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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자고 있는데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눈을 뜨고 시계부터 보는 나였다.
새벽 2시...
핸드폰에 알수 없는 번호가 떠있었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이 시간에 전화하면...중요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
- 네....
- 다인이????
어디서 많이 들어봄 직한 음성이다.
- 누구세요?
- 나야 우혁이.....
우혁오빠?
- 오빠가 이시간에 왠일이예요?
- 나 혼자있는데 너무나도 외롭네...나 좀 데리러 와줘...
우혁의 목소리는 술에 취한 듯 반쯤 꼬여있었다.
- 오빠 어딨는데요?......네에.....그럴게요....
나도 미쳤지...이 시간에 술취한 남자에게로 간다니...
내 몸은 나갈 채비를 하면서도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스스로 미친....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깰세라 몰래 발걸음을 죽이고 신발을 신고
현관물을 열었다.
밖은 온통 시커멓다.
무섭다.
나는 대문 밖으로 나가서 냅따 도로까지 달렸다.
택시를 잡아타고 헐떡이는 숨을 가다듬고 그에게로 갔다.
(바)
우혁은 아예 엎드려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리도 술을 많이 마시게 한걸까?
손님은 우혁 뿐이었다.
내가 그곳으로 가니 그곳 바...직원(?)들은 다행이라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close2:00 이라는게 보인다.
지금 시간은 2시30분이니......
- 오빠 일어나요...나 왔어.....요...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본다..
- 어..다인이 왔네......
하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어버린다.
어디선 힘이 생겼는데 우혁을 엎다시피하여 그를 부축하여
바를 나오고 있었다.
어디로가지?
집도 모르는데....
아영에게 전화를 할까...
- 오빠 아영에게 전화할께요..
- 안돼...... 하지마....나 호텔로 데려다줘......
물어도 대답없던 그가 아영에게 전화를 한다니 잘도 말한다.
호텔 어디로 데려가야 한단 말인가..고개를 돌여 주위를 둘러보니
한 호텔이 보인다.
비너스 호텔,...
땀이 한바가지 흐른다.
호텔 첨이다..
중 고딩때 수학여행때 가본 호텔 뿐이다.
거기 호텔이래봐야 ...뭐....
- 저기여......방.......요..
목소리가 아주 작다.....
예쁜 작원언니는 잘 안들린다는 듯 다시 묻는다.
- 뭐라구요?
아..정말 호텔에 방달라고 오지 왜오냐구....
- 방!!!!!!!!!!!!!요..
내 목소리가 좀 컸나...
그 예쁜 언니도 꿈쩍 놀래더니 인상을 쓴다.
그러면서 젊은 여자가 남자랑 호텔이나 드나들고 이런 표정으로
나를 보는게 아닌가....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 1003호로 가세요.....
하면서 열쇠를 건네준다.
나는 낚아채듯이 열쇠를 받아들고 낑낑거리며 그를 부축하여
엘리베이터를 탔다.
우혁은 아직도 비몽사몽이다..
엘리베이터안 거울에 우혁의 얼굴이 보인다.
술에 취한 얼굴도 정말이지 잘생겼다.
엘리베이터문이 열리고 한쌍의 중년남녀가 들어온다.
그들은 타자마자 딴 곳을 보며 흠흠 거린다
뭐가 켕기나
보아하니 둘은 부부는 아닌것 같소..
내가 자꾸 그들을 보자...그들은 허겁지겁 문이 열리자 마자 내린다.
에구...요지경 세상이야....
10층에서 문이 열렸다...
우혁을 부축하고 방를 찾기란......
혼자만의 생각인가....방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내가 왜이러지?
1003호를 찾고 문을 열고 그를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그리고 기진맥진 방바닥에 철퍽 주저앉았다.
시간은 벌써 3시 40분....
이대로 두고 집으로 갈까.....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바라다 보았다..
아주 편안한 얼굴로 누워있다.
양말을 벗기고 그의 머리를 들어 베게를 해주었다.
머리에서 우혁만의 향기가 난다.
그런데 갑자기 우혁이 나를 잡아당겼다
나는 어정쩡한 모습으로 우혁의 몸에 내몸이 닿아버렸다.
그리고 입술과 입술도.....
가슴이콩딱거린다.
다행히 그는 술 취해서 모르는가 보다....
20년 넘게 지켜온 내 입술을 이렇게 ......
나는 첫 키스를 무지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
조심스레 그의 팔을 빼고 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입술에 대인 감촉 왠지 넘 좋다.
그래서 사람들은 키스나 뽀뽀를 좋아하나보다......
콩딱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그렇게 앉아서 우혁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잠들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22
눈을 떠보니 열린 커텐으로 햇볕이 들어와 눈이부셨다.
여기가 어디지?
아 맞다.....
나도 미쳤지..
집에서 내가 없어진 걸 알면 ....
나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 아이쿠 엉덩이야...
엉덩이를 만지며 앉아있는데....근데 우혁이 없었다.
어......
그리고 침대에 우혁이 아닌 내가 누워있다니....
방안 여기저기 욕실까지 둘러봤으나 우혁이 이곳에 왔다는
흔적이 없었다.
내가 꿈을 꾼건가?
나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호텔 밖으로 나왔다.
이윽고 다시 울리는 핸드폰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여보세요
- 어..다인아....
우혁이었다.
- 어제 나때문에 고생했지? 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나왔어
고맙다...다음에 식사라도 아영과 같이 하자...
하며 서둘러 핸드폰을 끊는 우혁이었다.
마치 도망가듯.....
혹시 우연한 뽀뽀때문에 그러나....
별 일도 아닌데 왜그러지?
여하튼 요상한 기분으로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니 도끼눈을 뜨고 날 째려보는 우리부모님....
- 아이..왜그래?
대답없이 째려보신다.
- 아침 운동 갔다 온거야....
여전히 째려본다.
어떻게 부모님 두분이서 호흡도 잘 맞으셔...
- 아침 운동갔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 만나서 같이 얘기하다가
밥 먹고 왔어......
그래...운동도 안하던 내가 왠 운동이냐구....이제 부터하려구..
옷은 운동복이 없으니까 사줘.......
하면서 도망치듯 내방으로 들어왔다.
여하튼 거짓말도 잘해요.
안심하고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거린다.
아...배고프다..
엄마아빠는 밖에 안나가나?
문을 빼꼼히 열고 거실을 내다보니 두분이서 오붓하게
과일을 먹고 있었다.
ㅜㅜ 나보고는 먹으라는 말도 없이..
나 과일 많이 좋아하는데....
꼬르륵 꼬르 꼬르......
이상한 소리마저 들린다.
그동안 꿈쳐논 과자도 다먹고 봉지만 있다.
아..배고파라.......
집도 가까운데 지민 집가서 빈대칠까?
그래도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데...
에라 모르겠다.
- 엄마 아빠 나 잠깐 나갔다올께요..
또 나가냐는 듯 바라보는 두 부모님의 시선을 물리치고
지민에게로 향했다
#23
지민의 집을 찾기란 쉬웠다.
밑에 우편함을 다 뒤지고 지민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어찌나 기쁘던지.....
전화를 하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면 그 애도 놀라겠지?
제발 집에만 있어라..
나 돈도 없다.
어제 바에 술값,호텔비 다 내서 돈이 없다....
504호.....
딩동~~~~~~~~
- 누구?
다행이다.
지민이 있다.
내가 대답 안하고 있자 그는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더니
문 열어줄 생각을 안한다.
딩동.....
- 야아...나야 다인이...
찰칵~~~
눈이 휘둥그레지는 지민.....
- 어..어떻게......
- 지민......나 밥 좀줘.....배무지 고파...
나는 대뜸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다.
- 그래........
어리둥절해하며 요리를 하는 지민...
귀엽다.
동갑이지만 내 동생같다.
- 지민아 너 내동생해라.....
- 뭐야?
밥 안준다.
- 아니얌....쿡....근데 너 혼자 사는 거 맞어?
- 어
- 남자 혼자 사는 집치고 무지 깨끗해. 홀아비 냄새도 안나고...
지민은 대답 대신 맑게 웃는다.
- 참 어제 어떻게 된거야...내가 왜 술 취해서 김 한.
그 싸가지한테 업혀 있냐구
- 기억 안나?
-웅....
- 네가 술취해서 바닥으로 꽥 엎어졌잖아.
내가 널 엎고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니까 그 인간이
날 밀치더니 널 업는거야...내거 누구냐고 그러니까
알꺼없으니 꺼지라네... 그 놈 힘도 세고 성깔도 뭐 같더라니.
뭐 아는 사람 같고해서 잘못되진 않겠다 싶어 뇌뒀지뭐.
근데 그 사람 너 좋아하는지 몹시 챙기더라. 같이 온 이쁜 여자는
옆에서 난리도 아니었구
널 업고 하니까 옆에서 울부짖고.....그래도 그 인간 거들떠도
안보대? 너희들이 가고 그 여자는 계속 울다가 어쩌다가 나랑
그 여자랑 술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뭐...
- 그랬구나...그 인간 말로는 내가 지한테 꽉 붙어 있었다는 거야...
나참 웃겨.....그래 놓고선 얼마나 .....유센지...
그리고 그 놈 나 안 좋아해 어찌나 나 괴롭히는지..말도마...
내가 고개를 설레 흔들자.. 지민은 다안다는 듯 웃는다.
- 근데 그 여자애 정말 괜찮더라....한 남자만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어릴적 부터 그 놈을 좋아 했다나봐.. 근데 그 놈은 한 번도 자길
봐주지 않는다는거야. 일편단심 민들레 마치 날보는것 같더라..
지민은 눈을 감고 싸가지애를 생각하는지 환상에 젖어 있다.
내가 싫어하는 싸가지 그 여자를 너무 나도 좋게 본 모양이다.
남자들은 하나 같이 외모만 본다니깐...
나는 정말이지 그 싸가지 여자애 얘긴 듣고 싶지 않았지만
밥을 얻어먹는 처지라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지민이 해준 요리를 다먹고)
- 지민아 니 요리는 캡이었어..
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그는 무지 기뻐한다..
- 원래 내가 요리사가 꿈이야.
- 그래 넌 유명한 요리사가 될거야....밥 잘 먹고 간다..
- 담에도 배고프면 와라 ....
