덕에 좀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
늦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빠를 듯 했지만 몇달전에 있는
지하철 참사로 지하철을 타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나는 내 몸에 위해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것 같다.
빨리 오라고 순지에게서 여러번 전화가 왔다.
4시20분 정도가 되어서 화이트 캐슬 앞에 도착했고 막 들어가서 보니
인상을 찌푸려도 순지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주 작은 소형 분수 앞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감으로 다가가보니 점점 순지의 윤곽이 드러났고.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여자애 한병이랑.남자 3명이 있었다...
#4
- 늦어서 미안해요
나는 별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어색하고 낯설은
분위기에 무슨 말 이라도 해야했다
순지 옆에 앉은 나는 순지에게 눈빛으로 이자리 뭐냐고 했다
순지는 뭐긴뭐야? 미팅이지 하고 눈빛으로 응수한다
나 미팅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러니까 얘기안했지한다
순지는 주말에 방콕한는 날 구제해주거에 고마워 하라고 눈빛을 보낸다
뭐라구 ㅡㅡ;
순지 옆에 있던 선하게 생긴 아이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 안녕 나는 채은정이야 순지 학교 친구야.순지랑 젤 친하다며?
앞으로 나랑도 친하게 지내자
- 으응..^^ 그래
나는 곁눈질로 앞에 남자들을 보았다.
다들 어디서 박혀있다가 나왔는지 정말 미남들이었다.
내심 즐거워하고 있는데 그중 특출나 보이는 한명에 나는 뿅 가있었다
그는 완전히 귀공자였다.
뽀얀 얼굴에 긴 머리 이목구비 뚜렷한 생김새,완전히 만화 속
주인공이다.
그 중 제일 활발하고 제일 멋을 많이 낸 병환은 순지가 맘에 든듯
순지만 보고 이야기하고 순지에게만 이야기를 한다.
졸지에 나머지는 들러리가 되었지만..난 귀공자와 함께 있고 그를 가까이
에서 볼 수 있기에 아무 렇지도 않았다
순지도 병환이 맘에 든듯..그와 얼굴 마주하면서 많이 즐거워 보였다
커플 탄생이 된 듯하다.
얼굴은 까무잡잡하지만 귀엽게 생긴 수영은 인천에 산다고 한다
월미도에 대한 자부심이 큰지 인천에 꼭 오라고 한다
같이 월미도에 가자고.....
김한은 귀공자다 .
이름도 멋있다. 사당에 산다고 한다 곧 잠실로 이사를 할
거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가장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듣고 있는 아이는 나다..
김한은 별로 이 자리가 맘에 들지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연신
줄담배만 피워댔다.
담배피는 모습마저도 어찌나 멋있는지..나는 경탄하지않을 수 없었다.
교묘하게 그를 몰래 바라보았으나..그는 이따금 내 눈길을 느꼈는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모른 척 한다...
2차에서 술을 마쉬고 3차로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서 최대의 인기자는 김한이었다..
터프하고 애절한 목소리....마치 가수 김정민처럼 느껴졌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김정민 (= 김한) 을 좋아하기로 했다
그가 김정민 노래를 부르는 동안 나는 밖으로 나와 녹음 부탁하였다
나는 내 유일한 18번인 엄정화의 하늘만 허락한 사랑을 불렀다
반응은 예상대로 저조했다..
녹음된 테입을들고 노래방을 나와서 더 놀고는 싶었지만.
엄격한 집안의 딸인 순지가 귀가를 해야하므로
들러리엿던 우리는 자연적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병환은 순지를 집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여 같이 갔고..우리는 서로 각기
헤어졌다.
늦은 시간 밤길을 혼자 차를 타고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어찌나
처량한지 ....
이래서 나는 미팅이 싫었다,,
아 그래도 이게 있었지???
난 귀공자의 목소리가 담긴 테입을 보며 그래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했다.
내 방으로 왔다..
나는 가자마자 카세트에 테입을 넣고 그의 노래 소리를 듣고 또 듣다가
잠이 들었다...
달그락 ~~~ 덜컹~~~
아침부터 왜이리 소란한지..도저히 더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이유인 즉 부모님이 동네 사람들과 등산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엄마는 못하는 요리 솜씨를 뽐낸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휴우~~
간단하게 김밥이나 쌀 일이지....
옆에서 아빠도 덩달아 난리였다
유난히 금슬이 좋은 우리 부모님........
- 우리 여보야가 하는게 젤루 맛있어.....
- 또 줘
하며 쪼잘 거리는 아버지.....
순간 닭살이 확 돋았다...
우리 부모님은 동네에서 닭살 커플로 더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병아리 딸내미들이라고 부른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나는 이불을 푹 눌러쓰고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이미 깬 잠은 더 이상 들지가 않았고... 그래서 귀공자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그와의 러브를 상상하기 시작 했다..
너....안경을 벗으니까 참 예쁘구나...
그대로야......
나랑 사귀자........너도 좋지???
웅.....
천진난만하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는 나를 가볍게 안는다.
정말 황홀한 순간이다
그의 긴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려 출렁인다.
그의 입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그는 행동을 멈추고...
무엇을 찾기 시작한다,,,
어딨지? 어딨지?
전화 벨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아유우.....시끄러워......
제발 전화기좀 꺼요
훔짓 놀라며 잠에서 깼다,,,,,,,
요란하게 내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뭐야~~
핸드폰을 보니 낯선 번호였고 지역번호가
032로 시작되는 인천이었다...실망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 여보세요
- 어....난데......
모르는 남자였다....
- 누구?
- 어 나 수영이.....
- 수영이? 아.. 왠일이야.....
- 어..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아이가 내게 맘있는게 아닌가 하고......
왠일이지 했다.
- 어 뭔데 말해봐
- 이런말 물어봐도 되는 지 모르겠는데...
- 뭔데.....
- 어.......병환이가 순지 맘에 들어하는 것 같던데 순지는 어떻게
생각해??
황당....그럴 내게 물으면 어떻하란 말인지...게다가 그런건 당사자가
알아볼 일이다
순간 화가 났다..
-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 네가 순지에게 직접 물어봐
- 어..그래....
수영은 내 목소리에 기가 죽은 듯 기운 없는 소리로 얘기했다
아유우 바보.....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생각할 수록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 품에 안기어 키스를 할 찰나에 단꿈을 깨우다니....
차리리 키스를 한 후라면 덜 화가 났을 지도 모른다.
몇 분 후 또 그 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화가 나서 받지 않았다.
몇 시간 뒤 그에게서 전화가 또 왔다. 물론 받지 않았다.
저녁 무렵 또 한 번의 전화가 왔고
난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수영에게서 문자가 왔다..
나 사실은 네게 관심이 있어...
#5
내 타입의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가 내게 관심 있다고 말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난 수영이 아닌 김 한 .그에게 관심있었다.
수영이 아닌 김한에게서 그런 연락이 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영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그 애도 참 괜찮은, 사겨볼 만하다는
거다.
하지만...
학교에서 내내 수업이 집중이 안되고 아영의 이야기에 들은 체 만체하다
가 정오가 되었을 무렵..
결단을 내려 수영에게 전화가 아닌 문자를 보냈다
- 수영아 좋은 친구가 되자....
라고
이말 자체가 모든 걸 내포하기에 그도 내 맘을 알 것이다...
그리고 고민하다가 김한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 어제 잘 들어갔니?
라고
이 문자를 보냄으로써 김한과 수영이 친구 사이이니까.. 진정한
내 맘을 알겠지?
send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래 못 먹을 감 찔러나 보자 해서 찔러봤다.
하지만, 그는 내게 마음이 없는 걸까..
오후 내도록 기다려봐도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
슬펐다..
가슴은 답답하고 온종일 그만 생각이 났다
밥 먹어도 허하고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허하고
수업이 집중될리 만무다
이게 정녕 상사병이란 말인가?
- 너 왜그래?
평소에 자기 말에 귀 기울려 듣던 내가 넋나간 표정으로 있으니
아영은 의아하기보다는 기분이 안짢아 보였다.
- 그냥 기운이 없어서 그래
- 그래도 그렇지...
넘 하네
- 어...미안....해
아영에게 별로 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았지만 미안하다고 말 할수밖에
없는 이유.....
여고 때 내가 맘에 들어한 남자친구를 그녀가 유혹해서 남자가
그녀에게로 갔을때...
나는 그 남자가 아닌 아영이 나의 남자친구에게 꼬리 친 걸
친구에게서 듣고 정말 화가 났었다.
지금에서야 그 남자가 아영에게는 아주 평범한,거들떠도 안보는
스타일이겠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알아주는 인기남이었다
한 번 그녀에게 반항(?)을 했다가 나는 무지막지 하게 힘든 나날을
보내었다.
그 당시에는 모두가 아영의 돈에 아니 아영 집안의 돈에 그녀를
공주로 떠 받들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고립 시키기 시작했다.
아예 대놓고 무시를 했다
그런 건 다 참을 수 있어도 내가 그녀에게 질 수 밖에 없었던 건..
나의 아버지는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미림패션의 과장으로 있다.
IMF가 터지고 경제 한파가 몰아칠 부렵 아영의 간교로 나의 아빠는
명퇴까지 갈 뻔 했다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게다가 그녀의 속임수로 부정행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유기 정학 까지
받았다.
씻을 수없는 내 인생의 오점이고 내 삶은 최악이었다.
그나마 그런 내게 순지가 있었다.
순지는 별로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녀를 따랐다.
그녀는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는 아이였다.
왕따의 친구는 왕따라고 아무도 나를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하지만 순지는 내게 스스럼 없이 다가 왔고 정말 잘해주었다
순지가 내게 잘해 주어도 아무도 그런 그녀를 뭐라하지 않았다
순지는 한상 남을 돕고 힘을 주니까
원래 그러니까........
명예퇴직으로 몰린 나의 아빠는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기 일쑤고
그런 엄마는 매일 같이 바가지를 긁어대고 하루라도 조용할 날 없었다
게다가 성격이 아주 예민힌 나의 동생 다린은 급기야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버렸다.
견디다 못한 나는 아영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
- 아영아...미안해...
- 뭐가 미안해
비아냥 거린다.
- 너도 알다시피 요즘 그래. 내가 오해 한거야.
우리 아빠도 넘 힘들어하고 요즘 경제가 어렵긴 하지만
좀..어떻게 안되겠니?
넌 외동딸이니까 너희 아버진 니 말이면 다 드러주잖아..
정말 비굴한 추억이다.
- 그래서...?
그녀는 다 알면서 모른 체한다.
- 우리 아빠가 명예퇴직 당할 것 같대..
