予不樂樂故作長詩以代歌 나는 음악을 즐기지 않는 까닭에 장시를 지어 노래를 갈음하노라
李岡(조선의 시인)
中和堂前桃李花(중화당전도리화) 중화당 앞은 복사꽃에 오얏꽃 피고
中和堂下神仙家(중화당하신선가) 중화당 아래는 신선의 집이 있도다
城中少長各饒興(성중소장각요흥) 성안의 노소가 모두 흥이 넘쳐나서
遊仙看花尋紫霞(유선간화심자하) 자하동을 찾아 꽃놀이하던 신선일세
登臨疇昔誦舞地(등림주석송무지) 그 옛날 춤추며 읊조린 곳에 올라서
獨向淸風長吁嗟(독향청풍장우차) 홀로 청풍을 향해 길게 탄식을 한다
古人無復耆英會(고인무복기영회) 고인들의 기영회는 다시는 없으려니
今人還聽中和曲(금인환청중화곡) 금인이 다시금 중화곡을 들어보노라
代序鱗次不暫留(대서린차불잠류) 곧 비늘처럼 늘어선 서문을 갈음하니
百世忽忽鳥過目(백세홀홀조과목) 백대가 홀연 새가 눈 앞을 스침일세
曾聞謫仙嫌晝短(증문적선혐주단) 예전의 이백도 낮이 짧음을 꺼리어
願言夜夜長秉燭(원언야야장병촉) 밤마다 항상 촛불 켜기를 바랬었다
莫道朱顔鎭長在(막도주인진장재) 언제나 청춘시절이라 말하지 말게나
滄溟亦變爲桑田(창명역변위상전) 창해도 또한 변하여 뽕밭이 되는도다
雲煙芬馥花如海(운연분복화여해) 구름과 연기 꽃향기가 바다 같았었고
絃管啁啾日似年(현관주초일사년) 풍악과 새 울음에 하루가 일년이었다
一詠一觴心未足(일영일상심미족) 한 번 읊고 한 잔술에 흡족하지 못해
婆娑醉倒春風前(사바취도충푼전) 취해 덩실 춤추다 춘풍앞에 쓰러진다
*中和堂:고려 후기 충선왕의 측근인 채 홍철(蔡洪哲)이 그의 집 남쪽에 지은 초당(草堂)을 말함. 이곳에서 권부(權傅) 등과 함께 기영회(耆英會)를 열었다고 함.
*耆英會:고급 관료나 공신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여 베푸는 연회.
春日卽事 봄날에 즉흥적으로 시를 짓노라
金三宜堂(조선의 시인)
桃花灼灼滿地開(도화작작만지개) 복사꽃이 눈부시게 피어 땅에 가득하니
恰似機頭紅錦裁(흡사기두홍면재) 흡사 베틀 머리 붉은 비단 짠 듯 하다
莫違東風任吹去(막위동풍임취거) 동풍아, 멋대로 불어 어깃장 놓지 마라
故敎山鳥好含來(고교산조호함래) 산새가 좋아하니 머금고 오게 하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