- 오야오야.....
지민을 만나게 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민에게서는
남자가 아닌 푸근한 여자친구의 느낌이다
결코 지민이 여성스럽게 생기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배불리 먹고 나니 한 잠이 쏟아진다..
빨리 가서 자야겠다.
#24
소설을 쓰다보니 등장인물들을 잘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언제 부터 넣으려고 했던 초반에 푸르메란 사람...결국
엑스트라로 끝날 것 같네욤....^^
아고....언제 완결 나서 ......열심히 쓸께욤..
2003.7월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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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말 시험을 치르고 드디어 방학을 했다.
아영은 우혁과 약혼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왠 약혼 여행...
돈 많은 사람들의 특권아닌가...
유럽으로 간다고 한다...
약혼 여행을 유럽으로 간다면 신혼여행은 우주로 간단 말인가
ㅡㅡ
우혁은 비너스 호텔 이후로 날 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별일도 없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갈 뿐이다.
아영의 어두운 그림자는 여전하다.
- 아영아 잘 갔다와
미우나 고우나 친구다보다는
나는 그저 몇일 동안이라도 그녀가 한국에 없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 그래....
우혁과 아영이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뜨자 난 쾌재를 불렀다.
집으로 가기위해 뒤돌아 가는데 공항 모퉁이에 어떤 남자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참 별일이다
숨으면 잘 숨을 것이지.
왜 티나게 숨느냐고...
평소 같으면 모른 척 지나갈 나이지만.. 오늘은 왠지.. 누군지
알아보고 싶다.
내가 그곳으로 가자 그 사람도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점점 그에게 가까워지고....그의 모습을 다 보려고 하는 순간..
- 다인아!!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 어...순지야.....
여기 왠일이야?
- 나 여기서 아르바이트해... 공항 내 안내도우미^^..
- 앙...그렇구낭.....나는 아영이 배웅.....
- 그 애 약혼 여행간다더니..그날이 오늘이구나?
누군 알바하고 참 팔자 좋다....
순지랑 이야기를 하는 도중 모퉁이를 돌아다 봤으니 그 사람이 없다.
이순간을 틈타 냅따 도망친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지?
왠지 나도 아는 인물인 것 같았다.
- 밤에 애들 모일 건데 나와라....
- 가는 것 괜찮지만 싸가지 걔도 나온다 아냐?
- 아윤이? 웅....아마도 .......
내가 입을 삐죽거리자 순지가 나무랜다.
-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네가 그러는건 존심이
허락치 않는일이야.
- 글세.. 그럴 가치가 있나뭐...여하튼 함보고 가든지 할꼐...
- 그랴야......
(술독- 호프)
솔직히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 맘 속은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열심히 꾸미고 나온 나이다.
앏은 체크무늬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를 했다.
진주 목걸이는 인터넷 쇼핑에서 건진 아주 예쁜 목걸이다.
김 한을 빼곤 모두들 와있었다.
그새 은정과 수영은 사이가 많이 진전되어 있었다.
손에 커플링도 하고 있었다.
내 손은....내 손은....아무 것도 없다.
부럽다. 커플링이...
문 입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뻔하다.
김 한이 등장하고 있었고 똘마니처럼 따르는 싸가지..그 녀..
싸가지 그녀는 내가 와있음에 몹시도 못마땅한지 째려본다.
아니 나이도 어린 것이......
눈알을 확 뽑을까보다...
내 마음과는 달리 나는 천사 같은 미소로 그녀보고 웃고 있었다.
- 어..왔넹...
내 반응에 적응 못하는 아윤..
그러나 이내....
- 쟤 왜 저래? 재수없어.....
하는 표정이다.
아윤은 오늘도 김 한 옆에 꽉 붙어 있다.
고3이 공부는 안하고 맨날 대학생 따라 다니고..
여기 종업원은 민증 검사도 안하나??
민증??
오라 좋은 생각이 났다.
나는 나쁜 생각이 떠올랐고 이를 실행 시키기 위해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섰다.
두리번 두리번.......
- 뭘 도와드릴까요?
내가 두리번 거리자 종업원이 친절히 말을 건넸다.
- 저기요.......
여기는 민증 검사도 안해요.. .. 저기 테이블에 머리긴 애요
고등학생이람말이예요
제가 그랬단 말 말구요...
하면서 나는 멋적은 웃음을 보이고 피할 요량으로 화장실에 갔다.
나도 참 유치하지....
거울을 보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다시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윤이 없다
오호라 통쾌하다.
나는 시치미를 떼고 자리에 갔다.
- 어..아윤이 없네..
- 어 잠깐 볼 일 있다며 갔어..
-볼일? 뭐 민....아니..자격이....뭐 아무일 없고?
- 무슨 말 버벅거려? 자 마셔라 네가 술고픈게로구나.
황당....우째된일이지?
그럼 민증 검사도 하기 전에 아윤이 나갔단 말인가?
입구 근처에 서있는 종업원을 보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좀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싸가지가 갔으니 맘 편히 놀자.
나는 그 여자가 없기에 기분 좋게 부어라 마셔라하고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속이 아팠다.
요즘 한번씩 위경련이 있다..
아흑 아퍼..
- 나 잠만 약국 갔다올께..
- 약국은 왜?
순지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 뭐 살 거 있어서...
늦은 시간이라 약국이 문열었나 싶긴하지만 속이 너무나도 아파서
진통제라도 먹어야 했다.
그런데 막 둘러보아도 약국이 없다.
땀이 바삭난다.
눈물이 난다.
이렇게 고통스러울수가...다시는 술 마시지 않을거야.
자리에 주저앉아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따스한 남자의 손길이
느껴진다.
- 자 마셔라.
김 한이다.
나는 너무 아파서 묻지도 않고 마셨다.
조금 나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 술 많이 마실 때부터 알아봤다.
- 약국 어딨던데?
- 미리 준비해둔거야.
- 왜 너두 가끔 그러냐?
- 아니...
- 근데 왜?
- 뭘 묻냐....
- 그래...좀 낫넹. 고마워....근데 .이거 주려고 온거야?
- 설마 그랬겠냐.
그래 설마 그랬겠어?
- 칫.
말없이 술독으로 되돌아 가는 우리..
술독 입구 옆 골목에서 어떤 여자와 남자가 있었고 둘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어디서 본 모습인데..
앗...저건 아윤이다...
그리고 그 옆은 지민?
둘이 왜 함께 있지?
#25
나의 시선이 그들에게 머물자 김한도 시선을 돌리고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말없이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황당......그래도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닌가?
나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에 주저 앉아 울어 버리는 아윤을
보고는 모른 채 할 수가 없었다.
- 무슨일이야?
지민과 아윤은 나를 보더니 많이 놀랜다.
- 왜 그래? 둘이?
아윤은 나를 보고 잠시 눈물을 멈추더니 이내 펑펑 울어버린다.
지민은 말없이 담배만 피워대고 있다.
- 지민아 왜그러냐니깐.
- 아니냐...
-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여전히 말없는 지민....담배 연기만 송송 하늘로 올라간다.
몹시 착찹한 얼굴로....
- 아윤아...울지 말고 말 좀 해봐...
아윤은 들은 척도 안하고 울고 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그들 사이에 끼어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아윤이 울다 지쳤는지 이제 흐느낌 소리도 없다.
- 나 갈래. 언니 오빠에게 나갔다고 전해줘.
왠일로 언니라고 한다.
- 어...그래....
아윤이 힘없이 터벅 걸어가고 있고 지민은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 같이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 아니.....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우리는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음악마저 이리도 무겁게 흐를까.
아고...어찌 할바를 모르겠네.
지민이 말하기를 기다리고 난 침묵했다.
몇분이 흘렀을까...
줄담배만 피워대던 그가 말문을 열었다.
- 실은......
- 어. 말해봐. 뜸들이지 말고..
- 휴우...아윤이가 .....임신을 했대
- 뭐야?
내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아윤이 임신을...?
김 한이...김한이....
어찌 그럴수가 있는 것일까..
나의 심박동은 점점 빨라 지고 있었다.
귀는 멍하고 입은 벌어져서 다물지를 못했다.
- 어떻게 나보다도 더 놀래냐?
혹시 흑심 있었는 거 아니야?
- 아,아니야........
-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아윤이한테 어떻게 해야할 지를...
그 뒤로 지민이 뭐라고 계속 이야기를 했지만 내 귀에는 들리지가
않았다.
김 한에게 정말 실망이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고등학생에게 임신을 시켜?
정말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진저리 쳤다.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나는 내 것인지도 모르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지민이 몸을 흔들어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 전화 왔어..
- 어..그래......여보,,세요?
- 다인아 왜이리 안와? 우리 자리 옮길건데 너 안와서 기다리고 있어
- 어..그래 갈께.....
어....... 지민아.. 나 가봐야 겠어.. 미안해 다음에 더 얘기 해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나를 옆에서 지민이 잡아준다.
- 혼자 갈 수 있겠어...?
- 어...괜찮아....
나는 지민과 헤어지고 무슨 정신으로 걸어갔는지 술독까지 왔다.
입구에는 친구들이 다 나와 있었다
김한도....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 어디 갔다온거야?
순지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 어 잠깐 누구 우연히 만나서....
내 시선은 김한에게로 가있다. 그냥 봄이 아니라 째려봄...
김한이 황당해한다.
나는 들릴 듯말듯 그에게 욕을 했다.
- 변태새끼......
김 한은 어이없어한다.
저런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표정 정말 가식적이다.
잘 생기면 다 용서 된다고 생각하는 놈.
실체는 변태에 싸가지에 나쁜 놈인데.....
내가 계속 김 한을 보고 알수 없는 듯한 말로 중얼거리자
김한이 자기 팔을 내 어깨에 두르며 얘기한다.
- 너 왜그래. 작은 입으로 쫑알 거리니까 왠게 귀엽잖아.
- 야..더러운 팔 치워 나쁜 놈..변태....
내가 그의 팔을 확 밀쳐버리자 그는 황당해 한다.
- 너 갑자기 왜 그러냐?
- 그걸 몰라서 물어?
길 가던 중 우리가 티격태격하자 친구들은 사랑싸움 한다는
황당한 말을 하고는 먼저 가버린다.
- 무슨 말이냐?
