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Goldilocks)는 참 바쁜 단어다. 경제에선 성장률은 높은데 물가는 오르지 않는 쾌적한 상황을 뜻하고, 마케팅에선 비싸거나 싼 상품 옆에 중간 가격 상품을 함께 진열해 중간 가격 상품 선택을 유도하는 판촉기법을 말한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세마리 곰>에서 가져왔다. 한 소녀가 곰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 세 그릇의 수프 가운데 뜨겁거나 차가운 것이 아닌 먹기 적당한 것을 골라 먹고 좋아한다는 동화다.
천문학에선 생명체가 살기 적합한 환경을 가진 별을 골디락스 행성이라고 부른다.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선의 1차 탐사 결과 우리은하에는 그런 행성이 5억개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숫자가 우리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영화 <콘택트>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주 생명이 우리뿐이라면 엄청난 공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계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과 우리가 그들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우린 아직 어떤 외계 생명도 만난 적이 없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 ‘알파 켄타우리’까지 지금 우리가 가진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가도 10만년이 걸린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4.5년이 걸린다. 그 별에 누군가 있다면 전파로 “안녕”을 주고받는 데만 9년이 걸린다.
물리학자 마르셀로 글레이서는 아예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지구의 우주적 고독이 깨질 가능성은 보이질 않는다. 그걸 우리 눈으로 확인할 가능성은 더욱 없다”
고 단정한다.
자크 모노가 <우연과 필연>에서 말한 대로
“우린 우연히, 무관심하며 무변광대한 공간에 홀로 출현한 것”
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주는 누군가 정교하게 짠 각본처럼 보인다. 우주 공식은 우릴 위해 예비된 것처럼 수많은 조건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진다.
우리만 우리와 우리 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까운 존재인지 모르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