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너’
두 사람입니다. 단지 ‘두 명’을 염두해 두신 뜻은 아닌 듯합니다.
검지손가락을 펴서, 한번은 ‘나’를 가리켜 보고, 다음은 맞은편에 있는 ‘누군가’를 가리켜 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을 만들어 봅니다. 그런데 이 손가락질(?)이 요즘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손가락을 내 쪽으로 가리키는 것은 너무나 쉽고 간단한데, 이놈의 손가락이 좀처럼 맞은편에 있는 사람을 향해 가지 않습니다.
그런 내 모습에 가슴이 아려서 세상 현자들의 가르침을 뒤적여 봅니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세상은 이런 자기만을 가리키려는, 이기적인 ‘나’를 아주 지극히 정상이라고 말합니다.
내 마음에만 들면 그만이고,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랍니다.
맞은편의 이 ‘누군가’는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뭘 느끼는 지, 뭘 원하고 바라는지 신경을 끄랍니다. 원래 인간은 자기 밖을 절대 나올 수 없는 존재라나요.
우리는 온통 ‘나’만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너’가 없습니다. ‘나’라는 글자의 모음을 다만 한 번이라도 안으로 접으면 보이는 ‘너’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서로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나 마음을 모으고, 그래서 그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서로를 채워 줄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가 정말로 예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에 안도하며 더 이상 내 안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을 텐데요.
- 김태홍 신부(서울대교구 수유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