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학교 급식이란 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
누깔을 책상에 고정시키고 공부만 디립따 헤벼 파는 범생이들은
양은으로 된 노랑색 변또 두 개씩을 싸가지고 와 허기진 곱창을 채웠다.
그들에게는 교내 매점이거나 학교 밖 분식집의 존재가 절대 필요치 않았다.
공부에는 무관심한 개털들이 쉬는 시간을 틈 타 매점을 기웃거리는 시간에
홍성대 선생의 [수학정석]이거나 최용준 선생의 [해법수학]
또는 송성문 선생의 [정통종합영어]나 안현필 선생의 [삼위일체] 따위의
참고서들을 한 장이라도 더 보고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부류의 개막대기들은 고따우 책들보다는
으른들의 눈을 피해 읽어야 하는 책을 더 선호했다.
요따우 책들이 살아가는데는 훨씬 더 유익하고 또 뒷얘기도 많아 매양 탐닉하기 마련이다.
광화문 덕수제과 앞 신문가판대에서 몰래 산, 날짜 지난 낯 뜨거운 잡지들.
가수 장미화가 배꼽을 활짝 드러내놓고 찍은 사진을 실은 [선데이 서울]이나
배우 정윤희가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그 요염한 입술을 뾰족하게 내민 사진이 실린
[주간 경향]의 탐독은 그래도 무척 낭만적이다.
종로 4가에서 시작하여 퇴계로까지 이어진 세운상가.
그 길디 긴 건물의 그늘진 구석에는 소위 음흉한 물견들을 진열해 놓고
되지못한 송아지들을 기다리는 반 깍두기 엉아들이 즐비했다.
헐레女와 벌떡君이 일을 저지르는 허접스런 色이야기들을 어줍잖은 구성으로 엮어놓은 소위 빨간 책.
혹은 여인의 비밀스런 곳까지 몽창 드러낸 사진이 가득 실린 책.
그것들을 팔거나 사기 위해 귓속말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늘진 화면 속에는 모주방이 꽤 드러운 엉아들과 나팔바지 교련복 차림의 까까머리들이 그득하다.
참고서를 사야 할 돈으로 요망한 책을 사들고 마치 훈장을 획득한 병사처럼 의기양양 했던 개막대기들.
그들은 그렇게 획득한 책들을 반드시 돌려보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방과 후나 혹은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쉬는 시간에 낄낄거리며 봐야 할 책들이건만,
개중엔 수업시간에 조차 책을 펼쳐들고 눈자위를 게슴츠레 뜨는 대담한 녀석들도 있었다.
그러나 살벌한 꼰대들의 눈을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쑤다.
급기야 보던 책을 들고 교탁 앞으로 나와 치도고니를 맞는 어린이들.
부풀대로 부푼 몸 막대기를 주체하지도 못한 채
양 손으로 거덜 난 귀빵맹이를 커버하기에 급급한 되지못한 송아지들.
그들은 매품으로 벌겋게 물든 뺨따구를 부여잡은 상태로
보던 책 한 두 페이지를 반드시 씹어 목울대로 삼켜야 했다.
압수된 책들이 어찌 처리되었는지는 결코 알려고 들지 않았다.
설마, 세상에서 가장 고매하신 선생님들께서 난로의 불쏘시개로 넣으셨을 것이란 추측밖에.
다만 압수해 가신 분들의 눈자위도 우리처럼 그리 맑지는 않았던 것으로 분명 기억된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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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매점에는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매점 아줌마들은 커다란 가마솥에 라면을 몇 박스씩 한꺼번에 뜯어 넣고 삶아야 했다.
매 시간 벌떼처럼 몰켜오는 학생들의 주린 곱창을 채워주기 위해서다.
아줌마들은 찌그러진 양은 그릇마다 팅팅 불어터진 라면을 담아놓았다가
학생이 오는 대로 국물을 부어 냅다 던져주면 그만이었다.
닥꽝이나 젓가락 따위의 부속품들은 ‘니 맘대로 하세요.’ 였다.
2백원짜리 라면그릇에서 맛이라는 짐승은 결코 찾을 길이 없다.
개밥 일보직전의 음식이지만 교내에서 허기를 때우는 데 그보다 좋은 건 아예 없었다.
