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집은 왠지 예외로 치구요. 그 중에서도 4집은 안 예외로,
DT 성님들의 정규앨범은 홀짝의 법칙이 있지 않았습니까.
홀수앨범은 나쁘게 말하면 매너리즘적이고, 좋게 말하면 DT의 장기만을 드러낸 앨범이었고
짝수앨범은 나쁘게 말하면 어색하고 지루한, 좋게 말하면 실험을 통한 진일보를 시도한 앨범이었죠.
딱 7집, 9집이 그랬습니다. 7집은 st.anger를 싼 메탈리카에게
"븅아 이정도로만 앨범 내봐라ㅋㅋㅋ"
라고 보여주는 듯한 고전적인 메탈을 다소 프로그래시브하게 담은 군더더기 없는 앨범이었죠.
9집은 8집에서 실망한 저같은 팬들을 위한 듯한 DT가 원래 쭉 하던대로의 (뮤즈흉내는 빼고)
헤비하고 길고 드라마틱하고 테크니컬한 곡들로 채워놓았습니다.
원래 하던대로 늘어지는-쉬어가는 곡 하나는 빼놓지 않았죠. (원래 하지 않던 뮤즈흉내는 좀 뺐으면 좋겠구요)
11집은 약간 다르지만, 다르지 않았습니다.
11집은 원래 잘 하던걸 보여준 앨범이 아니라 아예 재탕을 해버린 앨범이었으니까요.
포트노이가 나가면서 뭔가 새로운걸 보여주진 못했고, 안정적으로 기존의 히트곡들을 리메이크 수준으로 내놓은 앨범이었습니다.
덕분에 포트노이 덕분에 잃어가던 DT의 원래 모습(뮤즈흉내 안 내던!)을 다시 볼 수 있는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별로 발전적인 방향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반대로 6집, 8집, 10집을 논하자면..
6집은 실험용 CD와 하던대로의 CD가 같이 들어있습니다. 그래도 짝수앨범의 범주에 들어갈 속성이 더 많다고 봅니다.
8집은 망할 뮤즈흉내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제게는 희대의 쿠소앨범이 되고 말았습니다..
옥타바리움만은 명곡이라 해야 한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그것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24:00에 맞추기 위해서 억지로 처음과 끝의 무음을 늘렸고,
초반의 컨티늄 보드 사운드도 지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곡 구성 자체도 반복의 반복의 반복이 너무나도 심해서 라브리에에게 태클을 걸고 싶어집니다.
곡이 드라마틱한 것도 아니고, 가사가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가사 문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합니다.)
오직 마지막 페트루치의 기타가 승천하는 부분만 감동의 쓰나미지만... 그것만을 위해 나머지 20여분을 허비한건
좀 심하다 싶어요.
그러나 8집의 가장(유일한) 실험적인 곡은 그래도 옥타바리움이고 8집의 아이덴티티도 옥타바리움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근데 그 실험 내용이란게 "조던이 컨티늄으로 왱알앵알거리는 데 취미붙였다. 끝." 이라서...
저의 8집에 대한 평가는 바닥입니다.
10집도 비슷합니다. ANTR은 매너리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알콜시리즈의 대망의 끝이어야 할 The Shattered Fortress는
실망스럽게도 김빠지는... 기대에 못미쳤고, The Best of Times의 기타솔로만 남는 앨범이었습니다.
투스카니 백작이 괜찮긴 했지만 페트루치의 독무대가 5분이 넘는 다소 기묘한 곡이죠.
아무튼 이러해서 투스카니를 제외하곤 킬링트랙이 없는 앨범이었습니다. 곡도 6곡밖에 안되는데...
그래서 오히려 같이 들어있는 커버곡 cd를 더 즐겨들었던 시기였네요... 라이브앨범도 안내주고, 공연도 안와주고. 으앙 배드.
제 개인적으로 이렇게 홀, 짝 앨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다보니 이번 앨범을 처음 다 들었을 때의 감상은
아... 역시 짝수앨범.... 이었습니다.
