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문수사의 단풍
전북 고창에 위치한 문수사는 백제 의자왕 때 지어진 고찰로
수령 100~400년 이상 된 단풍나무들로 유명하다.
오랜 세월 문수산 주변을 지키고 있는 단풍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가을이 되면 문수사로 가는 길은 오색 단풍으로 물들어 완연한 가을 풍경을 선사한다.
문수사 입구에서부터 부도탑까지 약 100m 이어진 단풍터널도 고운 자태를 뽐낸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사찰에서 가을 정취가 가득 느껴진다.
문수사는 전북 고창의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다.
선운사라는 유명한 절이 고창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데다가
워낙 한 귀퉁이에 틀어박혀 있어서 뭇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해온 절이 바로 문수사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절이 얼마나 이 계절에 고마운 곳인지.
단풍여행객들은 대부분 고창의 선운사나 인근 장성의 백양사로 관성에 이끌리듯 습관처럼 향한다.
그것이 얼마나 기운 빠지고 지치는 일인지 매번 겪어 알면서도 ‘올해는 다르지 않을까’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럴 때 문수사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미소를 짓는다.
문수사는 장성 축령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문수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 620m에 불과한 이 산은 그 풍모로만 보면 어디 명함을 내밀기도 무척 초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이 산은 문수사로 말미암아 한껏 기를 편다.
문수사의 단풍이 그 어느 곳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꿀림이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사실 창건자와 관련해서는 이견도 있다.
왜냐하면 당시 문수사 일대는 백제의 땅이었는데,
자장율사는 신라의 국통(불교계의 수장으로 왕의 고문역할을 하던 승직)이었다.
어쨌든 문수사는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청량산)에서
문수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얻고 돌아와 지었다고 전한다.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고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잊지 못하고
강원도의 산 중 하나를 오대산이라고 이름 붙이고 문수보살을 모시게 했다.
그 절이 월정사 바로 위에 자리한 상원사다.
남쪽으로 내려온 자장율사는 고창의 한 산에 이르러
중국의 오대산과 똑같이 생긴 산이라며 이곳에도 절을 지어 문수보살을 받들도록 했다.
내려오는 창건 설화에 의하면 자장율사가 7일간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렸더니
땅에서 문수보살이 솟아났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가 그렇다는 소리다.
이 절이 이번 단풍여행지인 문수사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부처다.
세상의 고민을 풀어줄 슬기로움을 중생들에게 내린다고 한다.
지혜의 부처를 모신 절이라서 그럴까.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요즘,
단풍에는 시선 하나 두지 않고 자식들의 대학 합격을 바라는 부모들의 방문이 다소 늘었다.
그들은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조용히 절을 떠난다.
초조히 시험을 준비하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단풍에 마음이 갈 여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단풍이 목적이다.
문수사의 단풍 숲길은 지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3호로 지정해 보호할 정도로 훌륭하다.
문수사 단풍나무들은 적게는 100년에서 많게는 40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이러한 단풍나무가 절 주변에 500여 그루나 된다. 대개가 아름드리나무들이다.
큰 것들은 직경이 1m 가까이 되는 것들도 있다. 높이는 20m에 육박한다.
ERNESTO CORTAZAR - Sicilian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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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숲은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좌우뿐만 아니라 하늘마저 키 큰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덮고 있다.
그 속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화염에 휩싸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떨어진 단풍잎들은 이불처럼 길을 덮고 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메마른 단풍잎들이 바스락거리며 밟힌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가는 내내 화염은 일렁댄다.
문수사에 이르러서는 돌계단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철철 흐른다.
그냥 마셔도 좋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고 차다.
가을 가뭄이 심했던 올해도 문수사 단풍이 이처럼 고운 자태를 자랑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 계곡에 있다. 다른 곳들은 단풍이 타들어가 색이 탁하다고 난리들인데,
이곳의 단풍나무들은 계곡에 뿌리를 대고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은 덕분에 언제나처럼 색이 맑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마주한 문수사 경내에는
대웅전과 문수전, 한산전, 종각 등의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절 자리가 넓은 편이 아니다.
