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아침에 강아지 주사를 놓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면서 아들과 함께 맥도날드 햄버거를 하나씩 사 먹었다.
집에 도착하니 벌써 10시가 넘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이 낮아 많이 추웠다.
계획을 세우면 해야되는 성격탓에 안 움직이면 뭔가 죄를 짖는 것 같아 어기적 어기적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지만
왠지 지난 밤에 꾼 "김정은이 전쟁을 일으킨" 꿈이나 몸도 찌뿌둥 한게 별루 였지만, 그래도 정한 것은 해야 한다.
어째든 잔차를 매달고 느긋하게 달리니 기분은 좋아졌고, 옥천 공설 운동장에 도착하여, 널부러진 잔차를 조립하고, 영역표시도 하고 옥천 군청방향으로 진격했다. 날씨는 바람 막이를 입고 패달을 밟으니 그저 소소할 뿐 이었다.
옥천 군내를 세바퀴 쯤 돌고나니 배가 출출해 날씨도 쌀쌀해서 설렁탕집을 찾다 못찾고, 그냥 근처(향수 사거리)의 중국집을 가서 군청 정문에서 받아온 관광안내 책자를 보니, 인터텟으로 공부한 향수100리 길이 제법 크게 홍보되고 있었다. 내일의 목표가 세워진 셈이다.
참고로 이 식당 짜장면 한 그릇에 3900원 이고 양은 조금 적었지만 먹을만 했고, 의자나 탁자는 요리급 식당의 분위기 였다.
정지용 시인 생가 근처의 동네가 예뻐서 한컷씩 찍어봤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인위적인 예쁨이었고 여지 없이 커피 카페가 많이 들어와 있었다. 경제의 흐름을 쫒아 변화 한다지만 왠지 좀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나는 "향수 100리 길" 이 "향수" 라는 시의 이름을 빌려서 만든 것이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고, 지명 이름도 향수가 많이 들어가 있었는데, 조금 지나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야튼 "향수" 라는 시는 참 좋은 "시" 인것은 분명하다.
정지용 시인의 생가는 50줄 나이의 사람은 누구나 다 알법한 그런 초가집이다. 그 옆에 바로 문학관이 있으며 여러 가지가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나는 첫번째 걸려 있는 이 시 한수를 읽고 옥천에 온 것에 100점을 주었다. 더 이상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듯 하다.
"육영수 여사 생가"
다른 관광객들의 이야기 소리를 적어 본다 - "육영수 여사가 요즘 잠이 오겠나, 박근혜 딸 년이 저 모양이 되가지고, 엄마 반만 되었어도 ..."
그런데 이때 부터 내 몸이 잘못 되고 있음을 느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라는 생각에 따듯한 커피를 마셔도 가시지가 않더니 되려 속이 아픈 것 같았다.
미리 챙겨본 전통 참숯 찜질방 조금 일찍들러서 여장을 풀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비싸게 주문한 삽겹살은 다 먹지도 못하고 소주만 한병 ... 결국 복통과 설사가 나기 시작했다. 찜질방 관계자에게 복통약과 설사약이 있는지 문의 하였지만, 그런것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퉁명한 대답 뿐 ... 직원들의 불친절 함이란... 어이가 없었지만, 산속에 음주 상태로 찜질방에 갖힌 꼴이 되었다.
매점에서 활명수도 아닌 위생천 이라는 물약을 2병이나 먹고 ... 밤새 ... ㅠ.ㅠ
인생을 참 흥미롭다, 고생을 하면 반드시 교훈을 얻는다 - 여행중에는 "복통약, 설사약, 진통제" 는 반드시 비상약으로 챙겨야 한다는 것을 ...
그 불친절 함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 하늘 물빛 정원 -
지난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은 없다.
아침이 되어 햋볕을 보니 몸은 참을 만 했고, 전날 세바퀴나 돌아본 옥천군 읍내가 눈에 익어 약국도 금방 찾았다.
초강력 위경련 약, 설사약, 위보호 가루약과 위청수를 사서 한꺼번에 집어 넣었더니, 위장이 좀 잠잠해지고, 마음까지 편안해지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짜장면 한그릇과 저녁에 고기 4점에 소주 5잔 먹은게 열량 보충의 전부였는데, 그나마 밤새 다 쏟아 냈으니 ... 향수 100 리길 돌아볼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해서, 올갱이 해장국 파는 집이 보여 따질 것 없이 한그릇 먹어 치우고, ... 출발.
그런데... 벗꽃길 조금 돌더니 ... 그게 끝이었다. 그냥 시골길이다. 금강 옆 시골길 ... 끝. 그러다가 길이 끊어져 도로공사 절개지로 100 미터는 끌고 올라간 것 같다 ... 뱃속이 불편하니 너무 힘들었다. 배수로에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 참았다.
