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우선주가 주목받고 있다.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통상 주총 기간에는 찬밥 신세인 우선주를 챙겨 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무엇 때문일까. 보통주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우선주는 통상 연말에 몸값이 뛰는데 지금은 가치가 떨어져 최적의 ‘저가 매수’ 기회라는 것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특히 배당수익률이 높고 보통주보다 가격이 크게 낮은 우선주를 선별하라고 주문했다.
서울경제는 8일 미래에셋증권(006800)이 최근 12년(2009년 12월~2023년 2월) 동안 시가총액 상위 우선주 30위권 종목의 월별 보통주 대비 주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단독 입수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결산 배당이 이뤄지는 12월을 제외하면 우선주의 보통주 대비 주가 비율은 1~3월이 가장 낮았다. 중간 배당이 이뤄지는 5월과 6월의 상대 주가수익률이 각각 2.5%, 3.5%에 달했던 반면 3월은 -0.4%를 기록했다. 3월 주총 시즌에는 보통주 대비 우선주의 주가수익률이 그만큼 부진했다는 뜻이다.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가격이 낮을수록 투자가치가 높다. 보통주와 주가 차이(주가 괴리율)가 클수록 상승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대표적인 우선주들의 주가는 보통주 대비 평균 50~60% 수준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주가 괴리율이 아무리 크더라도 당장의 이익인 ‘배당수익률’이 낮으면 안 된다. 우선주와 보통주 간 배당수익률 차이가 별로 없다면 굳이 의결권 없는 주식에 투자할 이유도 없다.
시가총액 500억 원 이상으로 배당수익률 3% 이상을 기대할 수 있고 보통주보다 배당수익률이 1.5%포인트 이상 높은지 등의 조건을 충족하며 최근 3년간 배당 실적이 안정적인 우선주를 추려보니 8개 종목이 잡혔다. 현대차3우B(005389)를 비롯해 현대차2우B(005387)·현대차우(005385)·삼성화재우(000815)·GS우(078935)·미래에셋증권2우B(00680K)·CJ우(001045)·LG우(003555) 등이다.
현대차3우B의 경우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9.68%로 높고 보통·우선주 간 배당수익률 차이(5.68%)가 크다. 종목명에서 숫자가 클수록 나중에 발행된 것이다. B가 표시된 것은 1995년 상법 개정 이후 발행된 ‘신형 우선주’를 의미한다. 신형 우선주는 이전에 발행된 우선주와 달리 주주에게 지급하는 최소한의 배당률이 미리 정해져 있다.
금융 당국이 ‘선(先) 배당액 확정, 후(後) 배당 기준일’ 방식으로 ‘깜깜이 배당’ 개선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는 것도 우선주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로템을 제외한 11개 상장사와 포스코그룹·카카오·신한지주 등은 이달 주총에서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게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되면 우선주를 비롯한 배당주 투자도 시장에서 더욱 관심을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선주의 주식 수가 적어 주가 변동성이 큰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수가 적으면 그만큼 주가 출렁임이 크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작전 세력이 가격을 조종하기도 쉽다.
2020년 우선주가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하자 한국거래소가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는 우선주에 대해 투자 유의 안내를 발동하기도 했다. 우선주가 이상 급등하는 것을 막으려 금융 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장 퇴출 요건을 강화했다. 삼성중공업우·SK네트웍스우·DB하이텍1우·흥국화재2우B·현대비앤지스틸우·남양유업우 등 6개 종목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주 가격만 보고 저평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우선주의 발행 주식 총수나 배당의 지속 가능성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