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피곤한 하루 입니다.
어제 그토록 난리를 치고서 잠도 잘 못자고
실습을 했기 때문인가봅니다.
내일은 거래시리즈 교주냥 편을 올려 보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백호님스런 밤을 보내세요.
무적퇴마록! 무적백호님!!!!
그럼 글 시작합니다.
###세잎클로버###
No.6[세잎클로버,포기]
중학교 때의 앨범을 뒤적였다.
그 곳엔 내 얼굴도 있고, 하랑이의 얼굴도 있고,
살아 생전 마지막 민현이의 얼굴도 있다...
갑자기 묻고 싶어졌다.
넌 뭐가 그리도 힘들고, 뭐가 그리도 사치스러워서 이 좋은 세상, 이 좋은 시절 모두 버리고 그렇게 떠난거냐?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을테지.
그게 씁쓸하다.
혼자서 계속 앨범을 뒤적거리며, 추억에 가득하니 잠겨 있던 그 때, 내 눈에 말라 비틀어져 끝 부분이 살짝 누렇게 변한 잎사귀 하나가 나풀거리며 내 눈앞에 떨어졌다.
세 잎 클로버다.
예전에 네 잎 클로버의 얘기를 듣고, 우리는 웃으며 풀밭을 한참 뒤적였던 적이 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까.
열심히 찾고 뒤져서, 그 행운을 가져버리자는 게 그 때 우리 셋의 목표였다.
하지만, 괜히 행운의 의미를 지닌 게 아니어서 하루 종일 풀만 뒤적거렸음에도 셋 중 누구도 네 잎 클로버를 찾아내지 못했다.
당연히 우리는 서로 실망을 해버렸다.
한참 어리고,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즐겁고 모든 게 그렇게만 느껴지던 때였다.
해도 져가고 해서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민현이가 발을 멈추고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소리를 질러댔다.
"찾았다! 우하하! 봐봐. 나 결국 찾았어. 네 잎이다, 네 잎!"
마치 어린아이 마냥 방방 뛰던 그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민현이는 정말 어린 아이 같은 부분을 지니고 있었다.
나도 그 부분을 많이 닮고 싶어했었다.
그래서, 풍선을 좋아하게 되었고,
음료수에 빨대를 꽂아 먹게 되었고,
커다란 곰인형을 좋아하게 되었고,
지금은...바보처럼 미련하게 너무도 추운 겨울바다를 좋아하게 되었다.....
"정말이네."
못 믿겠다는 투의 하랑이와.
"야, 그거 나 줘!"
민현이와 똑같이 어린아이라도 된 양 생떼를 부리던 나였다.
그 때 민현이는 날 한참 보더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네 잎 클로버의 한 쪽 잎을 똑 떼어 보통의 평범한 세 잎 클로버로 만들어 내게 주었다.
"자, 책 사이에 끼워나."
"야! 그런 거는 어디에나 널렸잖아. 뭐 하러 갖냐?"
"이 바보."
내 씨근거림에 민현이는 살짝 내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그러더니 어서 가지라는 투로 내 눈 바로 앞으로 이제는 세 잎이 된 클로버를 들이댄다.
난 어서 치우라는 뜻으로 민현이의 손을 조심히 쳐냈다.
그러자 민현이는 얘기한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이야. 행운의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만큼 구하기도 힘들어. 하지만,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행복말이야. 그리고, 지금 내가 너에게 주려는 건 보통 세 잎 클로버가 아냐. 네 잎의 행운과 세 잎의 행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진짜 진짜 귀한 클로버란 말야. 그러니까 이 오라버니 말 듣고, 얌전히 갖고 가서 책 사이에 껴둬."
민현이는 긴 설명을 마치고 내 앞에 다시 클로버를 들이대며 환하게 웃는다.
난 옆의 하랑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히 클로버를 받아들었다.
민현이의 얘기 탓이었을까.
더 이상 네 잎이 아닌 클로버가 왠지 예쁘고, 귀해 보였다.
민현이에게는 날 세뇌시키는 힘이 있는가 보다.
"응, 껴둘게."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려진 클로버가 그 때 민현이가 내게 준 클로버다.
행운과 행복의 의미를 지닌 귀한 클로버.
민현이는 내게 행운과 행복 모두를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게 필요했던 건 이런 클로버가 아닌 민현이었는데..
갑자기 민현이가 보고 싶어진다.
더 이상 볼 수 없단 걸 알아도, 보고 싶어진다.
혼자 바닷가에라도 가볼까..
그 녀석의 유골이 뿌려진 바닷가에.
그 때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내 벨소리다.
...건우다.
"여보세요."
"아, 소민이니? 나 건우인데,"
응. 알고 있어. 니가 건우란거..
"혹시 지금 시간있니? 시간 있으면 잠깐 놀래?"
"놀자구? 나랑? 한빛이는?"
건우의 말에 기뻤지만, 난 쉽게 승낙할 수는 없다.
이게 내 하나 남은 자존심이다.