- 네가 더 잘 알잖아. 내입으로 이런 더런 얘기 해야겠어?
- 말을 해야 알아 들을 것 아냐. 날 황당하게 하지마라
- 참나...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아무리..아무리....아윤이가
널 따라다닌다고 해도 그렇지...그래도 그렇지 어떻게.......그애랑
같이.....잘수가 있어? 둘이 사귄다고 해도 말이지?
나는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 무슨 말이냐? 어디가서 헛소리 듣고 와서 지꺼려?
아윤이가 그러더냐?
- 헛소리? 네가 아니라고 잡아뗄거야? 아윤이 네 애도 가졌대..
애란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말이 없는 김 한....
- 봐! 이제는 아무 말 못하지? 너 정말 재수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정도 일줄은.... 이제는 꼴 보기도 싫어.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내 눈이 더러워지는 기분이야...
나는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인가보다.
나는 김 한이 아니라고 아니라고 말하기를 바랬었나보다
김한은 애라는 말에 더이상 내게 변명을 하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다린이가 왠일로 휴지를 갔다준다.
- 언니야.. 왜 그래? 어디 아퍼?
- 아니야..그냥..나와서...
- 그러면.....좀 작게 울어..시끄러워서 집중이 안돼...
하면서 이불로 내 몸을 덮어버리는 다린......그리고는 문이
닫치는 소리가 난다.
#26
이틀 동안 집 안에만 박혀 있었다.
지민 순지 그리고 김한에게도 여러통의 전화가 왔지만
받지 않았다.
밤에 잠 못이루고 혼자 방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에 돌을 던진다.
누구야..
창문을 열었다.
- 누구야?
- 나야..잠깐 나와봐 할 말 있어
김 한이었다.
- 네가 내게 무슨 할말..가봐..
하고는 창문을 닫아버렸다.
뭐 잠깐 얘기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더이상 밖에서 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갔나보다.
나는 계속 술을 들이켰다.
맛은 없다.
하지만 정신이 몽롱 흐릿해지면서 내 기분을 위로해준다.
며칠 째 두문불출하던 내게 순지가 집으로 찾아왔다.
-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 거야?
완전히 폐인이다 너...방학이니 망정이지
어쩔뻔했냐?
그렇다. 난 완저히 폐인이었다. 피부는 거칠고 머리는 안감은지
몇 일이 지나 떡이었고 제대로 빗지도 않아 산발이었다.
- 부모님이 뭐라고 안하셔?
- 엄마 아빠 시골에 다니러 갔어.
- 도대체 무슨 일이야?
- 별 일 아니야. 걍 방학이라서 나태해진거지...내 원래 삶이 이래
- 말도 안돼. 내가 널 한두번 보냐?
- 궁금하면 김 한한테 가서 물어봐라. 내가 말할 가치도 없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순지가 고개를 설레 흔든다.
- 둘이 무슨 일이있는 건데...요즘 한이도 술이 떡이 되어서 다녀.
- 양심은 있나보네 괴로워하는 거보면...
- 아유우...나도 모르겠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지나친 사랑싸움은 시간 낭비야.
사랑싸움? 나는 사랑싸움이라는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숨을 크게 쉬고는 혼자 씩씩 거리는 나를 보고 순지는 당황해
하면 뒷걸음친다.
- 왜..그래...다인아...
- 사랑싸움? 나 그애랑 사귄 적 없어...그런 애랑 사귈 마음도 없고..
그애가 어떤 앤지.........알아?
- 몰라.. 그러니까 알려줘..
쉽게 물러날 순지가 아니다. 고집하면 순진데 어짜피 알게 될 걸..
그냥 말해버리자.
- 그 놈이....글쎄에.....싸가지랑....
- 어......빨리 말해봐.....
- 싸가지랑....같이 잤대......
- 뭐라구?
누가 그러던데.....
- 아윤이가.....아윤이가 그래서 ...임신...을..
- 말도 안돼....
- 말은 안되는게 그게 그렇게 됐어.
- 다인아..아닐거야....솔직히 한이 그럴 애도 아니고 아윤이가
일방적으로 한이 따라다닌 거였거든.. 한이가 좋아하는 애는
너야.. 한이 아윤이한테도 말 잘 안하고..우리 한테도 많이 안해
걔는 너한테만 말 많이 하고 짖궂게 하거든.
병환이도 말했어..한이가 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건 분명히 잘못 됐어..아마 아윤이 음모일 지도 몰라. 아윤인
그러고도 남을 애 잖아.
- 순지야...그 어떤 말도 필요 없어.. 결론은 아윤이가 그렇게 된거고
나는 김 한 좋아하지 않아.....
주르륵...
내눈에선 닭똥같은 누물이 주르륵 흘려 내렸다.
내가 김 한을 나도 모르게 좋아했는 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는 모두 끝났어.
내가 울어버리자 옆에서 같이 따라 우는 나의 베스트 프렌드
순지........
♪따따 따따따따 섹시보이~~♬
순지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 어..병환이네....어....자기....
대뜸 자기라 부르는 닭살 커플....
부럽다고 해야하나..
이런 내 속에 염장 지른다고 해야하나..
- 어..그래 ..쪽.....
하며 뽀뽀까지 하며 끊는 내 친구.....
- 다인아 미안해 나 가봐야 할 것 같아..병환이가 부르네
아마 한이 베스트프렌드가 병환이니까 아마 한이 일 잘 알고
있을 지도 몰라.
너무 죽어 있지 말고 기분 전환이라도 해라 머리를 하던지..
- 그래 알았다.
순지가 간 다음..나는 오랫만에 양푼이에다가 밥을 넣고 고추장 참치
그리고 각종 나물류 반찬을 넣어 비벼 먹었다.
솔직히 맛도 잘 모르고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 나도 먹고 살아야지 하는 맘으로 말이다.
다 먹고 남 다음 속에서 체 했는지 계속 위도 아팠다.
몇 일을 굶다가 갑자기 먹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아이...아파라...다린아.......
동생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나갔나...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약국에 가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평소에 소화제 사둘 걸....
오랫만에 밖으로 나갔다.
태양 빛이 너무 뜨거워서 아찔 거렸다.
날씨도 너무 덥고 기운도 없고 온 몸에서 식은 땀이 비질 났다.
내가 왜이러지?
눈 앞에 건물 사람들이 핑핑 돈다..
그러더니 어두워졌다 밝았다 한다.
어지러워.....잠깐 가던 길 멈추고 벽에 몸을 기댔다.
좀 나아지려나?
다시 걸으려고 발을 움직거렸다.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는 내 몸....피식 쓰러진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27
꿈을 꾸었다.
아주 어린 시절로...
내가 기억을 하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절로....
나와 그리고 아영이...그리고 꼬마 남자아이....
유치원 놀이터에서 소꼽 장난을 하고 있었다.
꼬마 남자아이가 자기가 아빠를 하고 나보고는
엄마를 하라고 했다.
아영이는 울며 떼를 쓰며 자기가 엄마를 해야한다고
했다.
나도 엄마를 하고 싶었다.
꼬마 남자아이도 그러길 바랬다.
아영이 울자.. 선생님이 나왔다..
- 왜 울어 아영아.....
- 선생님..다인이가 자기가 엄마하겠다고 그래요....앙...
정말 서럽게도 우는 아영이....
무지 당황해 하는 선생님..
나를 가리키며 우는 아영이를 보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 같은 나....
선생님은 아영이 편이었나보다..
- 다인아...엄마는 아영이가 하게 해야지....
하면서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나는 무섭기도 무섭고 남자아이랑 같이 엄마 아빠 놀이
못한다는 생각에 막 울어버렸다.
그런 나를 선생님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남자 아이는 선생님과 아영이를 노려보고는 내 손목을
잡고 다른데로데려갔다.
- 다인아 울지마...나는 너 아니면 다른 사람이랑 엄마 아빠
놀이 하고 싶지 않아..
하면서 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나는 울음을 그치고 헤맑게 웃었다.
뒤에서 아영이의더 큰 울음 소리가 들리고 선생님의 당황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그 소리에 게의치 않고 둘이 손 붙잡고 놀았다.
그네도 타고 미끄럼도 타고...
꼬마 남자아이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혼자 미끄럼틀 위에
있는데...
아영이가 왔다.
- 너는 너무 못됐어.
기분 나빠. 없어져야 돼.
어린아이의 입에서 저런 무서운 말이 나올까?
나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뒷걸음질을 쳤다.
아영이가 무서운 얼굴로 다가왔다.
나는 계속 뒷걸음질을 쳤다.
밑에서 안돼!!!하는 소리가 들렸다.
꼬마 남자아이었다.
그리고 퍽! 순식간에 밑으로 떨어진 나....
온몸에 피투성이인 나...그리고 위에서 내려다 보는 웃는
아영의 얼굴을 보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다인아....괜찮아?
힘들게 눈을 뜨니 온세상이 하얗다.
그리고 점차 색깔이 진해져온다.
내내 옆에는 순지와 병환 그리고 김한이 있었다.
그리고 병원이라 짐작되는 수액이 내 팔에 꼽혀져있었고
시뻘건 피도 내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너 하마트면 큰일 날뻔 했어....
술 좀 작작 먹으라고 했지? 얼마나 마셨으면 위에 구멍이
났겠어. 그나마 빨리 막아서 다행이지 안그면 너 중환자실
가있었을지도 몰라
순지가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말없이 서있는 김한이 자꾸 거슬린다.
김 한 그의 얼굴을 보자 왠지 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렸다.
- 다인아........
애처롭게 순지가 나를 부른다.
- 한이 아니었음...너 큰일 날 뻔 했어.. 한이가 널 병원으로
데려온거야.
- 그래 고마워...그런데..나 혼자 있고 싶어 ..모두 나가봐.....
나는 이불을 모두 덮어 버렸다.
문이 열리고 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확실하진 않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 난다.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기억하고 싶었던 과거가 이런 것들이란 말인가
내 과거의 일부가 이랬단 말인가.
하나 하나 과거가 떠오른다.
힘들었던 우리 집안....
가난했던 우리 집안...
일일 노동자로 우리 먹여 살렸던 아버지...
미끄럼틀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아영이 교묘하게 밀쳐서 떨어졌던 일.....
심하게 다치진 않았지만 충격을 받은 나는.....
