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필수품이 된 에어컨. 하지만 에어컨을 잘못 사용하면 여러 가지 질병이 유발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냉방병이다. 냉방병에 걸리면 두통이나 코막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쉽게 피로해지거나, 온몸이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냉방병은 실내 외의 급작스러운 온도 차에 따른 신체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뇌 중심부에 있는 시상하부에는 온도조절 중추가 있어, 외부 기온이 높건 낮건 그에 맞춰 혈관을 확장 및 수축시킴으로써 신체의 온도를 36.5도로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체의 조절기능이 실내 외의 급격한 온도 차에 의해 부조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냉방병의 증상으로 소화불량이나 복부의 불쾌감, 설사 등의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의들은 냉방병으로 인한 소화불량 증세를 일으키는 이유를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자율신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위나 대장 같은 장기의 운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은 온도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것. 한편, 차가운 공기에 배가 노출되면 배 부위에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어 소화기능에 이상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중요한 것은 냉방병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점이다. 특히 노약자의 경우 냉방병 예방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노약자들은 면역기능이 떨어질뿐더러 호흡기관이나 소화기관이 약하기 때문이다.
냉방병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예방법은 실내 외의 기온 차가 5~6도 이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온도 차이가 이보다 커지면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부기온이 약 30도 이상일 때 냉방을 시작하는데, 냉방 시 적정온도는 25~28도로 알려졌다. 밀폐된 공간에서 냉방병이 보다 잘 발생하므로,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 좋다.
에어컨의 제습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고온 다습한 날에는 습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더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에어컨에서 분출되는 차가운 공기를 직접적으로 호흡하거나 피부에 직접 쏘이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이 아니더라도 밤에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배를 드러내 놓고 자는 경우에도 배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한편, 에어컨의 냉각기가 청결하지 못하면 세균이나 곰팡이 등의 온상이 되며, 이것이 냉방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레지오넬라병이다. 지난 1984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보고된 이 병은 냉각기 내에서 잘 서식하는 레지오넬라라는 균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전염성 질환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감기와 유사한 기침, 콧물,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렴이 생긴다. 레지오넬라균은 폐렴을 일으키는 균 중 하나로, 레지오넬라균으로 인해 폐렴이 발병되면 치사율이 높은 편이다.
레지오넬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형 건물 등의 냉각장치에 사용되는 냉각수를 청결하게 유지하고, 에어컨의 필터도 자주 청소해 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