선행공개된 내부의 적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 곡은 엄청나게 타이트한 곡이었기 때문에,
10집에서 11집으로의 긍정적인 변화,
DT가 왠지 점점 이상해지는 듯한 느낌의 원흉으로 지목되던 MP의 탈퇴로 인한 기대감을
12집에서 터트려주려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전곡을 들어보니 짝수앨범의 특성이 강했던 거죠.
뭔가 새롭고 낯설긴 한데, 어색하고 엉성하고(엉상함의 반대말로 저는 타이트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이 안 잡힌다는게 첫 인상이었습니다.
근데 원래 프로그래시브는 그래야 맞는거죠. MP의 '러닝타임만 길면 프로그래시브임ㅇㅇ'
철학에 반대하면서도 너무 오랫동안 그런 MP의 드림시어터에 익숙해지다보니
'프로그래시브함'을 낯설게 느껴버리고 만 겁니다.
전에 곡명과 러닝타임만 공개됐을 적에 곡이 다들 너무 짧고, 이어지는 트랙이 하나도 없다는 등
예상과는 조금 다른 부분들 때문에 약간 불안감도 들더군요.
어쩌면 이번 앨범은 4집처럼 전혀 드림시어터답지 않은 곡들이 담긴,
타이틀이 Dream Theater가 아니었다면 드림시어터라는걸 알 수 없는 앨범인게 아닐까?
22분짜리 대곡은 In the Presence of Enemies처럼 epic이 아니라 투스카니처럼 어처구니없는 가사에
이상한 음향만 가지고 시간을 채워넣은 괴곡인게 아닐까?
이렇게 확신이 들지 않는 채로 12집을 처음 들었을 때는 뭐.... 그냥...
불안한 예감이 다 맞아떨어진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감상을 안 쓰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Dream Theater라는 타이틀은 딱히 밴드를 지칭하는게 아니라
말그대로 Theater라는 의미인건 아닌지, 그래서 첫곡과 마지막곡이 상당히 영화음악스럽게 들어간건 아닌지...
별생각 다 들더군요.
그러나..;
그거슨 전부 이 낯선 장르의 음악을 듣고 감동받을 준비가 아직 안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Cultural discount라는 사회학적 개념이 있습니다. 문화상품은 다른 문화권에서 잘 안먹히는 현살을 설명하는 용언데
주로 코미디, 개그에서 유효하게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개그같은 경우는 다른 문화권 간의 경우가 아니라
국내에서 개콘과 타 개그프로그램을 비교할 때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개콘이 가장 웃기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보고 많이 웃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개콘에 가장 익숙해 있어서
개콘의 각 코너에서 웃음 타이밍마다 시청자들은 웃을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웃는거거든요.
개콘이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개그프로인건 물론 상대적으로 웃겼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편성시간대, 역사, 출연자들의 네임밸류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프로그래시브는 원래 할인율이 무지 높은 장르입니다. MP 덕분에 프로그래시브가 점점 아니게 되었었지만
MP가 스스로 축출되면서 DT는 도로 자신들의 음악의 진입장벽을 높게 맹그른거죠.
익숙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겁니다. 그동안 쭉 DT를 들어온 팬인 저조차
낯설어할 정도로 말입니다 ㅠㅜ
여러모로 MP가 밴드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던 파에게는 귀중한 앨범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몇몇 곡은 너무도 뜬금없이 끝나는게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풀미언더처럼 가사나 컨셉상 뭔가 의미가 있는걸까요?
가사 하니 생각나는게, 드림시어터의 가사는 솔직히 막장은 막장입니다.
가사를 시적으로 쓰지 말고 그냥 산문체로 쓰자고 언젠가(4집이었나요 5집이었나요) 포트노이가 정하고,
멤버가 동의하고 나서 그렇게 된거였죠 아마?
그리고 얼마 뒤 존명은 가사를 쓰지 않게 되었다가(6집 이후) MP 탈퇴와 동시에 가사를 다시 썼구요...
