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울긴 왜 울어
때는 바야흐로 가을 추수도 끝나고 온 들판이 허옇게 서리가
내리고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청둥오리가 한강에서 멋지게
자맥질하며 엉덩이를 하늘 높이 쳐 올리던 겨울이다.
여기저기에는 밤새 펄펄 날리는 눈에 덮혀 모양도 없이
그저 희미한 윤곽들만 보이는 작은 오두막들이 오순도손
다람쥐모양처럼 모여 있고 그 마을을 지나 약간 언덕진
길을 힘겹게 올라가면 판자로 지어진 허름한 집들이 보이고
그 마을 중간쯤 움푹 파인 길옆에 자그마한 선술집이 있다
‘꽃님들’ 이란 선술집이 주변과 대조적으로 돋 보이고 그
앞에는 예쁘게 화장한 보라가 의자에 앉아 지나는 행인들
에게 뇌살적인 윙크를 보내며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간혹 지나는 아줌마들은 눈이 와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
을 힘들게 오르다가도 그런 꼴을 보면 외면을 하기 일쑤고
어떤 이들은 숫제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벌레 보듯이 한다.
그러나 우리의 자랑 보라언니는 뭐 대단치 않은 듯 마주
째려 보며 한 수 더 뜨고 더 요염하게 허벅지가 다 나오는
치마를 살짝 걷어 올리며 약을 올린다.
급기야 성질 급한 아줌마 한 명이 입에서 더러운 소리가
샘물처럼 튀어 나온다.
“참, 더러운 세상이네. 여기 조용한 동네에 저 년들이 와서
완전히 물을 더럽혀도 유분수지. 아주 이젠 대낮에도 대놓고
허벅지며 엉덩이며 드러내 놓고 난리네. 씨팔년들! 아니
지네들은 애비 에미 동생 누나들도 없나. 어찌 허구헌날
살기 바쁜 남정네들을 유혹하느라 바뻐. “
라며 들으라는 듯이 큰소리로 떠들며 지나 간다.
그러자 보라는 눈에 쌍심지가 돋아지고 입꼬리가 찢어져 하늘
로 올라가면서 얼굴이 푸르뎅뎅하다.
맞대가리할려니 후환이 두려워 그러지 못하고 혼자 속을 삭이
더니 고개를 돌려 술집안을 처다보며 평강이를 부른다.
어제 술꾼들이 먹고 토한 오물을 청소하던 평강이는 무슨 일
인가 쓰레박기와 빗자루를 들고 나오고 보라는 평강이에게
소금 한 바가지를 담아 오라고 한다. 여시같은 평강이는
벌써 여러번 겪은 일이라 대빡 짐작하고 주방안에 있는
참이에게 얼른 소금 한 바가지 대령하라고 말한다.
참이가 가져온 소금 한바가지를 얼른 술집앞에 골고루 뿌린
보라는 고래고래 악을 쓴다.
“ 에이 시팔, 지년들이나 우리년들이나 똑같지. 뭘 잘난 것이
있어. 생긴 것은 꼭 생기다 만 고릴라처럼 생긴 년이 어디다가
행패야. 저년들땜에 내 억장이 터져 못살겠다. “
그러자 원래부터 수다스러운 평강이는 그리지 않아도 입이 근
질근질하여 못 견디었는데
“ 맞아! 아니 지년들의 xx엔 금테 둘렀나. 벗고 보면 다 똑같
은데. 지네들은 운이 좋아 잘난 서방 만나서 그렇지. 아니 우리
들이 지네들보다 못난 것이 무어 있어. 우리가 여기서 양심적으
로 장사하면서 저렴하게 술도 팔고 적당히 위로해줘서 지 서방
들이 다른데로 한눈 팔지 못하는데. 상이라도 줘야지 허구헌날
멸시하고 난리야. “
라며 분을 참지 못하고 씨근덕거린다.
“ 에이! 오뉴월에 접시물에 빠져 죽고 동짓날 추운날에 빙판에
미끄러져 뒈질 년들아! 느네들만 밥먹고 사는 인간들인 줄
알어. 다 우리도 알고 보면 선남선녀들이고 어쩔수 없어 이
길로 나섰는데, 어느 년 팔자는 고래등처럼 큰 집팔자이고
어느 년들은 새우등처럼 아슬아슬 곡예만 하다 이 짓거리고 “
참이는 아예 허공중에 삿대질까지 하며 입에 개거품이다.
세 여자들이 악쓰는 소리가 온 마을에 퍼져 나가고 곧이어
마을 끝에 자리잡은 교회당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얼마나 악을 썼던 지 저녁 안주 장만하러 1시간 거리에 있는
큰 장에 장보러 오던 사랑빛이 놀라 한걸음에 달려와 두리번
거리며 눈을 크게 뜬다.
