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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감염질환 치료에 다빈도로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하지만 항생제 사용이 많아지면서 항생제 효과를 떨어뜨리는 ‘슈퍼박테리아’, 즉 항생제 내성균이 출현하고 확산하게 됐다.
1990년부터 2021년까지 항생제 내성균의 경향을 분석한 국제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390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질병관리청의 통계 분석 결과 현재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져 있는 카바페넴(carbapenem) 계열 항생제 등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이 발현된 다제내성균 출현이 지난 6년간 3.6배 증가하는 등 최근 항생제 내성균 출현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세계적으로 항생제를 적정하게 사용하여 항생제 내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 ASP)’ 운영이 활성화되고 있다.
ASP는 항생제 내성을 줄이거나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임상 실무 프로그램으로, 항생제의 투약, 치료기간, 투여 경로 등을 최적화함으로써 적정한 항생제 사용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의된다. 미국, 영국 등 국외에서는 ASP의 적극적 운영을 통해 주요 항생제 내성률을 감소시키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으며, 최근의 체계적 문헌 고찰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나타난 바 있다. 항생제 내성 감소뿐 아니라 ASP 시행을 통해 환자의 치료 결과 개선, 항생제로 인한 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성 설사 등 이상반응의 감소, 의료비용 경감 등의 효과도 보고된 바 있다.
ASP를 통한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의 핵심전략은 항생제 사용의 전향적 감사와 피드백(prospective audit with feedback) 및 항생제 사용 제한과 사전승인(restriction and preauthorization)을 선별적으로 혼합하여 시행함으로써 적절한 종류의 항생제가 적정 용량 및 용법으로 적절한 투여경로를 통해 적절한 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외 ASP 지침에서는 항생제에 대한 전문 지식과 역량이 탁월한 약사가 ASP팀의 핵심 구성원으로서 ASP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항생제 적정 관리를 위한 약사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의료기관평가 항목으로 적절한 ASP 활동이 포함되어 있으나, 전문 인력과 적절한 보상이 부족하여 의료기관 내에서도 효과적인 ASP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쉽지 않고, ASP 활동이 의료기관 평가에 포함되어 있다보니, ASP 팀원으로서 약사의 역할도 병원약사에 국한하여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75% 이상은 의원급에서 처방되고 있으며, 2020년 대비 2022년 항생제 사용량이 19.4% 증가하고, 감기 등 항생제 치료가 불필요한 상기도 감염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 비율 역시 외래 및 의원급에서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ASP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다보니 병원약사만이 ASP 활동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하여 약국에서의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활동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약한 것으로 사료된다. 병원 외의 약사들은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에 정말 참여할 수 없는 것일까?
1. 지역사회 대상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ASP)의 가능성
미국 질병관리청에서는 ASP 프로그램을 병원 내로만 한정하지 않고 원외 항생제 사용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의 운영 지침 또한 개발하여 배포하고 있다. 해당 지침에서는 임상전문가, 지역약국 및 의원을 포함한 요양기관과 의료기관에서 항생제 처방 및 조제 현황을 추적하고 상호 공유하며 요양기관 및 의료기관의 콜센터나 간호사, 지역약국 약사의 복약상담 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에 대하여 환자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해당지침에서 지역사회의 약국과 약사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정보와 상담을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환자별 통합약물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약물 알레르기 및 약물상호작용을 선별하여 환자들에게 적절한 항생제 사용과 예상되는 이상반응에 대해 교육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의료 정보 제공처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환자들에게 약국의 접근성이 높다는 점은 원외 ASP (outpatient ASP, O-ASP) 운영 시 지역사회의 약국이 잠재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십 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 국내 임상 상황에서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ASP)의 적용 가능성
ASP 전담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미국 등 국외 상황과 달리, 국내 임상 현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ASP 활동에 대한 보상이 부재하며 ASP 외에도 환자 진료 등 일상 업무가 과중하여 효과적인 ASP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의료기관 내 자원이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다고 해서 ASP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항생제 내성 관리에 효과적인 중재 전략을 포기하는 것이 되고,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속한 국가나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항생제 내성이 증가하는 파급효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국내 임상 현장과 같이 시간과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ASP 운영이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15년 항생제 내성에 대항하기 위한 Global Action Plan으로 어떤 형태로든 ASP 구축 및 시행을 포함하도록 한 바 있고,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미국 CDC에서는 2018년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 운영 시 핵심 요소를 제시하는 지침을 발행하고 배포한 바 있다.