어릴 적 정신상담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 아영의 부친이 내 아버지에게
회사의 한자리를 준 것도.....
어릴 적 충격으로.......그 시절을 잘 기억 못하는 나....
아영일 떠 받들며 살았던 나....
내가 20년간...거의 20년간 살아온 날들이 정말...이랬단 말인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마음이 정말 찢어질 듯아프다.
나는 흐느껴 울었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느껴진다.
- 다인아 울지마....네가 울면 내 가슴은 몇배 더 울어....
김 한이다.
- 그리고 아윤이는 내게는 동생일 뿐이야. 정말 아무 일 도
없었고 아윤이가 현재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민이야.
#28
아윤이 사랑하는 남자는 지민이야.....
이 말이 내귀에서는 한번 더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을 훔치며 덮었던 이불을 내렸다.
차마 부은 눈으로 김 한을 볼 수가 없어서 머뭇거리는데
김 한이 다가왔다.
어색한 폼으로 있는데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 면회 시간 지났어요.안정을 취해야하니 나가주세요
김 한은 할 말이 더 있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간호사의 채근에 문을 열고 나갔다.
그냥 내 맘은 복잡하다.
약 기운 탓일까 나는 또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영이 약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
나는 퇴원을 하게 되었다.
잠깐 시골에 갔던 부모님은 술을 많이 마셔서 위에
구멍이 났었다는 내게 몹시도 화를 내셨다.
이때까지 이렇게 한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는데..
말하지는 않아도 그만큼 내 걱정을 하셨다는 생각에
맘이 아팠다.
집으로 가니 모두들 내게 잘했다.
특히 다린이가.....
- 언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심심해? 잡지책 사다 줄까?
만화책 빌려다 줄까?
혼자 뭐할라치면 마구 달려와서 자기가 하겠다고 한다.
한 번은 아파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참에 먹고 싶은 거 더 이야기할까?
- 다린아...언니 보리밥 먹고 싶어....
어릴 적 많이도 먹았던 보리밥이 생각이 났다.
- 보리밥? 알았어...시장가서 사올께 기다려봐~~
다린은 개콘에 다래 흉내를 내며 나갔다.
기분이 뿌듯하다.
그런데..........
내가 퇴원을 함에도 김한은 오지 않았다.
몹시 섭섭하게도...
그는 왜 오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시골에서 오신 이후로 한번도 문병오지 않았던
김 한..
지민은 어떻게 되었을까?
핸드폰을 들었다.
우울한 음악이 흐르고 지민이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나야 다인이.....
-어..그래 다인아,...몸은 괜찮아? 내가 정신이 없어서
문병도 못갔다. 미안해....
- 괜찮아...그럴 만도 하지....지금은 어떄? 아윤이 하고...
-아휴우....
지민이 한 숨을 쉰다.
- 글세...모르겠다. 사실..아직 아윤이가 어려서 학생이고
나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 아윤이 집에서 반대를 해.
-너는...아윤이 사랑하는 거니?
-100% 확신은 못하지만 그런 것 같아.
아윤이도 이제는 나를 많이 믿는 것 같고..
- 그래? 그럼 됐네. 내가 사랑은 잘 모르지만 둘이 사랑한다면
그걸로 된거야....여하튼 둘이 잘됐음 좋겠다.
힘든게 있음 얘기해라. 기꺼이 도와줄꼐
- 그래 고맙다.
그래 젊은 나이에 한남자만을 바라보고 산다면 정말 아까울 수
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아름답고 부러운 건지도 몰라...
나차럼 사랑도 못해본 사람에게는......
#29
다린이가 사준 보리밥을 배 터지게 먹고
나는 다음날 볼이 팅팅 불어있었다.
볼을 톡톡 때리면서 붓기를 가라 앉힌다고 얼마나 고생을
한건지..
다린이는 팅팅 불은 볼이 귀엽다며 마구 잡아당긴다.
감히 언니한테....
근데 동생은 왜 이리도 힘이 센지....
- 언니야....감히 동생에게...이히히히
하며 더 잡아당긴다.
아휴우 아파라
궁금하기만 한 김한에게선 여전히 연락이 없다.
다인아 울지마....네가 울면 내 가슴은 몇배 더 울어....
그 날의 이 말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래 아무 것도 아니었어...
아무 것도 아닌데 나 혼자 오해 했다는 거야.
나는 왜 이러기만 한 거지?
아영에게서 연락이 왔다.
몹시 못마땅한 목소리로 당장 제집으로 오라고....
솔직히 어릴적 기억을 거의 회복한 나로서는 선뜻 아영을
만날 용기가 안난다. 그녀에게 어떻게 행동해야할 지...
지금껏 했던 그대로 해야하는 지...아니면 ...
(아영의 집)
- 야아....너 뭐야....내가 오는데 공항에 마중도 안나와?
아영의 실체를 더 한번 알고 나니 그녀의 목소리에 더 내
가슴 난도질 당하는 것 같다.
그녀도 내가 입원했다는 것을 알텐데...
- 나 아팠어.
나 좀 차갑게 말한다.
- 너 나 없다고 술판 벌이다 그랬다며? 내가 없어서 너무
좋아서 그런 거 아냐?
- 아니야.........
- 그래...그럼...마중안나왔으니 대신 아줌마 도와서 저녁이나
차릴래?
- 저녁?
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내게 이런 일 까진 시키진 않았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내 마음과 같이 그녀의 심사도 많이
뒤틀려 있다.
- 그래...이따가 우혁오빠도 올거구......그리고.....보면 알겠지...
하면서 자기방으로 올라가 버리는 아영이...
허공에 헛웃음을 치면서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큰 집이라고 2명의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 어 다인이 왔네...근데 여기는 왜?
- 아영이가 좀 도우래서요^^
- 네가 할 게 별로 없는데...그냥...올라가봐....아가씨가 찾아온
손님한테 별 걸 다시키네...
솔직히 내가 할 것이 없었다.
나는 요리라고는 문외한 이었으니까....
집에 가려는 마음에서 아영에게로 다시 갔다.
- 왜 왔어?
- 나...집
- 나 물 좀 갖다줄래?
네가 갖다먹어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 맘에서는
어떤 감정이 꾹 눌러지고 있다.
- 그래.....
- 얼음 넣어서 갖다줘.
얼음이 아니라 아주 뜨거운 물로 부어버리고 싶다.
한참 후...아영의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오셨고 잠시후
우혁이 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우혁을 바라보았다.
우혁은 벽에 붙어있는 그림처럼 날 보고도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내게 헤맑게 웃어주던 그 우혁이 아니었다.
몹시도 상심한 날 보며 웃는 한 여자가 있었다.
정아영.....
저녁이 차려지고 모두들 식탁에 빙 둘러앉았다.
나도 어정쩡하게 끼여서 말이다.
그때 띠리릭~~~현관문 벨이 울리고 아영이 아주 기쁜듯
뛰어나간다..
- 엄마.아빠 왔어....
하며 아주 밝게 웃는 아영...굳어지는 우혁의 얼굴..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다.
도대체 누구길래 그러는 거지?
1초가 아주 더디게 간다.
누구길래 이다지도 사람을 궁금하게 만드는 걸까?
뚜벅 뚜벅
씩~~ 문이 열린다.
내 시선에는 낯익은 눈부신 남자가 서있다.
아니 그가 왜 여기에 온걸까?
김한도 나를 본다.
#30
서로 마주보는 우리의 시선을 모두가 무시한 채 아영이
김한을 잡아끌어 식탁으로 간다.
- 한아 일루와. 배 많이 고프지?
아주 다정하게 아영이 한이를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식탁에 앉힌다.
말없는 김한...그리고 아영의 가족들...그리고 우혁....
나......
내 눈은 계속 김 한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는 애써 내 시선을 외면
한다.
한아....날 좀 봐봐...
- 엄마....아빠...생각 많이 했어요. 아시잖아요..내 맘은 변함이 없다는
거 아주 오래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내 맘은
변치 않아요. 제발 허락해주세요 이제 우혁 오빠도 절 이해해요.
그쵸? 오빠?
뭘 허락한다는 말이며 뭘 이해해달라는 말인지...
우혁은 굳은 표정으로 힘없이 아영의 말에 수긍을 한다.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 동안 내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 그래...정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지. 한아...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한참의 침묵을 깨고 아영의 아버지가 이야기를 했다.
-........네......
네라니 뭐가 네야? 끝끝내 나를 보며 눈을 마추지 않는 김 한..
도대체 무슨 일인지....
- 우혁군..우리 아영이와의 혼사가 깨졌다고는 하나 사업 파트너
로서는 계속 이어졌으면 하네. 자네도 이해한다고 하니.....
뒷일을 두려운 듯 말하는 아영의 아버지...
아영과 우혁의 혼사가 깨지다니....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나는 계속 벙진 표정으로 있었고 불안한 마음만 자꾸 생겼다.
-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 한아 갈꺼야? ...내가 태워다 줄께....
김 한이 일어서자 쪼르르 달려가 김한에게 붙는 아영이..
아영이 저토록 매달리는 듯한 모습은 처음이다.
아영이 김 한을 많이 좋아하나 보구나.
- 아니 됐어. ....
됐다는 김한의 말에 표정이 가는 아영이...
김한이 가고....
우혁은 거의 넋나간 표정으로 있다가 아영의 부친과 사담을 나누고
한참 뒤에 돌아갔다.
나는 기분이 한뜻 들떠 있는 아영을 따라 아영의 방으로 갔다.
- 아영아 아까 무슨 말이야.....무슨 말하는지....
- 에혀...넌 정말..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아진게 없네
머리가 나쁘면 치매도 빨리 온다더라.어쩌려구?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어머....얘 주먹에 힘 들어가는 것 좀 봐..이러다 나 치겠다....
- 아니야....
- 훗...나 한이랑 결혼 할꺼야.
뭐라구?
나 한이랑 결혼 할꺼야 나 한이랑 결혼 할꺼야나 한이랑 결혼 할꺼야
만 되풀이 들린다.
둘이 결혼한다니 말이 안된다. 둘이 왜?
김한이 왜 아영이랑.....
모든게 갖춰진 남자는 우혁이고 아영은 우혁과 약혼을 했잖아.
왜...왜....
- 이 사진 기억나니?
