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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캔들
# 02.
사람들은 남의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뒷구멍에서 담화를 즐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쉽사리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은 해버린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한 채 몇몇 사람들 말로써 기정사실화 되어버리기도 한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겠어, 란 속담이 기가 막히게 적용되어 억울하게 한 사람을 짓밟아버리는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가볍게 생각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죽기도 한다. 무심코 흘린 말에 연약한 인간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스스로 견디기 위해 단단한 벽을 세워 자신을 방어하려 하기 마련이다. 홀로 외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나도 남부럽지 않게 생활했었다. 연기가 좋아 경쟁이 치열하고 유명인으로써 고달픔을 감수해야하는 연예인이라는 길을 내가 좋아서 택했다. 후회는 없었다. 연기를 하는 것이 좋았고 내가 맡은 캐릭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재미났다. 즐기면서 달리다 보니 스타가 되어있었다. 스타로 떠오르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열심히 노력한 성과라 생각하니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말도 안되는 추측성 기사와 인터넷에 온갖 잡다한 루머까지 번지면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성상납 리스트에 서한아씨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 것 뿐인데 단시간에 스타계열에 오른 게 지저분한 뒷거래가 있었다고 여긴 걸까.
"서한아씨, 김민혁씨와 스캔들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차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다고 하는데 열애설 인정하시나요?"
김민혁, 떠오르는 남자 신예스타.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친해져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기사 덕분에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어 버렸기도 하고.
"서한아씨, 인터넷상에 떠도는 비디오 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신가요? 서한아측에서는 합성된 것이라고 주장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고소를 할 생각이신가요?"
정교하게 편집과 합성 작업을 거쳐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내가 활동을 접게끔 만든 고통스러움을 안겨준 사건이기도 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했을 뿐이었다. 손가락질을 받을만큼 인생을 잘못 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어려웠다. 나를 좋아해달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내가 싫으면 나를 모독하고 모욕감을 주려고 하는 것인지를 고민해보니 우울해졌다.
비하인드 스캔들
"결혼생활 수칙?"
은준은 어리둥절해서는 되물었다. 한아가 불현듯 결혼생활 수칙이란 것을 작성하자고 종이와 펜을 들고 나왔다. 알고보면 둘은 갓 결혼식을 올린 따끈따끈한 깨소금 냄새 솔솔 풍겨야 할 신혼부부였다.
"결혼생활 하면서 지켜야 할 조건 적는 거야."
"굳이 그런 걸 작성할 필요가.."
"있어. 나한테는."
한아의 의지는 굳건했다. 은준은 함께 생활하면서 지켜하야 할 사항이라든가 규칙을 적는 정도라고 여기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긍을 했다.
"내가 적을게. 첫째, 잠은 따로 잔다. 즉, 방은 따로 쓸 거야. 방이 세개나 있으니까 문제될 건 없겠지."
"하아? 말이 돼요? 우리 이제 부부예요."
"둘째, 어떠한 스킨쉽도 하지 않는다."
"..후우..장난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셋째,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
"뭐,뭐하자는 거예요?"
은준이 기가 막혀서 한아를 강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흔들림없는 태도에 맥이 빠져서는 허탈해진다.
"진심이예요?"
"지극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한아만큼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인물은 여태껏 없었다.
"난 동의 못해요."
"그럼 당장 깨는 수밖에."
"뭐라구요?"
"내가 나갈게."
결혼식 한지가 얼마나 됐다고. 아직 청첩장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을텐데. 어이가 없는 일로 돌싱이 되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서한아, 너란 여자가 콧대높고 기가 센 척 하고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란 건 알겠는데 나도 호락호락하지는 않거든. 겉으로 실실 쪼갠다고 우습게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이 말씀이야.
"나갈 때 나가더라도 위자료는 주고 나가요."
"..뭐?"
"결혼 깨자고 하는 쪽은 한아씨니까."
"..하..아.."
남자가 돼가지고서는 쪼잔하게시리. 역시 이런데서 어리다는 게 티가 나는 건가. 남자는 여자보다 정신연령이 대개 낮다고 하는데 나보다 6살이나 어리니 오죽하랴.
"위자료 얼마 주면 되는데?"
"훗..글쎄요.."
