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성경 전체를 한 번 필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17년 동안 무려 19번이나 필사를 완성하고 이제 20회에 도전하는 어르신이 있다.
제주교구 김경애(모니카·73·하귀본당)씨가 처음 성경 필사를 시작한 것은 의과대학을 다니던 둘째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고, 나중에는 혼인을 한 자녀와 손주들을 마음에 품고 필사를 했다고 한다.
4녀2남을 둔 김씨의 집은 남편을 포함해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등 7명이 모두 의사. 그야말로 집안이 종합병원을 차려도 될 정도다. 김씨는 필사를 하면서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들이 항상 어려운 환자들을 정성껏 돌보아 주고 하느님의 자녀로 떳떳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다지곤 했다.
지난 7월에 시작한 20번째 신·구약 필사는 오로지 50여 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 바치겠다고 한다. 11년 전 남편은 '거룩한 십자가의 길'이라는 제목의 책을 엮으며 책 머리에 '이 책을 하느님과 존경하는 아내 김경애 모니카에게 바칩니다'라고 쓴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김씨는 이번 필사를 최대한 여유를 갖고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다시는 성경을 안 쓸 사람처럼 아주 느리게, 그리고 어느새 지나가 버린 세월의 뒤안길을 조금씩 되돌아 보면서.
김씨는 항상 주방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성경, 필사노트, 안경, 볼펜을 비치해 놓고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필사를 하곤 한다.
"성령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필사를 끝낼 때마다 감사를 드립니다. 뒤돌아 보면 모두 주님께서 주신 것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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