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전제에는 모두들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원인은 딱 한 가지가 아니며,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잘못을 비롯해, 영화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변수의 조합에 의한 것이라는 전제 역시, 동의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영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불법 다운로드에 관한 것만 서술하겠다.
부가판권시장의 몰락이 한국영화의 몰락을 부추긴다고 하면, 다운족 옹호론자들은 '한국영화는 다운받아서 보지 않으니,다운로드와 한국영화의 위기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언뜻보면, 타당한 주장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현재 영화관람비는 7,000원. 신작 DVD는 보통 20,000원 내외.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영화관람비의 3배에 이르는 돈을 내고 DVD를 구입하지는 않는다. 결국, DVD의 주 소비처는 대여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에는 DVD 대여점이 3,500개 뿐이란다. 한때, 6만여개에 달하던 대여점이 다운족에 밀려, 달랑 3,500개만 남았다. 요즘 '멀티방'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DVD방이 8,000개쯤이라고 하니, 영화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국의 거의 모든 DVD 취급점이 구입한다고 해도, 팔 수 있는 DVD의 갯수가 불과 1만장 내외에 불과하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숫자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일단, 막강한 프렌차이즈라고 할 수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지난 2001년에 나온 '마법사의 돌'편이 10만장 정도 팔렸다고 한다. 그럼, 최근에 나온 해리포터 5편 '불사조 기사단' 역시 10만장 정도 팔릴까? 천만의 말씀.
지난해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DVD는 영화가 아니라, 'All about 동방신기'였다. 판매량은 4만 7천여장. 사실, 요즘 영화DVD의 경우, 소장가치가 높은 몇 편의 DVD를 제외하면, 2만장 정도만 팔려도 잘나간다는 소리를 듣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매니아' 혹은 '빠'를 보유한 영화라면 4~5만장 정도는 팔리겠지만.
미국의 경우야, 영화 '디워' 덕분에 개봉관 수입 보다 DVD 판매수입이 더 많다는 점은 다들 잘 알터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가까운 일본은 어떤가? 같은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이 발매 3일만에 96만장이나 판매됐다고 한다. 할리우드 영화 뿐인가? 일본영화도 1백만장은 그리 놀랄 만한 수치가 아니란다. 인구는 겨우 3배 수준인데, DVD 판매량은 비교조차 안될 정도이다. DVD 판매량의 차이는 경제력의 차이라고? 천만의 말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서점에서 파는 책에 실린 사진 한 장만 쓰려고 해도, 저자와 출판사, 사진작가 모두의 허락과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도둑놈 취급을 받게 되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저작권 보호 문화가 곧 DVD 판매량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쨋든, '왕의 남자'나, '괴물' 같은 대박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전국에 다 깔린다 해도(!) 사실상 남는 돈이 1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그래서, 요즘 영화사들은 보통 DVD를 2만장 내외만 만든단다. 대박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많이 만들어 봤자 손해만 커지니까, 시장의 규모 만큼만 만들어 파는 것이다.
다운로드 보다 불법복제 DVD가 더 문제라는 시각 역시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나는 내가 사는 도시에서 불법복제 DVD를 파는 노점을 발견한 적이 없다. 물론,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터이다. 하지만, 다운로드가 가능한 컴퓨터는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게다가, 불법 DVD가 3,000원 남짓이라는데, 다운로드는 거의 공짜다. 만약, 당신이라면, 어차피 둘 다 불법인데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답은 명확하다. 다운로드 보다 불법복제 DVD가 더 큰 문제라는 논거는 폐기해야 옳다.
자, 이제 쉽게 얘기해 보자. 다운족들도 '다운로드가 부가판권시장의 몰락을 부채질했다'는 전제에는 쉽게 반박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 발만 더 나아가 보자. 부가판권시장이 몰락한 지금,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누구인가? 외국영화? 천만의 말씀. 바로 한국영화계다.
'외국영화'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이른바 '덤'이다. 특히, '지구 전체'가 매출처인 할리우드 영화라면, 한국의 부가판권시장은 말그대로 '계륵'이다. 벌어도 그만, 안벌어도 그만. 요즘처럼, 부가판권시장에서 '대박'을 쳐 봐야 벌어 들이는 돈이 기껏해야 1~2억원 남짓이면, 사무실 유지비용이며, 인건비도 못건진다. 그래서, 그들은 진작에 철수해 버렸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다르다. 한국에서 벌어 들이지 못하면, 사실상 제작비를 복구할 방법이 없다. 부가판권시장이 몰락한 터에, '힘좋은 배급라인'를 타지 못한 '작은 영화'들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른바 '한탕'을 노리는 기획영화가 아니면, 개봉관을 잡을 수도, 손해를 복구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다운족들이 반박의 근거로 내세우는 '조폭 코미디'나 '스타 마케팅'만이 살아 남는다. 말그대로 빈곤의 악순환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누군가는 심형래 감독처럼 세계시장과 경쟁하는 작품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그들에게 지난 날 개봉관을 전혀 잡지 못했던 심형래 감독의 영화들이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었는 지를 묻고 싶다. 예전에는 개봉관이 아니더라도, 시민회관이나 재개봉관, 비디오 판권등 부가판권시장을 통해 재투자 비용을 만들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오늘날 '디 워'라는 꽃이 필 수 있는 뿌리였다. 비디오판권만으로 승부하는 16mm 애로영화도 1억원 가까운 자본을 투자 할 수 있었던 그 때가 차라리 더 나았다.
지난 2002년 '작은 영화'였던 '집으로'를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감독 이정향은? 영화 '미술관옆 동물원'과 '집으로'를 만들었던 그녀는 왜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기작을 만들지 못할까?
