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화 毒白花 1
우아한 대문을 통과하면 첫번째로 보이는 커다란 연못이 보는사람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자그맣고 독특한 돌로 주위를 메운 연못위엔 아리따운 수련화가 새초롬히 떠있다.
너무맑아 물고기가 보일정도로 깨끗한 수면위로 물결치는 다갈색머리가 선명이 비춰있다.
티없는 얼굴에 구불구불 다갈색의 긴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은 청초하다 못해 우아해보였다.
그녀는 생김새와는 어울리지않게 거친 남색 무명옷을 간단히 입고 연못주위의 버드나무가지위에
몸을 숨기고 장난스런얼굴로 주위를 자꾸 곁눈질하고 있었다.
"국주아씨, 어디계십니까? 어서 나오세요.이러다 주인마님께 또 혼나게 생겼습니다! "
나무밑에서 들리는 나지막한 애절한 목소리에 국주는 입꼬리를 올리곤 나무밑으로 순식간에 내려왔다.
"에구머니! 아씨, 쇤네랑 들어가요. 저 이러다 혼납니다."
국주는 이런 시녀 나리의 마음을 아는지모른는지 어느새 담장위로 훌쩍 올라가 있었다.
"아씨! 돌아오세요! 나리 심장 오그라들겠습니다. 제발..아이고~아이고~"
울것같은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나리를 향해 씨익- 웃고는 국주는 조용히 말했다.
"나리야, 금방온다 그랬잖아. 걱정마 그리고 어머니께서 찾으시면 네가 대신 침상에 들어가 있어.
그럼 나 간다. "
훌쩍 몸을 날려 사라져 버린 국주를 바라보며 나리는 간지러워 오는 목을 잡고선 국주의 침상으로 들어갔다.
"제발..오늘은 무사하길. 아이구. 내 목이 남아나지 않겠네."
밤거리의 홍경은 볼때마다 설레였다.
낮에는 볼 수 없는 광대들의 춤판과 양반들의 추태, 거리의 방종한자들, 아리따운 여인들이 활보하는 거리는
화려하고 뜨거웠다.
거리를 가득메운 환한 등빛과 상점들의 불빛이 볼거리 가득한 거리를 즐겁게 만들었다.
국주는 풀어헤친 거추장스런 긴 머리를 단정히 하나로 높게 묶은 후 일반 남자들과 똑같은 행색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누가봐도 여인이라 믿을 정도로 티가 나지만 국주는 호기심에 가득차 거리 이것저것을 구경하기 바빴다.
'얼마만이야, 후후 그새 물좀 갈았네. 오호 왠일이니! 저 가락지좀봐 어머~'
국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여국에서 새로들어온 비취가락지에 넋이 나가 있었다.
영롱하고 맑은 홍빛을 띤 비취가락지는 국주의 마음을 설레기에 충분했다.
평소 단골집이였던 상점으로 뛰어가 국주는 비취가락지를 냉큼 집어들었다.
"어서오슈. 또왔네. 호호 세여국에서 새로들어온건데 황운국에서는 우리집 하나밖에
없는거라우. 이번아니면 이런거 구경도 못할 물건이야. 에잇, 원래 거금인데 댁은 단골이니
싸게 해줄게. 어때?"
친한 주인장의 상술이 재밌다는 듯 국주는 씨익- 웃고는 비취가락지를
주머니에 넣고 은괴4개를 주인장 큰손에 얹여준 후 상점을 나섰다.
"예쁘게 써~ 부인이 좋아할걸세!"
비취가락지를 산 마음이 너무 벅찬 나머지 국주는 거리 한복판에서 팔을 벌리고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북적거리는 거리에 사람들은 국주를 보며 쿡쿡 웃으며 지나갔다.
그딴건 전혀 신경쓰지 않는 국주는 웃음을 지우곤 손바닥을 탁! 쳤다.
'앗차!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빨리가야겠다. 에이 나리한테 미안한데 좋아하는 만두라도 사줘야겠다'
비취가락지를 넣은 주머니를 옷속에 꼭 여미고 따끈따끈한 만두냄새가 솔솔 풍기는
만두가게로 달려갔다.