아영의 손에는 빛바랜 사진이 한장 있었다.
내게도 있었던 궁금했던 사진.....
어린 꼬마 남자 아이..나 울고 있는 아영.....
- 내게 남아 있는 유일한 어릴 적 사진이야.나 이때에도 한이 좋아
했어. 그때는 어떤 못된 여자가 우릴 사이를 갈라놓았지만 지금은
절대로 뺏기지 않아. 한이도 이제는 나아님 안돼.....
승리는 확신하는 광채나는 아영의 눈빛...
그리고 야비하게 웃는 아영의 얼굴.....
그럼...그럼....그 꼬마애가 김한? 이럴 수가....
나는 ....갑자기 드러난 사실에 감당이 안되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아영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도 없이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 다인아.....
뒤돌아 보았다.
가로등 모퉁이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와서 점점 내게 다가온다.
#31
온 몸이 비에 흠뻑 젖은 김 한이다.
- 왜 비 맞고 있어......언제부터 서있었던거야...
- 너한테 말은 하고 싶었어
- 무슨 말....나는 너한테 아무 말 듣고 싶지 않아
비오는데 빨리 집에 가!
내가 뒤돌아 가려고 하자 내 팔을 와락 잡아당긴다.
순간적으로 잡아당김에 둘이 폼이 어정쩡하게 내가
김 한 품에 안기는 꼴이 되었다.
두근두근...
갑자기 왜 이럴까..
지금 이순간에 내 심장은 방망이질을 한다.
김 한 얼굴이 다가오고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았다.
쪼옥.....
김 한은 어릴 때처럼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 너 아영이랑 결혼 한다는 거 사실이야?
-......어....
- 그래 축하해...근데 너...아영이랑 결혼한다면서 나한테
이래도 되는거니?
- 미안해..
-...앞으로 이러지마...
나갈께. 아영이한테 잘해줘라..아영이 너 많이 좋아하나봐..
고개를 숙이며 말이 없는 김 한..
몹시 애처롭다.
- 나갈께..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아쉬운 듯 발길을 돌리는 나...
2층 창문에서 아영이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니 몹시 추웠다.
건강하기로 자부한 나.. 병원에서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아직 면역력이 좋지 않은가보다.
- 엄마, 추워 보일러 틀어줘.
자고 있는 엄마를 깨워 보일러를 틀고 나는 잠이 들었다.
밤새도록 악몽을 꾸었다,
아영이의 악몽을...
- 엄마 언니 몸이 불덩이야....
가물가물 들리는 소리...
몸을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여기저기 사람 소리가 들리고 미지근한 수건이 이마 위에
올려진다.
- 언니 열이 39도 넘어...
병원에 가봐야하는 거 아니야?
다린이가 유난을 떤다.
- 엄마.....나....괜찮아...그냥.......해열제만 사다줘...
힘겹게 말을 한 나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엄마가 사준 해열제를 먹고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꿈속 어릴 적으로.....
- 다인아...
어린 꼬마 남자아이 나는 병원에서 만난다.
- 빨리 병원에서 나와. 네가 없으니까 아영이가 자꾸
나한테와서 놀자고 그래..난 아영이랑 놀기 싫단말이야..
- 아영이...? 아영이가 누구야?
- 다인아. 아영이 몰라?
- 으응....근데 너는 누구야?
- 다인아 나 몰라? 나 한이야
-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으앙........
하고 울어버리는 한이...
한이를 달래는 한이 엄마...
옆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
하지만 아주 어릴 적 이야기지만 내 가슴은 너무나도 아프다.
한아 울지마...
아주 건강해진 나는 동네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간당 2000이면 그래도 짭짤한 편이었다.
거기다가 많은 류의 책과 만화책을 볼 수 있다는 거에
대만족이었다.
모든 아픔을 잊고 책에 파묻혀 살아야지.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그렇게 에쁠 수가 없어요♬~~
내 핸드폰 벨이 울린다.
꽃미남 우혁오빠라고 떠 있다.
이 사람이 왜?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받기로 했다.
내 신조가 오는 전화 마다 않기 였으니까.
- 여보세요?
- 어..다인아..난데 지금 만날 수 없을까?
-지금요? 저 짐 알바 중이라서 안되는데......
- 그럼 언제 마쳐?
- 10시 넘어야 되는 데요...
- 그럼 10시 넘어서 내가 너희 집 앞으로 갈께.
- 네에........
우혁이 왜 만나자고 하는 걸까?
나는 이제 우혁 그리고 아영....김 한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시간은 흘러 어느덧 10시가 지나고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갓다.
집근처 골목에서 우혁은 밖으로 나와서차에 기대어 담배를
피고 있었다.
멋있다.
안돼!! 이러면 안되지..
- 어 다인이 왔네...
- 저한테 할말이 있나요?
- 잠깐 다른데 가서 이야기 하자.
우혁의 차를 타고 가까운 커피숍으로 갔다.
- 나 사실 아영이 많이 사랑한다. 아영이도 날 좋아한다고 말은
했지만 첨부터 그 애의 마음에는 다른 남자가 있는 걸 알았지.
아영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김한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어릴적 부터 친구라지? 첫사랑이었다지?
약혼여행을 가서 아영이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안되더구나. 아영이 자살까지 기도 했어. 그렇게 김한을 좋아하나
싶기도 하고..결국 김한도 자살소식에 아영과 결혼하기로 맘 먹은
거 같아.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너도 한이 좋아하고 나도 아영
이 좋아하고 김한도 너 좋아하고...아영이 하나때문에 다른 사랑이
깨질 수은 없는거야. 나는 다시 노력할거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아영이 다른 놈에게 안보내.
- 그 얘길 제게 하는 이유가 뭐죠? 전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예요
단지 친구일 뿐...
- 너한테는 항상 미안해. 하지만 앞으로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미워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 무슨 짓이라뇨 무슨 말이예요?
명쾌한 해답을 주지도 않고 우혁은 가버렸다.
마치 내게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 처럼..
불길하다.
#32
김한과 아영의 결혼식은 가을 초에 하기로 했단다.
내년에 한다는 말도 있었으나 아영이 빠득빠득 우기는 바람에..
우혁이 뭔가를 내비치고 갔지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무 일이 없으니 여간 불안한게 아니다.
그리고 지민이.......아윤이와 결혼하기 위해 고공분투중이다.
아윤이도 곧 방학을 했지만..방학동안은 배를 감출 수 있어도
개학을 하면 불어난 배를 감출 수 없을 듯...
(지민의 집)
- 너 어떻게 할거야?
지민이 해준 돈까스를 먹고 있다.
-글세...계속 허락안해주시면 아윤이랑 살림이라도 차려야지.
- 그래도....
- 이젠 아윤이랑 한 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첨에는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준비도 안됐는데 솔직히 끔찍했거든? 책임지려고
결혼을 결심했지만 지금은 아니야.. 우리 아기에게 정말 잘할거구
우리 아기를 갖게 해준 아윤이가 너무 고맙고 이쁘고 사랑스러워.
- 뭐냐? 염장지르네...하여간 무지 부럽다.
- 김 한이랑 어떻게 됐냐...
-어떻게 되긴....뭐..될 게 있나뭐...
띵덩~~
현관문 벨 울리는 소리가 난다.
아윤이 왔나보다.
아윤이 온다고 정성스레 요리를 하던 지민이었다.
결코 나 때문이 아닌...
아윤이 현관문을 들어서자 정말 오랫만에 만난 사람처럼
열정적인 키스를 한다.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도대체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아윤이 나를 발견하고서야 겨우 둘은 떨어졌다.
- 아윤이 왔어?
- 어...언니도 있었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결코 우리는 좋지 않은 사이였으니까.
어색한 침묵을 깨고 지민이 정성스레 요리한 음식을 가져온다.
- 야! 이거들 먹어. 이태리식 피자야. 크크
보기에는 괴상하게 생겼지만 맛은 좋다.
거기다가 맥주,...아윤은 향기 좋은 이름 모를 차를 마시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아윤이랑 관계가 좋아질 듯 말도 주고
받았다.
- 언니, 한이오빠 놓치지 마요
-..........
- 사실은 언니...한이 오빠...는 언니 밖에 몰라요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
- 그리고 언니 나 사실, 한이 오빠랑 사촌이야..
그래서 오빠랑 같이 살고 있어. 그거 모르지? 오빠방에
언니 사진 있는거...그 사진 그토록 원망했었는데....
지금은 아냐....언니때매 지민오빠 만나서 정말 감사하고 있어..
아윤이 김한이랑 사촌이었다니...
김 한이 아릴 적 나의 첫사랑이라고 말들하지만 나는 김 한에
대해서 도무지 아는 게 없다.
하긴 알아서 뭐 달라질게 있나.
그는 어짜피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될 사람인데...
- 설거지는 내가 할께. 둘은 오붓하게 있어..
- 좋지..
- 좋아요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일어서는데도 둘은 좋아라 하고 있다.
말로만 예의상 한건데..
에혀~ 눈치가 있다면 빨리 설거지하고 사라져야지...
뻐드득...빡빡..쓱싹....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는나.
지민과 아윤이 정답게 미래를 얘기하고 있고 나는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 있긴하지만 어딘가에 빠져 뭔가를 생각하는 나였다.
쨍그랑~~~
어머나...
- 안다쳤어?
지민이 접시 깨지는 소리에 놀라서 달려왔다.
- 괜찮아... 흐흐 미안해...
- 안다쳤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생전 안깨든 접시를 다 깨고 기분이 좀 찝찝한게
짜증이 날려고 한다.
재수가 나쁘려고 하나....
그때 울리린 내 핸드폰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에쁠 수가 없어요~~♪
핸드폰 음악을 바꾸든지 해야지 .....
- 어 순지야 왜?
- 너..어디야?
음정이 막 떨리는 순지의 목소리다.
- 왜 그래 순지야....
- 너 빨리 희망병원으로 와..
- 희망 병원 거긴 왜?
- 빨리 와..오면 얘기 해께..
- 어...
뭔일인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나도모르게
자리에 주저 앉았다.
지민과 아윤이 무슨일이야고 다그쳐 물었지만 나도 모르는 일인데.
그냥 불길한 기분만 들고 혼자 여러 상상을 다하고 혼자 울어버리는
나였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 나 병원으로 허여튼 가볼계.