만약, 당신이 시나리오만 보고 거액을 투자하는 영화 투자자 라면, '집으로'와 '상사부일체'중 어느 쪽에 투자를 하겠는가? 개봉관을 잡기 조차 힘든 '집으로' 보다는 어느 정도의 흥행이 보장된 '상사부 일체'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이라면, 다시는 '집으로' 같은 영화를 만날 수 없다. 만약, 부가판권시장이 살아 있다면, 비록, 개봉관에서 대작에 밀린 영화일 지라도, 부가판권시장에서 살아 남아,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좋은 영화'는 사라지고, '돈 되는 영화'만 살아 남는다. 살아 남아야 '좋은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관객들의 마음을 얻어, 흥행에 성공하는 좋은 영화도 나오기 마련이다. 뿌리가 썩어 버린 나무는 꽃을 피울 수 없다.
누군가 말하길, 영화 '트랜스포머'는 다운로드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개봉관에서 700만명을 돌파한 걸 보면, 다운로드가 영화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걸 간단하게 정리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일반화의 오류.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경우를 그대로 한국영화에 대입시키는 건 '어불성설'이다. 다운족들에게 물어보라. 극장에서 보고 싶어서 과감하게 다운로드를 포기한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되는 지. 그들이 매번 다운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선택하거나, 정품 DVD를 선택했다면, 이런 논쟁이 필요할까? 부가판권시장이 이처럼 박살나 있을까? 정말이지, 그런 주장을 하는 이의 "머리 뚜껑이라도 열어보고" 싶다.
그리고, 다운족은 어차피 다운을 못받게 해도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며, 정품 DVD를 사거나 대여해서 영화를 보지는 않을 거란다. 한국에서 불법 다운로드가 사라지면, 모든 다운족들이 영화를 개봉관에서만 보거나, 영화 보는 것 자체를 포기한다고? 이것도 역시 일반화의 오류다. 장담하건데, 상당수의 다운족들은 비록 1년에 단 한 편일지라도, 정식 유통 경로로 돈을 주고 합법적으로 다운로드 받을 것이며, 그중 일부는 DVD 대여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 온라인 유통을 통한 부가판권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고, DVD 대여점의 숫자 역시 조금씩 늘어날 것이며, 영화사들은 재투자 비용을 조금 더 수월하게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운족들이 다운로드를 막아서고 극장에 갔다던 '디워'의 심형래도 '영구와 공룡 쭈쭈 ', '티라노의 발톱'이 그 뿌리이고, 박찬욱 감독도 '달은 해가 꾸는 꿈'과 '삼인조'의 실패를 통해 성장했으며, '플란다스의 개'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봉준호 감독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 부가판권시장의 초토화를 방치한다면, 한국영화계에는 더이상 제2의 심형래, 박찬욱, 봉준호는 등장하지 못할 것이다. 하여, 나는 주장한다. 다운족이 한국영화 몰락의 주범은 아닐지라도, 공범임이 분명하다고. 또한, 저급한 애국주의로 "외국영화만 다운받으니, 한국영화의 몰락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 탓"이라는 논리는 범죄자들이 흔히 하게되는 자기 합리화이며,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 |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2 맞아요. 지돈 하나도 안 쓰고 엠피 죄다 받아듣는 사람들이 앨범 열장씩 사는 빠순이 어쩌고 욕하는 거 보면 화남.
333333333333 그렇게 욕하는 빠순이들 없음. 지들 음악 못듣는다는걸 아셔야지ㅉㅉㅉ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22222222222갑자기 이명박 도덕성 얘기는 뭔가효 ㅋㅋㅋㅋ 블로그 글은 아주 옳은 얘기라고 생각. 하지만 남의 좋은 글 끌어오면서 본인의 사족을 덧붙여서 글 본질을 흐리지는 마셨어야죠,.
3333333333 저것만 삭제하시면 되겠네요.
44444444444
55555555555555 다 좋은데 마지막 흠좀무....
이명박 많이 쌩뚱 .;;
6666666666
7
888888888
99999
글쓴이가 좋게보이진않네요 어따가지금 비교하는겁니까? 불법다운로더들이 이명박이랑 똑같습니까그럼? 불법다운로더들도 불법행위하고 나쁘긴하지만 비교할 대상자체가 안되는거아닌가요
다른글은 다 동감하는데 마지막 멘트엔 동감 못하겠네요.
마지막 문장은 굉장히 쌩뚱맞네요 ;
-,.-...
이명박이랑 비교하는건 졸라아닌것같은데;
"이명박"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베스트 오브 더 욕인지 알 수 있는 케이스
333333
44ㅋㅋㅋㅋㅋㅋ
55나도 다운로드싫은데 너무해뜸
베드도 은근히 공유라면서 자게등에 불법다운로드 올라오던데-.- 좀 작작좀 공유 하는게 좋을듯. 은근히 이중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은거 같네요
마지막 밑 줄.. 비교를 너무 과감히 하셨어요.......... 아니, 비교 자체가 안되는데.........
이명박은 ..
되도않는 사족을 달아서 본문까지 피해입히네
이명박과 불법 다운로드는 죄의 경중이 다른겁니다.
그만큼 불법다운로드가 안좋은거란 의미인데 꼭 같다는이야기가 아니라...저는 어느정도 공감- 진짜 최신영화같은건 공유안했으면 합니다. 게임도! 돈없으면 하지말고 보지말란 말이야!
진짜 음악 심각한거 같아요.. cd 파는데도 거의 없구... cdp도 단종되기 시작
뜬금없지만 해리포터 귀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