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평창
서울에서 강원도 강릉 쪽으로 달리다보면 진부를 만납니다. 진부에는 상진부 하진부가 있습니다. 조금 더 달리면 오대산 입구와 대관령을 만납니다. 이곳에 한반도 등줄기 백두대간의 허리에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운 고장 평창이 있습니다. 평창에는 산나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미탄면 한치동 청옥산 일대에서 산채를 채취하며 불러온 평창아라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수한 우리의 소리가 살아 있습니다. 산은 높고 골은 깊고 험한 고원이면서 맑은 물이 흐르고 이 물을 먹고 마시는 이곳사람들은 심성이 한 없이 순박하고 인정이 깊어 정겹고 친근하기로 유명합니다. 또 그 소문이 성마령 고개를 넘어 전국으로 널리 퍼져있습니다. 정선 아리랑이 동강 아우라지를 배경으로 한다면 평창아라리는 산채 풍부한 한치 뒤산 청옥산을 배경으로 합니다. 또한 평창은 해발고도 600~800미터로 고랭지 농업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러한 평창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바로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고장 평창에서 2018 동계올림픽이 2월 9일에서 25일 총 17일 간 펼쳐집니다. 88올림픽 30년 만에 평창마을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축제의 고장 평창이 이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의 단편 소설이 우리들에게는 유명했습니다.
강원도 평창 봉평골 하면 지금과 같이 새하얀 눈꽃처럼 눈부시게 피어난 메밀꽃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9월의 메밀꽃 필 무렵이 닥치면 평창고을 태생의 작가 이효석이 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정겨운 장면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지금은 2월 초엿새 일산기온은 영하 15도 강원도 평창은 영하 18도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이지만 모든 미디어매체가 평창띄우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산에서의 올림픽이라는 축제는 직접 체험하기는 쉽지 않고 보도를 통해서 그 열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평창의 겨울 들녘에 하얀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마치 9월의 메밀꽃으로 피어난 은백(銀白)의 세상 같습니다. 우리 같은 70대~90대에 이르는 세대는 평창은 올림픽 보다는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익숙합니다.
평창에 가면 길가 주막집에서 충주댁이 반갑게 맞아줄 것 같고 성서방네 물방앗간에는 풋풋한 처녀의 수줍음이 아직도 진득 배어 있는 듯 환상에 젖습니다. 이효석은 일제시하에서 경성 국제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28세에 숭실전문 영문학 교수가 된 이효석은 당시 빈민 계층의 슬픈 현실과 사회적 계급의 부조리에 분노하며 동반작가로 문학세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교사를 거쳐 진부면장을 역임한 지식인 이었습니다. 이효석은 조선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서 잠시일한 적도 있었지만 깊은 자책 끝에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문학도를 자청하며 글을 썼습니다. 현실에 순응하지도 않았고 일제하에 비양심적인 행동도 거부한 그는 암울한 민족수난의 현실을 슬며시 벗어나 아름다운 꿈의 나래를 펼치며 환상적으로 도피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소설 속에서 꿈에 그려보던 평창의 메밀꽃 필 무렵의 생활상을 펼쳐봅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으로서 갓 피어나기 시작한 메밀꽃이 지천인 봉평골 시골길은 푸르른 달빛아래 메밀꽃향기 가득한 밤길에 그 서정은 황홀하게 펼쳐집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단편소설이 소설이 아닌 시로서 펼쳐졌으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시인이 되었으면 탐미적인 그의 양심에 맞아 떨어졌을 거라는 아쉬움 말입니다.
