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의 둥지 마련 새끼 키우기
제비가 둥지를 마련하고 완성하기까지 작업은 꼭 열흘을 채웠다. 5월 19일 기초작업을 시작하여 5월 29일 완성하고 6월 6일 작은 거울로 비추어 확인해보니 예쁜 알이 5개였다. 이제 도망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어 제비집 아래 방충망에다 길고양이 공격 방지책을 설치했다. 손자가 공부하던 한글 글자 교본 긴 폭이 71cm 비닐판을 걸어보니 안성맞춤이다. 짧은 폭은 장판지 남은
것으로 덧붙였다. 매끄러운 재질이라 길고양이는 발붙일 수 없는 시설이다. 이 시설을
갑자기 설치하니 제비 떼가 비상소집을 한 모양이다. 이웃 제비에게 알렸는지 많은 제비가 마당에서 하늘을 덮었다.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산을 떠는 모양이 마치 꿀벌 낮 놀이처럼 생각되었다. 제비 떼가 한참 부산을 떨더니 제비에게 해로운 시설의 덫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금방 조용해졌다. 이웃 제비들도 돌아가고 제비 부부 한 쌍만 남아서 평시 상태를 유지한다. 평소에 없었던 경계 대상이 불현듯 나타나서 비상사태를 겪은 듯하다. 마치 사람처럼 이웃까지 동원하여 경계심을 부추기는 행위와 세심한 원인을 알아내는 방법이 신기하다.
주인이 설치한 보호시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지혜가 어디서 나오는지 말이다.
산란을 마치고는 제비 부부는 교대로 알을 품기 시작하면서 매일 열심이다. 우리가 현관 주변에서 청소나 여러 가지 일을 하면 경계심으로 인해 피하기 일쑤다. 그래서 주변의 다급하지 않은 일은 되도록 줄이고 제비가 놀라지 않도록 유념한다. 제비가 경계심 때문에 알 품기 소홀로 둥지 온도가 내려가서 부실 알이라도 될까 걱정 때문이다. 제비가 알을 품다가 자주 둥지를 벗어나면 알을 보호할 적정온도가 손실하여 알의 건강에 지장이다.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된다. 손자들이 오는 날은 더욱 조용히 하라고 손자들에게 당부하기 바쁘다. 친척들이 방문해도 제비가 놀라지 않게 해 달라는 당부가 먼저다. 이제 새끼가 부화하여 태어났으므로 그런 걱정은 덜게 되었다. 동물에게도 모성애라는 목숨보다 소중한 생각이 있어서 새끼를 두고는 둥지를 떠나지 않는 사실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제비 새끼가 없어지지 않는 한 어미는 둥지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제비 부부는 갓 태어난 새끼 먹이 구해다 먹이기 바쁘다.
제비알의 부화 소식이 궁금한데 아직 소식이 없어 애태운 때의 일이다. 제비가 집을 잘못 지어서 보온이 안 되어 부실 알이 되지나 않은가 걱정했다. 둥지 안을 보니 그냥 풀뿌리 같은 성근 재료로 만들어지고 보드라운 털이 없었다. 전에 다른 제비집을 보면 솜이나 털을 뽑아 보금자리 바탕을 만들었다는 기억이다. 요즘은 동물의 털도 귀하다. 닭처럼 기르는 짐승이 농촌에도 없어진 것은 오래다. 저렇게 엉성한 둥지에 새끼가 제대로 자라서 부화가 되는지 의문이었다. 인터넷 검색에 제비
부화 기간을 알아보니 13~18일이라고 한다. 6월 6일 알 다섯 개를 확인했으니 먼저 낳은 알은 부화기에 들었다. 공들인 도움도 없이 실패할까 걱정이다. 둥지를 교대로 지키지 않고 비워두는 시간에는 오히려 내가 애간장이다. 6월 19일 확인해보니 알이 다섯 개 그대로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음 날인 20일도 그런 걱정으로 보내다가 다시 확인해 보니 새끼 한 마리가 움직임을 보였다. 오전에 거울 비춰보니 알이 한 개가 남아있다. 6월 21일에야 비로소 부화 완료되었음을 확인했다. 공연한 걱정이 동물보다 한 수 늦은 감각이라는 생각이다.
제비 새끼가 부화할 때 알껍데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보기 전에 먼저 어미가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새끼의 처음 먹이는 무엇인지 어미 입에 물고 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냥 빈 입인 듯해도 새끼 입에다 주둥이를 깊숙이 박고 집어넣어 주는 모양을 본다. 새끼가 컸을 때 주는 모양은 전에 보니 입에 곤충을 물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알아낸 것은 새끼가 일주일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해도 굶어 죽지 않는 일이다. 알의 노른자는 새끼의 비상식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갓 태어난 병아리가 사고로 죽은 것을 보고 알았다. 병아리 배속에는 노른자가 알에서처럼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새끼는 노른자 비상식량으로 견디는 조류의 생태다. 어미는 먹이 곤충을 잡아서 목으로 넘기고 절반을 소화해서 다시 토해 새끼에게 주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먹이는 입에 물고 오지 않고 모이주머니인 임시위장에 채우고 와서 다시 토해서 새끼에게 먹인다. 어린 새끼에게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먹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어미가 사냥 시에도 큰 곤충이 아니고 아주 작은 영양가
높고 소화력이 좋은 먹이를 구하는 습성이다.
이제 제비 새끼가 태어났으니 제비 배변으로 현관이 더럽혀짐을 막아야 한다. 며칠까지는 새끼의 똥을 볼 수 없다. 어미가 새끼들 알 속에 있을 때 만들어진 똥은 받아 삼키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기회가 맞아 어미가 새끼 똥을 받아먹는 것을 직접 보았다. 다른 동물도 뱃속의 똥은 어미가 먹는다는 사실이다. 새끼 흔적을 없애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 초식동물인 소도 갓 태어난 송아지 똥을 어미가 먹는 모양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야생 고양이도 갓 낳은 새끼의 똥을
직접 받아먹는 현장을 보았다. 제비 새끼들 알 속의 노른자로 만든 배설물이 다하기 전에 제비 화장실 설치가 남았다. 방충망에 철사 2개를 기역자 형상으로 걸어서 만들 계획이다. 방충망에는 청테이프가 소용없어져서 쉽지가 않다. 오늘은 제비 다섯 가족이 새로 태어나서 즐거운 날이다. (글 : 박용 20210621)
첫댓글 글은 모름지기 정밀해야 감동을 준다는 정다산 선생의 말이 생각나게 하는 글.
介丹朴籌丙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밀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