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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뉴욕스토리( http://www.nystory.com)라고 교민들이 많이 보는 신문입니다.
이글을 읽어보시면 역시 사람은 자기가 자라고 성장한 곳이 자기 조국이라는 느낌이 들겁니다..
- 한국인의 폐쇄성을 보는 것 같아 씁쓰름 -
4년전 뉴욕스토리를 처음 시작하면서 '한국인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실은 미국에 사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전혀 토론거리가 되지도 않지만, 한국인의 폐쇄성을 진단해 본다는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모은 일도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폐쇄성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 일이 발생해 마음이 무겁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재미 교포 가수 유승준 (사진. 공식 웹사이트) 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을 두고 한국 팬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뉴욕에서 이민 생활을 하며, 자녀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나하고 전혀 관계없는 사건이라고 넘겨 버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우선 한 개인이 국적을 선택하는 문제는 개인의 자유이다.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과는 달리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문제는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정체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부모라도 뭐라고 강요할 수 없는 문제이다.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우리 모두는 다들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미국에 올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실은 그들이 살아 가야할 나라를 부모 마음대로 선택했다는 마음의 짐을 평생 안고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나중에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자녀들의 의사를 물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한국에서 팬들이 유승준 개인의 행위를 비난하는 것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비난의 가장 핵심이 "미국 시민권을 딴 사람이 왜 구태여 한국와서 노래하고 돈 버느냐"는 것이라면 이는 한국 사람들이 뭔가 착각을 해도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가 이미 1일 생활권안에 들어 갔으며, 인터넷으로 인해 한국에 살든, 뉴욕에 살든 정보의 양이나 종류가 별반 차이가 날 것도 없는 상황에서 구태여 국적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졌든지간에 한 개인 스스로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의 기업이 한국에 가서 선진 기술을 도입해 주고 돈을 버는 것에 대해 한국 사회에 긍적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고 오히려 더 권장을 해야하는 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폐쇄적인 인식이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한국의 진정한 국제화를 저해하고 있는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번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박찬호가 미국 와서 활동하고 열심히 돈을 번 것에 대해 한국인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가? 박세리가 미국 골프계를 재패할 때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고 있는가? 언제 미국인들이 박찬호나 박세리의 실력을 따질 때 국적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던가?
미국에서 유학을 한 학생이나 미국 시민권자 한국인이 인맥이나 학연이 판을 치는 한국에서 원활한 경제 활동을 하기 위해 구태여 한국 대학을 재차 다닌다는 사실을 볼 때 씁쓰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실력보다는 학연이나 인맥이 중요한 사회. 다른 이질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태생적으로 가지는 거부감.
물론 유승준 스스로 한국의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서, 단지 그 이유때문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면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비난 또한 한국의 폐쇄적인 시각에서 보면 가능한 이야기지만 가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게재된 차원으로 이해한다면 비난의 강도가 그리 높아질 이유도 없다고 보인다.
가수 유승준이 한국 정부 기관의 장관이나 대통령이 되고자 한 것도 아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정부의 활동을 보다 전문화하기 위해 외국 시민권자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나가고 있는 분위기에 비추어 보면 도대체 일개 연예인의 미국 시민권 획득에 대해 비난을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이유로 무수히 많은 아까운 인재들을 내 몰았던 전례가 있다. 일례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백남준 선생에 대해 그가 미국 국적에 일본인 아내를 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 그러나 한국은 단지 한국을 떠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이름을 날리고 하는 것에 질투를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외국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들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에는 이해하지 못할 반감을 가지고 있다.
국방의 의무. 그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딴 이상 그는 미국 시민으로서 미국 안에서 국방의 의무를 열심히 지키면 되는 것이다. 만일 미국 시민권을 딴 그가 미국 정부에서 징집 명령을 내렸는데 그때도 미국 시민권을 버리고 다시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면 그때 가서 그를 비난하도록 하자.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 시민권과 한국 국적 사이를 줄타기 하며, 왔다 갔다 한다면, 그때는 우리가 그를 '박쥐같은 사람' 이라고 욕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유승준의 시민권 취득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유승준 스스로 과연 자신의 국적이 어느 것인지를 분명하게 하는 일이다. "나는 미국 시민권자다. 그러니 앞으로 미국 시민으로서 충실히 행동하며, 당당히 한국에 나가 돈벌고 또 세금을 내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지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그 이유만으로 한국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한국인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발, 이제는 한국 사회가 좋은 자질을 가진 전세계 한국인 인재들을 그들이 가진 국적만을 이유로 내몰아 버리는 일은 없어 졌으면 좋겠다. 그래 가지고서야 언제 한국이 제대로된 인물 하나 자랑스럽게 키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