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시작한지 117분.
모두들 지쳐있었다. 한발짝도 떼기 힘들 정도로 체력이 소진한 상태.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장을 울리는 그 함성이 선수들을 다시 일으켜 세
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영표의 센터링.
공은 한 선수의 머리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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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안정환이 어떤 선수인가.
체력과 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때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도 한 선수.
결국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우리는 그를 조커라고 불렀다.
상대 선수들의 힘이 빠진 후반전에 투입되어 한방을 노리는 조커.
그리고 전반 초반 결정적인 패널티킥을 실축한 상황.
전후반,연장전이 들어서도 그다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힘이 많이 빠져 탈진 직전의 상태.
그런데 공은 그의 머리로 향하고 있었다.
땅이 다리를 잡아 끄는 듯 한발짝도 떼기 힘들었지만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한방... 한방이었다.
이번에 뛰어 올랐다가 떨어지면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날 수 없을지
도
모른다.
하지만 한방... 단 한방이었다. 마지막 한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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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머리에 맞는 순간 몸을 돌려 골대를 쳐다 보았다.
공은 그림처럼 골대로 빨려 들어가 그물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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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순간.
한국 축구. 월드컵 8강 진출.
축구에 대해서 좀 안다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8강이라는 꿈이라도 꿀 수 있었던가.
평가전에서 연일 선전할 때만 해도 우리는 막연한 16강의 꿈을 꿀 뿐이었
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참 믿기지 않는 일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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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관중이 한데 엉키었고...
전국 4천만 국민들이 한데 엉키었다.
우리는 그들을 믿었고 그들은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2002년 6월 18일.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이 날에...
잠 못 이루면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재방송을 보고 또 보며...
대한민국 국민임에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우리는 자랑스런 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