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최병성님은 지난 5월부터 시멘트 제조과정의 문제점을 접하고 5개월여 동안 조사를 벌여왔다. 문제를 처음 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충격적인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이 현재의 제조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시멘트로 인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앞으로 3회 걸쳐 기사를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동강과 서강이 흐르는 청정의 이미지를 지닌 강원도 영월. 그러나 영월 초입에 들어서면 갑자기 매캐한 냄새와 함께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게 된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초록은 상쾌함을 주고도 남을 터인데, 왠지 서울 도심의 공기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마을로 들어서면 여기저기 바람에 흔들리는 현수막의 문구들이 숨 막힐 듯한 탁한 공기의 원인을 들려준다.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엔 주민들의 고통과 피맺힌 절규가 담겨있다.
“아이고!!! 중금속 방출, 우리 후손 어쩌라고!”
“폐기물 소각하여 00시멘트는 때 돈벌고 주민은 공해로 다 죽는다!”
“00시멘트의 무자비한 행위에 우리주민 못살겠다!”
“공해주범 000공장장을 현상 수배합니다.”
영월, 대기 토양오염 끔찍한 수준
영월 서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현대, 쌍용, 아세아 시멘트 공장에서 산업쓰레기를 시멘트의 원료와 연료로 사용하면서 나오는 분진과 악취로 인해 산골의 공기가 서울 도심의 공기보다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영월만 아니다. 단양을 비롯해 동해, 삼척, 제천 등 시멘트 공장이 들어서있는 인근 지역들이 안고 있는 공통된 문제다.
작년 환경사회정책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영월 지역 현대시멘트와 쌍용시멘트의 인근 분진은 지정폐기물 유해물질 함유 기준과 비교하여, 카드늄 6mg/kg으로 20배, 납 290mg/kg으로 96배, 비소 28mg/kg으로 18.6배, 구리 67mg/kg으로 약22배 등 시멘트 소성로의 분진에 의한 피해와 오염실태가 심각한 실정임이 나타났다.
분진 공해는 시멘트 공장이 세 개가 한 곳에 몰려 있는 강원도 영월 서면의 주민들의 후두암 발생율이 전국 평균의 세배가 넘는다는 국립환경보건원의 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 환경부가 조사한 ‘토양측정망 및 실태조사 결과와의 비교’를 살펴보면 영월과 옥계지역의 지렁이 체내에서 토양오염 전국평균치인 0.05mg/kg를 훨씬 초과한다. 영월이 3.1~8.9mg/kg, 옥계가 2.7~25.6mg/kg 등으로 전국 평균대비 약 50배에서 500배를 넘어선 끔찍한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카드늄의 경우도 전국 평균치에 비해 두 지역 다 약 11배를 초과했고, 구리와 납 또한 전국 평균이 구리 4.3mg/kg, 납 5.8mg/kg 인데 비해 영월 평균은 구리 16.2mg/kg, 납28.7mg/kg 등으로 4~5배로 나타났고, 옥계 지역은 구리 15.9mg/kg, 납23.4mg/kg 으로 약 3~4배가 넘는 심각한 중금속 함유량이 나타났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시멘트 공장의 문제에서 비롯되는 지역 주민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 공장으로 인해 지역에 발생되는 작은 경제적 이익 때문에 시정하려는 의지가 없는 현실이다. 지자체에겐 공장 주변 주민들의 고통보다는 시멘트 공장에서 떨어지는 작은 경제적 부스러기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환경은 오염되고 사람 살기 힘든 고장으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눈앞에 이익만 생각하여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지역주민 고통 나 몰라라
비단 해당 지역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오늘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시멘트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각종 중금속과 공해 물질은 대기오염으로 이어지고, 대기오염은 토양오염과 농작물 오염으로 이어져 바로 내가 먹는 오염된 음식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 공장 인근지역 농산물 오염도를 조사한 표를 보면 위험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시멘트 공장들의 주변 지역은 대개 농경지들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의 종류는 벼, 사과, 복숭아, 수박, 감자, 옥수수, 인삼 등 우리가 매일 먹는 모든 것이다. 이곳의 농작물은 서울과 전국으로 배송돼 모든 이들이 먹는 밥상에 오른다. 시멘트 공장 주변에서 재배된 오염된 농작물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시멘트 공장 주변의 심각한 대기 오염의 원인은 전적으로 환경부에 있다. 환경부가 시멘트 소성로에 산업쓰레기를 원료와 연료로 사용하도록 허가해준지 벌써 7년여의 시간이 지났건만, 아직도 배출가스에 대한 중금속 규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시멘트의 소성로의 굴뚝에 자동측정장치(TMS)를 하여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며칠 전에도 영월의 현대시멘트공장에서 자동측정장치(TMS)가 설치 되어있지 않은 냉각시설 배출구에서 분진이 마치 연기처럼 하늘로 끝없이 날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동측정장치(TMS)가 설치되어 있다 할지라도 밤이면 소성로에서 분출된 새까만 시멘트 가루가 지붕위에 가라앉고, 날마다 숨쉬기 곤란한 가스 냄새로 고통당하고 있다.