네가 힘 좀 써주면 안되니?
- 어른들 하는 일에 내가 무슨 힘이 있겠니?
뭐 네가 정 그런다면 힘은 써 볼 수도 있지..
그러면...그러는 대신.....
- 대신?
- 넌 내게 뭘 해줄거니?
- 뭘 해준다니??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
- 그럼 내가 넘 손해잖아 내가 뭘 보고 힘을 쓸 수 있겠어?
- 그럼 내가 뭘 해주길 바라는데?
- 별 거 없어. 앞으로 내 말에 순종만 하면돼
#6
저녁 무렵 김한에게 전화가 왔다.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몇 번 헛기침을 해대고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어...
- 어... 문자 받았어?
- 어..일찍 연락하려고 했는데 계속 바빠서..
- 음 그렇구나.. 어제 수영이한테도 전화 왔던데.
- 그래? 전화가 왔단 말이지? 음....
그는 전혀 몰랐던 처럼 이야기 한다.
그럼 수영이 내게 관심있다는 것도 내가 김한에게 관심 있다는 것도
서로 모른단 말인가?
- 어 병환이랑 순지 일로 뭐 물어보더라...
- 그래?
- .......
김한은 전화상으로도 여전히 말이 없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할 말이 생각이 안난다.
이대로라면 나의 귀공자는 두번다시 전화를 하지 않을 것 같았고
다시는 그와 가까워 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 수영이랑은 별로 안친해?
- 걍 친해.
- 걍?
또 맥이 끊긴다.
인연이라면 첨보는 사람과도 오래 만난 사이처럼 화기애애 하다던데...
이 남자랑 나랑은 인연이 아닌가?
- 그렇구나..... 학교 마치면 주로 뭐해?
- 걍 친구들 만나서 술마시고 그러지뭐.
- 술 좋아하나 보넹...
- 술 좋아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좋아해
- 나둔뎅......
그래서 어쩌라는 듯........
아무말 없는 귀공자.
- 너 담배 넘 많이 피더라.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그러잖어
- 넌 담배 안피냐?
- 담배? 내가 피는 것 처럼 보여?
- 어.
그의 단호한 대답....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
- 요즘 담배 안피는 애들이 어딨냐.
- 왜 없어...난 안펴..못펴..왜펴?
- 못 피면 말고...흥분하기는...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자기가 잘 생기면 다냐?
내가 먼저 문자 보냈으면 다냐?
내가 자기한테 뻑 가면 다냐?
나는 애써 화를 참으며 이야기 했다.
- 저기 ..얼굴 안보고 목소리만으로 이야기 하니까 좀 글네.
- ......
침묵과 함께 후아~~하는 담배 내 품는 소리가 수화기 통해서 들려온다
- 요즘 영화 재밌는 거 많이 하던데.....주말에 뭐하니?
- 주말에?
- 어 시간되면 영화 보러 안갈래?
- 너랑 나랑 영화 보러가자고?
- 바뻐?
- 그래 가자
- 진짜?
- 그래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그가 받아주다
니 정말 기뻤다.
- 언제 볼까?
- 내가 연락할께..
- 알았어...그래 그럼 그때봐..
띠리릭~~
마치 영화를 보자고 말하기 위해 전화 한 것처럼 약속을 정하고 난뒤
전화를 끊었다.
- 꺄아~~~
나는 있는 힘껏 환호성을 지르고 방안에서 펄쩍 뛰었다
동생방에서 물건이 던져지는 소리와 함께
아~~ 시끄러 하는 고함이 들린다.
아무것도 게의치 않는나....
갑자기 방문이 열리고 베게에 정면 펀치 당한 나,,,,
바로 침대 위로 나가 떨어진다.
누워서 여잔히 싱긍벙글인 나.....
- 미쳤어.단단히 미쳤군...
혀를 내두르며 베게를 들고 다시 나가버리는 다린이.
이대로 시간이 휭하니 같으면 좋겠다......
곧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첨으로 대학에 와서 시험을 친다.
한껏 맘이 부푼 나에게는 시험이 별로 달갑지 않다
대학에 가면 시험에 좀 해방이 되려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다.
그나마 실기가 더 큰 점수를 차지 하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이번에는 단체 평가인데 아영과 같은 조인 나는 교수의 신뢰를 듬뿍
받는 아영으로 인해 A+은 받은 거나 다름 없다.
그래서 우리는과수업만 열중주이었고 달리 연습을 하진 않았다.
아영은 우혁과 잘 되는 모양이었다.
레스토랑 사건이후로 우혁과 만날 일이 생길 듯 하면 나는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아영도 그 일 이후로는 나를 데리고 우혁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아영과 우혁이 데이트 하러가고...
별로 할 일 없던 나는 공부나 하자해서 학교 도서관에 갔다.
첨으로 온 도서관이었다.
첨으로 온 곳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몰랐지만 앞사람 따라 도서관
에 들어갔다.
시험기간이라선지 아니면 원래 그런건지 도서관에는 빈자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에 한자리가 있음 을 발견하고 자리에 앉으려는
찰라...
- 내가 먼저
하면서 얌체스럽게 앉는 남자가 있었다.
- 모예요?
하는데 그가 얼굴 돌리며 말한다.
- 여긴 내가 찜..... 어...
- 당신은....
- 어 칼질 소녀....
그는 우혁이였다.
- 칼질 소녀라뇨 ㅡㅡ;;
(도서관 앞 휴게실)
- 아영이가 거기랑 데이트 한다고 그러던데 어찌된 일이죠?
- 그래? 나는 그런 약속 없는데, 난 원래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했는데.
여전히 그는 잘 아는 사람인 양 반말을 한다.
- 그래요? 내가 잘 못 들었나?
-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얼굴 무지 안보여주더니. 오늘 보네
나는 별로 안보고 싶었소-.-
- 아영이만 보면 됐지.내 얼굴은 봐서 뭐하게요.
- 그래도 그때 다인이가 넘 웃어서 내가 어찌나 민망했던지..
- 그 때일이라면 미안해요 별로 생각 안하고 싶은데..
- 근데 어쩌나...너 보니까 그 생각이 너무 나는데....
- ...
- 저녁은 먹었니?
- 아직 5시예요. 벌써 먹겠어요?
- 그럼 안 먹었다는 말이네 가자....
- 네에?
- 가자니깐...
그는 막무가내로 내 손을 잡아 이끈다.
미남의 손이라서 인가 느낌이 참으로 묘하다.
이성적인 내 마음은 이러면 안돼 하고 있지만 어느덧 내 몸은 못이긴
척 따라가고 있었다.
아영이가 알면 무지 싫어 할텐데 하면서...
밑으로 내려왔을 때 때아닌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 왠 비지?
- 나 우산 없는데....
- 잠깐만....
하더니 그는 건물 뒷 쪽으로 비를 맞고 달려간다.
몇 분후 비에 흠뻑 젖은 그가 다시 나타나고 한손엔 파라솔 같이 생긴
커다란 우산이 들려져 있었다.
비에 흠뻑젖은 그의 머리칼이 얼굴을 뒤덮었다.
환상이다.
- 자 이거 쓰자
그가 우산을 펴고 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는 손을 잡아당긴다.
그와 어정쩡하게 한 우산속에 섰다.
그는 자기 몸은 다 젖으면서 내게 더 많은 우산을 덮아주었다.
가슴 한 구석에 묘한 감정이 쿵 솟았다.
그가 자기 차 앞으로 갔고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그의 차에 앉자, 그도 차안으로 들어왔다.
- 아까 차몰고 오지 그랬어요. 괜히 비만 더 맞았잖아요
- 비오는 날에 좋은 여자랑 같이 우산 속을 걸어가고 싶었어.
- 네에?
- 놀래기는 낭만도 모르냐?
어벙벙해하는 내게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그는 멋진 음악을 틀었다.
수아강변도로를 달리고 있는 우혁의 차..
비가 차 앞 유리에 팅겨 흩어지는 모습들.....
먼 산, 건물 앞으로 낀 안개, 낭만적인 음악..
그리고 이상적인 남자....그 옆에 나,,,
아영이가 말한 환상적이 이런거구나
#7
- 어제 왜 그렇게 연락이 안되는 거야?
- 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느라 무음으로 해나서 몰랐어
무슨 일 있었어?
우혁과 근사한 전통음식점에서 식사하던 중 그녀에게서 불이 나게
전화가 왔지만 나는 괜한 찔림으로 인하여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 집안 일인데...사촌..? 때문에....
- 무슨 소리야? 너에게 사촌이 있었어?
내가 알기론 너 외엔 없잖아..
- 있어 그런게.......
아영은 말 끝을 흐리더니 아주 어두운 얼굴을 하고 혼자 가버린다.
나는 쫓아갈 기분이 아니었다.
무슨 일이야? 모두 말해봐. 내가 위로해 줄께 할정도로 그녀와 깊은 우
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제의 데이트로 인해 내 맘은 저 하늘의 구름
처럼 부웅 떠 있는 상태였다.
정말 꿈만 같았다.
이제껏 어떤 남자도 날 집까지 배웅해 준적도 없었다.
자신의 여자친구의 친구이기에 보여준 호의라기 보다는 더 큰 무언의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 물론 나의 생각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는 아영의 남자친구이다.
나는 아영이 아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가 미(美)만 밝히더라도 나는 한 우물만 파자.
귀공자 김한에게로...
토욜 오후....
귀공자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러나 연락이 없었다.
전화기만 들여다보기를 수 시간.....
그의 핸드폰 번호를 누르고 send는 차마 누르지 못하고 망설이기를
여러번 .....
밤이 찾아왔다.
그것도 한밤중..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그래 오늘은 툐요일이니까 진정한 주말은 내일이야
스스로 위안을 하고 잠을 청했다.
꿈속에서 날 부르는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남자...
누군지는 모르지만 전혀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누굴까......
스르륵~~
더 깊은 잠으로 빠졌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ㅜㅜ
귀공자와의 데이트가 실패로 끝났다.
정말 큰 실망을 안고 자포자기 한 상태로 지내던 나...
수영의 생일이라며 미팅한 멤버끼리 모이자는 연락이 왔다.
마음 한구석에는 김한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맘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데이트 신청이 튕긴거나 다름이 없기에 차마
그 얼굴을 다시 본다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한 맘은 게의치 않고 어느덧 만남의 장소로 가고 있는 나였
다.
그래도 동생이 쓸모있다고 동생이 넣어준 콘택트렌즈를 하고 지난번에 만
난 화이트 캐슬로 갔다
과연 그가 왔을까.
