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1983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이하 ‘헬리코박터’로 명명)가 위점막에서 배양되어 소화성 궤양의 원인임이 밝혀진 이래 “No acid, no ulcer”, 즉 위액의 자가소화능이 정상적인 방어기전을 능가하는 조건에 처했을 때 발병하는 자가소화 질환이라는 과거 개념으로부터 ”No H. pylori, No NSAIDs, no ulcer”, 즉 헬리코박터 및 진통소염제(NSAIDs)가 궤양의 주요 병인이며 궤양환자에서 관찰되는 비정상적인 위산분비도 헬리코박터 감염에 주로 기인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헬리코박터 양성인 소화성 궤양에서는 헬리코박터의 제균이 치료의 필수조건이 된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동반하여 급격히 늘고, 이러한 질환의 치료 및 예방제인 아스피린을 포함한 항혈전제의 복용이 많아지고, 더불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진통소염제)의 복용이 늘어, 진통소염제가 궤양의 원인인 경우 또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1.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헬리코박터는 위의 점막 표면을 끈끈하게 덮고 있는 점액에서 살면서, 플라젤라(flagella)라는 바퀴와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살고 있는 세균입니다.
과거에는 강력한 위산이 배출되고 있는 위에 세균이 살 수 있으리라고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지만, 1983년 호주의 Dr. Warren이라는 병리학자와 Dr. Marshall이라는 내과 전공의에 의해 헬리코박터가 배양되면서 이 세균의 실체가 확인되어, 이것이 고질적인 위·십이지장궤양의 원인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헬리코박터 감염이 없을 경우 십이지장 궤양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95%), 헬리코박터 감염이 십이지장 궤양의 원인임을 증명하는 또 다른 강력한 근거로는 헬리코박터 제균에 실패했을 경우 1년 이내의 궤양 재발률이 57.1%, 2년 후의 재발률이 78.6%로 높으나, 제균 후에는 십이지장 궤양이 거의 재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위궤양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82.2%로 십이지장 궤양의 95%보다 낮아 헬리코박터와의 연관성이 다소 낮은데, 그 이유로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진통소염제)가 위궤양의 또 다른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위궤양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 제균 후 궤양 재발률을 비교해 보면 십이지장 궤양과 비슷한데, 제균된 환자군에서의 1년 후 재발률은 7.5%, 2년 후는 10%로 제균되지 않은 환자군에서의 재발률 40%, 60%보다 현저히 낮아 헬리코박터가 위궤양의 중요 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위산분비가 왕성한 위점막에 헬리코박터가 살 수 있는 이유는 헬리코박터가 보통 세균보다 100배나 많은 요소분해효소(urease)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균의 세포막으로 강산이 들어오면, 곧바로 요소분해효소가 활성화되어 요소를 암모니아로 만듦으로써 강산을 중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헬리코박터가 나름대로 개발해 온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 전인구 50%의 위점막에 생존하면서 병을 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인구는 16세 이상에서 1998년에는 66.9%, 2005년도에는 59.6%로 약간 감소하는 듯했으나, 소화성 궤양의 호발연령인 40대 이상에서는 여전히 60% 이상의 감염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인구의 15% 정도에서만이 소화성 궤양, 위암, 심한 위염 등의 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헬리코박터의 제균이 필요한 사람을 적절히 선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진통소염제)
모든 종류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는 궤양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병인요소인데, 그 위험도는 복용량에 비례하여 위궤양은 비복용군에 비하여 10~20배, 십이지장궤양은 5~15배에 이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에 의한 궤양 발생기전은 상피세포 내 사이클로옥시게나제(cycloxygenase)의 활성도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가 억제하여 내인성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의 생성이 감소되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가지고 있는 방어기전, 즉 점막 방어 및 재생기능이 감퇴되어 궤양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한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복용에 의한 위병증(gastropathy)의 임상적 특징은 점막의 미란, 점막 내 출혈과 같은 표재성(superficial) 병변만 있는 경우가 흔하고 10~25%의 환자에서 발병하는 직경 3~5mm 이하인 소위 “내시경적 궤양(내시경적으로 궤양이 관찰되나 환자의 증상이 유발되지 않음)”과 약제 복용 환자의 1~2%에서 증명되는 “임상적 궤양(증상도 동반함)” 등이 있고, 궤양이 하나인 단일궤양보다는 궤양이 2개 이상인 다발성 궤양이 위산에 의한 소화성 궤양보다 자주 관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