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wanjee7622[김관지]
작년 러브페스티벌 때 많은 팬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 사실 그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팬들이 과연 오시겠나 싶었다. 그런데 야구장에 나가보니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더라. 놀랐다. 사실 작년 러브페스티벌을 할 때 쯤에는, 어디서 우연히 LG팬을 만나면 도망가고 싶었던 기분이 드는 때였다. LG팬들은 모두가 나를 욕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그런데 러브페스티벌에 오신 분들이 내게 사인을 요청하시면서 응원해주시더라. 내가 LG의 간판타자라고, 힘내시라고, 내년엔 꼭 잘 될거라고... 난 그런 팬들의 말들이 너무 고마웠다. 나를 싫어하고 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안하고 또 고마웠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었다. 부끄럽지 않게 야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올 시즌의 활약은 사실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 kobi[송한승]
박용택선수 7월 11일 한화전에 담장을 넘어간 공을 잡아서 홈런을 막는 멋진 수비를 보여주셨는데요~ 공을 잡은 순간 기분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요~ 그리고 공을 향해 점프 할 때 충분히 잡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 그 날 아주 오랫만에 중견수로 출장했었다. 약간 들뜨기도 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보통 중견수 수비를 하면 타구 판단을 하기는 좀 수월하다.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도, 타자가 공을 치는 순간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그 날은 유난히 경기에 집중도 잘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도형 선배가 공을 치는 순간 큰 타구라 생각하고 뒷쪽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뛰면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타구를 보니 까마득하게 내 진행방향 왼쪽으로 날아가더라. 홈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 뒤로는 쳐다도 안보고 전력질주 했다. 곧 펜스에 도착했고, 어쩔 수 없이 펜스를 차고 올라가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내 눈앞에 공이 있더라. 그래서 얼른 잡았다. 나 스스로도 놀라서 착지 후 체조 선수처럼 공을 높이 들고 1자로 서 있었다. 원아웃이어서 주자를 견제했어야 했는데, 사실 주자도 귀루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내 생각엔 역대 프로야구 펜스 플레이 중 가장 멋진 장면인 것 같다. (웃음)
3. hwanyjjang[김재환]
올시즌 잠실에서 두산과의 원정 시범경기 중 늑골 부상을 당하셨었는데..(그때 직관 도중에 너무 놀랬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의 심정은 어떠하셨었는지.. 그리고 복귀후 맹타를 휘두르셨는데 그때의 각오와 같은것들은 어떠했는지요
- 올 시즌을 앞두고는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캠프 때도 타격감이 무척 좋았다. 시즌 개막을 맞으면서 자신감이 컸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와중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기분이 나쁘고, 속상해야 할 것 같은데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시즌을 조금 더 늦게 시작하는 것일 뿐이고,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시즌 준비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더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기 보다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그런 것이 복귀 후에 좋은 타격을 하게 된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4. ppark1997[박종우]
박용택 선수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활약한 선배들을 존경한다. 양준혁, 이종범, 송진우, 김용수 선배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5. ok9912003[조영신]
올 시즌 현재까지 선수생활하시면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시는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아쉬웠던 시즌이 있다면 언제 였나요 ??
- 아쉬웠던 시즌은 단연 지난 시즌이다. 생각 같아서는 지난 시즌은 없는 셈 치고 싶다. 하지만 지난 시즌이 내 남은 선수 생활과 훗날 지도자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가장 아쉬운 시즌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중요했던 시즌이기도 하다.
6.foxyoon[윤승희]
요즘 들어오는 신인 선수들에게 박용택 선수는 따라가고 싶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박용택 선수는 신인 선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 솔직하게 말해 아직 그런 수준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후배들에게 야구장 안팎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그런 선배가 되기 위해 나도 더 노력할 것이다. 요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오는 후배 선수들이 많다. 프로에 왔으니까 바로 잘 하고 싶고, 활약하고 싶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여기는 프로니까. 그런데 재능이 뛰어난 선수일수록 잘 안될 때 더 크게 좌절하게 된다. 언제나 잘 해왔고, 모든 사람이 인정할 만큼 뛰어난 재능이 있는데, 본인도 그것을 아는데, 잘 안되니까. 우리 팀의 병호나 경수도 재능이 정말 뛰어나다. 하지만 야구가 잘 안되니까 속상해하고 그럴 때도 있다. 난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나는 올해 서른 한 살이고,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지난해 까지는 더 심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후배들은 이제 나이 이십대 중반일 뿐이다. 마흔살까지 선수생활 할 수 있다는 것을 선배들이 보여주지 않았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실패를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계속 노력하면 답이 나온다. 반드시 나온다.
7. oty123[오태윤]
무적LG 박용택선수!! 2009년엔 1번타자로 맹활약 중이신데요~ 데뷔 이후에 여러 타순에 서보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1번타순이 다른 타순보다 더 편하게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
- 타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올해는 타격이 좋다보니까 더 많이 치고 싶다. 그래서 1번으로 경기에 나서는 것도 좋다.
8. STORY[이지은]
엘지트윈스의 마지막 가을잔치였던 02년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했던 신인 시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박용택 선수 본인에게는 그때의 기억이 어떻게 남아있는지 궁금합니다.
-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타수 3안타 2홈런 4타점을 치면서 플레이 오프 MVP에 올랐다. 경기 끝나고 김성근 감독님이 강하게 포옹하셨다. 감독님께도 첫 번째 한국 시리즈 진출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렇게 올라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마해영 선배의 끝내기 홈런으로 경기가 끝났을 때는 참 많이 울었다. 1년 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스쳐가더라. 그런 경험을 다시 해 봐야 하는데...
9. chojaeyoun82[조재윤]
만약 야구 선수를 안 하셨다면 뭘 하고 계셨을 것 같나요?
- 글쎄.. 아마도 어떤 일이던지 패션과 관련된 쪽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너무나 좋아하고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10. saint0208[이성희]
지난 선수 생황을 돌아볼 때 가장 영광스러웠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좋은 일부터 얘기하자. LG트윈스에 고졸 우선지명으로 지명되던 날. 문학구장에서 프로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1회 WBC 때 박찬호 선배와 같은 기라성 같은 스타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 신인시절 플레이오프 MVP 를 받는 순간.
힘들었던 순간은.... 지난 시즌 4월말 부상 이후부터 올 시즌 부상 후 복귀까지. 앞으로도 이만큼 힘든 시간을 없을 것 같다.
11. ths1[성태현]
가장 까다로운 투수는 누구인가요? 있다면, 그 투수한테 이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 내게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는 이렇다. 왼손이면서, 스피드가 빠르고, 컨트롤이 들쭉날쭉한 투수. 폼이 거친 경우에는 더 까다롭다. '까치' 김정수, 지금 일본에 진출한 이혜천과 같은 투수들이 그렇다. 김정수 선배와는 10번 정도 승부했는데 안타를 결국 한 개도 못쳤다. 현재는 전병두, 고효준, 니코스키 같은 선수들이 까다롭다. 만약 (서)승화가 상대편이라면 승화도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투수들을 상대할 때 나름대로 준비하는 바가 있지만 여기서 밝히긴 곤란하다.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