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옷가게를 하던 김모(여·38) 씨는 최근 가게를 접고 거제를 떠났다. 영원한 불야성을 이룰 것 같았던 지역 경기가 거가대로 개통 이후 매출이 오히려 큰 폭으로 줄면서 적자에 허덕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시민들이 부산으로 쇼핑 나들이를 하면서 지역상권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며 "갈수록 손님이 줄어들어 가게를 결국 정리했다"고 토로했다.
거제 삼성중공업 직원 박모(32) 씨는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통영시로 아예 이사했다. 최근 결혼한 박 씨는 신혼집을 구하던 중 거제보다 평당 100만~200만 원 정도 시세가 싼 통영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고 거제로 출퇴근하고 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거제시 인구가 2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3일 거제시에 따르면 거제 인구 수는 1990년 14만4233명에서 1991년 14만3890명으로 감소한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여왔다. 조선업 호황 덕분에 2006년 20만 명을 넘어선 뒤 연평균 4000명 정도 꾸준히 늘었다. 이런 증가세는 올 1월(23만3526명)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2월 들어 23만2891명으로 635명이 줄어든 데 이어 3월 말 현재 23만2874명으로 17명이 또 감소했다. 이 때문에 2020년 인구 30만 명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거제 인구가 줄어든 것은 1991년 이후 20년 만이다. 2000년 이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던 인구가 최근 몇 년간 증가폭이 줄어들고 급기야 감소세로 돌아서자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아파트값과 땅값 상승, 거가대로 개통에 따른 부산 '빨대효과' 등으로 거제 이탈 인구가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인구가 계속 유입되자 거제지역 아파트값은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평당 500만 원 선에서 평당 800만 원 선으로 치솟았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인근 통영에서 아파트를 구입해 출퇴근하고 있다.
예전같지 않은 조선업 불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임직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지난해 말 2만6105명에서 3월 말 현재 2만5980명으로 처음 줄었다. 또 거가대로 개통 이후 상권이 밀집한 고현동 지역의 영세상인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부 상인들이 거제를 떠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두 달여 사이 고현동 인구가 239명 줄어들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거제시 관계자는 "인구가 20년 만에 줄어든 것은 충격적"이라며 "인구 감소의 원인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