그래도 목적지 한곳은 제대로 왔다. 금강 한반도 지형. 내가 꼭 와보고 싶던곳. 그것도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진은 산불 감시원 영감님께 부탁했다.
전망대 팔각정에 볼록 거울이 붙어 있는데, 거기로 반사된 지형을 보면 좌우가 뒤짚힌 한반도가 제대로 보인다. 동해안 산맥과 서해안의 곡창지대, 고도 차이까지 이렇게 똑 같은 수가 없다. 신비로울 따름이고, 정지용 시인 문화관의 시와 이 풍광이 이번 여행의 노고를 충분히 보상해 주었다.
내가 올라갈 때 혼자였던 내 잔차가 그 사이 친구를 많이 시귄 것 같다.
감상을 마치고 내려 오는데 몇몇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던데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특히 패달 일체형 신발을 신고는 너무너무 힘들어 보였다. 누구든 시멘트 길이 끝나면 그다음 부터는 잔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올라가야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이 될 것 같았다.
금강 휴계소다.
내가 여기를 잔차 타고 이렇게 와서 볼 줄은 전에는 진짜 상상을 못해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처 길이 끊겼다. 포장마차 사장님께 물어보니 다리를 건너면 된다고 한다. 너무 아쉬웠다. 장염만 아니었으면 민물고기 탕에 소주한잔 하고 가면 정말 좋았을 텐데 ... 냄새가 정말 좋았는데 ...
금강휴계소에 들러서 어묵바 한개를 간신히 먹고, 아직도 비어 있는 내 위장은 약으로 가득 채웠다. 뱃곳에서 부글부글 했다.
강태공들이 벗꽃잎으로 낚씨밥을 대신하며 시간을 축내고 있는 지점을 통과해 어느 언덕에서 나는 잔차를 세웠다.
왠지 내공이 느껴지는 식당이 보였다. 고개를 숙여보니 불이 켜져 있는게 사람이 보였다. 점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영업을 할까 싶어지만 배가 너무 고파 안으로 들어서니, 내공이 느껴지는 멋진 내외분이 식사가 가능하다 하신다.
나는 이 식당에 들어서면서 패달을 밟다 싸도 좋으니 먹고 가야겠다는 각오를 이미 한거나 다름 없었다. 다른 메뉴는 무리가 될것 같아 마당에 걸려 있는 플랜카드 속 "잔치국수" 를 시켰다
국수의 육수와 배추김치, 열무김치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정지용 시인의 시, 안남면 한반도 지형 그리고 이 잔치국수 가 이번 여행의 모든 노고를 다 잊게 해 주었다.
평범한 국수였지만 정말 명품국수 라 할 만했다.
튼튼한 자전거, 멋진 유니폼, 안전용품 과 함께 꼭 챙겨야 되는 것이 비상약품 이란 것, 이것이 이번 여행의 교훈이다.
위의 3 가지, 멋과 맛과 감성을 얻고 교훈까지 알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옥천은 멋지고 맛지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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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은 가족 행사가 있어서 참석하기 어렵겠습니다. 수원에는 토요일 당일만 가능할 것 같은데 ... 그 때 뵙겠습니다.
향수백리길의 추억을 더듬는 여행길에 속불편함을 억지로 달래는 모습이
시인의 정서와 비교되어 실소를 하게 됩니다~
하늘물빛정원의 친절함이 보통 우리네의 모습인가 합니다
외국인들이 보는 시각은 우리의 얼굴은 마치 싸운듯한 모습이라더군요~
조금 배타적이고 냉소적인 마음이 자연스레 묻어나니 별반차이 없는 우리의
자화상인데.......어쩌겠어요~
좋은 추억만 간직하고 멎진 여행으로 보상 받으셨으면 되었지요~~^^
여행소감이 정성스럽군요~~!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음 블로그 ("시 수필 자전거 여행" )를 시작해서, 그곳에 저장하고 그것을 올리는 형식으로 하고 있다보니 산문이나 일기형식으로 쓰게 됩니다. 이해 부탁 드리고요, 이제 조금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소소한 저의 기록들을 모아두면 나중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
잔차 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임은 분명한데 건강상태로 고생하셨군요
건강한 상태였음 즐거움을 두배로 즐기셨을건데 아까비.....
고생하셨습니다
그러게요^^ 하지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여행일지를 보니 다녀온곳도 있고 안가본데도 있네요~~
혼자 개척하며 여행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시네요,
자세한 후기 잘보았슴니다, 토요일 수원에서 뵐께요
알겠습니다. 죄송스럽게 토요일 당일만 가능 하겠습니다. ㅠ.ㅠ
@장소장 당일 참석도 환영 임니다~~^^
익숙한 곳이라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옥천에 사시는가 봐요 ~~^^ 재미있었다니 다행입니다.
옥천 100리길을 여행하고 나면 모두가 시인이 되는 것 같아요.
감칠맛 나는 여행기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