난 정신을 수습하고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탔다.
-..희망병원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택시 운전사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희망병원은 교통사고 전문 병원인데...
#33
희망병원-
약간 언덕진 곳에 위치한 회색빛 건물..
거의 모든 병원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병원 소독 냄새가 진동한다.
무엇보다 내 시선에 들어온 것은..
사지를 쓸수 없어 보호자와 휠체어에 의지한 환자들...
표정은 생각보다 밝아보인다.
오히려 내 표정이 너무 어두울까...
A동 5층에 위치한 수술실...
수술실 앞에 대기실에 순지와 그리고 병환 ,수영이 처음 보는
중년의 아저씨가 있다.
몹시 초조한 얼굴로 다들 고개를 떨구고 있다.
설마............
- 순지야.............
순지는 나를 보더니 와락 터트린다.
-순지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순지는 내 품에 안기어 울기만 한다.
덩달아 우는 나...
왠지 말하지 않아도 나는 다 안다는 듯이 말이다.
서로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우리를 병환이 떼어 놓는다.
- 울지마. 잘 될거야...울긴 왜 울어..누가 잘못되기라도 한대?
하지만 병환의 얼굴에도 애써 울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수술을 하는 건지...
수술실 문이 열릴 때마다 모르는 사람만이 나온다.
벌써 자정을 지나고 기다리는 우리도 지쳐간다.
수술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지칠 것이며 수술은 집도하는
의료인들 또한 얼마나 힘이 들까.
- 너희들은 그만 가봐라.
무거운 침묵만을 지키던 중년의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아버님...잠깐 식사라도...우리가 여기 지킬께요..
- 식사는...내가 ..내 자식은 저 지경인데 내가...밥은 무슨..
하면서 눈물을 떨구는 중년의 아저씨...
우리는 다시 눈물을 왈칵 쏟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 2시...
이윽고.....그토록 열리지 않던 수술실 문이 열리고
Stretcher Car위에 환자가 실려 나오고 많은 의료진과
그리고 의료기계들이 함께 나온다.
우리는 일제히 그 주위로 몰려 갔고 나는 차마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보고야 말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얼굴......
그의 낯선 얼굴을.....
나는 널 잘 모르지만 이제서야 사랑할 것 같았는데..
넌 모르는 사람처럼 저렇게 저런 모습으로 변한거니...
모두들 너의 그런 모습에 통곡하지만....난 통곡 조차
할 수 없어....
저건 네가 아니야.....
- 다인아....나 한이야....보고 싶었어.....
한이라 불리우는 꼬마 남자아이.......
나를 보면서 마냥 반가운 웃음을 짓지만
난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럴때 마다 슬픈 표정을 짓는 김 한.
그 슬픈 표정과 함께 수술실 맞은 편에 있는 중환자실로
그는 사라진다.
힘없이 멍한 얼굴로 바라보던 나는 하얀 세상을 경험한다.
#34
*김한편*
어려서 부터 아영이는 나를 몹시 좋아했다.
아니 좋아한다기 보다는 내게 집착했다.
하지만 나는 아영이 싫었다.
그냥 아영과 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영은 항상 다인과 나 사이를 끼어들어 훼방 놓기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착한 우리 다인이는 계속 눈물만 흘려댔다.
내가 해 줄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흘리는 눈물 닦아주는 것 뿐.
부자집 외동딸로 태어난 아영은 소유욕과 질투가 무지 강했었고
주위 환경도 그녀을 유달리 편애했다.
다인이 미끄럼틀에서 아영에게 밀리고 있을때 나를 바라보던 다인의
눈빛 간절히 내게 도움을 요청하던 다인의 눈빛.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던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프던지.
아직도 내게는 생생하다.
다인은 병원에서 몇 일을 보내고 깨어났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너무나도 충격을 받았던 나는 몇 일을 눈물로 보내었다.
다인이가 퇴원을 할 무렵 나는 이모와 함께 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
이민인지도 모르고 이모와 함께 갔다가 나는 다인과 긴 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의 삶은 지옥이었다.
갖춰진 몸과 강인한 체력으로 갱들의 유혹도 많았다.
다인이 없는 내 삶은 암울했기에나도 거기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갑작스런 부모님의 이혼....이혼을 감당할 수 없을까봐
미리 나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거라고 하는 부모님...
나는 더 충격일 수 밖에 없었고 더욱 더 어둠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싸움도 허다하게 했고 마약까지.....
보다못한 이모는 다시 나를 한국으로 보내었다.
고3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고 큰댁에서 기거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서야 내 삶의 빛이 보임을 느꼈다.
다인을 볼 수 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다인을 볼 수있다.
나는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다인의 집으로 갔다.
나는 차마 다인을 부를 수가 없어서 대문 앞에서 얼쩡 거린다.
옛날 그 집 그대로다.
어릴적 다인과의 다정했던 때를 생각해본다.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다.
그때 여자애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보통키에 뽀얀얼굴..청순한 얼굴을 하고 단정히 교복을 입고 나온다
늦었는지 혼자 중얼거린다.
한 눈에도 알아볼 수 있다,
내가 12년간 그리던 다인이다.
그녀는 나를 본다.
다인아 나야 한이......이게 얼마만이지? 정말 보고 싶었어
하지만 그녀는 내 눈에 어린 반가움과 설레임의 눈빛을 무시하고
나를 그냥 지나친다.
그리고 막 달려간다.
학교에 늦었다고.
12년간 기다려온 나.....설마 설마 했지만 여전히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살짝 타오르던 빛이 가물가물 한다.
아니야, 아닐거야
12년동안 내가 너무 자라서 그런걸꺼야.
#35
가물가물..
하얗게 변했던 세상이 제 색깔을 찾아간다.
내가 눈을 뜨려고 하자 주위에서 시끌벅쩍인다.
- 다인아 괜찮아? 너 몸이 너무 약해진 것 같애
맨날 쓰러지고..-순지
- 여긴어디야?
-병원이야. 잠시동안만 안정하면 된다고 그랬어.
나는 아까의 일을 생각했다.
거대한 기계에 둘러싸여져 중환자실로 가던 김한의 얼굴..
내가 가장 궁금한 건 김한이다.
나는 차마 순지에게 김 한의 일을 물어볼 수 없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 지 무서웠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 다인아 너무 걱정하지마 한이는 잘 견딜거야 그 애는
체력이 좋잖아 .
지금은 어때 하고 묻고 싶지만 입이 떨아지지 않는다.
- 아영이가 찾아와서 난리도 아니었어. 한이 살려내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울고..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이 죽기라도 한 것 처럼 해 서얼마나 민망했던지... 그래도
나중에는 혼자 지치더라 아무도 신경안써주니까.
-한이는 봤어?
- 아직까지는 면회금지야. 하루 경과보고 면회는 허용한다고
하더라.
- 순지야 나는 그냥 무서워.이상한 느낌이 들어 정말 절실하게
내맘속에서 원하고 기다린 것 같은데 왠지 또 이별할까봐서.
- 무슨 소리야...이런 니맘을 알면 한이 빨리 깨어날거야
면회가 되면 꼭 가보자...근데.....목격자에 말에 의하면 차가
일부러 한이를 더 칠려고 한 것같대. 확실하지 않지만..
누가 왜 한이에게........ 조사해봐야 알지만..아무튼 조금만
더 자라. 여기 수액만 다맞고 퇴원나면돼.
나는 편안하지 못한 기분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김 한의 면회는 금지였다.
-선생님 아직도 면회가 안되나요?
난 애절하게 간호사 언니에게 매달려본다. 간호사 언니는
몹시 측은한 눈빛으로 애기한다
- 나도 해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상태가 좋지 못하니
면회는 안됩니다.
- 한이 어때요? 의식은 돌아왔어요?
- 아직 계속 자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건 상태가 좋아지고
있으니까 오늘 밤이라도 의식만 돌아오면 내일은 면회가 될거예요
- 네...
오늘밤은 한이의 의식이 돌아오길 두손모아 빌어야겠다.
한아 이제 다시는 널 떠나보내지 않을거야
나 다 알것 같아. 네가 내게 해준 사랑을..
나는 생전 다니지 않던 성당에 들어가서 성모마리아님께
빌었다.
성모마리아님.한이를 살려주세요. 한이에게 못해준게 너무 많아
요. 이제 한이를 알 것 같은데 왜 한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가죠?
한이를 살려주신다면 시키는 것 다할께요 직접 성당에 나가진
못하더라도 매일 기도도 하고 그럴께요 네?
- 다인아 너 여기 있었어? 한참 찾았네
- 어 순지야
- 야아 이러다가 네가 쓰러지겠다. 너 이틀동안 밥도 안먹고
네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나가자. 밥 먹으러.. 밖에 애들도
기다려
- 내가 밥먹을 수 있겠어? 한이는 저러고 있는데....
나는 주르륵 눈물이 나왔다.
- 야 나도 밥먹고 싶어서 그러는 줄알아? 너처럼 이런다고 한이가
빨리 낫는것도 아니잖아. 한이도 네가 이러는 거 싫어해.너만 한이
좋아해 우리도 모두 한이 좋아한단말야
제발 이러지마.네가 먹든 말든 맘대로 해.
순지는 화가났는지 밖으로 나가버린다.
순지야 나 니맘 다 알아.... 화를 내는 니맘이 더 아프다는 걸...
나는 눈물을 훔치며 밖으러 나갔다. 순지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나오자 무지 기뻐한다.
순지는 말없이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린다.
- 얘들아 가자...
#36
우리는 병원 앞에 있는 별미정식으로 갔다.
나, 순지, 병환, 수영, 그리고 은정은 이틀,동안 먹는둥 마는둥 하고
지냈기에 무엇보다도 밥이 그리웠다.
그래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것도 별미라하는 정식 집으로 간 것
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고 있지만 나는 별로 입맛이 없었다.
역시 사람의 맘이 란게 모든 걸 좌우한다고 맘이 이러니 입맛도 없다.
하지만 분외기 망치기 싫어서 숟가락에 밥을 듬뿍 담아서 역여꾸역
입안으로 넣고 있는 나였다.
순지도 이런 나를 보고 씨익 웃는다. 나도 같이 씨익 웃어준다.