대웅전은 조선 고종13년(1876), 문수전은 영조40년(1764)에 다시 지은 것이다.
대웅전에는 시도유형문화재 제207호로 지정된 목조삼세불상이 있고,
문수전에는 문화재자료 제181호 석조문수보살상이 모셔져 있다.
사실 절의 문화재와 관련해서는 더욱 뛰어난 것들을 보유한 절들이 많기에
딱히 내세울 것이 못된다. 그런데 절에 걸려 있는 편액의 글씨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문수전(文殊殿)’과 ‘응향각(凝香閣)’의 글씨가 특히 그러한데,
명확치는 않지만 추사 김정희가 쓴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 뒤편으로도 단풍숲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에 감나무가 두어 그루 박혀 있다.
빨갛게 익은 감들이 등불처럼 문수사를 비추는 듯하다.
감은 일부러 따지 않고 둔다.
겨우내 먹이를 구하기 힘든 새들의 주린 배를 채울 양식이다.
고창군, 문수사 대웅전 국가보물 지정서 전달
중도일보 전경열 기자
2024-08-20
심덕섭 고창군수가 지난 16일 고창문수사 대웅전 보물 지정서를 전달하고 있다./고창군 제공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지난 16일 오전 고창 문수사(주지 태효 스님)에서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로 승격된 '고창 문수사 대웅전'의 보물 지정서 전달식을 가졌다.
전달식에는 심덕섭 고창군수를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 경우 주지 스님,
내장사, 내소사, 개암사 주지 스님, 중앙종회원 10여 명의 스님들과
불교 신도들이 함께 해 '고창 문수사 대웅전' 보물 승격을 축하했다.
심덕섭 고창군수(가운데)가 지난 16일 고창문수사 대웅전 보물 지정서를 전달하고 있다./고창군 제공
이날 심덕섭 군수는 문수사 태효 주지 스님에게 보물 지정서를 직접 전달하며 축하했다.
'고창 문수사 대웅전'은 측면까지 공포(拱包)가 설치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다포계(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 상부에 짜 맞추어 올린 구조물인 '공포'를 기둥 위와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배치한 건축양식) 맞배지붕의 특징을 갖고 있는 건축물이다.
심덕섭 고창군수(오른쪽)가 지난 15일 고창문수사 대웅전 보물 지정서를 전달하고 있다./고창군 제공
조선 전기 이후의 양식과 전라도의 지역적 특색인 단순하면서도 강직한 공포의 형태와 짜임은
1653년(효종 4) 중창 당시의 형태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학술적·건축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팔작지붕에서 맞배지붕으로의 변화가 있었음에도
다포계 맞배지붕의 기법과 양식을 충실하게 갖춰 장엄 적인 효과를 극대화했고,
단청 역시 문양 사적 특이함과 천연재료 특성의 옛 기법이 남아 있어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아 보물로 승격됐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고창 문수사에는 대웅전을 포함해 국가 지정 보물 3점과 천연기념물 1점 및
도 지정 문화유산 3점 등 많은 국가 유산이 분포 돼 있는 만큼
소중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창 문수사 대웅전 외에도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지장보살좌상 및 시왕상 일괄이 보물로 지정돼 있으며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또한 문수사 문수전, 문수사 부도, 문수사 석조승상은 전북특별자치도지정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고창=전경열 기자 jgy367122@
첫댓글 그곳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올해는 예년보다 단풍이 늦다고 합니다
지금쯤 한창일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주문의 기와지붕이
엄청 크네요
고즈넉한 절 마당에서
멍때리게 아름다운 단풍들
어느 신도분도 하염없이
보고 계시네요
이곳 단풍숲이 천연기념물입니다
대웅전을 비롯해 보물도 몇 점 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