먹음직스런 여러 종류의 만두들이 찜기에 가득 나 먹어주소! 하고 놓여있었다.
국주는 침을 꿀꺽 삼키곤
"아줌마, 만두 10개 싸주세요"
"예에"
나리가 맛잇게 먹을 생각에 흐뭇해진 국주는 만두를 들고 거리를 재빨리 내달렸다.
'헉! 국주아씨~ 난 몰라. 만두 좋아하는줄 어떻게 알구~호호홋'
'그냥 미안해서 뭐..이때까지 숨겨준것도 고맙고 해서. 하하'
'국주아씨~ 이젠 걱정 붙들어매소! 이 나리가 있는데 뭔 걱정입니까!
언제든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저한테 말만 하세요~ 호호호호'
나리가 좋아할 상상에 빠진 국주는 통쾌하게 웃었다.
"움하하하하 나리야 이 국주아씨가 간다~ 기다려라!"
히이잉 ~ 히잉~
홍경 등불가득한 대로를 내달리는 검은 흑마를 탄 사내들이 사람이 지나가든말든
거친바람을 몰고 고속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놀라 길을 비켜주며 욕을 날렸다.
빠른걸음으로 대로를 달리던 국주는 미처 거칠게 달리는 소리를 듣지못하고
사람 다 피한 거리를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뛰고있었다.
순간 강한 마찰음과 함께 두 물체가 저 멀리 날아갔다.
!
하늘에서 뜨거운 만두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아아아악!!!"
"대군마마!!!!"
저 멀리 날아가버린 국주는 온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정신을 그만 놓아버리고 말았다.
'만두...나리..'
"대군마마!"
장정 4명이 대군이라는 작자 주위를 감쌌다.
"으윽!-"
땅바닥에 쓰러진 대군은 팔과 다리를 다쳤는지 일어나지 못하고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말에서 떨어지셨으니 일어서지 못하실것이다. 부축하여라-"
온 몸을 검은색으로 입은 사내와 나머지들은 대군을 조심조심 일으켰다.
다행히 별로 다치친 않았는지 사내들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칼로 깎아낸듯 날카롭고 수려한 대군의 얼굴은 고통을 참는듯
미간과 붉은 입술이 일그러져 있었고 화난듯한 까만 눈빛은 새처럼 쓰러진
국주를 향해 있었다.
대군의 눈빛이 향한 곳을 바라보는 사내들의 눈빛은 아무감정조차 깃들어있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겨 국주에게로 온 대군은 엎어진 국주를 바로 눞혔다.
꽤 반반한 얼굴을 가진 미소년이였다.
대군은 잔뜩 굳은 얼굴로 소년의 인중에 손을 대어보았다.
미약한 숨이 전해져왔다.
어깨와 다리에 피가 질질 새어나와 남색 옷을 적셔가고 있었다.
"제길-"
대군은 욕지거리를 날리면서 국주를 품에 안고 말에 올라탔다.
"대군마마! 성치 않으신 몸으로 말을타는것은 위험하옵니다.
그 소년을 저희에게 주시지요"
싸늘한 얼굴로 대군은 검은옷을 입은 사내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며
말을 타고 먼지를 내뿜으며 거리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때는 이미 새벽녘이 되어 하늘이 푸르스름 창백했고
땅에 우수수 떨어진 만두가 파랗게 다시 몰려든 사람들의 발길 속에 밟혀갔다.
*보라중독입니다!
청루안인 작가 보라중독 입니다.
이번에 청루안인과 새로 연재하게 된 독백화를 동시연재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바랍니다! ^^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첫댓글 꺄아아아악! +ㅂ+ 1편부터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있군요! >0< 소녀, 광팬이 되버릴 것 같사옵니다! >ㅁ< 다음편 기대할게요오!
하하하 ^^ 소설쓰는데 힘 팍팍 나네요!!! ^^
꺄~ 응원모드~
저 너무행복합니다! ㅠㅡㅠ
너무 재밌어요~!!! 다음편 기대할께요~~~>ㅁ<
많이 기대해주세요!!!!!!^^*
우어우어 잼있어요!! 보라중독님의 공지를 보고 봤는데>< 신선하네요ㅋㅋ 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