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옛 대우전자)가 일부 제품의 제조와 부품 조달 등을 해외 업체에 맡기고 자신들은 연구개발(R&D)에 주력하는 가전 전문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예컨대 연구개발·제조는 대우가 담당하고 부품은 일본 산요의 것을, 브랜드는 일본 소니로 하는 국제 분업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1일로 회사 출범 1주년을 맞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김충훈(58)사장은 31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현재의 회사 사정에 비춰볼 때 연구에서 생산까지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대우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만 주력하고 나머지는 해외 경쟁 기업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金사장은 "매출액의 90%가 수출인 회사 구조상 해외 기업과 손잡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에서는 대우의 인지도가 아직 높은 점을 감안해 옛 대우의 로고와 브랜드를 계속 이용할 계획이다.
대우는 지난 4월 미국의 가전업체인 메이텍사(社)에 3년간 대형 냉장고 1백71만대, 4억6천5백만달러(약 5천5백억원)어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金사장은 이를 자신들이 추구하는 국제 분업의 사례로 꼽았다. 연구개발·부품 조달에 두 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했고, 대우가 메이텍의 금형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金사장은 또 삼성전자·LG전자처럼 많은 품목을 생산하는 것을 포기하고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려 가전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우는 내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액정화면(LCD) 등 남들이 유망하다고 하는 사업에 뛰어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우는 자체 유통망(대리점)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로 눈을 돌릴 계획이다. 또 앞으로 개발할 제품들의 컨셉트를 '친건강·친환경'으로 정했다.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세탁기, 밀폐된 공간에서도 적정한 산소를 공급하는 에어컨 같은 제품을 계속 개발할 계획이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급격히 높아져 당장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으로 선정했다.
金사장은 "전 세계를 누비던 대우호가 일순간 침몰했지만 다시 떠오르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직원들에게 앞으로 1년 동안 자신을 희생하면서 회사 일에 매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金사장은 1973년 대우실업에 입사해 대우전자 유럽구조본부장·아시아지역 총괄담당(상무)을 지냈으며 ㈜효성으로 자리를 옮겨 구조본부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8월 친정인 대우전자의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11월 1일 회사 이름을 바꾸고 이날을 창립기념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