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금요일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루카 11,15-26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시험하느라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다.”
<너무나 인색한 우리>
내 능력 밖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곤경에 처한 누군가를 도와줬는데, 그래서 그가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는데, 나중에 뒤로 들리는 말을 들어보니, 적반하장 격이라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그때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오늘 예수님께서도 비슷한 기분이 드셨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마귀 들린 한 사람을 보십니다. 마귀 들림으로 인한 그의 인생이 너무나 참혹한 것이어서 그냥 발길을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능력으로, 예수님의 큰 사랑으로 그 마귀를 쫓아내십니다.
예수님께서 지니고 계셨던 우리 인간을 향한 크나큰 사랑의 결과로 인한 마귀로부터의 치유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치유에 곧바로 이어지는 인간의 응답은 무엇입니까? 너무나도 당연히 감사와 찬미, 기쁨과 감격, 신앙과 이웃사랑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군중들의 무례함입니다.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는 둥, 또 다른 하느님의 표징을 보여주라는 둥, 그 언사의 몰상식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태도를 보십시오. 분노하거나 반격하지 않으십니다. 차근차근 설명하시는 예수님의 인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들의 악행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인내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예수님께서 기적과 치유활동을 행하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당신의 기적과 치유활동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을 발견하라는 것입니다. 기적과 치유 안에 긷든 하느님의 마음, 하느님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업적에 감사와 찬미를 드림에 너무도 인색한 우리들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비해 돌려드리는 바가 너무나 작은 우리들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크신 인내와 용서에 비교한다면 우리의 회심과 봉헌은 너무도 미약합니다.
우리들의 일상 한 가운데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하느님 사랑의 기적을 향해 좀 더 우리의 촉각을 곤두세우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것만 베푸시는 하느님의 얼굴을 보다 자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받은 끝도 없는 사랑을 조금씩이라도 이웃들과 나누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