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왕이라면 나는 정복자인가? 하지만 나는 왕이 아니야. 나는 단지 전사일 뿐이야.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 평시의 학살자, 전시의 영웅."
상황이라는 것이 바뀌면 사물을 보는 시각이 바꾼다. 모든 것이 불리하게, 혹은 유리하게. 같은 행동이 환영받다가 질타받을 수도 있다.
행성의 대기권을 빠져 나오자 비춰지지 않는 검은 바다, 우주가 펼쳐졌다. 다른 별의 중력에 휩쓸리면 위험하다. 부스터에선 다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셰퍼드의 기체로 직접적으로 신호를 수신받을 수있었다.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지자 상대 기체에서의 통신이 흘러나왔다. 작은 행성.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행성이다.
"여어~ 도와줘."
이 거만한 여성의 목소리는 스모크 재규어의 보라색 문장을 달고있는 거의 파손된 카키색의 스트라이더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변에는 요즘 들어 이름을 떨치고 있는 주황색 스타 애더의 문장을 붙이고 있는 적갈색의 메카들이 4. 양산형인 헬스판(Hellspawn)들 이다. 헬스판도 스트라이더 둘 다 이족 보행형 메카에 중량급(中量)이어서 속도도 장갑도 좋은 편이다. 스트라이더는 중~원거리용 무기만 장착되어있지만 헬스판은 모든 거리에서 사용하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거리를 좁혀서 스트라이더를 포위한 것이겠지. 셰퍼드는 가장 무거운 중량급(重量). 원래는 장갑과 힘이 좋은 대신 속도가 떨어져야 하겠지만, 커스텀 메카인 셰퍼드는 속도도 웬만한 중량급(中量)을 뛰어넘는다.
이 행성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에 대기권은 얇고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산소밀도가 아니었다. 중력이 불안정한 이 바위덩어리 위에 셰퍼드는 착지했다. 중력이 약한지 가벼운 소리가 난다. 시각센서가 파손된 것 같은 스트라이더를 제외한 다른 메카들은 셰퍼드를 보고는 당황했다. 제이드 호크의 최강의 메카인 셰퍼드가 이 곳에 있다. 그것도 위압적인 메카용 검을 자신들에게 향한 체로.
"꺼.. 꺼져!"
헬스판 중 하나가 셰퍼드에게 소리쳤다. 셰퍼드는 별 반응없이 서있었다. 헬스판들은 셰퍼드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에너지 펄스 건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펄스가 날아가는 그 곳엔 이미 셰퍼드가 없다.
슈아아악-
파지직-
콰강!
셰퍼드의 검이 번쩍인다. 헬스판 하나가 절단되더니 폭발. 순식간에 셰퍼드의 기체는 다른 헬스판에게 다가갔다. 두 번째 헬스판을 공격하려고 할 때 다른 둘이 에너지 펄스 건으로 셰퍼드를 노렸다. 하지만 셰퍼드는 자리를 피했고, 에너지 펄스의 넓은 지름으로 인해 오히려 동료인 헬스판이 파괴됐다.
"제기랄!!"
어느 쪽인지는 모르지만 헬스판 중 하나에서 욕이 흘러나왔다. 이미 두 차례 실패한 에너지 펄스 대신 단거리용 미사일을 날리기 시작한다. 화살 같이 빠르게 날라 오지만 셰퍼드는 검을 쥔 오른팔로 미사일들을 격추시키고 빈 왼팔에서 똑같이, 단거리용 미사일을 각 메카에 두 개씩 날렸다. 적은 셰퍼드의 위압적인 검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미사일의 위험은 잊고 있었다.
쾅! 쾅!
헬스판은 두 개의 미사일을 정통으로 심장부에 맞았다. 곧 있으면 폭발할 것이다.
쾅! 쾅!
다른 헬스판도 미사일이 적중했다. 이제 곧 폭발하겠지.
콰강!!!
행성의 표면에는 4개의 메카였던 물체의 파편이 떠돌고 있었다. 적이 처단되자 셰퍼드는 구조요청을 한 스트라이더에 다가갔다. 용하게도 조종실이 파손되지 않았다. 스트라이더의 파일럿은 메카를 움직이려 했으나 팔다리들은 모두 파손되어 스스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스트라이더의 파일럿은 신원을 밝혀라."
"나는 스모크 재규어의 마리 해밀턴 소위이다. 너는 누구냐?"
"셰퍼드."
스모크 재규어의 파일럿은 놀란 눈치이다. 최강인 셰퍼드를 보내다니! 확실히 여러 대가 출동하는 것보다는 셰퍼드 하나가 더 절약적이지만. 셰퍼드는 스트라이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레 안아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기지를 향해 전진했다.
"스모크 재규어의 마리 해밀턴 소위를 데리고 귀환하겠습니다."
"좋다 셰퍼드. 귀환하라."
제이드 호크의 제 29 행성의 기지는 셰퍼드로부터 온 통신에 대답을 했다. 마리 해밀턴의 조치는 윗 분들이 결정할 것이다. 소수지만 무력에서는 상당한 스모크 재규어와의 교섭에 쓰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이 포인트와 이 선과의 거리를 계산할 때 간단한 방법은... 제나스, 듣고 있나?"
"....... 어."
좌표는 이제 그만!! 하지만 제나스의 성적이 가장 좋지 않은 분야가 좌표도형이니 어쩔 수없다. 수학분야에서 낙제점수가 4개. 그래서 현재 수학성적은 62%. 물론 기말고사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바뀌겠지만. 그런데 이건 알고 모르고 를 넘어선 이해력부족이었다. 타고난 천재들이 정말로 부러운 상황. 제나스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있자 발렌틴은 한숨을 쉬었다.
"... 오늘은 그만 할까?"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알겠다."
발렌틴은 테이블 위에 어질러져 있는 책들과 종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타이핑을 한 것 만큼이나 노트가 가지런하다. 그에 비해 제나스의 노트는... 본인도 읽기 좀 힘든 악필. 그래도 꼼꼼히 쓰기는 다 썼다. 단지 쓰기만 하고 이해는 못하는 것뿐이다.
"그럼 이제 웃는 것을 가르쳐 줄 차례네. 자, 우선 네가 생각하는 웃는 얼굴을 만들어 봐."
발렌틴은 입 꼬리를 올리려고 했으나... 제나스의 표정으로 봤을 땐 아마도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듯하다.
"저기... 잘 모르겠다."
"설마 방금 하고있었어?"
"아아..."
"흠, 그럼 얼굴부터 풀어 보자."
텁-하는 소리가 들리며 발렌틴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발렌틴은 제나스를 빤히 쳐다봤고 제나스는 아무런 동요없는 발렌틴에 오히려 자기가 동요했다.
"여기서 뭘?"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다. 괜히 심술이 난 제나스는 손에 힘을 주어 발렌틴의 양 볼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발렌틴은 이제 서야 당황한다. 저 과묵한 푸른 눈에 당혹감이 돌고 있다. 발렌틴은 당황했을 때 꽤 귀엽다.
"이-으 건 뭐-워 하는 거으야아아아."
의외로 재미있는 반응에 제나스는 맨날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제나스는 좀더 세게 얼굴근육을 눌러 줬다. 손에 힘을 더 준건 단지 괴롭히고 싶어서.
"!!! 즈에에나스으으으으!"
흠...
난데 없기는 하지만
저는 솔직히 말해 제나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재수가 없달까요.
반면 발렌틴은 좋습니다.
그런 아들은 정말로 가지고 싶어요.
정말로 의미불명의 주저리군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재미있게봤어요 성실연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