그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수 많은 생각을 하고 문 앞에 왔고 나는 조심스레 문을 건드렸는데
건드림에 비해 휙하니 세게 열리는 문...
흠칫 놀래며 몸을 움추렸다.
고개를 돌려 일행을 찾아보았다.
처음으로 낀 렌즈라 눈에 이물질이 든 것 처럼 불편하였지만
렌즈를 낀 탓에 일행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역시 김 한도 있었다
- 안녕.
반가운 듯 부담스러운 듯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순지와 은정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귀공자도 그렇고 수영도 그렇고 차마 눈을 마주보기가 부담스러웠
다.
하지만 수영의 생일인지라 축하한다고 말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축하해 생일.. 선물은 없다^^
미처 선물을 준비 할 겨를도 없었지만 선물을 사야한다고 생각도 못한
나였다.
- 어 고맙다.
늦게나마 순지와 은정이 케익을 사왔다,
생일 축하 음악이 나오고 종업원이 생일 축하 춤을 춘다.
우리는 열심히 박수를 쳐대고 수영은 종업원과 함께 어색하게 춤을 춘다.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마치 내 생일 인 양 기분이 좋다.
이 순간 만큼은 귀공자의 얼굴도 환하다.
번쩍이는 조명아래 몰래 그를 훔쳐 보았다.
턱 밑에 돋아난 수염을 보니 더 터프해 보였다.
혼자 흐뭇해 하고 있는데 그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쳐버렸다
난 금새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버렸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들의
춤을 보고 있었다.
그가 계속 나를 보고 있음을 느꼈다.
음악이 끝나고 샴페인이 가득 수영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샴페인이 묻지 않길 바라며 다른 곳으로 몸을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샴페인이 머리에 가득 묻었다.
촛불을 불때, 흔히 하는, 케익에 얼굴을 묻으려고 했으나 케익이 아깝다
는 한마음 한소리로 그 식은 생략이 되었다.
서로들 술이 취하자 저번의 만남보다 더 화기애애해졌다.
시종일관 말하던 병환을 제외하고도 수영도 말을 많이 했다.
물론 김 한은 얼굴 값한다고 분위기 잡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그의 잘생긴 외모에 아무도 말좀 하란 이가 없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물어도 멋있어요 였다.
약간 분위기가 조용해 질 무렵, 내가 술기가 올랐을 무렵
김한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 바빴어?
- 뭐가?
- 보기로 했었잖아
- 아... 그 날 진짜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 진짜? 연락하려고 했어?
- 어.
- 갑자기 일 생겼으면 그렇다고 연락이라도 주지. 기다렸는데..
- 어..미안
그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게 사르르 녹는다.
언제 왔는지 화장실 간다던 수영이 김 한과 나의 대화를 들은 모양이다.
그의 표정은 생일 축하 할 때와 달리 일그러져보였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내가 누구에게 맘이 있는지 수영도 알 것이다.
#8
순지는 우리 집에서 자고 간다고 집에 이야기를 하고 외박 허락을
맡았다.
그래서 우리는 올 나이트를 할 수있게 되었다.
노래방에 갈까 하다가 병환의 권유로 나이트에 가기로 했다.
나는 춤이라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뭐 자신이 있다기 보다는 전공이 전공인지라 몸이 리듬을 잘 탄다고
할 수 있다.
B&B라는 나이트에 갔다
거기는 킹카 퀸카만 온다는 곳이다.
우리는 김 한의 수려한 외모에 휩쓸려 킹,퀸 대접 받으며 B&B에
상륙할 수가 있었다.
그 곳에는 웨이터들도 미남 미녀들이었다.
손님들도 마찬가지 였다,
뭐 그 중에도 평범한 인물도 있었다.
김 한은 춤도 한 춤 했다.
몸치가 아닌 나이지만 오랫만에 온 나이트라 적응이 안되어
춤 추기가 어색했는데 그는 마치 자기만을 위한 무대인양
환상적으로 무대를 휘저었다.
많은 미남들 중에서도 그는 돋보였다.
그가 특출나게 잘생긴 것도 잘생긴 거지만 그가 다른이에 비해
더 돋보이는 건 꾹 다문 입술, 표정 없는 얼굴, 빨려들어갈 듯 한 눈
에서 나타나는 묘한 분위기 때문일까?
수영의 어색한 춤은 여전했다.
그래도 열심히 신나게 추는 모습을 보니 귀여워보였다,
나는 여전히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춤을 추고 있다.
블루스 음악이 나온다.
병환과 순지는 자연스레 블루스를 춘다,
수영은 들어가려다가 은정의 손에 팔을 낚여 어정쩡한 폼으로
블루스를 춘다.
김 한과 나는 자리로 돌아와 그들의 춤을 본다.
나는 그들의 춤을 보면서 과일을 계속 먹어댔다.
- 넘 많이 먹는 거 아냐?
- 어? 어..괜찮아 과일은..
- 너 과일 뿐 아니라 그전에 안주빨 많이 세웠잖아
보니 장난아니던데.....
그가 계속 내가 무얼 먹는지 봤단 말인가?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 어 너,,,나 먹는 거만 봤구나?
술이 취한 탓일까?
이런 말도 술술 나온다.
그는 약간 얼굴색이 붉어지는 것같다.
- 아니 눈이 있으니 보이네.
- 그 눈으로 나만 본거아니야?
- 후훗..좋을대로 생각해. 너 보기와는 다르구나
- 무슨 말이야?
- 보기에는 아주 조용하고 단정해보이는데....
말도 많고 담배도 피고 식성도 좋고...
- 뭐? 나 담배 안핀다니까...담배 피는 것 봤어?
그리고 나 얌전한 편이야. 말 많다는 거 너에게 첨들어
- 목에 핏대 세우고 얘기하는 거 보래. 왜 크게 흥분하고 그러냐.
다 아는 사실을...
- 정말... 너.....
난 속이 상해서 눈물이 확 쏟아지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부르르 떨었다.
치욕을 느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서
오는 절망감이다.
내가 가만히 있자 그는 모른 척 블루스 추는 일행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애써 감정을 추스리며 이야기 했다.
- 나한테 넘 심한 거 아냐? 너 나 잘 모르잖아. 네가 잘생겼다고
모든게 다 그냥 넘어간다면 오산이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만만하게 보나본데 나 너 아닌 다른 사람 좋아하고 있어.
단지 관심을 보인건 좋은 친구가 되고 싶어서였어,
내가 잘 못 생각한 거지. 친구 이제 필요없다
그는 나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다.
도저히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계속 술을 마셨다.
맥주도 마시고 양주도 마시고....
블루스가 끝나고 일행이 돌아왔다.
모두의 표정이 행복이 보인다.
그리고...........
눈을 떴다.
- 어 여기가 어디지?
하는 순간과 함께 머리가 아파왔다.
숙취다.
도대체 내가 얼마나 마셨길래 기억이 안나는 걸까?
이 곳은 우리집이 아니였다
내가 모르는 낯선 곳에서 내가 잠들어 있다니.
집에서 안들온다고 난리 쳤을텐데..
집에서의 광경이 눈 앞에 펼져진다.
아니나 다를까,핸드폰에는 집에선 온 전화가 여러 통, 문자메세지
음성메세지도 여럿 와 와있었다.
마지막 음성메세지는 엄마에게서
- 그래 안들어온다 이거지? 우리는 이제 잔다
이거였다.ㅡ_ㅡ''
무엇보다도 이 곳이 어딘지 나는 궁금했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 이제 일어났냐?
# 9
고개를 돌려 보았다.
창가에서 바람에 날린 커튼 사이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 어......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옆에 컵에 든 거 마셔. 숙취에 좋을 거야.
고개를 돌리니 컵에 알수 없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 저기..어떻게 내가 여기에......
- 네가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바닥에 대자로 뻗어 눕는데
무게도 많이 나가고 그 꼴로 집까지 바래다 주기도 글코 해서
제일 가까운 우리집으로 온거야.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민망한 표정을 짓자....
- 너무 걱정하지마
너 혼자 여기 온거 아니야.
순지도 같이 왔었어
- 그럼 순지는.......
- 학교 간다고 갔지.
- 뭐? 지금 몇신데?
- 2시...
- 뭐?...
- 훗... 잠을 얼마나 깊게 자던지 흔들어도 안 일어나더라니....앞 일
심히 걱정스럽네
그는 입을 삐죽거린다.
- 그럼 내가 2시...지금까지 여기서 잔거란 말이야??
-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잠을 많이 잔 것도 잔 거지만 그것도 외간 남자 집에서 더하여 남자
침대에 까지 누워자다니......
도저히 상상 할수 없는 일이었다.
슬며시 나이트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블루스가 끝나고 모두가 자리에 돌아왔고 나는 속상해서
계속 원샷!하고 들이켰었다.
술을 주면 주는대로 안 주면 혼자라도.....
그리고...그리고.....더 이상은 기억이 안난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된 것도 김한 탓이다.
김 한이 아니었다면 술을 잔뜩 마시지 않았을 거고 필름이 끊기지도
않았을 거며 이렇듯 내가 김 한의 집에 누워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ㅜㅜ
- 너 언제까지 거기에 누워있을거냐? 거기 내 침댄데...
- 뭐?....
나는 흠짓 놀래며 이불을 걷어차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어....하고 난 또한 번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못 보던 옷을 입고 있었다
아주 헐렁한 반바지에 하얀색 티.....
내가 말없이 그를 바라보자...
- 네 옷 아직 덜 말랐을텐데.....
- 덜 마르다니?
- 헛...모르냐?
- 모른다......
- 네 출구에서 오물이....꼭 말로해야겄냐?
김 한은 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오마이갓.
내가 오바이트까지 했단 말인가?
왠지 내 몸에서 토악질의 냄새가 나더라니.....
하루 만에 난 나의 모든 수치를 그에게 보여준 셈이다.
정말 기분이 최악이다.
이런 내 기분을 알았는 지 아니면 내 기분을 더 다운시키기 위해선지
그는 한마디 한다.
- 넘 그런 표정 짖지마. 원래 그런 줄 알고 있었어.
내가 뭐 네게 가질 환상이라도 있냐..?
하지만 그래도 같이 술 마신 정으로도 네가 심히 걱정이야
누가 데려갈꼬....
허걱
이제는 말도 안나온다.
그래 말을 말자...
그와 말싸움을 벌여봤자 또 나만 당하고 말건데...
나는 입술울 질긋 깨물고참고 참았다.
나는 아주 엉망인 기분으로 덜마른 옷을 걸쳐 입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축축하다.
몸에서 이상한 비릿내가 나는 것 같다.
빨리 집에 가서 씻어야지.
내 몸도....내 맘도......
