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파미르에 꼭 가봐.”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 파괴되지 않은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곳. 강렬한 태양과 매서운 추위가 공존하는 곳. 이곳에서 작가는 여름을 지나, 폭설이 한창인 겨울을 이겨내고, 가을을 만났다. 봄을 기다리며 씨앗을 뿌리는 사람도 만나고, 무성한 초록의 여름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오래전 결혼하면서 남편과 함께 여행 가족을 꿈꾸었던 저자는, 그러나 남편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후 가장이 되어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여행을 통해 성장하면서 자유롭게 살겠다던 꿈은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다. 그러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서 비로소 가장이 아닌 오롯이 한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다.
작가는 학생들에게 늘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던 교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한 번쯤 학업을 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학업과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했는데, 정작 스스로는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는 마침내 휴직을 결심하고 6개월 동안의 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언젠가 친하게 지내던 대학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파미르에 꼭 가봐.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곳간이야. 더 늦기 전에 가야 해.” 그렇게 떠난 파미르 여행은 인생의 한 굽이를 넘는 여행이었다. 인생의 중반기를 통과하는 나이, 힘든 시기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위험이 도사리는 것을 알면서도 새로운 도시에 닿기 위해 파미르를 넘었던 것처럼, 작가도 진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인생의 파미르를 넘어보고 싶었다.
“처음 파미르에 발을 디디며 ‘세계의 지붕’이라 불릴 정도로 험난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긴 겨울처럼 짙은 고독감,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단단하게 지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빛이나 공기, 물처럼 신이 언제나 자신과 함께한다는 믿음 때문이지 않았을까? 또한 선함을 중시하는 가르침과, 그에 따라 선하게 살아가는 이웃과 행복을 나누려는 마음이 혹독함을 이겨내게 하지 않았을까? 하루가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파미르에서도 마음만은 따뜻했기에 그들은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저자 소개
강진숙
여행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는 순간을 좋아하고 낯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생의 절반은 길 위에서’라는 생각으로 틈틈이 세계 일주에 도전하고 있다. 여행 산문집『상파울루에 내리는 눈』,『산티아고에서 온 편지』(공저)가 있으며, 동래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다.
📜 목차
프롤로그
1부. 파미르의 시간
해발고도 4,732m에서
떠난 이들을 생각하다
파미르의 하루에는 사계가 있다
파미르의 마음
2부. 파미르의 여행자들
실크로드와 파미르
별과 낙타의 시간
100년 전의 여행자
실크로드의 도시, 오쉬를 걷다
3부. 파미르의 오늘
떠나려는 사람들
파미르의 불안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4부. 파미르의 꿈
여행자를 맞는 주민들
버려진 컨테이너를 활용하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
파미르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
5부. 파미르를 지키는 사람들
고향을 지키는 청년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선생님
목동과 할아버지의 연대
무바라키 기념관의 후예
에필로그
📖 책 속으로
“파미르는 강렬한 태양과 매서운 추위가 공존하는 곳이다. 파미르고원을 여행하면서 여름을 지나, 폭설이 한창인 겨울을 이겨내고, 가을을 만났다. 봄을 기다리며 씨앗을 뿌리는 사람도 만나고, 무성한 초록의 여름을 다시 만나기도 했다. 익숙한 계절 감각을 뒤흔드는 파미르에서는, 그저 몸을 내맡기고 자연이 보여주는 찬란한 순간들을 만끽하면 된다.”
--- p.20
“파미르 트레킹은 당신에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합니다. 광대한 빙하와 우뚝 솟은 봉우리가 여행객을 맞이하지만, 때로는 깊고 좁은 계곡이 만들어낸 황량한 지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파미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p.22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우리는 길을 잃고 세상을 잃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이 있는 곳을 깨우치고, 자신과 세상이 무한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깨닫는다.’고 했다. 파미르는 ‘내가 마주한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디는 발자국마다 생의 의지를 다지게 했다. 내가 있는 이곳, 내가 있는 시간, 내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했다. 파미르가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 p.35
“파미르에서는 하루에 다양한 계절을 경험한다. 여기서는 여름인가 싶다가도 또 저기는 겨울이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동부 지역은 추운 겨울이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남부의 와칸 계곡으로 접어들면 추수가 한창인 가을이고, 와칸 계곡의 끝자락인 서부 지역으로 돌아서면 햇살이 따가운 여름이다. 파미르의 시간과 자연은 바깥세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하루에 일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 p.46
“오슬로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덴마크 여행가 올룹슨(O. Olufsen)의 여행기를 발견했다. 그는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파미르를 여행했다. 1896~1897, 1898~1899년 두 차례에 걸쳐 파미르를 여행한 그는『파미르 여행』,『미지의 파미르 - 두 번째 파미르 탐험기』를 비롯한 몇 권의 책을 펴냈다. 100년도 더 된 여행 기록을 접하며 설레었다. 기차로 또는 버스로, 항공으로 편하게 이동하는 요즘에도 파미르 여행은 쉽지 않은데, 100년 전의 그는 어떻게 여행했을지 궁금했다.”