따라라라~~따라라라
병환이 핸드폰에서 쿨의 못난이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 여보세요? 아.네 아버님...예 정말이요? 예 알겠습니다.예에..
병환이 무지 기쁜 목소리로 얘기하자 우리는 병환에게로 집중했다.
병환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좋아서 펄쩍펄쩍 뛸 기세다.
- 환아 혼자만 기뻐하지 말고 빨리 얘기해봐..-순지
- 얘들아 한이가 깨어났대..
-정말?
-진짜?
- 와아~~~
우리는 일제히 먹다 말고 숟가락 으로 테이블 치고 서로 마주 보고
손뼉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순지는 병환과 끌어안고 좋아하고 있고 나는 다시 한번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식당 안에 모든 사람들이 첨에는 이상하게 보더니 대충 상황 파악을
하고 주인 아주머니까지 박수를 치며 같이 기뻐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일생일대의 최고의 만찬을 하게 된다.
김 한 아버지로 부터 면회는 내일 부터 허용된다고 한다.
나는 김 한 얼굴 볼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면회시간이 10시부터 11시까지라 우리는 10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난 9시에 병원에 도착하여 중환자 대기실을 서성거렸다.
혼자 대기실에 앉아 서성이는데 낯선 여자애의 음성이 들렸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다.
- 야아..다인! 네가 여기에 왜 있어?
하고 째려보는 아영이.
- 어..아영아..나 한이 면회 왔어.
- 네가 왜 면회와?
- 친구니까 면회오지.
아영이 말고 다른 여자애의 목소리다. 순지다.
순지와 아영은 서로 말없이 째려본다.
나는 중간에서 그 둘을번갈아 바라본다.
10시정각...면회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중환자실 입장이 가능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흥
하면서 아영은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중환자실로 들어가려고한다.
- 야아..다인이가 먼저 들어갈거야.
순지가 아영을 잡아 당긴다.
- 웃기네 난 한이 약혼녀야.
하며 거센 힘으로 밀치고 들어간다 .
- 뭐저런게 다있어.
나는 옷을 갈아입고 머뭇거리자 순지가 빨리 들어가보라고 한다.
- 그럼 나 먼저 들어가볼께.
-그래 아영이 신경쓰지말고 갔다와.
-응.
나는 한숨을 한 번내쉬고 중환자실 문을 열렀다.
소독 냄새가 장난이 아니였다.
- 보호자분.. 저기 보호자분...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 네에?
- 면회는 한분 밖에 안돼요 .기다리셨다가 다른 분 나가면 들어오세요.
- 네...? 예에..... 나는 힘없는 목소리로 다시 대기실로 나갔다.
- 왜 벌써 와. 아영이가 뭐라고 해?
- 아니 . 면회는 한 명 이상 안된다고 그래.
- 정말...? 그럼 아영이 고년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들어가자.
10분 20분 30분.. 시간은 흐르고 면회하러 들어갔던 다른 보호자들은
나온다.
그러나 아영이는 나올줄 모르고.
- 아이...아영이 너무 한 거 아니야?-순지
-그러게.
- 이렇게 우리가 다 기다리는 거 알면서 정말 너무 하네. 알고는
있었지만 나오기만 해보라. 가만 안둘거야.
순지가 씩씩대고 나는 시계를 보며 초초해 하고 있었다.
그렇게 40분이 지나고 50분이 지나고 11시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잔뜩 화가 나있었고 나는 울음을 커뜨리기 일보직전이다.
11시하고 1,2분이 지났을까 아영이 나온다.
그리고 입을 삐죽거리며 야비하게 웃는다.
- 아직도 안갔냐?
챨삭~~
순식간에 순지가 아영을 향해 뺨을 때렸다.
우리 모두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고 보고 있었다.
- 야,,,너....
아영이 얼굴을 부여잡고 몸을 부르르 떨며 순지를 노려본다.
- 나쁜 기집애 너는 우리가 안보여? 넌 너무 이기적이야 약혼녀면
이럴수 있어. 우리는 한이 친구야. 너보다 한이를 더 걱정하는
친구야 .
- 내 맘이야. 한이에게는 네들보다 내가 더 소중하고 필요해.
웃기지마! 오늘 이 치욕 나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아영은 마지막으로 나를 노려보고는 황급히 가버렸다.
- 웃기는군. 하나도 안무서워...... 다인아...... 힘 내 오후도 면회
시간이 있어.
- 응.......
우리는 병원 밖 잔디에 앉아 오후 면회 시간을 기다렸다
#37
오후 면회시간-
더 이상 아영이 나타나 훼방을 놓진 않겠지?
우리는 안심을 하고 옷을 갈아 입었다.
병환이 먼저 들어갔다 나오고 그 다음은 수영이 순지.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친구들에게는 어떤지 물어보지 않았다.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들어갔다 나오던 친구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다 어두웠고 ㅜ.ㅜ
아무 말도 안했으니까.......
나는 김 한을 만나길 손꼽아 기다리긴 했지만 친구들의 우울한
표정에 중환자실 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순지가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힘을 불어 넣어준다.
나는 용기를 내어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중환자실이라하여 모두가 의식도 없고 심각한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멀정히 침대에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도 있었다.
한이도 이렇게 앉아 있음 얼마나 좋을까.
간호사실과 제일 가까운 자리에 한이가 누워있다고 한다 .
그 자리는 환자 중에 가장 중한 사람이 있는 위치라고 한다.
한아, 내가 왔어.
한이가 누워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대한 기계에 숨을 의지하고 한이가 누워있다.
머리와 오른쪽 눈에는 붕대가 칠칠 감겨져있고 붕대
중간중간은 피로 얼룩져있었다.
얼굴은 시퍼런 멍이 들어 마치 시체 같았다.
가슴에 연결 된 튜브에는 핏물이 가득하다.
얼마나 아팠을까?
또다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는 한이 옆에서 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아! 하고 부를 수도 없었다.
말없이 한이 손을 잡았다.
시체 처럼 차가운 손에 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의식이 돌아 왔다던 한이는 내가 와도 깨어날 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 수가 있었다.
뜨지 않은 한의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한아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싶어.
- 면회 시간 지났거든요. 나가주세요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동안 나는 한번도 면회를 가지 않았다.
내심 한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나였다.
집 안에서도 나를 별로 건들지 않는다.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들 다 아는 것 같다.
눈치 빠른 다린이 탓일까.
그리고 나의 어버지는 회사로 부터 해고 당했다.
적잖이 충격을 받은 아버지.
몇 일을 술로 보내던 아버지는 퇴직금을 가지고 새로운
사업을 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 아빠 딸때문에 직원을 막 해고 하는 그런 회사 내가
다니지 말라고 말린다. 그리고 아빠..아영이는 내가 복수한다.
내 맘을 알았는지 아빠는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즐거워한다.
첨에 힘들어 하던 엄마도 오히려 더 좋아한다.
다린이는 항상 그대로다.
성격이 제 멋대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속이 깊은 내 동생.....
.. 정아영... 지금까지 당한거 내가 꼭 응징한다!!
7일 동안 김 한에겐 한번의 arrest(심정지) 가 왔었다고 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의료진들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순간..
모니터링에서 다시 하트가 깜빡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김 한이 회복할 거라고 100%로
확신했다던 의료진들...
그래, 한아 너 나두고 죽으면 안되는 거 알지?
그리고 7일동안 친구들과 나는 차례차례로 경찰서로 불러가
야 했다.
뺑소니의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0-
- 김 한과는 어떤 관계입니까.
내게 묻는 형사님은 정말 형사처럼 생겼다.
키는 보통에 살집도 있고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마치 다안다는
듯한 눈빛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서 죄짖지 않은 나인데 마치 죄지은 사람 같은 심정을
느끼는 나였다.
- 친구요.
- 친구인 거는 다 알고..상세하게 말해요 !
- 친구 맞아요.
- 친구보다는 애인사이 아닙니까?
- 친구예.요 좋아하긴 하지만 사귀자고 서로 말한 적은 없어요.
정말이지 왜 내가 이런거 까지 말해야 되냐고요.
- 운전면허증 있습니까?
- 없어요 .
- 김한이랑 주위에 원한을 살만한 사람 있습니까?
- 글세요.없는 것 같은데. ..
- 최근에 김 한 주변 환경이 바뀐다거나 앞으로 무슨 일이있다
던가 없습니까?
- 에혀.정말 전 아는 게 없어요 그런 거라면 아영이가 더 잘 알
거예요 아영이는 한이 약혼녀예요.
-그건 이미 다 알고 있고 정말 원한 살만한 사람 없습니까?
형사 아저씨 집요하다. 내게서 꼭 뭔가를 잡아내겠다는 집요함..
그것만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사람을 잘못 고르셨다니까요..
- 아저씨 저두요. 한이 위해서 그 나쁜 놈 꼭 잡히길 바래요
하지만 잘 몰라요. 그 정도로 우린 깊은 사이도 아니었구요
맘 속으로만 좋아했단 말이예요.
내가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자 형사아저씨는 한마디 한다.
- 잠시 쉬었다 합시다
ㅜㅜ
그나저나 김한이 원한 살 만한 사람이 있을까.
나는 골몰히 생각해 보았다.
순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
.. 이우혁~~~~~~~~~
요즘 왠지 우혁이 너무 나도 조용하다.
#38
*김한편*
※참고:( ) 의 내용은 혼잣말이예욤^^
***************************************
다인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는 계속 밤마다
다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어두움 속에 몸을 숨기고 불켜진 방안의 다인 그림자를
지켜보면서...
왜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건넬 용기가 없는 걸까
나는 대학을 입학 하고 나서는 더 이상 다인에게로 찾아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니 내 감정도 무디어 진다고 할까?
12년 이상이 훨 지난 사랑인데도 말이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어는덧 다인에 대한 기억이 추억으로만 희미 해질 때.........
그녀는 역시 나만의 인연이었나보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은 3;3 미팅에서........
그녀는 잔뜩 치푸린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나는 너무나 놀래었다.
그렇게 가까이하고 싶었던 여인이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나는계속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또 다시 실망을 했다.
나는 안다.
많은 여자들이 나를 미남이라고 좋아한다는 걸....
차라리 다인도 예전의 김 한이 아닌 잘생긴 남으로라도
날 바라봐주기를..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다.
나는 계속 줄담배만 피워댔다.