내 발길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뒤에서 누군가가 비웃는 것 같다...
어떤 잘 생긴 놈이..
#10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집으로 들어온 나..
집에는 부모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내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보지 않아도 시선이
내 등뒤에 꽂힘을 느낄 수있었다.
나는 내 방문을 잠궈 버렸다.
얼마 안되어 가족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고 노크도 없이
방문 손잡이가 움직인다.
문이 잠궈진 사실을 알고는 두분은 작은 소리로 뭐라고 한다.
-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 남자친구가 생겼나 보네
- 왠일이래
- 축하해야하겠네.
- 그래도 외박은 좀 글치 않아....
- 설마....
- 설마 그랬을라고.......
- 아니야.......
작은 목소리로 얘기한다지만은 마치 날 보고 들으라는 듯 얘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씻고 쉬기 위해서 내 방문을 활짝 열었다.
부모님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두 분은 다른 일을 하다 만 것처럼 헛 기침 소리를 해대며 천정을 바라
본다.
나는 모른 척 샤워실로 갔다.
뜨거운 물을 틀고 옷을 훌렁 벗어버리고 나는 씻고 또 씻고
몸도 씻고 마음도 씻었다.
(내 방)
- 너 학교도 안오고 어떻게 된거야
전화도 안받고....무슨 일 있어?
아영의 전화다.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걱정스럽다는 듯 이야기를 한다.
- 어.. 술 좀 마시고 잤더니 잠들었네
술기운에 잠든 탓에 벨소리도 못듣고 전화가 많이 와서 배터리가
없어서....절로 꺼져 있더라.
- 술 ?? 누구랑 마셨는데?
- 어......순지랑....
- 순지??? 그 애랑 아직도 연락하니?
- 어...어?
아영은 순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항상 순지를 따르는 모습을 아영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따돌리기는 쉬워도 순지를 따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
다..
아영은 순지를 매장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매장될 수없는 순지..
순지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아영은 나와 순지를 멀어지게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런 아영의 눈치에 나는 순지와 많이 친하면서도
아영 앞에서는 같은 반 친구 사이 정도로만 행동 했다.
- 순지랑 연락까지 한다구?
- 어...아니..우연히 만나서 반가워서 술 한거야...
- 그래???
- 어..
- 잘 지낸다니? 나도 그 애 소식 궁금했었어
보고 싶다야
- 어....그래....
- 근데 너 학교 안나올거니?
- 뭐 이제 수업도 다 끝나고 걍 집에 있을려고 하는데...
- 나올래?...짐 우혁오빠랑 같이 있어 우혁 오빠가 너도 나오래....
널 왜 나오라고 하는 지 몰겠다 하는 작은 비아냥이 느껴진다.
우혁오빠가??
나는 아영의 마음을 간파하면서도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제는 아니 좀전까지도 나는 계속 악마에게 시달렸다.
우혁을 만나면서 기분 전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어...그래..
- 그래? 못 나온다고??
- 어??
- 그래 알았어 나오면 좋을걸 ...오빠에게 그렇게 얘기할께.
미안해,혼자만 놀아서 .....그래 끊자.
띠리릭 ~~
황당.....
잠시동안 나는 벙진 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우혁과 같이 있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황당한 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헛 웃음도 나왔다.
나는 그날..악마의 그림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그렇게 보냈어
야 했다.
그날 밤.
나는 악몽에도 시달렸다.
귀공자의 탈을 쓴 악마였다.
악마는 계속 내게 " 넌 그런 애야. 넌 그런 애야" 한다.
아니라고,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해도 악마는 비웃기만 할 뿐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벗어 나려고 몸을 움직여도 항상 그자리다.
안간힘을 써 도망갔다고 생각이 되면 악마는 나보다 먼저 앞서가서 날
바라보면서 비웃는다.
넌 그런애야 넌 그런애야 라면서.......
#11
벗꽃이 만발하게 피고 전국 각지에 벗꽃 축제가 잇달아 열리고
있었다.
순지와 병환이 기정 사실화 된 커플이 되면서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김 한 과 별로 마주 하고 싶지 않음에도 자꾸 그와의 만남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수영 생일 이후로는 김 한은 그다지 내게 못 되게 굴지 않았다.
그냥 필요한 말 외에는 서로 말하지도 않았고 그도 내가 없는 것
처럼 행동했다.
오늘처럼 등산하는 날에도.....그러듯 싶다.
등산을 좋아하는 순지의 권유로 우리는 앞산으로 등산을 가게 되
었다.
앞에 있다고 앞산이 아니라 이름이 앞산이다.ㅡㅡ;;
걷는 걸 싫어하는 나는 등산이 싫긴 하였지만 때로는 자연을 벗삼
아 걷는 것도 좋을 듯 싶어서 등산에 참여(?)한거다.
- 하아~~ 하아~~
평지 같은 길을 얼마 걷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부터 숨을 헐떡인
다.
이런 나를 김 한은 혀를 차고 있었다.
내가 눈을 야리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버렸다.
몰랐는데 수영은 귀여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난 근육질 싫어하는데-0-
한참을 올라가자 가파른 길이 나타났다.
당연하듯 병환이 먼저 앞장 서서 순지를 이끌었다.
부러웠다.
그 다음은 혼자 묵묵히 가는 김 한 그리고 은정.....많이 떨어진
나와 수영.
- 헉헉~~
내가 숨이 끊어질 듯 힘든 소리를 내자 수영이 많이 걱정 되는 듯
한마디 한다.
- 좀 앉았다 갈래?
"어" 라고 대답하고 픈 맘이 꿀떡 같았지만 저만치 은정이 빨리
오라고 소리친다.
- 아니야 쉬었다 가면 더 힘들어...나 게의치 말고 먼저 가.ㅜㅜ
가!가란말이야 ! 이런 와중에도 전지현의 CF광고가 생각이 났다.
>0<
내말에도 불구하고 수영은 꾸준히 내 곁에서 맴돌았다.
아이고 힘들어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날 이렇게 약하게 나셨나요?
무용은 한다지만은 정말 무용과 등산은 별개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넘 뒤쳐지자 앞 선 일행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 다인아 많이 힘들지?
역시 나의 베스트 프렌드 순지다.
- 아니야 미안해 나때문에 뒤쳐져서....
- 알긴 아네..
잠자코 있던 김 한이 한마디 한다.
그럼 그렇지....김 한이 날 내버려 둘리 없지.
내가 다시 그의 눈을 야리자 그는 매정하게
- 야 출발~~!!
이런다.
그러더니 혼자 성큼 가버린다.
순지가 내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었지만 바로 병환을 따라가버리는
순지...
남자 앞에선 친구도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힘겹게 뒤따라 가려 하는데 여전히 나를 이끌어 주려는 수영.
매정하게 은정은 수영의 손을 낚아채고는 휙 가버린다.
날 혼자 남겨두고...
순간 어찌나 은정이 밉던 지 눈물이 찔끔 거렸다.
일행과 많이 뒤쳐진 듯했다.
일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길은 더 가파랐고 산도 울창했다.
바닥에 박인 돌도 아주 뽀족하고 험했고 가파른 산 밑은 절벽이
었다.
밑을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떨어졌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다,
게다가 등산로 같지 않게 드문드문 중앙이 움푹 패인 오래된 묘도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울창한 산이라 어둡기도 어두웠지만 이런 묘까지 나오니 정말 음산
하기 그지 없었다.
이런 첩첩 산중에 내가 어떻게 되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꾸만 누군가가 날 뒤쫓아 오는 것 같았다.
계속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힘든 것 보다 무서움이 극도로 달했다.
무서우니까 내가 걷는 발 소리 조차도 낼 수가 없었다.
- 순지야.... ㅜ.ㅜ
크게 소리쳐 부르고 싶었지만 이 소리는 내 입가에서 머물 뿐이
었다.
몇 초후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반가움보다는 무서움이 일어났다.
나는 어디서 그런 어마한 힘이 생겼는지 얼른 험한 길 위 바위에
숨었다.
살기위해 발악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엇다.
숨 소리 조차 죽이고 쿵쾅 거리는 심작 박동소리만이 들리기를
몇 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들었는데...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고 등뒤가 서늘했다.
귀신....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내가슴은 심장박동소리로 마비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쉬이익~~~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을 때 싼다고 한다..
나는 그만 그 자세로 오줌을 싸버렸다.
아! 이대로 나는 죽는구나ㅜ.ㅜ
사랑도 못 해보고 키스도 못해보고 해보고 싶은게 너무나도 많은
데.......
눈 앞에 부모님 얼굴,다린이 얼굴, 순지, 우혁,아영이, 그리고 김
한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 가지가지 한다..
어,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있다.
김 한 이었다.
그는 더 이상 악마가 아닌 나의 목숨을 살려준 천사였다.
- 한아~~~
나는 아주 오래 된 연인 처럼 김 한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품
에 안겨 훌쩍 거렸다.
이런 나를 김 한은 말 없이 꼭 껴안아 주었다.
#12
한참을 품에 안기고 마음이 진정되었을 무렵
난 드디어 사태 파악을 하기 시작 했다.
생각도 하기 싫은 바닥의 이상한 모양의 오줌 자국.....
그리고 이 이상한 모습.....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면서
나는 계속 그 품에 안겨서 얼굴을 묻고 있었다.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 같았다.
내가 오랫동안 품에 안기어 있자 그는 말한다.
- 옷 갈아입어야지..
그리고 품에서 나를 밀어내고는 제 가방을 열고 옷을 준다.
다 찢어진 청바지 사이즈가 족히 커서 힙합 바지가 될 듯하다.
나는 여분의 옷을 가져오지 않았기에 나는 말 없이 그가 준 옷을
받고 다른 나무 뒤로 향했다.
그는 내가 나무 뒤로 가자 반대로 뒤돌아서 있었다.
이 무슨 쪽이람.....
내 평생 이런 쪽팔림은 없을 것이다.-_-''
정말 앞으로 저 치 얼굴을 어떻게 보지?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바닥에 그려진 소변 자국에 자꾸
시선이 간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옷을 다 갈아입고 젖은 옷은 비닐 봉지에 널고 힘겹게
그에게로 갔다.
뒷짐 지고 있는 그에게로...
뭐라고 얘기하지?
아 부끄러워...
뒤에서 말 없이 머뭇거리자 그는 뒤돌아서서 말 없이 내 손을
잡아 이끈다.
한참을 말없이 오르자 약간 평탄한 길이 나왔고 물이 보였다.
- 빨어
하더니 그가 멈춘다.
-어?
- 그대로 들고 갈거야?
하면서 봉지에 든 옷을 가리킨다.
