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했더니…
어르신·문맹인 위한 인쇄물 음성 출력 변환 시스템
▲ 인쇄물의 음성 전환을 위한 바 코드. ⓒ 이돈삼
언제부터인지는 기억 나지 않습니다. 집으로 배달돼 오는 고지서의 겉면에 도장 비슷한 것이 하나씩 찍혀 있었습니다. 흑백 모양의 이 도장은 상당히 조잡해 보였습니다. 처음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매번 그것이 찍혀서 날아 왔습니다. 대체 이게 뭘까?
아무리 들여다 봐도 글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장은 아닌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그림도 아니었습니다. 뭔가 의미를 담고 있기에 매번 찍어서 보낼 것인데…. 이것이 눈에 들어온 이후 주변을 살펴 보니 의외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시청이나 구청 등 행정 기관에서 보내온 각종 고지서는 물론 이동 통신 회사에서 보내 오는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에도 찍혀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책자에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것은 인쇄물 음성 출력 변환 시스템이었습니다. 그 도장은 시스템의 바 코드였습니다. 시각 장애인과 노인, 문맹인 등도 인쇄물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변환시켜 주는 장치였던 것입니다.
▲ 인쇄물의 음성 변환을 위한 인식기와 바 코드. ⓒ 이돈삼
전라남도가 최근 이 시스템을 도정 홍보물에 도입했습니다. 인쇄된 활자를 소리로 풀어서 들려 주는 것 말입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과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 한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문맹인 등에게도 각종 정보를 전달해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인쇄물의 오른쪽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정사각형 모양의 이 바 코드는 인쇄물 1쪽에 실려 있는 내용을 2차원의 바 코드로 압축, 저장해 놓은 것입니다. 글자가 그리 많지 않으면 바 코드 하나에, 글이 빼곡하면 바 코드 두 개에 압축이 됩니다.
여기에 시각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음성 인식기를 가져다 대면 저장된 내용을 읽어 음성으로 바꿔 들려 주는 것입니다.
눈 감고도 그 내용을 귀로 들을 수 있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기존의 점자 인쇄물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입니다. 시각 장애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과 다문화 가정 주부, 문맹자 등이 인쇄물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사정으로 글을 보고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각종 정보에서 소외당하는 일도 줄어 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역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으로 여기 저기서 각종 홍보 자료와 책자를 만드는데 많이 활용되고, 인쇄물을 음성으로 바꿔 주는 음성 인식기도 많이 보급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MP3와 라디오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이 인식기는 정상인이 살 경우 가격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각 장애인이 살 땐 보조가 이뤄지고, 거기에다 각종 후원금까지 더해지면 비용 부담 없이 소지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한 효도 선물로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신지요?
오마이뉴스 이돈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