집이 허름하지만 나름대로 고치고 고쳐 겉보다는 안이 훨씬
호화스러운 술집이고, 나름대로 담벽에 허름한 비닐 창고 하
나를 지어 좁은 공간을 넓혔는데, 어느날 3차로 술 먹으러
온 손님들이 오자 ‘땡이다’ 싶어 국산 양주를 외제 양주로
속이고 심지어는 안주까지 비싸게 받아 바가지를 씌어 놓고
터무니없이 술값을 요구해 만취한 취객들이 돈이 없자 파출소
에 신고까지 하여 유치장 살게했는데 그 취객중 한 명이 읍내
건축담당 공무원이었고 나중에 복수로 술집 안전 점검 나와
조사하던 중축 사실이 들통나 계고장을 받게 되었거 철거
기간이 한 달정도 남았다.
몇 번이고 보라가 읍사무소에 직접 찾아가 빌고 또 빌고,
추파를 던져 보아도 얼마나 앙심이 깊었던지 꿈쩍도 안한다.
좁은 실내에 물건들을 놓으면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좁아
걱정이지만 별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루종일 눈이 오고 토요일 저녁이 되자 퇴근한 손님들로
실내는 만원이다.
일부 손님들은 지네들끼리 원형 술판에 둘러 앉아 대포를
마시고 있고, 일부 손님들은 색시를 옆에 끼고 부지런히
입과 손을 움직이며 바쁘며 남정네들의 거칠고 투박한 손
이 엉덩이며 등을 흝고 지나가면 보라와 평강이, 참이, 사
랑빛은 싫지 않은듯 자지러진다 .
매상을 올리느라 연신 술을 반쯤 먹다 쏟아 버리고 안주가
남았는데도 다시 주문하고, 손님이 인상을 쓰면 얼른 몸을
기대며 애교를 떠니 그야말로 제멋대로이다.
술판이 무르익어가자 여기저기서 신세 타령, 직장상사 욕이며
하여튼 물고기소리 빼놓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들은
쌍두마차타고 술꾼들의 입을 통해 쌍욕으로 변신해 술판위를
너울너울 춤을 추며 돌아다닌다.
그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거친 말들이 요란하다.
카운터에서 술값을 받던 보라가 술값이 없다는 술꾼들의 말에
외상은 절대 안된다며 내지른 소리이다.
그러자 일행중 성질 급한 한명이 얼른 보라한테 다가가
술김에 보기좋게 빰을 한 대 갈겨 버리고 욕을 한다.
“야! 이년들아. 우리가 이 집에 팔아준 술값만 해도 천문학적
숫자인데 이번 처음으로 외상하자는데 뭐 안된다고. 그리고
니년들이 소리는 왜 질러 확! 술집에 불을 놓아 버려야지."
갑자기 빰을 맞아 멍한 보라를 본 평강이는 얼른 달려와
구두발로 술꾼들의 거시기를 걷어차며 욕을 하며 한쪽으로
몰아 붙이며 보라앞을 가로 막는다.
그러자 다른 3명의 일행들은 동료가 맞아 주저 앉자 모두
여기저기 있던 의자면 그릇이며 닥치는대로 부수고, 참이와
사랑빛은 술꾼들의 자박새를 잡고 싸움이 한창이다.
그새 술을 먹던 다른 일행들은 이때다 싶어 모두 술값도 안
낸채 도망가 버리고 잡을려고 쫓아가면 싸우는 술꾼들에게
잡혀 바닥에 내팽개쳐 진다. 억울해서 악을 써 보지만
도망가는 그들을 잡을수는 없다.
완전히 술집안이 개판이 되고난 다음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
이 달려왔지만 싸우던 놈들은 미꾸라지처럼 도망가고
상처뿐인 네명의 여인들만 남았다.
싸움꾼들의 인상들은 알지만 모두 여기에 살지 않는
뜨내기들인지라 술값이며 망가진 술집만 안쓰러울
뿐이다.
보라와 평강이, 참이, 사랑빛은 얼굴이 맞아 시퍼러 둥둥
하고 옷은 찢어져 너덜거리고 풀어 헤친 머리칼은 절반쯤
뽑혀져 있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도 경찰관들은 마이동풍,
어디 가도 찾을수 없는 뜨내기들한테 바가지를 씌우려고
한 자신들이 잘못이다.
앞으로 병원비야 수리비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쌍판데기가
정상으로 돌아올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노력없이 돈만 벌려고 술만 취해 인사불성이면 보리차로
양주를 대신하고 안주는 듬성 몇 개 놓아두고 곱빼기로
값을 받아버리니 당할만도 하다.
평소에도 바가지를 곧잘 씌워 파출소내에서도 별반 대접을
못받는 그녀들이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눈은 어제밤부터 내려 온 세상이 하얀데 ‘꽃님들’ 술집에는
어쩌지 못하는 술집 여인들의 한숨소리 울음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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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에궁..이제야 봤네..한참웃었네요..맞아요..평강님 말처럼 직업좀 바꿔줘유~~~~
ㅎㅎㅎㅎ 엄청추운날씨에 히죽웃었어요..담편도 부탁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