- 아....ㅡㅡ;;
나는 봉지에 든 옷을 가지고 물가에 갔다.
그나마 넓은 돌에 가서 소변으로 얼룩진 옷을 빨기 시작했다.
혹시나 싶어서 준비해둔 세수 비누로 말이다.
김 한은 바위 위에서 걸터 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손빨래는 정말 힘들다.
아니 나는 그 기억을 지우고 싶은 맘에선지 아주 열심히 부벼되고
있었다.
옷을 빨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등산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하산해버릴까?
귀공자고 뭐고 다시는 안만날까?
아! 정말 이게 모야..... ㅜ_ㅜ
울고 싶었다.
오늘은 일은 절친한 순지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 그러다가 옷 찢어지겠다.
오랫동안 빨래에 열중하던 내게 그가 한마디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옷을 헹구고 그리고 힘껏 짰다.
- 헉 헉~~
젖은 옷을 들고 내가 머뭇 거리자 그는 옷을 빼앗아 들고 나뭇
가지에 걸어놓았다.
날씨도 좋고 볕도 잘 들어서 잘 마를 것 같단다.
- 나 때문에 늦어서 어떻게해?
나는 모기소리처럼 작게 얘기한다.
- 늦은 건 아네. 아마 지금쯤 다 올라갔을거야
아마 산장에 짐을 다 풀었는지도 모르지....
- 그렇지? ....미안해......
나는 평소와 다르게 그에게 많이 순종적이 되어있다.
- ....저기.......
-.......
- ...아까 그 일.......
- ...........
- ...아무에게도....말 ...하지마....
- 풋 ...
그가 웃는다.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내가 고개를 못 들고 있자, 그는 내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얘기한
다.
- 내가 말 안하면 뭐해줄건데.....
- 어??
- 내 소원 들어줘 그럼.
- 소원 소원이나??? ㅜㅜ
소원이 뭔데?
- 내 소원은 통일.....
- ㅜㅜ
- 농담이고 앞으로 내가 하자는 거 다 하기.
- 뭐 하자고 할건데?
- 아직은 글세...
그는 묘한 웃음을 날린다..
- ......그래....... 뭐
뭐 소원이 대단할 리가 있겠나..하는 맘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
다.
바지가 대충 말라갈 무렵 우리는 출발하기 시작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배가 고프다.
애들은 맛난거 먹고 있을테지..
- 길 알어?
- 어..
- 어떻게...
- 여기 친구들하고 자주 왔었어...
- 그렇구나 넌 배 안고파?
- 고파..
- 미안해......
나는 계속 미안해를 연발했다.
왠지 이 일이 파묻히기 위해서는 그에게 잘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어느 덧 해는 기웃기웃 지려하고 그다지 늦은 시간도 아닌데 산
이라서 인지 6신데도 어둑해지려고 했다.
나는 무서워서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도 내 손을 더 꽉잡고 있었다.
얘도 무섭나? 하는 생각에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와~~ 옆 모습 죽인다. 각진 얼굴, 오똑한 코 ,깨끗한 피부..
도톰한 입술 ㅋㅋㅋ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날 돌아봤다.
난 멋적어서 피식 웃었다
그가 어이 없어 한다.
더 어두워지고 불빛이 보인다.
사람들의 말 소리도 들리고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의 냄새가 난다.
야호~~
산장에 다왔다.
#13
내가 생각한 산장과는 달리 입구에는 도시의 큰 슈퍼마켓에
비해선 많이 빈약했지만 슈퍼도 있었고 산장이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이 밀집해 있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우리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이 여럿이 놀러
왔는지 시끌 벅쩍했다.
아주 깊은 산중이라도 무서울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산장 중에 유독 멋있는 집 .......
별장 같은 집.......
영화에서나 보는 그런 집이 있었다..
저기는 과연 누가 갈까?
멋진 집을 감탄도 하기 전에 배에서는 꼬르륵 거린다.
그는 별장 같은 집 앞에 우뚝 선다.
- 여기다.
- 여기야??
- 어....
- 우와....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자 혀를 차면서 이야기 한다.
- 방금 네 입에 파리 들어갔다..
- 뭐? 우웩.....
내가 구역질을 해대자 그는 뻥이라고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 나쁜 놈 감탄도 못하게 하넹
뒤따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들 음식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리곤 나를 발견하고는 왜 이제야 오냐고 난리다.
그리고 바지를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 한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얘기하는 나...
- 웅 ...오다가 미끌어져서 옷 버렸어....^^
김 한은 멍하니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휴우 다행이다.
- 안 다쳤어?
수영이 얘기한다.
- 웅......
순지는 병환과 출처불명의 혼합탕을 만든다고 정신이 없었다.
된장 냄새도 나고 김치찌개 냄새도 나고......
근데 그 냄새가 내게는 어찌나 좋던지...
나는 젖은 옷을 널어놓고 음식 주변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만든 음식 주워먹기였다.
저녁을 다하고 잠깐 소화 시킬 겸 밖으로 나온 나..
순지가 보인다.
- 참 좋다 그지?
그래 넌 당연히 좋겠다 널 챙겨주는 병환이 있는데 행복하지..
- 어..좋아.....
ㅡㅡ
- 바지 그거 한이꺼야?
- 어.... 다른 옷 안가져 왔어...
- 크크...
순지가 요상시럽게 웃는다
- 왜 그래? 나한테 이상해?
- 아니야... 너 한이 좋아하니?
- 한이? 무슨 말이야.. 말도 안돼
- 네 얼굴에 다 써져있어.
- 아니야 쓰여져 있기는 무슨.....
- 너 방금 한이가 밖으로 나가니까 따라온 거 잖어 다 알아.
아니 어떻게 알았지?
김한이 혼자 밖으로 나가자 얼른 따라 나선 나였다.
하지만......
- 아니야..솔직히 예전엔 잘 생겨서 좋았어.미남 싫어하는 여자
어딨어? 근데 이젠 아냐. 성격이 싫어. 그 애도 나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잖아. 우린 전생에 원수였나봐.
- 전생에 원수였음 후생인 지금은 서로 사랑하겠넹..
- 뭐야?
순지는 깔깔 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김 한을 사랑한다고??
글세...아닌 것 같다 .
사랑은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를 위하고 챙겨주고 보듬어
주는데 우리는 아니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는 우혁이 있으니까....
아직도 술 하면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는 술 파티를 벌이고 있다.
기분은 좋았다
아주 은은한 조명 아래 어울리지 않는 소주들...물론 맥주도 있
었다.
안주로는 출처불명의 혼합탕 - 많이 남았음- 지포,그리고 참치,김,
땅콩 이 정도면 충분하다.
- 오늘의 만남을 영원히 기리며
병환의 말과함께 우리모두는 원샷~을 했다.
다들 소주를 마셨지만 난 맥주를 마셨다.
힘들게 등산한 후 마셔서인지 맥주 맛이 꿀 맛이었다.
아..... 안되는데..
큰일났다.
오늘도 술이 땡긴다.
손이 여러번 맥주병에게로 가고 내 입으로 가자 일행은 날 두려운
눈길로 쳐다본다.
순지가 그만 마셔라고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이미 눈은 풀린지 오래~~~사람들이 두겹 세겹으로 보인다.
방바닥이 나에게 벌렁 다가온다.
그리고 다음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아아악~~~~~~
요란한 비명소리와 함께 나는 잠에서 깼다.
내 옆에 누워있는 한 남자...김 한이었다.
김 한은 내 비명소리에 인상을 구기며 일어났다.
- 아 왜그러냐.
- 너...너...왜 여기에 누워있어?
- 너 바보냐?
- 어?
- 방이 여기 밖에 없잖아..
- 무슨 소리야.. 방 2개잖아.
- 방 하나는 술판 벌이고 있었고 조용한 방은 이 방뿐이었잖아
내가 먼저 자고 있는데 네가 다른 방 시끄럽다고 들어온 거 잖아.
어안이 벙벙한 나....
이럴리가 없는데 믿기지 않았다.
- 그래도 그렇지 ...넌..내가 술 취했으면 알아서 네가 나가야지
모냐? 같이 옆에서 자고..........
- 굴러온 돌이 박힌돌 뺀다고...
첨부터 이 방은 내가 침 발라 놓은거야..
- 너 혹시..무슨 짓 한거아냐? 나 술 취했다고 설마 나쁜 짓한
거아냐?
- 나도 눈이 있어.내가 아무리 내가 짝이 없기로서니 널...
나원참. 말하기도 싫다.
김 한은 툴툴거리며 이불을 덮고 다시 누워 버린다.
정말 기분 나쁘게시리...
남자들은 다 늑대라고 남자들이 얘기 했었는데..
김 한의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나..
밖으로 나왔다.
우충충한 내 기분과는 달리 산중의 날씨는 정말로 좋았다.
공기도 상큼하고...
김 한과 같이 있었던 오염된 공간에서의 나를
상큼히 씻어주는 듯 하다.
하산은 너무나도 빨랐다.
나는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무릎이 떨려서 내려오는 것도 힘이
들었다.
왠일이게도 김 한은 내려올때는 끝까지 함께 해주었다.
오줌 사건도 소문 안내고 이 넘 좀 의젓한걸?
게다가 김 한은 무릎이 떨린다는 나를 엎어주기 까지 했다.
물론 무겁다고 오만소리를 다 지르긴 했지만....
헤어질 무렵 김한은 내게 소리친다.
- 야 너 나 책임져
- 무슨소리야?
- 내가 너 엎었잖아...
- 네가 엎어준거잖아..
- 여하튼 너 나 책임져...
소원 중 하나야
- 말 되는 소리해라
나는 너무 힘든 관계로 그의 말을 무시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14
- 너 낼 우리 집에 와라
- 왜?
아영이 실로 오랫 만에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한다.
- 파티가 있어
- 무슨 파티?
- 딴 애들은 오고 싶어도 못 오는 파티야....
- 옷 없는데....
- 대충 입고와 내 것 빌려줄께..
- 그래.......
아영이 집에서 파티를 한다면 분명 상류 인사들이 대거 올것이다.
부잣집 아들들도.....
하지만 나는 가기가 싫다
나의 아빠가 그들에게 부벼되는 꼴 보기 싫으니까....
더욱이 아영에게.....
파티 의상이 없었던 관계로 나는 평범하게 입고 아영의 집으로 갔다.
넓은 정원에서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고 정원 한가운데는 아주 멋드러진
분수가 있었다.
그리고 TV에서나 봤음직한 유명인사들이 대거 있었다.
아영은 공주 옷을 입고 우혁과 웃어대고 잇었다.
우혁이 먼저 날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 어 오랫만이네..