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현재 분진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한 현대시멘트는 2곳의 세차장을 지정하여 해당 주민들의 세차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소성로에서 나오는 분진이 폐타이어와 폐고무 등 산업폐기물을 사용함으로써 접착성 분진이 되어 물로 세차가 어렵고, 염산이나 빙초산으로 세차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자동차를 염산과 빙초산으로 세차를 해야 한다면, 이런 분진으로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소성로에서 나오는 분진은 주변 마을의 비닐하우스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통 비닐하우스는 비닐을 한번 씌어 놓으면 낡아질 때까지 5~6년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산업폐기물을 사용하면서부터 접착성분진이 비닐에 날아와 빛의 투과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2~3년마다 갈아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공장 근처 마을 지붕에 쌓인 흙가루를 한주먹 모아 자석에 가까이 대 보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자석에 시멘트 색깔의 가루로 된 쇳가루가 가득 달라붙는 것이다. 시멘트 소성로에서 태운 산업쓰레기들 속에 포함된 각종 중금속이 인근 마을로 날아온 까닭이다. 소성로에서 날아온 미세 먼지 속에 이와 같이 엄청난 중금속이 담겨 있다면 마을 주민들은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동안 환경부와 시멘트 업계는 1450도 고온에서는 유해물질이 다 사라진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지난달 환경부와 양회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산 시멘트에 인체 유해한 6가크롬이 많은 이유는 시멘트 재료로 산업쓰레기를 썼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는 그동안 시멘트 업계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 공장 인근 지역의 분진 속에 담긴 중금속 조사 결과가 그들의 거짓을 온 세상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계속되는 국민 속이기
외국은 오래전에 6가크롬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건만, 환경부는 최근에야 대책을 마련하며 그것도 2009년부터 법적구속력이 전혀 없는 자율규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 돈을 준다고, 크롬 농도 7000~8000이나 되는 유독성 슬래그를 들여오는 시멘트 회사가 존재하는데, 어떻게 자율규제를 통해 지켜질 수 있단 말인가?
최근 환경부가 시멘트 소성로 관리기준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기배출기준과 관련하여 일본 등 해외 배출기준을 바탕으로 같은 수준이거나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여...현행 기준 보다 강화하였고...”라고 언급했다. 그냥 듣고 있노라면 마치 환경부의 대책이 외국 규제 기준치보다 더 강하고 잘 마련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들린다. 그러나 외국에서 시멘트 소성로에 엄격히 규제하는 납, 카드늄, 비소, 크롬 등 가장 중요한 것들은 빼놓으면서 마치 규제를 외국보다 더 강한 규제를 하는 것처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환경부가 시멘트 소성로 관리기준강화를 발표하면서 첨부한 ‘WDF 제조 및 사용의 적정관리방안 마련‘이란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환경부 대책이 사실을 은폐하고 축소 보고하고 있음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한국환경자원공사가 환경부에 보고한 이 보고서에는 미국과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의 시멘트 소성로의 배출기준과 항목들이 상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본 보고서는 외국의 소성로는 시멘트 제품 규제와 배출가스의 엄격한 규제를 통해 산업폐기물의 통제와 관리를 하고 있다고 명확히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전혀 대책이 될 수 없는 기준을 제시하며 ‘관리 강화안’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산업폐기물 통제, 배출가스 규제기준 마련해야
또 환경부가 염화수소와 수은과 다이옥신 규정을 제시하면서는 ‘...소각로 수준보다 강화된 또는 소각로와 동일한...’이란 표현을 사용하여 마치 소각로보다 소성로에 더 강한 규제를 하고 있는 듯한 거짓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도시생활 소각로의 배출가스는 15가지 항목이 규제받고 있고, 산업폐기물을 소각하는 소각로는 26가지의 항목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받고 있다.
선진 기술을 지니고 있는 외국에서 조차 소성로가 완벽한 소각시설이 아니기에 납, 구리, 비소, 크롬 등 소성로의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규정에 보면 다이옥신과 각종 중금속등은 시멘트 소성로의 클링커 생산과 무관하기 때문에 배출가스 규제치가 소각로 규제치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실은 산업쓰레기로 만들어지는 시멘트의 해악은 새집증후군과 같은 문제뿐 아니라 더 들여다보면 배출가스 규정의 미비로 인해 시멘트 공장 인근의 주민들은 공해로 병들어가고, 전 국민이 자신도 모르게 오염된 농산물을 먹어야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지금 국내 시멘트 회사가 기술이 없어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산업쓰레기를 시멘트에 넣기 전인 7년 전까지는 산업쓰레기를 섞지 않고도 시멘트를 수십 년간 생산하여왔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시멘트회사들은 외국에 수출하는 시멘트는 까다로운 외국 기준에 맞춰 생산하여 수출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시멘트의 품질 평가(규제)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가스 중 중금속 농도의 규제를 통해 산업 폐기물을 관리하고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고 있음을 우리 환경부 또한 잘 알고 있다. 환경부는 소성로가 고온이라 완전하다는 거짓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외국과 같이 중금속이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마련하여, 산업폐기물 통제와 함께 공장주변 마을주민들의 건강도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