--- p.110
“세상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지속될 것 같던 파미르도 변하고 있다. 파미르를 둘러싼 주변 국가들 사이의 분쟁이 상징하듯,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긴 국경 철조망이 생겨났다. 파미르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먼 곳으로 떠날 꿈을 꾸고,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파미르의 가장 중에는 파미르를 등지고 돌아오지 않는 이가 늘고 있다. 이들 가족은 돌아오지 않는 가장을 속절없이 기다린다.”
--- p.135
“도시의 속도에 비해 느리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지역의 생태와 문화를 지켜가는 파미르 사람들. 자연이 준 선물인 호수와 온천을 활용하고, 여행자들과 집을 나누고, 버려진 컨테이너를 활용해 자신의 터전을 지켜가는 모습은 파미르에 찾아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아는 지혜를 보여준다. 파미르에 사는 사람들은 변화 속에서도 적응하며 지속 가능한 파미르를 꿈꾼다.”
--- p.179
“지금의 파미르를 있게 한 이들도, 앞으로의 파미르를 있게 할 이들도 모두 파미르 사람들이다. 7남매의 장남으로 엄마를 도와 농사를 짓고 양봉하며 집안을 꾸려가던 무하메드, 부룽쿨의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 유목 생활의 지혜를 주고받는 목동, 박물관을 지키며 지역민들에게 전통을 가르치고 여행자에게 파미르의 삶을 전하는 박물관 관리인. 이들은 모두 자신을 지키며 동시에 파미르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 덕분에 파미르는 여전히 숨 쉰다.”
--- p.211
“4년 전 혼자 집을 떠났다. 내 인생에 겨울이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6개월간 여행하며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시안을 거쳐 우루무치까지 여행한 나는 파미르고원을 넘었다. 코카서스, 중동지역을 지나 아프리카에까지 이르렀다. 막연히 세계사, 세계 지리로만 알던 여행지는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촘촘한 그물로 이루어져 있었다.”
--- p.240
“나는 이제 파미르를 떠나왔다. 하지만 파미르에는 여전히 하늘의 별이 빛날 것이고 그곳 사람들은 터를 지켜가며 살아갈 것이다. 내게 그랬듯 그들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따뜻한 환대를 베풀 것이다. 언젠가 나는 또 그곳으로 떠날 것이다.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이 많다. 우선, 여행을 떠나는 나를 응원하며 ‘살아 숨 쉬는 그녀의 여행 펀드’로 여행을 지원해 준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긴 여행에서 그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글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 준 김성현 선생님, 박은태 선생님, 호밀밭 출판사 하은지 편집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책의 디자인을 맡아준 딸 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산들은 바쁜 직장 생활 가운데 짬을 내고,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엄마의 책을 디자인하느라 애썼다.”
--- p.242
🖋 출판사 서평
실크로드의 심장, 세계의 지붕 파미르
그곳에서 만난 꿈과 사람들에 대한 기록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는 겹겹이 쌓인 역사가 흐르는 곳이다. 페르시아를 비롯한 투르크족, 몽골족, 티무르제국, 러시아의 지배를 받으며 동서양의 여러 문명과 종교의 영향을 받았다. 수많은 세력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파미르의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영토에 속하지만,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중국과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파미르 주변국은 1991년에 독립했지만, 옛 소련 시대에 무리하게 그어진 국경선으로 인해 여전히 민족 간의 반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미르는 오래전 실크로드의 ‘심장’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다. 시안에서 출발한 실크로드 대상들이 로마나 이스탄불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이곳을 지나야 했다. 자신이 정주하던 곳을 떠나 낯선 공간을 여행하며 새로운 삶을 찾던 사람들이 이곳을 걸었다. 그곳에서는 멈추거나 되돌아갈 수 없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도전의 공간이었다.
이 책은, 해발고도 4,732m의 파미르에서 작가가 보낸 시간들과 그곳에서 만난 역사, 현재, 꿈과 희망, 그리고 지금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힘과 지혜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만나게 해준다. 오랜 시간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파미르가 있듯, 우리들의 삶에도 수많은 시간이 쌓여왔고 쌓여갈 것임을 알게 해준다.
“겹겹의 시간이 쌓인 파미르에는 역사적 지층의 두께만큼 무수한 떨림과 그로 인한 파장이 곳곳에 가득하다. 끝없이 흐르는 강물, 눈 쌓인 봉우리, 내가 걷는 길, 내가 머문 집, 따끈한 차 한 잔 대접하던 지친 아주머니의 미소,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다. 어느 먼 훗날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지금의 이 떨림이 전해질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