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방울로 총탄을 만들고 영국에서 맥주도 만들며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듀어든은,
현재 한국인 와이프와 오손도손 살며 K리그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외국인이다.
인도네시아, 2002년 한국을 떠오르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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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1 14:2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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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저녁의 인도네시아는 2002년의 한국을 떠오르게 했다. 인도네시아는 2002년의 한국처럼 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가 그 때의 한국이 된다면, 누가 포르투갈과 폴란드의 역할을 하게 될까?
월요일 밤에 만난 인도네시아 기자 시암 알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들입니다. 우리에게 제대로 된 축구 리더십만 있다면, 인도네시아는 2006 월드컵도 우승할 수 있었을 겁니다.”
꽤 강력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인도네시아는 우선 아시아 예선부터 통과해야 했었다.
아시아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이라… 나는 알리 기자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와 바레인의 첫 경기가 펼쳐지기 전날 밤의 일이었다. 이틀 전에 이곳에 도착했지만 자카르타가 축구 열기에 휩싸였다는 증거는 거의 찾지 못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호텔 창문으로 보이는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의 거대한 모습과 굳게 닫혀 있는 티켓 오피스가 전부였다.
알리 기자와 나는 축구 이야기를 하며 그 지역의 맥주 ‘빈탕’을 함께 마셨다. (괜찮은 맛이었다. 하이트와 카스보다는 훨씬 맛 좋은 맥주였다!) 이쪽 사람들은 지역의 축구협회를 혐오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축구협회 관계자의 이름을 언급할 때 바닥에 침까지 뱉어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몽준 회장이 이를 봤으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박지성의 부상 소식에 모두 실망하고 있었다.
“박지성이 인도네시아에 왔다면 굉장했을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현재 맨유에서 뛰는 선수가 자카르타에 온다는데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나는 그들을 위로 하기 위해 “호주가 결승에 진출한다면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소속의 브렛 에머튼이 이곳에 올 테니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라고 말해줬지만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아름다움이었다. 세상 어디를 가도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항상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국인들은 결코 누릴 수 없는 삶의 매력인 것이다.
정원 9만 명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은 세계에서도 10번째로 큰 경기장이었다. 대부분의 축구표는 1달러 정도이지만 어떤 경기에서는 10달러까지 치솟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의 기준에서 보면 꽤 비싼 금액이다.
경기가 시작됐을 때는 6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는 여전히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이 많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보안망을 뚫고 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끝내는 경찰 진압대에 저지당했다.
축구팬들은 굉장히 열정적이었으며 선수들의 모든 동작에 환호를 보냈다. 코너킥, 태클, 패스 심지어는 스로인에도 많은 박수를 보냈다. 매우 즐거운 축구장의 분위기였다. 인도네시아가 이길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시끄럽고 들뜬 경기의 일부분이 되는 것은 굉장한 기분이었다.
전반 14분 인도네시아가 첫 골을 터뜨리자 모든 홈 팬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폭죽과 화염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12분 뒤 바레인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의 완전한 침묵과는 무척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인도네시아는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양 팀 모두 수비에서 몇 번의 집중력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이 비록 최고의 팀들은 아니었지만 열정을 갖고 플레이 하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바레인이 동점골에 성공하자 나는 바레인이 나머지 경기를 컨트롤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포기하지 않았고 긍정적인 자세로 경기를 풀어갔다. 인도네시아는 또 다른 득점 기회를 맞기도 했지만 역습을 당할 때에는 불안한 모습을 계속 연출했다.
양 팀 모두 미드필드를 그리 많이 거치지는 않았으며 수비가 잡은 공은 재빨리 공격진영으로 투입됐다.
후반전의 양상도 비슷했다. 많은 공격이 이루어졌지만 플레이의 수준이 아주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양 팀 모두 수비의 실수가 많았으며 인도네시아의 오프사이드 트랩은 끔찍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레인의 공격력은 상대의 어설픈 오프사이드 트랩를 기회로 살릴 수 있을 만큼 날카롭지 못했다.
경기는 자체는 좋았지만 양 팀의 수준이 아주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한 경기만을 보고 팀의 능력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이 인도네시아나 바레인보다 한 단계 위의 기량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한국이 공의 소유권만 많이 가져올 수 있다면, 수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며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장 안이 그다지 덥지 않다는 것도 한국에게 힘이 되는 소식일 것 같다.
축구가 항상 내 생각처럼 단순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현재까지는 특별히 인상적인 팀은 없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후반전 마지막 30분 동안 나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되어 그들의 승리를 응원했다. 경기가 끝나자 모든 팬들이 행복해졌고 사람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경기장 밖의 풍경은 2002년의 한국을 떠올리게 했다.
멋진 분위기였지만 한국은 이를 경계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무척이나 적대적인 분위기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좋은 출발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2002년 포르투갈과 한국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물론 2007년 자카르타에서는 한국이 예전 포르투갈의 위치에 있다.
번역: 조건호 (스포츠 전문 번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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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empas.com/sports/forum/read.html?_bid=forum_john&asn=232
첫댓글 예전의 포르투갈의 위치에 있다. ;;좀 불안한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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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팬들이군요
순간 기사제목만 읽고 정전 얘기하는 줄 알았는데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