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낯선 사람과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언제일까? 길을 걷다가, 공원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배달 온 물건을 수령하거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며 마주친 사람들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마주침에 주목한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은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축배를 드는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기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저자 소개
앤디 필드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작가, 큐레이터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와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며 낯선 이들 사이의 실질적인 만남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대표적인 실험 예술 축제 포레스트 프린지를 이끌고 있으며, [가디언]을 비롯한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통해 실험해 온 만남과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글로 확장한 『만남들: 우리는 매일 다시 만난다』는 그의 첫 책이다.
📜 목차
들어가며: 일상의 황홀한 만남에 관하여
1장 아주 특별한 보살핌
2장 길 위의 작은 방해
3장 통화에 얽힌 사적인 역사
4장 자동차 안에서
5장 함께 하는 식사
6장 집단적 환희
7장 공원에서 우리가 하는 일
8장 모두의 영화관
9장 손잡기의 기쁨과 슬픔
추신: 이 책을 다 읽었다면 해야 할 일
감사의 말
노트
📚 책 속으로
예술가 앨런 캐프로는 “우리의 몸, 옷, 장소 또는 필요하다면 42번가의 광활한 공간 등 일상의 장소와 사물에 몰두하고 나아가 황홀감을 느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바로 이 황홀감이 내가 살면서 오랜 시간 추구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매일 마주치는 것에 경탄할 수 있을까? 주변 세상에 접근할 때, 특별한 것을 위해 아껴둔 집중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는 모두 때때로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다.
미용사는 특별한 간병인이다. 이들은 현대의 어떤 전문 의료인보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훨씬 더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의 만남을 보살핌을 받는 행위로 여긴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지 않는다. 앞에 놓인 커다란 미용실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함께 바라본다. 적어도 잠시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세계가 된다.
피자는 여전히 지친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순간을 낚아채는 음식이자 즉흥적으로 점심 식사를 해야 하는 모임을 위한 음식이다. 지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식사이자 진이 빠진 늦은 밤의 마지막 휴식처다. 피자는 식사라기보다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에 가깝다.
우리가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주 짧지만, 거리는 낯선 사람들과 그들의 타자성을 가장 친밀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아 있다. 우리는 같은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같은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선다. 좁은 인도에서는 서로를 더듬으며 지나간다.
이 만남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것이며, 연민과 공감이 부족한 세상에서 서로에게 연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부드럽게 남겨놓는다. 만남은 기회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빛이 쏟아져 들어올 가능성을 열어준다.
밖에서 헤드폰을 쓰는 것은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표식을 귀에 걸어두는 것과 같다.
눈싸움은 어떤 미묘한 방식으로 나와 그 거리 전체, 그리고 나와 모든 사람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잠재적인 눈싸움 선수다.
나의 개 소시지는 가능한 한 모든 종류의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나를 끌어당긴다. 낯선 사람과 나, 우리는 서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서 개들이 서로의 주변을 조심스럽게 도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함께 사는 일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더운 여름날이면 더욱 그렇다. 이런 날이면 공원은 수많은 목적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고, 분주한 잔디밭에는 여러 의미가 겹겹이 쌓여서 서로 충돌한다.
도시 생활의 어려움은 때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러한 복잡성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잡은 손은 연대의 궁극적인 표현이다. 우리가 함께 하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지 상기시키며, 이와 동시에 우리를 방해하거나 억압하려는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 본문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우리는 모두 때때로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다.”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경쾌하게 기념하는 법
거리에서, 미용실에서, 자동차 안에서, 공원에서, 영화관에서 맞닥뜨리는 타인들과의 짧은 만남은 우리의 기억에서 이내 사라진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앤디 필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일상의 마주침에 주목한다. 미용실에서 갑작스레 나의 몸을 타인에게 온전히 맡기고 어린아이가 되는 시간, 도심 한복판에서 낯선 사람들과 벌인 대규모 눈싸움의 기억, 택시 안을 떠도는 어색함과 긴장감, 바닥에 앉아 맨손으로 피자를 집어 먹으며 나눈 연대감, 개와 함께 산책길에 만난 사람들과 클럽에서 잠시 하나가 된 육체들,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번지는 킥킥대는 웃음소리와 타인의 손을 잡을 때 느낄 수 있는 단단하고 이상한 감각에 대하여, 진지하고도 장난스럽고, 분석적이면서도 시적인 어조로 고찰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을 두고 “독자를 일상의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는 어린아이의 상태로 되돌려놓는다”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며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던 일상의 마법은 지워진다. 호기심보다는 의무감으로 몸을 일으킨다. 일과는 지루한 규칙으로 가득하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타인은 대체로 반갑기보다는 피하고 싶은 존재들이다. 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의 자리를 지우기도 하고, 상처받거나 번거로워지고 싶지 않아서 새로운 만남을 주저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한 마디가 있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다.” 회피와 냉소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삶을 좀 더 재미없게 만든다는 데 있다.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나의 삶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타인과의 만남, 일상에서 받은 보살핌, 어렵사리 이뤄낸 연대의 순간을 응시하는 일은 좀 더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축배를 드는 태도로 우리의 일상적 만남을 기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편집자의 말
이 책을 편집하면서 여러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렸다. 이를테면 미용실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자르고 싶어 한 허영심에 대한 대가”로 거울 속에 떠 있는 머리가 되어 미용사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치 다이빙 보드 끝에 서 있는 것처럼,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지만 가슴과 다리가 갑자기 무거워지는” 감각. “관여하고 싶지 않은 것을 무시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면허”인 에어팟을 끼고 바쁘게 걸어가 본 경험. 내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이 나는 혼자가 마음 편한 유형의 사람이다. 타인과의 만남은 어색할 뿐 아니라 불편하고 종종 두렵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대화하고 몸을 부딪치는 순간들에 집중하는 이 텍스트에 매료된 이유는 나와 정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의 삶에 침입하는 존재”라는 이 책의 선명한 주장은 나라는 좁고 편협한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눈 감아 왔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이 글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생활을 배경으로 한다. 미용실, 공원, 거리, 영화관, 식당 등 일상적 장소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만남을 뒤흔들어 역동적인 의미를 만들어 내는 저자 앤디 필드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 산책가다. 그동안 많은 작가들이 복잡한 도시나 시끄러운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유유자적 걸으며 초연한 태도로 세상을 관찰하는 플라뇌르의 계보를 이어 왔다면, 앤디 필드는 비 웅덩이마다 직접 뛰어 들어가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아이의 태도로 도시를 걷는다. 도시 생활을 멋지게 만드는 것은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생생하게 보는 능력, 불확실성과 취약성을 감수할 용기, 함께 분노하고 연민해 본 경험, 나와 전혀 다른 배경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그래서 이 텍스트를 읽다 보면 번잡한 도시 한복판으로 산책을 나서고 싶어진다. 매사에 심드렁한 산책자가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이고 용감한 산책자가 되어. 이때 에어팟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 두어야 할 것이다.
“앤디 필드의 생생하고 호소력 강한 글은 각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활동에 신체적으로 몰입하는 듯한 감각을 전달한다.” ≪뉴욕 타임즈≫
“매력적이고 시적이며 통찰력 있는 책. 관계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친밀감에 대해 고찰한다.” ≪커커스 리뷰≫
“일상을 경쾌하게 기념하는 책.” ≪뉴스테이츠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