물방앗간 성처녀를 품에 안았던 옛 추억과 왼손잡이까지 쏙 빼닮은 아들 동이를 만난 오늘 만감이 뒤엉킴으로 장돌뱅이 허생원의 애환이 녹아드는 스산한 현실과 동이 에미를 찾아갈 꿈에 부푼 설렘이 엇갈리면서 꿈과 애환이 범벅된 허생원의 머리는 지천으로 피어오르는 메밀꽃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 아름다운 평창 봉평골의 이력이 강인한 향수를 짙게 드리운 마지막장면을 묘사하고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메밀꽃 필 무렵의 소설은 고단한 나귀의 등에 허생원과 이효석자신의 삶을 한데 엮어 표현한 것은 이효석이 못내 그리워한 것은 도회지가 아니라 시골 전원의 삶이었습니다. 도시에서 멋을 부리며 호사를 누려봤지만 이효석의 가슴에는 언제나 고향의 흙냄새가 눅눅히 흐르고 고향 산천이 잊을 수 없고 특히 메밀꽃이 지천인 은백(銀白)의 세계 봉평골 산허리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이효석은 출세도 부귀도 못 누려본 채 아내와 갓난 아들이 잇따라 병으로 사망하자 자신은 실의에 빠져 보헤미안처럼 2년여 동안 만주 등지를 방황하다가 뇌막염으로 36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습니다. 가슴 저미는 이야기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으로 평창은 유명세를 타고 문학도 이효석을 기리는 이곳에는 이효석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흙으로 떠나보낸 아내와 갓난 아들이 몸부림치게 보고 싶어도 사진 한 장 없는 꿈속의 환상으로 눈물이 마르고 그 아들이 보고 싶고 그 아름다운 아내가 보고 싶어 천재작가는 자신을 허생원으로 동이를 아들로 동이 에미를 찾아 떠나는 장돌뱅이 인생을 구사한 메밀꽃 필 무렵‘은 애잔한 감동으로 남습니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에 이른 것은 주체할 수 없는 통한의 슬픔과 세상과 인연을 끊으려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원인 같습니다. 이것은 시대의 슬픔입니다. 문학은 이러한 감동으로 엮어나갑니다. 문화는 삶의 가치입니다.
앞으로는 국가경영도 물질적 인프라면에서만 이해하는 자세가 서서히 역사 속으로 희미해지고 앞으로는 묵직한 인문정신 두터운 문화의식이야말로 나라의 미래를 풍성하게 열어가는 가치와 품격이 아닐까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메밀곷 필 무렵’ 은 우리시대의 시대상황으로 가슴 저미는 사회상입니다. 일제하의 우리민족의 아픔을 서정으로 승화시켜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서로가 회자하는 막걸리안주로의 대화의 주제로 삶을 풍성하게 의미 있게 정겹게 고단한 삶을 위로했습니다. 평창의 대표인물 이효석은 삶의 가치를 고등문관시험 합격으로 출세의 길보다는 삶의 절절한 민중의 고단한 일상 속에서 동족으로 같은 고난을 같이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인생이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일제하의 검 판사가 되었다면 아내와 갓난 아들을 병사하지는 아니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이효석의 고향 평창을 잊을 수 없는 이유의 하나입니다.
아!
산허리 지천으로 피어나는 메밀꽃은 척박한 땅의 구황식물로 모진 생명을 연장하게하고
그 속에 피어나는 살가운 삶의 인정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인생이란?
우리들은 천지간에 미물로서 하루살이 같은 목숨으로 한 낱의 메밀꽃잎에 불과하다.
백년미만의 삶이 슬프고 자유로운 구름이 부러워서 메밀전에 입주한잔과 어울려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산천경개 좋은 전원에서 밝은 달 아래 평화로운 꿈을 꾸어보려 하나
이것은 나의 능력 밖에 임을 깨닫고 서글픈 여운에 한잔을 들이킨다.
천지간에 해와 달은 지구가 생긴 이래 변함이 없고 오직 인간만이 태어나고 사라지니
이것이 어찌 하나님의 공평한 처사라 하겠는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메밀전에 막걸리 마시는 자유와 생각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조물조의 은덕이 아니던가!
나는 어머님 젖을 물고자란 내가 어머님은공을 갚지 못한 죄가 무겁고
조상을 받들지 못한 불효가 신령들의 원망으로 천지간에 가득한데
영생을 구함이란 부질없는 망상임을 깨닫지 못하고
허욕에 공평과 불평을 구분 짓지 못하니 이것이 하루살이인생이 아니던가!
올가을에 메밀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면 메밀전에 막걸리 다시한잔하며 강물에 흘러가는 달빛을 바라보고 떠가는 구름을 배웅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메밀 냉면이 이 겨울에 그립다.
2018년 2월 6일 오후 4시 영하14도
율 천
첫댓글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안큼 재미 있습니다
글쓰는 능력이 탁월하십니다
메밀 냉면도 좋지만 메밀적이 참 맛나지요
얇고 구멍이 송송난 부드러운 메밀적
막걸리잔을 기울이면 제격인 메밀적이
먹고 싶네요
이효석의 애잔한 삶을 재조명하는
훌륭한 문장들,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