그나마도 양이 늘 모자라 힘 약한 친구나 저학년들은 냄비를 우격다짐으로 빼앗기기 일쑤다.
이 같은 일이 자주 벌어지다 보니 저학년들은 험상궂은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했으며
심지어 라면냄비를 받자마자 침이라도 퉤퉤 뱉어 내 것임을 확인시켜야 했다.
그런 후,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라면가락을 씹어 목울대로 넘겨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매점 벽에는 소원수리 함이 붙어 있었다.
‘소원수리’는 軍에서 쓰는 말이다.
쫄병들이 내무반의 불편사항이나 고참들의 횡포를 소대장이나 중대장에게 건의, 고발하는 일종의 신문고였다.
선배들에게 맨 날 당하던 우리 꼬맹이 몇몇은 소원수리 함에 빈대들의 횡포를 고자질하기에 이르렀다.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음 내용의 글을 적어 소원수리 함에 던졌다.
“학교 매점에 빈대들이 너무 많아요. 조치 해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 1학년 일동”
다음 주 월요일 1교시가 끝나기 무섭게 매점으로 달려간 나는 하마터면 문 앞에 어푸러질 뻔했다.
매점 안팎이 온통 하얀 가루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매점 아줌마는
“어느 눔이 매점에 빈대가 많다고 써냈데. 그래서 저렇게 약을 뿌려놨지 모야. 네미랄 빈대가 어디 있다구.”
신경질적으로 툴툴거리며 설거지통을 내동댕이치는 매점 대장 아줌마.
학교 당국에서는 우리가 쓴 소원수리를 보고 즉각 빈대 퇴치에 특효약인 DDT를 잔뜩 뿌려놓았던 것이다.
dondon -
첫댓글 ㅎㅎㅎㅎ 그때나 지금이나 세대차이..는 있게마련인것을.../보던 책 한 두 페이지를 반드시 씹어 목울대로 넘겨야 했다-->부풀대로 부푼 몸 막대기를 주체하지도 못한 채? 이거랑 관계있을까? 그러니까...씹어먹으면 부풀대로 부푼 몸막대기에 영향을 미칠거냐는거지....ㅋ 재밋네...남자들 이야기...
ㅎㅎㅎ~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확실히 있는 갑다. 좀 날나리 여학생들 목에 파스 붙여와서는 선생님께 교무실로 불려가서 벌서고 있는거 . 그리곤 그 짧은 치마를 즐기거나 매를 즐기는 선생님들도 있었으니...~ 추억이다~~~ㅋ
돈돈의 글담 귀경하기 무척이나 힘드네.. 문디시키 자주좀 꺼내 보여주면 안되나..
우리시대의 최고의 "설레발"two박" 박돈우 박상구...야들 이빨은 멈추지 말아야해!!!
ㅋㅋㅋㅋㅋ.....1학년 소원수리 확실히 해주었구만.*^^*
대학시절 선배네 고향집에 놀러갔는데 방에 모기가 너무 많다고 툴툴댔더니 선배가 자다말고 나가서는 등에 분무기 지고 와서 DDT 뿌리더라. 결국 바깥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날밤 샜다. ㅎㅎㅎㅎ
그건 물8, 약2 탄 농약이여... 그걸 입으로 뿜어대다가 목울대로 넘어가서 디지는 수도 있지럴...
우리들의 아름다운 사춘기...근데...남자들은 뭐가 그리 궁금해서 사진 잡지들을 몰래 봤을까?
전 지금도 봅니다...신문 연재소설중 삽화가 야릇하면 읽고..그렇지않으면..안읽고,.. 몇일전 김철홍이가 빌려준 팬트하우스나 김재하가보라고준 플레이보이..책자 감사하게 감상하고있습니다.
내가 보내준 야동 다 봤으면 돌려주라.
그네들의 사춘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ㅡㅡ
복사하고...돌려줄께..
거저 마누라 옆에 사는 시키들이 더해.. 그런거 죄다 모아서 내도 좀 도~! 킥~!
ㅋㅋㅋ~~~~~~~~~~
ㅋㅋㅋ "요즘 학교 교정에 단풍이 참 이쁘겠네요. 잘 지내시죠?"