해당 지침에서는 시간, 인력 등 자원이 제한된 경우 우선 국가적 항생제 사용관리 위원회를 구축하여 해당 국가내 항생제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경감할 수 있는 행동계획(action plan)을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 및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국가적 항생제 인식 개선 활동과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구체적 정책을 도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국가적 차원의 ASP에 더하여 미국 CDC에서는 항생제 처방 관련 주의사항 명시, 사전 승인, 항생제 처방 기간 등의 사용 제한 등을 통해 ASP 활동을 점차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권고하며 이를 위해서는 약학 전문 지식을 갖춘 약사 등의 전문가가 ASP 팀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과 자원이 제한된 국내 임상 현장 등 많은 국가에서 기관별 ASP 전담 약사 및 약학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국 CDC 지침에서는 ASP 활동의 공감대가 형성된 의료진 간의 협업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원격으로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약사를 기관 외에 둘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시간과 자원이 풍족해 보이는 국가에서도 의료기관에 따라 ASP 활동을 전담할 수 있는 임상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는 의료기관도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기관들의 경우, ASP 운영을 외부에 위탁하여 운영하기도 하며, 미국의 Infectious Disease Connect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위탁 기관들은 여러 의료기관의 의뢰를 받아 약사를 포함한 다학제 ASP 팀을 자체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며, IT 기술을 활용하여 여러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을 주로 원격으로 관리한다. 원격 관리에 더하여 필요에 따라 주기적인 의료기관 방문 실시를 통해 항생제 적정사용 평가를 위한 추가 데이터 수집 전략 구축,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항생제 사용현황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등 여러 의료기관의 ASP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3. 원외 약사와의 협업을 통한 ASP 운영 사례: 국내의 경우
본 연구진은 국내 단일기관 대학병원 내 중환자실과 협업을 통해 중환자실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항생제 사용관리 활동에 참여하여 원내의 ASP 전담약사 없이 ASP 활동은 원외에서 전담하며 원내 약사 및 의료진들과 협업을 통해 원격 IT 기술을 결합한 hybrid 형태의 ASP 모델을 구축한 바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기존 ASP가 대면 위주로 진행되던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SBAR(situation, background, assessment, recommendation) 기반 보안 메시징 시스템, 보안 화상회의를 통한 주 2회 이상 가상 회진,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전화 통화 등 3가지 원격 보안 실시간 소통 플랫폼을 구축하였으며, 약사들이 원외에 있을 경우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MR)에 직접 접근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내 약사 및 의료진이 환자 정보를 요약하여 전달하고 원외 ASP 전담 약사가 이를 바탕으로 중재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ASP 활동을 수행하였다. 대면 ASP 활동은 격일로 하루 최대 4시간동안 ASP 회진 참여, EMR 검토, 추가 중재안 제시 등을 통해 정보 비대칭으로 기인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였다.
이러한 hybrid 형태의 ASP 모델을 통해 3개월간 69건의 항생제 적정 사용을 위한 약사 중재가 이루어졌으며, <그림4>와 같이 과반 이상의 중재가 중환자실 전담의에게 수용되어 항생제 투약 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광범위 항생제 사용 일수는 감소하고, 원인균에 부합하도록 항균활성 범위가 좁은 선택적 항생제 사용 일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 표적 항생제 치료요법이 증가하였음을 시사한다고 사료된다.
Hybrid ASP 도입 후, 중환자실에서의 항생제 사용 적정성과 안전성은 모두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부적절한 항생제 처방률은 환자 100명-일 단위 당 83.8건에서 20.7건으로 75.3% 감소하는 성과를 나타내, 항생제 오남용이 실질적으로 감소하였음을 시사하였다.
평균 중환자실 재원 기간 역시 기존 14일에서 6일로 57.1% 감소함으로써 환자 회복 속도 개선과 의료 자원 효율화 측면에서 의미있는 결과로 사료된다. 환자 안전성과 직결되는 약물 이상반응 측면에서는 예방가능한 약물 이상반응이 환자 100명-일당 4.4건에서 2.8건으로 감소하여 항생제 사용의 안전성 또한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이와 같이 원격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기관 내 의료진들과 원외 약사들과의 협업을 통한 ASP 운영이 가능하다는 본 연구결과는 추후 한국형 O-ASP 구성 및 운영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4. 맺음말
항생제 내성이 급증하고 있는 현 시점에 항생제 적정 사용을 제고하기 위한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의 운영 및 확대 적용은 시급한 상황이다. 다양한 임상전문가들의 역량을 발휘하여 항생제 적정 사용을 도모하기 위한 ASP 활동은 통상적으로 의료기관 내 약사만의 영역으로 사료되어 왔으나, 항생제 사용량이 원외가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해 볼 때, 국외 지침에서 제시하는 바와 같이 지역사회 중심의 항생제 사용관리 프로그램 운영이 절실하다고 판단된다.
그뿐 아니라 국내 임상 현장의 제한적인 자원을 고려해 볼 때, 여러 요양기관의 다양한 임상전문가들이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항생제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적정 사용 방안을 제시하며 환자 등 대중을 상대로 항생제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연구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약사를 포함한 원내외 임상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ASP를 운영할 수도 있으므로, 약국가에서도 다양한 ASP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항생제 적정 사용 및 관리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확대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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