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612〉
■ 금잔디 (김소월, 1902~1934)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 1925년 시집 <진달래꽃> (매문사)
*소월의 詩는 우리 민족의 정서, 그것도 이별이나 슬픔과 같은 한(恨)과 연계된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또 이해하기 쉬운 짧은 시문과 전통적인 3.4조나 7.5조 리듬을 사용하는 까닭에 그의 詩들은 금방 가슴으로 파고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그의 詩들이 지금도 우리들에게 널리 읽히며 사랑받는 것이겠지요.
따사로운 봄날을 맞아 오늘은, 그의 詩 중 봄과 관련된 작품 하나를 다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詩 역시 그런 특징이 아주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봄의 생동감을 그리면서 임을 잃은 정한(情恨)도 함께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가신 임 무덤가에 금잔디’라는 단 한 줄의 문장을 통해 죽어 흙에 묻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임과 해마다 봄이 되면 무덤가에 어김없이 파랗게 돋아나는 금잔디를 대비시켜, 떠난 임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간절하게 나타내고 있는 기법은 실로 탁월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한편 어느 분에 의하면, 이 詩는 읽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들려주고 노래하는 詩로서 시인이 표현한 대로 짧은 행에 맞춰 천천히 소리 내어 리듬에 따라 읽어가면, 임의 무덤가에서 돋은 금잔디를 바라보는 쓸쓸하고 슬픈 분위기에 더욱 공감하게 될 것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소월이 감수성이 한창 예민할 무렵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것이라 하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