- 어.....오빠
얼굴이 발그레진다.
- 어.. 둘이 말 놓기로 했어?
아영이 시샘어린 말투로 얘기한다.
- 내가 그러라고 했어.
- 그래? ....
그래 다인아 너 옷 갈아는 입어야겠다.
내 머리끝에서 발끝을 훓어보던 아영이 말했다.
- 내 방 가서 암 거나 입어
니 몸에 맞을 진 모르겠다만...
아영이 선심쓰듯 말한다.
- 그래 고마워.
나는 몸을 돌려 그들을 뒤로한 채 아영의 방으로 향했다.
출입구 옆 나무에서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 가려져 누군지는 모르지만 날 보는 듯했다.
기분 나쁘게 뭘 쳐다봐?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무섭기도 해서 재
빨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영의 옷 장에서 그나마 가장 수수한 파티 옷으로 갈아입은 나..
거울에 비친 내 모습...좀 봐줄 만하다.
어색하게 밖으로 나왔다.
조금 전 나무 옆에 있던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 이야아....몰라 보겠는데?
우혁이 내 모습보고 사뭇 놀래는 것 같았다.
다시 얼굴이 발그레진다.
아영은 이런 우혁이 못 마땅한 듯 인상을 쓰며 말한다.
- 옷이 날개라는 말이야..내 옷은 사람을 돋보이게 한다니깐....
테이블 중앙엔 화려하게 옷을 입은 아영의 부모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연신 굽신거리는 나의 아빠.....
보기가 안 좋다.
왠지 아는 체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나를 발견하고 오는 나의 아빠.....
- 어구 우리 다인이도 왔네....
- 어 아빠......
- 아영이는 볼 때 마다 넘 예쁜게 우리 다인이랑 비교도 안되네
- 별 말씀을요....
아영이 기분이 좋은 지 방실거린다.
- 다인이도 많이 예쁜 걸요
우혁이 아영을 아랑곳하지 않고 한마디한다.
뜨금 놀래는 나와 나의 아빠..
동시에 아영의 눈치를 살피는 우리..
우혁은 아무 것도 모르고 나를 계속 칭찬하고...
불안감은 느꼈을까?
나의 아빠는.....
- 아고..우혁군 그런 말 말게. 아무리 그래도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그리고 나의 눈치를 보면서 황급히 가버리는 아빠...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는 나....
아영이 헤벌레하며 웃어버린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 딸한테 호박이라니.....
오늘 밤 나의 아빠는 술에 취해 밤 새도록 내게 미안하다고 하실 거다.
항상 그랬던 것 처럼......
아영과 우혁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던 나는 이질감을 느껴서
잠시 화장실로 갔다.
피곤하다.
쉬고 싶다.
손을 씻고 멍하니 거울 속을 바라보는데 김 한의 얼굴이 보인다.
내가 왜이러지? 이 남자 생각한 것도 아닌데 환상까지 보이고...
떨쳐버리기위해 막 고개를 흔들었다.
한참 흔들고 다시 거울을 봤는데 여전히 보이는 김 한 얼굴..
정말 왜이러지? 하는데 이제는 음성까지 환청으로 들린다.
- 꼴깝떤다.
-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더 강도 있게 머리를 뒤 흔들었다.
- 비듬 다 떨어지네.
나는 내 귀를 의심하면서 뒤돌아보았다.
실제로 김 한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15
- 뭐야 너......
눈을 씻고 다시 보아도 진짜로 실제의 김 한이
우두커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 뭐긴 뭐야....
- 너 김 한 마저?
-그럼 맞지.. 내가 귀신이냐?
- 네가 여기에 어떻게......
- 어....나도 초대받고 왔어...
- 누구 초대?
- 아영이...............
아영이 김 한을 안단 말인가??
- ....근데 너 아영이 어케 알어?
- 오래전부터 아는사이..
- 그래? 어..나도 소꿉친군데 왜 몰랐지?
아영이 친구는 내가 다 아는데....
- 너랑 별로 안친한가보지.
- 그런가 보다.
사실 아영이와는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는 절대 아니다.
오랜 친구지만 그렇다고 친하다고도 말 할수 없는 사이...
그래도 아영과 김한이 아는 사이라니 정말 놀라울 일이다.
그는 뭔가 고민에 휩싸인 얼굴을 하고 계속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근데 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 알어
- 아영이 초대 받았다면 아영이 한테로 가자....
- 벌써 만나고 오는 길이야..
- 그래...그럼...나 나갈건데... 넌.....
-.................
말없이 서있는 김 한....그래서 나는 화장실을 나왔다.
내가 나감과 동시에 여자 화장실 입구에 여인네 두 명이 들어가
고 있었고 거기에 있는 김 한을 봐선지 어머낫 하며 놀랜는 소리
가 들린다.
이윽고 수군거림이 들렸다.
나는 도망치 듯 거렀고 뒤에서 들리는 김 한의 욕지꺼리가 들려
온다.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있는데 아영의 부친의 여러가지 말
이 들리고 나는 구탱이에 박혀서우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혁도 이따금씩 나와 눈을 마주치면 싱긋 웃음을 보내왔다.
기분이 좋다..
혼자 헤벌레 웃었다.
아영은 내가 있던지 말던지 전혀 무관심이었다.
- 중대한 발표가 있겠습니다.
우혁군과 제 딸 아영의 약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아영의 부친의 말에 나는 흠짓 놀래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둘이 장래를 약속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빨리 약혼식을 올릴 줄이야..
아직 나는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슬픈 내 기분과 달리 아영과 우혁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고
모든 사람들도 축하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정말이지 처참하게...몸을 가눌수 없도록 슬펐다.
내가 이토록 우혁을 좋아했단 말인가..
우혁을 좋아하기엔 그와 함께 한 시간도 적은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모르게 옷을 갈아
입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 맘을 아는지 곧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내 얼굴에는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촉촉한 것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었다.
내 기분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무작정 걸었다.
옆에 서있는 누군지 모를 인간도 이런 내 기분을 아는지 아무 말
도 없었다.
한참을 걷다가.....옆에 있던 인간도 지쳤는지 한마디 한다.
- 정말 가지가지다..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목소리였다.
- 넌 볼때마나 쌩쑈하냐.....
힘없이 고개를 돌리니 내 예상대로 김 한이 서있었다.
- 네가 상관 할 필요 없잖아 꺼져버려
- 너 말이 넘 심한거 아냐?
- 넌 더 했어.나...아무 말도 하기 싫으니까 말 시키지마..
- 내 맘이지 .
- 정말 귀찮아..
나는 크게 소릴 지르고는 김 한을 뒤로 한채 마구 달렸다.
미안한 맘도 들긴 햇지만 지금 내 기분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
를이 없었다.
#16
집에서 나는 한참이나 울었다.
울면서 다이어리를 펼쳐 내 기분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괴로울
때 일기에 적는 버릇 있음)
한참을 적고 있는데 밖에서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아버지의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얼른 눈물을 훔치며 다이어리를 서랍에 넣었고 그 때 다이어리
틈 사이로 사진 한장이 나왔다.
이 사진은.....
이 사진은 유치원적 사진이었다. 아영에게 물어본다고 하고 선 깜
빡했었다.
나는 서랍을 그대로 닫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이윽고 아버지의 술주정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고 내 방문이
열렸다.
- 우리 다린이도 우혁이와 잘 어울리는데......
- 아영이 보다도 이쁜 내 새낀데.......
아버지의 술 주정은 흐느낌에 가까을 듯 싶었다. 보다못한 엄마가
자는 애 깬다며 아버지를 끌고 나갔다.
내 눈에선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한 달 동안은 거의 은신해 있었다고나 할까?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가끔 김 한이 협박조로 소변사건끄집어 내며 이상한 요구를 해댔
지만 난 무시해버렸다.
내가 무시를 하자 그도 기분이 지쳤는지 더 이상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우혁은..학교에서도 거의 볼 일이 없었지만 내가 피해 다녔기에
그가 일부러 나를 찾지 않는 이상 만날 일도 없었다.
정말 김 한 말이 맞는 거 같다.
혼자 쌩쑈한다는 느낌.....혼자 좋아하고.. 혼자 헤어지고....
혼자 있는 동안 나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MBD추천 도서라는 도서는 모조리 읽었다.
어떻게 읽었는지 내용도 이게 그건지 그게 이건지 헷 갈릴 정도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항상 첨보는 책인냥 새로웠다.
그래로 내 사전에 읽던 책 또 읽기는 없었다.
오늘도 책을 사기 위해 제일 문고에 가는 중이었다.
시내라서인지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힘 없던 나는 이리저리 치
이고 있는 중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씨" 하고 성질 부릴 나이지만 오랫만에 나온 시내
는 너무나도 어색하다.
그리고 여름도 아닌데 벌써 여름 패션이며 내가 입은 옷하고는...
내가 너무나도 동떨어져 보였다.
크게 위축감을 안고 가는데 어떤 여자애랑 부딪혔다.
신경질이 나기에 앞서 그녀에게서 나는 상큼한 향수 냄새에 취해
있었다.
항상 그랬던 것 처럼 부딪힘을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입구로 들어가
는데 뒤에서 십원짜리 욕이 들린다. -.-
모른 척 하기에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쳐다본다.
이쯤되면 나두 참을 수없이 욕 해주고 가야지 하는데...
그 여자 옆에는 깡패처럼 생긴 무서운 남자다 서있었다.
움찔 놀래며...... ㅡㅡ;;
- 넌 눈깔도 없냐?
라고 하고 싶었지만
- 미안해요 눈이나빠서 ......
나는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며 눈이 나쁜 티를 내고 있었다.
- 눈 나쁘면 안경을 끼고 다니던가......아씨이...
그 여자는 어디서 봤다고 반말이다.
내가 운 나쁘게 잘 못 걸려든 거 같은 느낌이다.
용기를 냈다.
- 미안하다 그랬자나........요
- 아 정말 재수 옴 붙었다....
하면서 그여자는 욕을 해댄다. 옆에 있던 남자는 말없이 인상만
잔뜩 구기고 있었다.
이대로 무시하고 가자니 그 여자는 쫓아와서 뭐라고 할 태세였다.
이 일을 어쩐댜......
진퇴양난이다.
이 여자는 사람들이 몰려서 구경하는데도 부끄럽지도 않다는 말
인가?
정말이게도 사람들이 우리를 빙 둘러싸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한 참 뒤에 무여든 군중 사이로 멀대 같이 키큰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앙증 맞게 오빠~~ 하면서 그에게로 안겼다.