썰레발이 근무하는 학교..거기에있는 나무만 개인소유로 가진다면..아마도 "큰부자"소리들을정도로 좋은나무가 많이 심겨있는 전통있는 교정입니다.
누깔이 나빠졌나부다.... '반대가 너무 많아요'하고 일거떠니.....ㅎㅎㅎ... 계속하면서 밥값하거래이...라면사줄꺼니
하튼...영감...사오정이랑께. 아니면 심오하다거나...
훼밀리 분식점을 기억나게 해주는구만~~아이템플도 기억나게 해주고..ㅎㅎㅎ
광화문 분식거리, 종로통 학원거리...
옛날 생각 많이 나게 하네요.. .. 그때 제일 많이 먹었었던 노을빵도 생각나고.. 즐겁게 웃고갑니다.. ^^
여학생들도 빵 사먹고, 라면 사먹고 했나여? 음 그들은, 이슬만 먹는 줄 알았는데...
서천에도 빵집 있었나? ㅎㅎㅎㅎㅎ
내가 거기를 조금아는데...서천은 시내야...비인이라고 아주 시골촌이지..아마 거기는 빵집커녕..풀빵좌판도 없었을껄? 다운실이 남학생과 데이트는 대포집에서 시작했다고 소문이 비인바닥에 파다하던데...송화도 확인해주고...
ㅎㅎ~ 무슨소리~ 그 당시엔 비인면을 모두 "비인읍내"라고 불렀구마는.. 도로가 서천쪽으로 나는 바람에 지금은 내가 데이트하던 대포집밖엔 안남았지마는... ...아참..노래방도 한곳 있다..ㅋ~
아...하루묵을일이있어서...노래방가쓔!!주인이 우리나이 비슷해서 밑져야 본전이다..하고 "경희"를 아는가 하고 물었더니..대번에..강씨유? 조씨유? 물어보데?...그 다음 혼자말...갸들이 내 늙은모습보고 알아줄까?
노래방 주인이 혹시 박경희 아니었냐?
시작은 빈대로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경희로 창대하리라... 쿄쿄~ ^&^
달봉이 세워노코 송곳찔러가며, "2번 달봉이:"복창한다" ----"경 히 만 세"----------- 달봉이 왈, "경희궁만세"
하여간 정진이 썰렁멘트가 안 끼면 약이 안 다려진다니까.. ㅎㅎㅎ
영천...그대는 감초...^^
성욱아...정진이쓴글 3번이상 안읽어본적이없어..근데..여즉 한번도 이해를 한적이없어.. 뭔말인지 내머리론 가늠이안되!! 이해해주기쉽게썻으면 하는데.."영감탱이야"..쉽게써라..." 약발 먹힐려나? 아마..그래도 사오정일꺼야..
연목구어, 언감생심, 도로아미타불이다. 바랠걸 바래라.
가로수님! 재하보고 그책 나도 빌려달랬더니 없다는데용~ 사람 가려서 주나??ㅎㅎ. 기차타고 세시간 걸려 닿는곳 내고향 남쪽바다. 진학후 거기서 첨으로 공중전화 써보다가 송수화기 꺼꾸로 들었던 기억~ㅎㅎ
서울로 유학와서 첫 나들이. 혼자서 시내버스 타고 다니는 연습을 했는데. 결국 길을 잃었다. 공중전화로 차편과 길을 물어야 하는데 전화가 안되잖아? ㅋㅋㅋ 수화기 들고 동전 넣어야 하는데 동전 먼저 넣고 수화기 들었다. ㅎㅎㅎㅎ
재하가 없다고..그말 맞아요..우덜은 남자니께..플레이보이고..거기는 플레이 걸을 구독해야합니다..김동협이나..조영애나.. 정영주에게 빌려달라고하세요..제깍 빌려줄껍니다..갸들...매니아입니다.묘즘 아파트 현관마다 유리창문이있는데..어떻게 열어야하는지 난감하더라고요...
망치 있자너.
인처리 이 쌍고동~~~~ 10월달 꺼루 끝이다. ... 11월호는 못 보낸다. (믿을넘이 없네)
그냥 보내줘라. 인처리자식, 나무 팔아서라도 아마존북센터에 접속할거다. 외화낭비는 말아야지. 하이는 외화벌이 하느라 매일 애쓰던데...
돈우글도 실감나지만 덧글들도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