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살 냄새를 베고 누웠다
남루해진 동서남북이 구겨진 장면을 풀어내린다
그윽한 것,
무심히 벼려놓은 의외의 시선 같은 것,
그늘진 변방의 무릎에 기대어 혼곤히 잠든,
허락된 한 쌍의 평화가 비로소 서로를 마주하고 누웠다
지나온 여정은 너무 길었고
구겨진 무례함은
가장 낮은 걸음이 얻어낸 쪽잠 같은 덤, 어쩌다
너무 흔한 꽃의 축사 같은 것
얼마나 남았을까
시든 풀잎처럼 숨 고를 수 있는 시간
헐렁해진 심장이 마지막 출정을 떠나는
지금은, 아득한 변방
가장 낮은 자세는 아직 옳다
-『김포신문/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2023.06.29. -
시인의 눈은 겹눈이라고 한다. 겹눈은 3만 개 정도의 낱눈이 모여 이루어진 눈이다. 정면만을 보지 않고 정면의 속을 볼 수 있는 것이 시인의 눈이다.
벗어놓은 낡은 양말에서 오체투지와 같은 신성한 의식의 저변을 읽어내는 것.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반추하는 것, 가장 낮은 자세는 절을 하는 것이다. 신앙을 떠나, 나를 바닥에 붙인 채 참회하는 것이다. 잠시, 벗어놓은 낡은 양말이 되어본다는 것. 옳은 일이다.
나는 영원히 내가 아니다. 당신도 영원히 당신이 아니다. 내가 있기에, 당신이 있기에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의외의 시선을 간직하고 살 때, 낱눈은 겹눈이 된다. 내일은 오늘의 바깥에 있지 않다. 산다는 것은 가장 낮은 자세일 때 가장 많은 것을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