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케이옥션, 업황 부진 속 엇갈린 성적표이익률 케이옥션 21% Vs.서울옥션 14%…'현금 고갈' 서울옥션, 부담 급증
[톱데일리]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지난해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업황 악화로 두 기업 모두 실적 후퇴를 피하진 못했지만 케이옥션은 선방한 반면, 서울옥션은 다소 뒷걸음질 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케이옥션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77억원이었다. 전년(383억원) 대비 27.6%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7.3% 줄어들은 5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40억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연속 2년 흑자를 달성했다.
미술 시장 호황기로 미술품 경매 거래액이 최대치에 달했던 지난 2021년에 비하면 다소 하락한 실적이지만, 상장 첫 해 치고는 무난했다는 평가다. 2021년 역대급 영업이익 136억원을 거둔 걸 감안하면 지난해 실적은 회사 출범 후 두 번째로 높은 성적으로 기록된다.
이날 마찬가지로 실적을 공시한 서울옥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51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790억원 대비 30.2% 축소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0.9% 줄어들은 7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70%나 쪼그라든 45억원이었다.세 지표 모두 케이옥션보다 감소폭이 컸다.
두 기업 모두 지난해 업황 부진이라는 악재 여건에서 부진을 겪었지만 수익성 제고 측면에선 케이옥션이 한층 나은 행보를 보였다. 영업이익률을 따져보면 케이옥션은 21.0%로 국내 대표 IT 기업들 수준을 상회한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기준 네이버(15.9%), 삼성전자(14.3%), SK텔레콤(9.3%), 카카오(8.2%) 등이었다.
반면 지난해 서울옥션의 영업이익률은 14.0% 로 타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케이옥션보다는 떨어진다. 2019~2020년 2년간 적자 늪에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다행이지만, 직전 년도인 2021년 영업이익 197억원을 벌어들이며 영업이익률 2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실적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각 회사의수익 활동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비교해볼 때 후발주자 케이옥션이 서울옥션보다 실질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998년에 출범한 서울옥션의 이익잉여금은 304억원인 반면, 이보다 7년 늦게 활동을 개시한 케이옥션의 이익잉여금은 353억원으로 나타났다.
물론 두 회사 다 현금 흐름은 좋다고 볼 순 없다. 두 회사 모두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현금이 유입되던 2021년도와 달리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영업활동에서 서울옥션은 지난해 283억원, 케이옥션은 72억원의 유출이 발생했다.
투자활동에서도 두 기업 다 현금이 빠져나갔지만 특히 케이옥션에서 875억원 상당의 대규모 유출이 있었던 점은 눈에 띈다. 이는 지난해 상장과함께 조달된 자금으로 전시장과 수장고 증설을 위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소재 부동산을 380억원 주고 취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장 지금까지의 실적보다 중요한 것은 재무 변화를 바탕으로 올해 이어지는 시장 침체를 어떻게 버티느냐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예정된 영업과 투자 활동 등 비용 지출이 정해져 있는 만큼,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재무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두 기업 모두 기존 미술품 경매 사업 외에도 포트폴리오 확장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옥션은 서울옥션블루의 '소투(SOTWO)', 마찬가지로 케이옥션은 지난 달 '투게더아트' 지분 44.07%를 인수해 미술품 조각 투자 부문에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계열사 등을 통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경쟁도 예고돼 있다.
서울옥션에게 있어 사업 확장의 걸림돌은 점점 말라가는 현금이다. 서울옥션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115억원에서 6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지난 2018년 174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크게 축소됐다. 당장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339억원이 있는 상황에서 단기금융상품(2억원 상당) 등을 끌어모아도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옥션의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218억원으로 전년(204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단기금융상품(288억원)을 포함하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500억원 규모를 넘어선다. 유용 가능한 현금이 1년새 140% 이상 증가하며 단기차입금 90억원을 갚는 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적 리스크와 직결되는 재고자산 측면에서도 규모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케이옥션의 재고자산은 301억원을 기록했지만 서울옥션은 이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836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경매 등 중개로 인한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케이옥션과 미술품 판매 비중이 높은 서울옥션의 사업적 차이에서 기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케이옥션의 재고자산 규모는 유동자산(846억원)의 35.5% 수준인 반면, 서울옥션의 재고자산은 유동자산(1246억원) 중 67.1% 비중을 차지해 다소 재무적 압박이 있는 상 황이다. 회사의 신용을 판단하는 기준이자 지불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서울옥션이 271%, 케이옥션은 486% 수준으로 확인됐다.
다만 두 기업 모두 매출원가를 크게 상회하는 재고자산 규모로 인해 앞으로도 수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부담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율 기준 케이옥션은 0.52회, 서울옥션은 0.56회로 나타났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낮으면 매출로 이어지는 것보다 재고가 많이 쌓여 그만큼 자금이 묶인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