MP시절의 12분짜리 곡보다 이번 앨범의 6분짜리 곡이 훨씬 다채롭고, 길고, 웅장하고, 감동적입니다. 끝.
첫댓글 취향과 청자의 기준차이지만 이건약간 논쟁의여지가 있는글이네요..
모든걸 다떠나서 메탈성님들께 븅이라. 하신건 좀그러네요^^
아, '븅신드라' 를 '븅아'로 정정겠습니다ㅋ
ㅋㅋ불경한 어조로 말씀하시지만 상당부분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저도 동감되는부분이 많은 글입니다
공감가는 글이네요.ㅎㅎ 제 생각엔.. 그동안의 DT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7집까지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음악, 즉 프로그래시브 뮤직을 들려주었는데, 8집에서 (컨셉자체가 그런것같긴 했지만) 타밴드(U2,핑플,뮤즈 등)의 스타일을 많이 빌려오면서 이후의 9,10집까지 크게 새로울것 없는 비슷한 음악을 들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처음들었을때 귀에 쉽게 들어오긴 했지만, 이전 앨범들에 비하면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었던것 같아요, 좀 지루하기도 했구요. 11집은 2집의 마크2 버전이구요. 그래도 예전의 DT사운드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전 매우 반갑고 고마웠네요..ㅎㅎ
이번 12집은 DT가 다시 프로그래시브 밴드로 돌아왔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집 Awake가 나왔을때 기존 팬들이 "이게 뮝니?" 라는 반응이었던것으로 압니다. 결국은 2집못지 않은 명반취급 받고 있지요. 12집은 드럼소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DT같으면서도 전혀 DT같지 않은 상당히 어색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곡전개방식도 기존과 많이 다른것 같구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2,3번 들었을때 "아.이건 실패작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었네요..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고 꽤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판단은 좀더 들어봐야 알겠지만요.ㅎㅎ
저도 처음 들었을때는 한번에 꽂히는건 조명이론 한곡이었으나..
여러번 반복 청취하다 보니깐 나머지 곡들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고, 8,9,10집에서 정체되었던 그들의 명반 퍼레이드가
다시금 기지개를 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11집은 저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명반으로 인정해서 가장 즐겨 듣습니다ㅋ)
이번 신보가 기존 스타일과 어딘가 모르게 다른스타일을 보여줬기에 처음 들은 DT팬들도 별로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여론의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곱씹어야 제맛이 나는 그들 특유의 스타일로 회귀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반갑고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저는 MP의 탈퇴 이후로 LTE 때의 꽉차고 옹골진 곡 구성과 JL과 JM의 적극적인 가세로 인한 서정성이 확실하게 두각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반대파 까지는 아니었지만, MP역시 이대로는 매너리즘에 대한 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결과적으로 정말 평생 몸담을 밴드가 하고 싶었던 MM이 이번 앨범에서 폭발해줌으로서 MP 존재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시피 한 게 한 편으론 시원 섭섭함이...ㅋ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ㅎㅎ
7집 이후 부터는 곡 길이를 길게 맞추려고, 똑같은 리프를 박자를 쪼개개서 연주하거나, 엄청나게 긴 솔로를 넣는다든지..
이런식으로 곡을 억지로 늘리는 느낌을 계속 받았었거든요..
7집에서는 이런걸 큰불만 없이 받아들였는데,
8집에서 불안 하더니, 9, 10집에서는 이런 모습이 절정을 찍었죠..
그래서 MP가 잠시 아이디어를 얻기위한 휴식기간을 갖자고 한거 같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12집에서는 이런모습이 많이 해소된 느낌이어서, 그런면에서는 정말 만족합니다!
저도 조만간 리뷰를 한번 써 보고자 합니다.(불만사항을 촉흠 섞어 가면서;;)
그때 많은 의견 부탁드릴께요!
동감입니다 ㅎㅎ
저도 가장 가까운 앨범을 꼽자면 3집을 꼽을수밖에 없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