은준의 입가에 심술궂은 악랄한 웃음기가 스치고 간다.
"말해 봐. 줄 테니까."
"진짜요?"
"뜸 들이지 말고."
"알았어요."
"야!"
예측불허의 은준의 행동에 한아는 소리를 빽 질렀다. 그가 갑자기 앉아있던 한아를 안아서 들어올렸던 것이다. 당황해서는 허공에서 발버둥을 쳐대고 은준을 투닥투닥 때려보지만 그는 무시하고는 어디론가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살포시 한아를 뉘인다.
"무,뭐.."
버벅거리면서 일어나려는 한아의 위로 은준이 재빨리 올라왔다. 그의 가슴팍을 치면서 벗어나려 해봐도 소용이 없었다. 그의 손에 의해 저지당해 시트위에 고스란히 얹혀진 팔.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듯한 입술부터 긴장감이 몸 전체를 덮쳐온다.
"저리 가!"
"싫은데. 내가 원하는 위자료는 이건데."
몸부림을 치면서 난리를 치는 한아를 향해 피식- 웃는다.
"미,미쳤어?!"
"정상."
"너..손만 대봐."
"잊은 모양인데. 우린 결혼까지 한 부부라는 걸 말야."
한아는 불안했다. 숨도 쉬기 힘들고 침도 넘어삼키기 어렵게 느낄만큼 압박당하고 있었다. 한아에게 내려꽃힌 은준의 눈길을 마주대하기조차 어려웠다. 질식할 정도로 숨을 꾹 참아내고 있었다. 저항이라도 해보려고 해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 원망어린 눈으로 그를 쏘아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내 가까이 다가오는 얼굴을 보며 한아는 두 눈을 꿋꿋하게 뜨고 있었다. 코 끝에서 멈칫하며 조롱하듯이 비웃음을 던지는 은준. 나이가 어려도 남자는 남자구나 하는 생가기 절로 드는 한아였다.
"역시 달라. 한아씨는 독특해."
"....................."
"내 다음 행동이 뭘까요?"
실성을 한 것인지 난데없이 헛소리를 지껄인다.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는 꼼수를 찾아내려고 이 와중에도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느라 바쁜데 쓰잘데기 없는 소리나 해댄다.
"그냥 조용히 이 방을 나간다."
한아에게 집중하면서 말을 하는 은준.
"계속 하던 것을 한다."
그의 의중을 알 수 없는 말을 몸을 살짝 떠는 한아.
"어느 쪽일까요?"
느긋하게 말하는 모습이 능글맞아 보이기도 한다. 한아는 그의 낯짝을 살짝쿵 마사지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이는 것을 참아야했다. 그의 힘에 꽈악 눌려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몇 안되었다. 게다가 그것들은 이미 효과가 없음이 입증되었다.
"몰라. 그딴 거."
끝까지 강한 척하는 것. 약한 눈물따위는 보이지 않는 것. 그것이 서한아였다.
"정답은.."
떨어졌던 몸둥아리를 숙이자 한아의 눈동자에 은준의 얼굴이 한 가득 차버린다. 두 얼굴이 닿을 듯 말듯 한 거리까지 오고 한아는 얌전히 있었다. 마음을 닫아버리고 상처만 남은 그녀에겐 어느새 단념하는 것이 쉬워졌다. 은준이 하는대로 이제는 발악을 하지도 않고 차분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는 한아였다. 은준은 씁쓸한 심경을 감추며 한아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촉- 소리가 나게 입맞춤을 하고는 말한다.
"이거."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고는 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여전히 침대위에 누운채로 있는 한아에게 뒤돌아선 채로 담담하게 말한다. 매서운 눈초리로 상대방을 기죽게 만들만한 무게가 실린 음성으로 말한다.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듯 말이 짧다. 아무래도 화가 나거나 했을 땐 반말을 하는 습성을 지닌 그였기에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마.."
"......................"
"그리고 요구조건 중에 혼인신고 하지 말자는 거 말고는 들어줄게."
은준은 자신이 참을성이 얼만큼 대단한지 알지 못했다. 과연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지만 한아가 원하는 일이다. 그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막무가내로 서둘러서 그녀에게 혼란을 주거나 상처입은 사람을 쿡쿡 찌르면서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어리석은 짓은 하기 싫었다. 한아는 누운 상태로 시선은 천장에 둔 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추가사항 하나만 더 넣어서."