"한빛이도 같이 놀꺼야. 시간 괜찮으면 놀자. 노래방 갈꺼거든."
한빛이란 말에 거절하려고 했다.
난 두 사람의 마음 아픈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바쁜 일 있는 거 아니면 꼭 나와. 그럼 아주 좋은 일이 있을꺼야. 그럼 나와야해. 끊는다."
자기 할 말만 툭 내뱉고서는 그냥 끊어버린다.
대체, 좋은 일이란 건 뭐길래..
뭣보다 언제까지 어디로 오라는 건지도 안 알려주고 그냥 끊어버리면 난 대체 어찌해야 한단 건가..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문자가 온다.
[아까 말 안 했는데, 최대한 빨리 중앙초등학교 앞으로 나와]
꼭 내 생각이라도 읽은 듯, 필요한 것만 정확히 날아와 있는 문자를 살짝 노려봐 주고 난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하고 중초앞으로 달려갔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앞에 건우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나도 반가움에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우고 같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리고, 옆에 한빛이가 새초롬한 인상으로 꾸벅거리는 것을 잠깐 쳐다보았다.
"언니, 안녕하세요."
"응, 안녕."
참 썰렁하다는 걸 느꼈다.
설마, 한빛이가 안 걸까?
내 마음을...
"참, 여긴 내 친구. 전에 한 번 봤었지?"
온 몸으로 썰렁함을 느끼고 있는데, 건우가 옆에 있는 한 남정네를 툭 치며 얘기한다.
누군가하고 보니 예전에 스토커 마냥 건우를 따라가다 마주친 건우의 친구다.
건우와 닮은 웃음, 조금은 오버스러운 듯한 행동.
그 모든 게 하나씩 생각이 나면서 슬슬 알 수 없는 나쁜 예감이 내 몸을 잠식해 갔다.
그리고, 나쁜 예감은 절대 틀리지 않는 법이다.
"내 친구가 전에 너보고 굉장히 맘에 들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좀 놀자고 불렀어. 한빛이가 하는 말이 너 남친 구한다면서? 그러니까 둘이 잘 되봐라. 나랑 한빛이 얼굴을 봐서라도."
하하...
그런가.
그렇군.
한빛이가 그랬구나.
건우가 내게 괜히 연락을 했을 리가 없다.
건우가 정말로 민현이와 비슷하다면...그렇다면 절대 나를 여자로 보지 않을 것이다.
날 진정으로 믿고, 날 좋은 친구라고 여기며 이것저것 상담하고 이것저것 털어놓는 일은 있어도 절대 날 여자로 보는 일은 없다.
그게 민현이다.
그게 민현이를 닮은 건우다.
그리고, 난 이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허탈하다.
헛웃음만 나온다.
나도 참...바보 같지.
이게 대체 무슨 짓인지.
남의 남자친구를 가로채려고 하니까 이렇게 되잖아.
이렇게 비참해지잖아.
바보처럼...대체 왜 그랬을까.
"아, 음...그래. 고마워. 이름이 뭐야?"
난 건우의 친구에게 악수를 청하며 얘기했다.
그러자, 건우의 친구는 나와 악수를 하며 말한다.
"내 이름은 박영훈이라고 해. 넌 진소민이라고 했지?"
영훈이의 말에 한빛이가 움찔한다.
그래, 내 이름은 진소민이 아니다.
더 이상은 진소민이 될 수가 없다.
민현이가 이 세상에 없으면 진소민도 없는 것이다.
바보처럼 그걸 잊었었다.
"아하하, 아니야. 내 이름은 이혜경인걸."
"이혜경? 하지만, 전에는.."
건우도 궁금한 눈치다.
한빛이는 도대체 무슨 얘기냐는 얼굴을 하고 있고.
"그 때는 이렇게 서로를 소개하게 될지 몰라서 그냥 가명을 댔던거야. 내 진짜 이름은 이혜경이야."
그리고, 생긋 웃어보였다.
그런데, 마음이 아프다.
웃는 얼굴과는 너무도 다르게 마음은 아프다.
"그래? 혜경이라..이쁜 이름이네."
이쁜가.
민현이는 가수 박혜경과 내 이름이 같다고 냉큼 진소민이라는 가명을 붙여주던데.
그리고, 난 별로 원하지 않던 인연과 얽매인 채 노래방에서 평소와는 달리 얌전히 노래를 불렀고,
그런 내 모습을 노려보는 한빛이를 인식하며...
난 내 마음을 접기로 결심했다.
그 마음이 민현이를 향한 것이든, 건우를 향한 것이든.
첫댓글 앗 깜짝이야. 정말 고쳤네... 안고쳐줘도 된다니까..[두둥..]
잎 하나를 또옥..겹치는 게 있어=_=ㅋ; 그나저나..그랬구만; 훙; 잘 읽었으
....[네잎클로버는 행복이야]라.....나도 내일 모닝글로리에서 네잎클로버 열쇠고리나 하나 사야지.-_-;[이게 무슨 말이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