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611〉
■ 다시 피는 꽃 (도종환, 1954~)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 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 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 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를 알아듣고
물 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 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 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 1994년 시집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문학동네)
*완연한 봄입니다. 앞산의 나무들이 연록색 잎새를 조금씩 내밀면서 부드러운 연노랑의 숲으로 변해가는 모습에서, 주변은 비로소 겨울의 황량함을 벗어나 봄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요즘이라 하겠습니다. 길섶에는 수많은 들풀들이 파랗게 돋아났고, 노오란 민들레를 비롯 냉이나 지칭개 같은 애들은 벌써 작은 꽃들을 피웠더군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올봄에 보이는 이런 종류의 풀이나 꽃들은 작년에 돋았거나 꽃을 피운 바로 그 자리에, 때로는 근처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연이 주는 순환의 원리라고나 할까요?
이 詩는 귀한 것들을 버림으로써 더 소중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는 자연의 역설적 이치를 깨닫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詩에서는 자신의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버리는 꽃과 나무, 그리고 연어의 모습을 통해 고귀한 생명을 얻고 수천의 알(후손)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따라서 인간도 이처럼, 자연 속의 생물들과 같이 자연의 섭리를 좇아 자신이 가진 것을 깨끗이 버릴 때 오히려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라는 삶의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힘을 주어 알려주고 있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