그 틈을 타서 몰래 빠져나가려든 나는 거기서! 란 외마디에 발을
꿈쩍 할 수가 없었다.
더 큰일 난것 같았다.
- 야 오랫만이야......
더 큰 일 보다 더 큰일 이다. ㅡ_ㅡ''
그가 먼저 아는 체를 한다.
- 어...너니?
그렇다. 김 한이었다.
나의 이런 처참한 광경도 김 한에게 들켜버리고 난 정말 되는 게
없는 아이다.
- 오빠가 아는 애야?
김 한에게 촐싹 달라 붙은 그 여자가 믿기기 어렵다는 듯 말한
다.
- 애라니 니 학교 선배다.
- 뭐라구? 난 기억이 없는데 선배라구? 그면 무지 조용했나보네
내 눈에 안보인거 보면.........
싸가지 이 여자는 김 한에게 붙어 쌜쭉거리며 말했다.
김 한 앞에서 더 비굴해질 수는 없다.
내 자존심 버린 거 오래지만....그래도 지금 이 순간만은
이 여자를 뭉게고 싶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 너 열 아홉이야?
- 그래 ..
그녀는 내가 자기학교 선배래도 반말이다.
- 너 처럼 싸가지 없는 애는 우리학교에 없었어..어디서 전학왔나보네
- 뭐 싸가지없는애? ......오빠아~~
그녀는 김 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모른체 하는 김 한......
- 야! 김 한 ....넌 알아도 뭐 이런 애랑 어울리냐.....부끄럽게
시리.. 나 한테 아는 체 하지마...
이말 한마디를 남기고 나는 승리의 여전사처럼 문고 안으로 들어
갔다.
혹시나 싶어서 슬쩍 보니 구경꾼들은 다 흩어지고 그 후배란 애는
김 한에게 매달려 찔찔짜고 있었다.
- 저런 애 만난다고 내게 연락도 안한 모양이군....... 끼리끼리
라더니..
그래도 내 맘 한 구석에서 섭섭한 기분이 드는군요...
#17
병환과의 바쁜 데이트로 만날 일이 거의 없었던 나는 오랫만에
순지를 만나서 던킨도너츠에서 맛나는 빵이랑 맛나는 커피쿨라타를
마쉬고 있었다.
- 김 한 그애 고등학생 사귀니?
- 어....아마도....한이 쫒아다니는 애들이 많아
사실 많이 여자들 만나고 다녀서 누구 사귀는지도 몰겟다.
- 바람둥이 자식.....그 고등학생 여자애 울 학교 후배래
난 기억이 안나는데...
- 아 그애? 나도 그여자애 첨봐...근데 그여자애는 나 알더라...
일부러 안다고 하는 건지..근데 너 한이랑 깨진거니?
- 깨지다니 ...그 애랑 뭐 사귀기라도 했나 내가.....
- 뭐,,,그래 보였는데...아영인 약혼했다며?
- 어.....
- 아영이 집안이 어렵니?
- 아니 왜?
- 아영이 상대 남하고 정략결혼한다고 우리 동창 사이엔 소문 파
다하잖아.
- 그래? 뭐 그래도 정략이면 어때? 잘생기고 미래가 보장된 남자
하고 한다는데...
나는 우혁을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아영이 원래 누구 좋아하는 사람있었대 어릴 적 부터 좋아하던
사람... 그 사람이랑 헤어지게 되서 맨날 운다고 하더라.....
- 금시초문이야...아영이랑 우혁오빠랑 얼마나 잘지내는데...
사실 요즘 아영의 얼굴은 좀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아영이 좋아하던 남자들은 내가 다 알았었고 내가
모르는 남잔 없었다.
잘못된 소문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아영인 그런 일로 울 아이도 아니다.
- 잘못된 소문일거야...너도 아영이 성격 알잖아. 그 애가 한사
람을 오래 좋아할 리 없다는거....
- 그건 그래. 학교 때도 그 애 얼마나 많은 애들을 사겼었니? 차
고 또 차고....
우리는 헛소문이라고 단정지었다.
왜 그런 소문이 나돌게 되었는지 의아하면서도 말이다.
- 우리 오랫 만에 만났는데 알콜 한잔해야지?
술? 술이라면 여전히 끔찍이라는 노이로제가 있다. 하지만...
요즘 같아서는 정말이지 술에 쩔고 지내고 싶다는 맘이다.
- 그러지뭐^^
순지와 나는 한참을 걸어서 호프골목이 즐비한 곳 중에 하나인
"술독"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술독에 빠지란 말인가?
이른 시간이라선 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맥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은정과 수영이 왔다.
우연한 만남이 아닌 예정된 만남인 것 같았다.
서로 인사를 하고 은정과 수영이 쩍 달라붙어 앉는데 둘이 사귀는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을 수영은 불편해 하는 것 같았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
려 내 시선을 피하는 것 같았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한참 뒤 순지의 남자친구 병환이 왔고, 순지의 기뻐하는 모습은
가관이었다.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쌍쌍인데 나만 홀로다.
순간 슬픔이 날 덮쳤다.
내 옆에 우혁이 있다면 정말이지 모두가 날 부러워 할텐데...
잠시후 시끄러운 여자 애의 목소리가 들리고 한참 뒤에 왜 오지
않나 싶을 그가 왔다.
그 옆에는 팔짱을 끼고 거의 매달리다 시피 붙어있는 싸가지 여
자애가 있었다.
그 여자애는 날 보더니 입을 삐죽거리고 눈을 치켜뜬다..
보나마나 달갑지 않은 얼굴인 날 봤으니 그럴테지..... -_-;;;
김 한은 날 보고도 아는 체 안한다.
그래서 나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오는 정이 있어야 가는 정이있다는 우리 옛말도 있지 않은가...
하여튼간 오늘은 술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싸가지 그녀는 여고생인데도 불구하고 성숙한 외모로 아무도 민증
을 보여달라는 이가 없었다.
난 속으로 혀를 찼다.
어디 고등학생이 술을 마셔?
술 마시러온 애나 그렇다고 데리고 온 애나...
입을 쑥 내밀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나...
- 언니는 술 왜 안마셔요? 술 잘먹게 생겨서...내숭떠나보네
요즘은 언니 같은 내숭 스타일 아무도 안좋아해요
순간 황당...@@
내가 먹든 말든 자기가 무슨 상관인지 그리고 나같은 스타일
좋아하든지 말든지 자기가 무슨 상관이람..
정말 기분이 확 나빠서 앞에 있던 술을 확 내던지고 싶었다.
- 내숭을 떨 이유가 있니? 그러는 넌 술 너무 잘 아니 마시는데
네가 모르나본데 술 많이 마시는 스타일 안좋아해 무지...
유치하게 싸가지와 나는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린 애랑 이런 전도 치뤄야하고..
내 팔자여다.
- 내가 술 많이 마셔서 인기가 있나뭐? 언니가 모르나본데 나
인기가 무지 많아요.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보면 몰라요? 내가
누구랑 있는지?
싸가지는 옆에 있는 김 한을 가리킨다.
어처구니 없다.
- 얘.. 한잔하자...
보다못한 순지가 맥주를 따라주고 우리는 짠한다.
함숨에 들이켰다.
신경전을 벌여서 그런지 술이 목안에 쩍 달라붙는다.
불길하다.
#18
싸가지 그 여자 애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시종일관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다.
김한을 비롯해서 모든 남자 애들 심지어는 은정,순지까지도
배를 움켜 잡았다.
깜찍 상큼 발랄 하다고 할까?
나랑 정반대 성격을 가진 그녀......
그럴수록 내 눈에는 끔찍하고 푼수떼기 같았다.
저 애의 말이 뭐가 웃긴지...내가 차원이 높은 건지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모두들 웃을 때 인상을 쓰고 있는 나는 손이 술잔으로 갈뿐이었다.
이대로 있음 내가 분위기 망칠 거 같았다.
그리고 모두 짝지어 앉아 있는데 나만 홀로 처량하다.
그리고 더 슬픈 건 김 한은 내게 눈길 한 번 안준다는 거다.
눈길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간 섭섭치 않다.
그래도 저 싸가지 여자애 얼굴도 예쁘고 발랄하다.
잘난척하고 못된 점만 빼고는 다 봐줄 만하다.
에고 난 가야겠다.
- 저기 나 갈께...
- 왜 그래 다인아....재미없니?
- 아니야 순지야.... 나 싫은 낼 까지 제출해야 될 레포트있어
깜빡했어.
- 그럼..언니 가야겠넹...잘가요 언니..
가려고 했지만 내가 간다는 소리에 얼씨구나하며 보내는 싸가지
그녀...
갑자기 눌러앉고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의자에서 일어나 있었고
주섬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수영이 날 배웅해줄 듯 일어나려고 하는 모습이 포착이 되었으나
은정이 손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잉...무서운데.. ㅜ.ㅜ
그래도 벌써 시간이 0시를 넘었다.
나는 11시 59분까지도 무섭지 않은데 0시만 넘으면 무서워지는 버
릇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야한다.
순지가 날 배웅해주려는 듯 일어서려고 한다.
- 아냐..나 혼자 갈께. 요 앞에서 택시 타면 돼. 택시 많잖아
- 그래도..너 술 좀 된 것 같은데....
- 아니 괜찮아...나 말짱해...그 새 술이 늘었나봐... 나 간다.
하며 도망치듯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도 없는데 택시도 잘 안보이고 오는 택시마다 족족 다른 사람
들이 가로챈다.
나쁜 것들....내가 먼저 서있었는데...
혼자 궁시렁거린다고 택시는 서지 않았다.
비는 점점 더 많이 오고 어느새 물이 머리에서 뚝 떨어진다.
비는 얼굴로 내려와 다 덮고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따뜻한 감촉이
입술에 느껴진다.
비에 젖은 추한 모습에서였을까 택시도 마다한다.
나보고 어떻게 가라고.....
집에 못가서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닌가 싶다 ㅡㅡ
한참을 그렇게 서있는데..술독 입구에서 순지 일행이 나오는 기척
이 느껴진다.
누군가 "다인아" 하고 소리친 듯하다.
그때 한 승용차가 섰고 나는 도망치듯 그 차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차는 출발했고 백미러로 어안이 벙벙해 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
다.
핸드폰이 계속 삐리리~~하고 있고 나는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
다.
- 모르는 사람 차를 잘 타나보죠?
그제서야 나는 상황을 판단하고 화들짝 놀랬다.
나는 자정이 지난 시간 그것도 비오는 날에 홀로 모르는 남자의
차를 탄 것이다.
내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그는 안심하라고 한다.
