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의 본 뜻
한복을 벗고 양복을 입듯이 수시변역(隨時變易, 때에 따라 바꾸는 것)이 주역의 본래의 뜻이다.
오늘날 한문(漢文)이 천해지는 데 천하면 귀해지고 귀하면 천해지는 법이다. 인기아취(人棄我取, 다른 사람이 버리는 것을 나는 갖는다)를 잊지 말자. 양(陽)과 음(陰)이 반복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주역(周易)은 점치는 책이 아니다. 코끼리에서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면 코끼리가 ‘내 발가락이다’ 할 수는 있지만 발가락이 ‘내 코끼리이다’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주·관상·풍수처럼 주역에서 파생되어 조각조각 나간 것을 주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주역은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학문이다.
공자는 주역에 열 가지 해설을 붙였고, 정자(程子)는 의리학(義理學, 도덕학)으로 주자(朱子)는 점학(占學)으로 주역을 풀었다. 점학은 의리학을 해서 도덕이 서고 정신수양이 된 후에 공부하는 것이다.
점을 쳐서 괘를 얻는 것은 우연은 우연인데 약속된 우연이다. 주역 공부를 안 했으면 그런 약속은 없지만, 주역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런 약속이 전개 된다. 나는 매일 아침 점을 친다. 점에서 좋다고 하면 더 근신(謹愼)하고, 나쁘다고 하면 더 조심(操心)한다.
<대산 김석진 선생, 조선일보, 2007. 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