한번씩 그녀의 시선을 느끼기도 했다.
- 쟤는 뭔데 담배만 피워대냐? 미팅에 왜 나온 지 몰라.
하는 표정으로........
집에 가니 다인과 나의 유일한 어릴적 사진이 담긴 액자가
유리가 깨진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누구 짓인지 화가 났지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요즘 나의 사촌인 아윤이 내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
고3이라 예민해서 뭐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고...
나는 유리를 말끔히 치우고 다시 액자를 세워 놓았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런 나의 다인의 얼굴.......
다인에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차마 버튼이 손으로 가지 않는다.
다음날.......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핸드폰을 갖고 가지 않아 저녁 늦게 나마 문자를 볼 수 있었다.
문자를 보고 정말 기뻤다.
기쁜 마음에 바로 SEND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러브스토리의 애잔한 음악이 컬러링으로 나온다.
마음이 아프다.
그녀가 전화를 받는다.
- 여보세요?
- 어... (나야 한이 )
- 어... 문자 받았어?
- 어..일찍 연락하려고 했는데 계속 바빠서..
(바쁜게 아니라 이제보고 바로 전화하는 거야)
- 음 그렇구나.. 어제 수영이한테도 전화 왔던데.
- 그래? 전화가 왔단 말이지? 음...
(그 자식이 왜 니한테 전화를 했지? 오늘 내게 아무 얘기 하지 않던데.......)
그토록 하고 싶었던 대화 이건만 자꾸만 맥이 끊김을 받는다.
슬프게 말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났다.
그토록 순수하고 착한 다인에게 담배를 피고 불량한 아이라고
해버렸으니.(필자 - 담배피는 분들 이해하셈^^)
하지만 내가 내뱉은 말을 되돌릴 수는 없엇다.
약간 화가 난 듯한 다인이.........
겨우 주말에 영화를 볼 약속을 정하고 통화를 끝냈다.
정말이지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주말...토요일...
생각지도 못한 아여의 전화를 받았다.
아영이는 내가 한국에 돌아온 걸 모르는데...
다인과 약속을 했음에도 나는 아영을 거절 못한다.
- 한아 너희 집 앞이야.
- 그래......( 나 다인이야 약속이 있어)
이래 봤자 아영의 뒷일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터...나보다도
힘들어지는건 다인이 일테니까.
아영은 나를보자마자 와락 품에 안긴다.
그래도 12년이상인데 이렇게 보자마자 내 품에 안길 수 있는 건지.
아영이 참으로 의심스럽다.
품안에서 아영을 밀어내려 했으나 완강히 끌어안고 거기다가
울음을 터트리는 아영이......
순간 기분이 뭉클하다.
다인을 향한 내 마음이 이렇듯이 아영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나는 아영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 다인아.............
다음날에도 괜한 죄책감이라고 할까........다인에게 연락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39
나는 경찰서 조사에서 형사에게 차마 이우혁이라는 이름을
대진 않았다.
이우혁은 굴지 기업의 후계자였고 확실한 증거도 없었으니까
나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정말 피곤했다. ㅜ.ㅜ
집에 가자마자 씻지도 못한 채 그대로 뻗어버린 나는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때 눈을 한번 뜨고 해가 질무렵에 겨우 기상을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깨자마자 우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우혁
- 네 저 다인인데요 오늘 좀 볼 수 있을까요?
- 오늘 ...? 바쁜데.....
- 잠깐만이면 돼요. 물어볼 게 있어서.....
- 물어볼 게? 난 니게 별로 얘기 해줄게 없는데....
계속 만남을 피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
- 안그러면 제가 찾아가죠 어디가면 볼 수 있어요?
- 참 곤란하게 하는 군. 요즘 회사 일로 많이 바빠.
전화로 얘기해라.
- 전화로 할 얘기가 못되어서 그래요.
- 도대체 무슨 얘기야?
- 저기 한이 때문에 그러는데요...
-........한이.....?
- 네에.....
그는 말없이 가만히 있는다.
뭔가를 생각하는 듯....그리고 이어지는 말
- 김한에 대해서라면 더욱 더 할말이 없는 데...안좋은 일
있다고는 들었어. 참유감인데?
- 뺑소니인 건 알죠? 나는 그 범인이 왠지 누군지 알 것같아서요?
- ......누..구?
-그러니까 만나서 얘기해요.
- 그래....? ........우리 회사 앞에 지하 커피숍으로 한시간 뒤
까지 와있어라.
-네에......
우혁과 전화를 끊고 나서도 뭔가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우혁이 수상하다는 기분이 점점 우세해진다.
커피숍.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왔지만 우혁은 한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컵에 냉수만 계속 채워진다. 눈치보이게 시리.
어쩔수 없이 나는 키위쥬스를 한잔 더 시켰다.
쪼로록~~ 맛나다.^^
3시간이 지나자 우혁이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왔다.
그래..저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설마 뺑소니를........
외모에 약한 나.....또다시 그를 보고 흔들리고 있다.
- 아직도 있었네. 나는 네가 간줄 알았어.
-늦으면 늦다고 연락이라도 주시지.......
- 연락할 시간 조차 없었어.
..........그래 범인이 ......누군데?
-오빠가 범인에 대해 참으로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 같네요.
순간 당황해 하는 우혁의 얼굴....
- 지금 아영이 약혼자 잖아....그리고 그년 아직도 내게는 좋은
여자니까.그녀에 대한 배려지......
아영이 뭐가 좋은 여자라고 ..꼭 변명같이 들리네요
-그래 변명처럼 들릴 지 모르지만 혹시 네가 나를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닌 지 모르겠군.
어머 어떻게 알았지?
- 나는 그렇게 잔인한 인간이 아니야.
그래요 오빠 외모를 보선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지요
- 그래 넌 범인을 나로 생각하니.............?
- 아,아니요. 사실은..범인을 안다기 보다는 오빠가 혹..뭐 의심되는
사람 없나 해서요.^__________^
- 글세..............
그리고 울리는 그의 핸드폰~~
- 어.. 그래. 지금 가지.
하며 끊는 우혁.
- 시간이 되면 식사라도 할텐데. 이렇게 나는 또 가봐야 하네.
- 어우...괜찮아요. 가보세요^^
- 그래 그럼.....참 아영이 힘들거니 잘해줘라.
아영이 챙기긴 무지 챙기네.
- ...네...에
우혁은 가고 말끔히 비워진 키위쥬스 잔을 보다가 나는 냉수를 확
들이켰다.
수확이 없다.
이런 실망감이란.....
나는 김 한을 보기 위해 희망병원으로 향했다.
#40
날씨가 꾸무리하더니 밤이 되니 찬바람이 크게 분다.
작은 물방울이 좀 튀더니 병원에 도착하니 어느덧 천둥,
번개를 동반한 세찬 비가 내린다.
어휴우..그나마 다행인게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병원에
도착하니 비가온다.
중환자실 대기실...
오늘도 많은 환자 가족들이 북적거린다.
김한의 아버님도 구석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저분과 한번도 이야기 못 나눴는데.........
표정이 어둡고 피부도 많이 까칠하고 힘들어 보인다.
한아..이거 보이니?
모두들 네가 빨리 일어나길 바라고 있어 빨리 일어나.
나는 살며시 한이 아버지 에게 다가갔다.
- 저어기..안녕하세요?
- 어 다인이구나..
- 절아세요?
- 그럼알지 한이랑 유치원친구잖아. 어릴적 우리집에도 많이
놀러왔고 여전히 예쁘구나.
- 감사합니다....너무 걱정 마세요. 한이는 원래 건강해서 빨리
일어날거예요.
-그래, 그래야지.
하지만 한숨을 내쉬는 한이 아버지...
금새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나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그 자리를 피했다.
한참 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가 나온다.
- 김한 씨보호자분?
모두의 시선이 간호사에게 향하고...
- 잠깐만 들어오세요.
김한의 아버지가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설마 한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
나는 몹시 불안한 맘으로 중환자실 문을 바라보면서
자리에서 서성거렸다.
2,30분 뒤에 김한의 아버지가 나온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 ...좋은 일이란다.
-좋은 일요?
- 한이가 깨어났어.....다행이야.....
그제서야 눈물을 떨구는 김한의 아버지....
나도 눈물이 났다.
주위의 다른 환자 가족들도 모두들 기뻐해주면서 자기 가족도
빨리 일어났으면 하는 눈초리를 보낸다.
- 다 알아보나요?
-그래...2,3일 별일 없으면 일반 병실로 옮길거라고 하더구나.
- 정말요?
정말이지 나는 날듯이 기뻤다.
나는 순지에게 한이의 소식을 알렸고.. 모두들 병원으로 달려 왔다.
아직 면회는 안되지만....
어디서 아영은 소식을 듣고 왔는지..병원으로 왔다.
매우 차가운 얼굴을 하고선 우리를 노려본다.
김한의 아버지께는" 아버님! 아버님!" 하면서 온갖 아양을 다떨면서..
순지가 가증스럽다고 혀를 찬다.
면회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아영은 중환자실 간호사와 이야기를
하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 너무해 이건 비리야.-순지
- 우리도 면회하면 안되는지 함 얘기해볼까?- 병환
- 안될거야. 나도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은 무리래. -나
우리는 허탈한 심정으로 그나마 한이가 의식을 차렸다는
데에 만족하기로 했다.
한참 뒤에 나오는 아영....표정이 얼음처럼 굳어있다.
김한의 아버지를 보고 말도 하지 않고 대기실 밖으로 나가려는
아영이.. 김한의 아버지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다.
무슨 일이지?
- 쟤 왜 저러냐?
순지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밖으로 나가버린 아영이..
나는 뒤따라 황급히 아영을 쫓아갔다.
- 정아영!! 무슨 일이야 ?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타면서 뒤돌아보는 아영이.
- 에꾸눈이 되버렸어.다 너때문이야. 널 가만두지 않겠어.
눈을 작게 뜨고 노려보는 아영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린다.
무슨말이지?
아영이를 붙잡아 말하고 싶지만 "에꾸눈"이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설마....
저번에 봤을때 한이는 붕대로 우측 눈을 덮고 있었는데
...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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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연애
싸.가.지.는 아.름 다.웠.다.##21~##40
블루맛ⓝ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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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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