말을 마치더니 방문을 열고 나간다. 몇 분 후 은준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아까 결혼생활수칙을 적던 종이를 들고 들어온다.
"다시 작성했어.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건 빼고. 단,상황변동이 있을 때에는 모두 무효가 된다. 포함해서."
"......................."
"상황변동이라는 건, 예를 들면 서로 좋아하게 됐을 경우나 서로가 원할 경우쯤으로 해석하면 되겠지."
한아는 눈도 깜빡거리지 않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드러누워 있었다. 은준이 걱정스러워 다가가자,
"..왜..."
"응?"
"왜..나랑 결혼했어?"
"..그거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
결혼 자체가 한아에게는 하나의 무거운 짐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없이 느낄 새도 없이 결혼이란 굴레에 낯선이와 함께 들어가버렸다. 사람들에게 알게모르게 경계심마저 생겨버린 한아에겐 한공간에서 은준과 단 둘이 생활한다는 것이 아주 곤욕스러운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말했잖아요. 팬이라고. 그러니까 좋아하는 건 당연하죠."
"..팬으로써 감정이랑 남녀간에 감정은 다르잖아."
"같아요. 적어도 나한테는."
"내가 브라운관 속에서의 모습과 실제모습이 다르다고 해도?"
"..한아씨도 같아요."
한아가 겪고있는 우울증이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다. 정략결혼이라 하더라도 둘이서 데이트도 해보지 않고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고 급작스럽게 그 틀안에 갇히게 되었다. 한아는 자신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벌어진 상황을 회피하고자 했다. 결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결혼 상대도 자신의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현재상태로 보면 한아가 한 사람을 사랑해서 결혼을 한다는 것은 머나먼 잡히지 않는 곳에 있는 꿈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황폐해져 있는 한아였다.
"아니, 난 달라."
"같아요."
"다르다니까."
"뭐가 다른데요?"
"다들 말하잖아. 청순한 얼굴, 착해빠진 얼굴 하고는 꼬리치고 다닌다고.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딱 그 짝.."
"서한아!"
은준은 자기 자신을 깔아뭉개는 발언을 서슴치않는 한아가 안쓰러우면서도 답답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데 비하하는 한아를 보는 것이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치유할 수 있을지 막막하면서도 위태롭기 짝이 없는 그녀를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다는 욕심까지 품게 되었다.
"서한아..한아씨, 한아씨는.."
"....................."
"맑고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이예요."
"......................"
"언제나 한결같은 사람이 서한아예요."
은준은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몰라 입에서 나오는대로 주절이고 있었다. 한아에게 자신이 소중한 존재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아가 뭐라고 말하려는 것을 은준이 앞질렀다.
"사람들이 하는 나쁜 말에 들으려고 하지도 말아요. 들어도 흘려버려요. 내가 좋은 말 많이 해줄 테니까 그것만 들어요."
은준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아의 어깨를 잡고 눈높이를 맞춘다. 무릎을 꾸부려 조금 불편한 자세였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알았어요?"
"..................."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겨울 만큼 좋은 말 해줄 테니까."
한아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다. 한방울이 또르륵 떨어져 내리자 은준의 손가락이 그것을 받아내고는 한아의 볼을 어루만진다. 한아의 눈물이 쉴틈없이 내려오자 은준이 그녀를 품안으로 넣고는 등을 찬찬히 쓸어준다. 한결 누그러지는 듯 눈물을 뿌리고 있지만 편안한 얼굴의 한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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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해요..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주 내내 비 소식이 있네요. 우산 꼭 챙겨다니세요^^
항상 많은 사랑을 부탁드리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답니다..
첫댓글 늦게라도오셔서good!!
감사해요..다음엔 좀 더 빨리 올게요.ㅠㅠ
정말 좋아요 ><
감사합니다..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ㅠㅠ은준아..ㅠ
ㅠㅠㅠㅠ 감사해요..
한아 마음을 열어요.....
감사합니다..하루 빨리 은준이한테 맘을 열면 좋을텐데..
불쌍한한아양.ㅠㅠ얼른 은준이랑 러브러브하길!
한아가 캐릭터상 초반에는 우울할 거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