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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풋볼뉴스(Football News) 원문보기 글쓴이: 블루문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 많은 유소년 선수가 미래의 한국 축구 스타를 꿈꾸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선수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우리 아이가 자의든 타의든 사랑하던 축구를 놓아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부모는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ONSIDE가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 도움 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현원: 초등 클럽팀 킵플레잉FC U12 대표(축구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자격증 보유, 유소년 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
김지훈: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팀장(축구 선수 출신)
이상우: 스포츠 심리학 박사. 스포츠 심리교육 전문 기관 ‘멘탈 퍼포먼스’ 운영(축구 선수 출신)
* 본문 내 일부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자료이며,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1.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선수를 둔 학부모입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때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오로지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팀 내 경쟁에서 밀려 축구를 그만두게 됐어요.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더 이상 성장 가능성도 없고, 대학이나 프로행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인데요. 아이는 다행히 자신이 처한 상황은 잘 받아들였습니다. 문제는 저인데요. ‘괜히 운동만 시켰나’, ‘차라리 일찍 공부를 시켰더라면’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부모인 제가 어떻게 마음을 잡아야 할지, 새출발하는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강현원 대표의 조언
아이는 축구를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꿈을 향해 쫓아갔던 ‘축구 선수’라는 직업을 내려놓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축구를 하다가 프로(국가대표)에 가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축구는 선수를 꿈꾸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지만,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힘도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법, 책임감과 시간 관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등을 축구를 통해 배웠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학 입학이나 프로 계약보다 훨씬 오래 남을 것이며,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님께서 ‘괜히 운동만 시켰나’라는 생각으로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이는 그동안 서포트해주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며, 동시에 내색하지는 않아도 자존감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역할도 이제부터 조금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왜 그만두었니?”라는 말보다는 “앞으로 무엇을 해 보고 싶니?”라고 묻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큰 힘이 될 것입니다(선수 시절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은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축구를 통해 쌓아온 성실함과 끈기, 회복력은 어떤 분야로 가더라도 분명 경쟁력이 됩니다. 꿈의 결과가 아닌 한 인격체를 믿어주고, 꿈의 방향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마음으로 옆에 서 준다면 아이는 그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2. 초등학교 6학년 선수를 둔 학부모입니다. 우리 아이는 손흥민, 이강인처럼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부모로서 아이를 지원해 주고 싶은 마음은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가 어리다 보니 걱정도 없지는 않은데요. 혹시라도 나중에 축구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축구뿐만이 아니라 다른 경험도 시켜야 할지 고민됩니다. 지금 이 시기 부모는 아이를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까요? 훗날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아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김지훈 팀장의 조언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하나의 꿈을 향해 온 마음으로 노력하는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의 삶에 큰 자산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모님께서 지금부터 ‘축구 선수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으로 아이의 꿈에 미리 선을 그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이가 자신의 꿈을 충분히 사랑하고, 그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만 부모님께서 한 가지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아이는 ‘축구 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의 아이, 친구,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를 반드시 프로 선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길을 가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아이가 축구를 오래 사랑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어린 선수에게 좋은 환경은 단순히 훈련 강도가 높거나 성적이 좋은 팀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발달 단계와 성향을 이해하고, 실수와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기술뿐만 아니라 인성과 정서적 성숙까지 함께 길러주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축구 외의 세상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독서, 여행, 다양한 사람과의 대화, 새로운 문화와 언어를 경험하는 시간은 아이의 생각과 감각을 넓혀주는 자산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외국어인데요. 외국어는 아이의 미래 선택지를 넓혀주는 중요한 자산이며, 더 넓은 축구 세상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도구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 아이는 많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축구를 통해 성실함과 책임감, 협력과 회복의 힘을 배우는 아이는 어떤 길에서도 다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부모님께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크고 따뜻한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3. 중학교 1학년 선수로 뛰고 있는 아이의 부모입니다. 우리 아이는 최근 대회에 출전했다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생각보다 부상이 심한 탓에 수술을 받았고, 최소 1년은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한창 축구에 재미를 붙이고 축구 선수의 꿈을 가지고 성장해 가는 아이한테 이러한 일이 생겨 참 슬픕니다. 아이는 이대로 친구한테 뒤처질까 봐, 결국 축구를 그만두게 될까 봐 낙담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고, 다시 한다고 해도 예전의 기량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축구를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이상우 박사의 조언
저는 그동안 상담하면서 이런 상황에 놓인 선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크게 두 가지 포인트로 나눠 설명할 수 있는데요. 일단은 아이가 부상당한 상황인 만큼, 부모와 보내는 시간도 예전보다는 더 길어지겠지요.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계속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를 많이 하면 좋겠습니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아이의 상태에 맞는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내면 상태를 확인하고 거기에 맞는 사회적 지지를 보내주면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지지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넌 할 수 있어’, ‘나는 너를 믿어’와 같은 말들입니다. 아이에게 솔루션을 줘야 한다고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요. 가장 좋은 건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입니다. 그걸 꾸준히 한다면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은 조금씩 정화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축구를 그만두지 않고 부상에서 복귀한 경우입니다. 복귀했는데 기량이 예전보다 못하고, 나와 같이 축구했던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아이의 심리적인 타격은 생각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해도 이러한 것들 때문에 타격을 받는다면 아이는 축구하러 가기 싫어할 수도 있어요. 이때는 부모님께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목표를 설정해 주고, 목표를 달성하면 피드백을 주는 식인데요. 예를 들면 ‘저 선수만큼 기량을 올려야 해’가 아니라, ‘전반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 만들기’, ‘10점 만점에 8점 정도로 컨디션 회복하기’처럼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잡아주면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4. 고등학교 3학년 선수를 둔 학부모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름대로 선수 생활을 잘해왔는데, 아이가 축구를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투정 부리는 줄 알았는데, 더 이상 축구가 즐겁지 않다고 하네요. 감독님과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팀원들과도 문제없이 지냅니다. 단지 더 이상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은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의 결심이 단단한 것 같습니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라 고민이 정말 큽니다. 힘들어도 버텨보라고 할까요? 아니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할까요?
이상우 박사의 조언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보통 여름 전국대회가 끝나면 이러한 선수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대회에 나가보니 자신이 많이 부족한 선수라는 걸 느끼게 되고, 이런 식으로는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도 어렵다고 느끼는 식이죠. 이러한 이유로 축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은데, 사실 도피성인 경향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부모님이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 축구를 그만두면 기회비용이 엄청나게 생길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그만두고 공부로 대학에 간다? 절대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힘들어도 축구를 계속해 어떤 대학이든 가고, 대학에서 다양한 직업군을 놓고 고민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면 편입이나 전과와 같은 방법들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또 하나의 방법은 축구하면서 동시에 학업에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정규 훈련을 받되 개인 레슨 대신 학업을 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축구 성적과 내신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고, 수능 대비도 가능합니다. 아이와 충분히 대화해 보시고,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면 좋겠습니다.
현재 서울 이랜드FC에서 뛰고 있는 백지웅 선수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백지웅 선수는 서울 오산중(FC서울 U15) 출신인데, 서울 오산고(FC서울 U18)에 콜업이 되지 못해 영등포공고에 갔어요. 영등포공고에서도 별로 특출 난 선수는 아니었고, 대학을 제주국제대로 갔습니다. 그런데 제주국제대에서 서혁수 감독을 만나 포지션을 바꾸고 그때부터 축구에 눈을 뜨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2학년 때 덴소컵 대학 선발팀과 U-21 대표팀에 들어갔고, 지금은 프로에서 잘 뛰고 있습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8월호 ‘FEATUR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대한축구협회

첫댓글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