- 나 나쁜 사람아니예요. 아까부터 봤는데 계속 비오는 데 가만
히 서서 비만 맞고 울고 있길래 너무 슬퍼보여서...나처럼 슬픈
사람 또 있나해서요.
이런 내용 뻔하다.
- 저기 죄송해요. 저 여기에 내려주세요.
- 이 시간에 비도 오는데 집이 어디예요. 태워줄께요.
- 아니예요. 저 그냥 세워주세요.
찰칵 !!
내가 차문을 열고 나가지 못하게 아예 잠궈버리는 그다.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다.
나는 뛰는 가슴으로 말도 못하고 눈만 크게 떠진 상태로 그를
바라봤다.
- 집이 어디예요? 정말 잘 모셔다 줄께요..
그래도 그 얼굴을 보자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얼굴도 해 맑고 눈도 사슴 눈 같았다.
나는 사슴같은 눈동자에 아주 약하다.
- 대명동요....
- 대명동요? 어..나도 거기 사는데.....
그는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동네 이야기를 계속 한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뭐 잘 생겼다.
앉아 있어서 잘은 모르나 키는 커보이고 차도 좋아 보이고 있는
집 자손 같았다.
그리고 해맑은 얼굴 보니 성격도 좋아보이고 알고 보니 내가 사는
동네 어귀에 있는 원룸에 기거하고 있단다.
어느정도 안심하고 있을 무렵.......우리집 근처에 다다랐다.
- 나는 은지민이야.20살.
- 어..나는 유다린이고 나이는 같아..
태워줘서 고마워....
- 그래..다음에 보면 태워 준 값으로 맛있는거 쏴라. 알았지?
- ..그래...
차에서 내리니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지민이 가는 뒷모습을 보며 힘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19
밖에서 "빵빵" 울리는 자동차 소음에 겨우 일어난 나였다.
도대체 누구야?
나는 부시시한 얼굴로 커텐을 치고 창문을 열어보았다.
그 곳에서 어떤 낯익은 핸섬보이가 서서 날 보며 웃고 있었다.
누구지? 누군데 날보고 웃는거야?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는 소리친다.
- 나야.지민이...
아..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난다.
어제 집까지 데려다준 아주 친절한 아이....
- 어..그래..근데 무슨 일이야?
- 어...어제 네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잖아... 빨리 준비해
기다릴께.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말도 없이
막무가내로 오다니 나로선 참 황당한 일이었다.
벙진 표정으로 가만히 창가에 서있는 날 보며 지민이 한마디한다.
- 잠 옷 이쁘다.크크크
그제서야 나는 사태를 파악했다.
나는 곰돌이가 그려진 아주 유아틱한 잠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귀신 같이 풀어헤친 영락없는 괴물 모습이었다.
에그머니나....외마디 외치며 나는 급하게 창 아래로 모습을
숨겼다.
더 가관인 것은 거울에 비친 눈가에 낀 눈꼽...
정말 울고 싶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 설마 이 눈꼽은 작아서
못봤을거야였다.
씻고 초 스피드로 준비한 나....
지민의 차안이다.
차안에는 차태현의 요즘 인기곡 "Again to me"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왜 너를 사랑했던걸까?
왜 내맘을 모두 너에게주었나
왜 내겐 이별이 끝이 아닌걸까
뜨겁게 사랑했던 우리
돌아서서 남이 되어야만하나
다시 돌릴순없나 사랑해~~~~
잊져버려 널원망해도
미워하려 다짐해봐도~
달라질것도 없이 이런 네게 사랑일 뿐이야
행복했던 시간들이 추억이 아닌 비수되어
내가슴을 찔러도 될수 없이 쓰린 가슴만 부여잡지
왜 너를 사랑했던걸까?
왜 내맘을 모두 너에게주었나
왜 내겐 이별이 끝이 아닌걸까
뜨겁게 사랑했던 우리
돌아서서 남이 되어야만하나
다시 돌릴순없나 사랑해~~~~
다정했던 너의눈빛을 사랑이라 믿었던거야
단한번도 우리의 이별을 생각 하지 못했어
멀어져 가는 우리에 희미해지는 기억속에
너의미소는 조금도 화네지 않고
나를 더 힘들 게해
왜 너를 사랑했던걸까?
왜 내맘을 모두 너에게주었나
왜 내겐 이별이 끝이 아닌걸까
뜨겁게 사랑했던 우리
돌아서서 남이 되어야만하나
다시 돌릴순없나 사랑해~~~~
다시 내게로와줘사랑해~~~!!!!
♬
내용에 비해서 신나는노래다.
지민은 음악에 맞쳐서 몸을 까딱 그리고 있었다.
신나기도 하겠다.
- 지민..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갑자기
오는게 어딨어?
- 전화하고 싶었지만 전화번호 알려주지 않았잖아.
-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 미안해..대신 오늘 내가 잘해줄께. 물론 네가 맛나는거 사준 뒤에..
잘해준다고? 어떤게 잘해주는 건데..
그래 제발 잘해줘.
내 맘의 슬픔을 싹 가시게..
- 뭐 사줄까?
잠시후 도착한 곳은 " 돈아 돼지먹자"라는 삽겹살 전문집
이었다.
- 나 이런데 무지 오고 싶었거든..
- 이런데 첨이야?
- 그건 아닌데....그녀는 이런데 싫어하거든.....
잠시 우울한 표정으로 지민은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이내 기분을 회복하고는 소주와 고기를 시킨다.
- 나는 낮에 술 먹는 사람들이 무지 부러웠어.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고..
- 낮에 술먹는게 무슨 다른 느낌이 들겠냐. 술맛이 다 술맛이지
내가 분위기 깬다.
역시 나는 무드가 없다.
지민의 표정이 약간 뚱하다.
- 그래..뭐 나도 낮술 처음이야. 근데 갠적으로
소주 잘 못마시는데....
- 나도 소주는 잘 못 마신다. 근데 오늘은 소주 마시고 싶어.
- 너 차도 가지고 왔잖아...
- 상관 없다.
우리는 나부터 지글거리는 삽겹살과 소주를 정답게 나눠 마시고
있었다.
그곳에는 우리를 제외하고 5.60대 할아버지 두 이 알수없는 이야기
로 열변을 털어놓고 있었다.
벌써 테이블 위에는 빈소주병이 여러게....
하지만 이 모습이 어찌나 보기가 좋던지..기분이 뿌듯하다.
- 빈 속에 마시는 소주라선지 빨리 취한다.
나 술 취하면 안되는데...
- 걱정하지마 내가 잘 모셔다줄께.
- 아니야 감당이 불감당이야.
그래도 소주는 목안으로 잘 넘어온다.
깔깔깔.....
자지러지는 여자애의 웃음소리..
괜히 기분이 나쁘다.
내가 맛있는 소주랑 고기 먹고 있는데 누가 저리도 시끄럽게
웃어?
에잇!!
#20
- 어머..언니 대낮부터 이게 뭐야?
두,세겹으로 보이는 어떤 여자와 어떤 남자가 서서 날 보고
아는 체한다.
- 누세요? 누군데 날 언니라고 해요? 지민아 누군지 알어?
그리고는....
꽈당~~
기억소실...
나는 누군가에게 엎어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여자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고 어느 순간에 조용하다.
술 취한 상태에서도 술 취함 느낄 수있었다.
왜 난 항상 이모양이지?
하지만 이 등은 많이 푸근하다.
계속 이대로 엎혀 있고 싶다.
벌써 밤이다.
껌껌하다.
별이 보인다.
너무 푸근해서 잠이 든 모양이다.
"아함" 하고 한숨을 쉬고 눈을 떴다.
밑에서 올려다 보이는 그..어 에라다.
짝콧구멍...푸하핫..
- 잘 잤냐?
- 어 내가 어떻게 너랑 있어?
-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떻하냐?
네가 나랑 안떨어지려고 했잖아..
- 내가? 내가 왜?
- 그걸 네가 알지 내가 아냐?
- 그렇지만 믿기지가 않아..지민은 어딨어?
- 지민? 그 곱상하게 여자처럼 생긴 애가 지민이냐?
- 그게 뭐가 여자 같냐? 그런 걸 보고 핸섬가이라는거야.
- 핸섬은 무슨...근데 너 언제까지 누워있을래? 나 다리아프다.
- 어머낫!
무딘 나는 계속 김 한의 다리에 다리베게를 하고 올려다보고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 누가 다리베게 하래? 근데 지민은?
- 뭐 집에 갔겠지뭐 알게모냐?그럼 니 술도 다 깬 것 같고 나
간다.
김 한은 한참을 내게 다리 베게를 해줘선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리를 움켜잡는다.
- 니 돌로 인해 내 다리 마비된것 같다.
그러더니 절룩 거리며 가려고 한다.
- 김 한. 이왕이면 울 집까지 바래다줘. 얼굴이 묵인거 알지만
그래도 무서워.
- 그래 네가 주제를 알아서 내가 오늘만 선심쓴다.
그래 네 성격 어디가냐..ㅡㅡ;;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어떻게 해서 김한과 같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왠지 보호받는다는 느낌...
앞 만보고 걸어가는 김한의 옆 모습을 훔쳐봤다.
잘 생겼다.
성격만 고치면 김한도 참 멋진 남자인데...
내가 자기 얼굴 훔쳐보는 거 알았을까 자꾸 헛기침 해댄다.
무뚝뚝하기도 하여라.
근데 어디라고 말하지 않아도 우리집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 김한.
- 너 우리집 모르잖아. 근데 잘 가네.
- 어?..어....그냥 발길닿는 대로 걷는건데. 맞는모양이지.
- 그래도..너 혹시?
- 혹시 뭐?
김 한이 훔짓 놀랜다.
- 울집 순지한테 물어본거 아니지?
- 내가 쓸데없는거 왜 물어보냐?
- 쓸데없는 거?
쓸데없다 쓸데없다.
나도 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무지 섭섭하다.
- 야 김 한! 넌 너무싸가지 없어. 너도 니 인물 믿고 잘난척하나본데
너도 네 외모 너무 믿지마. 니 외모도 하나는 에라야..
이 짝 콧구멍쟁이야...
때 마침 우리집 근처에 다다랐고 나는 짝콧구멍쟁이야를 외치고
열려있는 대문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유다인 승리!
내 방으로 들어와 컴컴한 방에서 창밖을 훔쳐봤다.
아무도 없다.
뭐야?
참 빨리도 갔네........
카페 게시글
소설연애
☆.*.자작
싸.가.지.는 아.름 다.웠.다.##1~##20
블루맛ⓝ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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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04 21:0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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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퍼갑니댜앙;;
네엣!!ㅋ
저도 퍼갈게요 ,,,
네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