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새벽에 수원 장안구를 내려갔다가 5시간을 쓰고 돌아왔어요.
수원은 큰 집과 처가가 있고 군바리 시절에는 장안 대 여학생 00와
수원산성에 올라가 밤을 하얗게 샜던 추억이 또렷합니다. 각시랑 사이
좋을 때는 번질나게 다녔어요. 아마도 한 달에 두 세 번은 갔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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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을 끊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물론 이혼 후에도 장모, 장인
어른 장례식장까지는 그 눈총을 받으며 참석을 했어요. 나름대로 의리를
지키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이혼이라는 것이 뭔지 20년 동고동락을
하다가 졸지에 오도가도 못 하는 처지가 돼버렸으니 슬픈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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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는데 '이혼은 생살을 잘라내는 것'이라고 하더이다.
나쁜 것만 잘라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이 문제를 청산
하고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불쑥불쑥 상흔이 통증으로 저를 찌릅니다.
무려110일 동안 딸내미들 얼굴을 못 보았습니다. 너무 보고싶어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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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납니다. 제가 열 받으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데 지금 벌을 받고
있는 걸까요? 우리 공주들이 아빠 한테 삐친 걸까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사랑을 받는 것 입니다. 이 일은 옳기만 해도 안 되고 당위로만으로도
오래 가지 못합니다. 상대가 자발적으로 나를 존경하고 사랑해서 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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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면 좋겠는데 이런 일은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일이겠죠. 안테나를
세워 공간을 극복하고 자석처럼 늘 달라붙었으면 좋겠고 만 그 일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보고 싶다. 죽을 만큼. 더 이상 우리 공주들이 아빠를
존경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면 어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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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주여 얼굴 빛을 비쳐주옵소서' 하는 다윗의
기도가 카운터 펀치처럼 나를 멕이고 갑니다. 얼마나 간절하면 용안을
보지 못하느니 죽느다는 겁니다. 오주여! 얼굴 빛을 비춰주옵소서. 제발.
주용아, 네 이름이 주의 얼굴이란다. 날마다 아비에게 얼굴을 보여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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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러 갔던 곳은 썩 내키지가 않아서 종업원 아이(52세) 담배 2갑 사주고
그냥 나왔어요. 가게 보러 다니면서 제가 확실히 전국구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사람인데 대한민국사회에서 이 따위
포지션밖에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자괴감이 치적치적 내 속을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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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았습니다. 짠 네 수원에서 '사위 자식 개 자식'을 반길 리가 없지요.
저도 이제 수원은 안 보고 살겠습니다. in 포천을 하는데 출근길 정체가
벌써 시작된 모양입니다. 얼른 한숨 자고 '진 접에 가게'가 나왔다니 둘러
봐야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애급의 바로를 찾아가 보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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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 건대 나머지 희망까지 싹 가지게 마드실 건 뭐람. 투덜투덜 왕
짜증입니다. 잘 하겠다고요. 웁스, 성도는 맨날 오그라들고만 살라고요?
제발 장사 좀 하게 해주세요. 돈이 필요하다고요. 퓨전 도살장에 오늘
잡은 산만한 소 한 마리를 두 명이서 쉴 틈 없이 바라시를 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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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관이 닮은 사내가 번호표를 확인하며 랩핑-바코드-결재 공정을 능수
능란하게 하고 있네요. 제 번호는 31번 입니다. 퀘퀘한 냄새가 별로입니다.
시체썩은 냄새 같기도 하고 찌린 내 같기도 합니다. 1시간을 기다려서
갈비 살 한 근을 돈(52,000)바꿨어어요. 근데 막 잡은 꽃 등심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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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질겨서 숙성기간(10일)이 필요하다는 걸 아시나요?
물론 저는 처음 알았어요. 이 작은 장소에서 일주일에 황소 두 마리가
여지없이 인간의 뱃속으로 발기발기 찢겨 나갔습니다. 황소는 고기를
남기고, 호랑이는 가죽을 남긴다는데 나는 이 한 세상 살면서 뭘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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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것인가? 결국 생태계의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는 적을 수록 좋은
것 아닌가, 제가 등심을 먹다보니 고기 맛은 무조건 신선도입니다.
요리사가 필요 없어요. 파김치, 마늘, 고추, 버섯이면 내가 특급입니다.
예에공! 잘들 사니? 고기 먹으러 와. 다 먹자고 하는 짓인데.
2021.4.13.tue.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