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대표
정 우 민
1997년 KBS 프로그램 중 ‘아침마당’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주로 4살 때나 5살 때 엄마 손을 잡고 처음 보는 시장에 갔다가
엄마를 잃어버리고 20여년을 떠돌이처럼 방황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 그때 헤어진 엄마를 찾아 방송에 나오는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나가면 그 다음 회나 그 다음다음 회에
극적으로 엄마를 만나게 되고 모자의 상봉으로 온 스튜디오를
울음바다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은 엄마가 어디가
아픈 경우가 허다하다.
이 최루성 프로그램에 27살 ‘차헌태’( 하정우 분)가 출연한다.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5살 여동생과 함께 당시 7살이던 헌태는
엄마가 아파트만 장만하면 꼭 부른다는 약속만 믿고 미국으로 입양되어
간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잠시 귀국한 그는 엄마를 찾아 방송에 나선다.
자신이 기억하는 엄마는 왼손잡이였으며 ,엄마가 만들어 준 설탕을 뿌린
토마토 맛을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전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던 그를 갑자기 나타난 방종삼( 성동일 분)이
국가대표 스키 점프 팀을 구성하자고 유혹한다. 방종삼은 전직이 어린이 스키 교실
강사이지만 국가대표 감독을 하려는 야심에 차있다.
방종삼이 말하기를 “남들은 미국 입양 가서 의사도 되고 변호사도 되어서 오는 데
너는 그렇지 못하다. 엄마가 알아도 찾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너가 국가대표가 되어서
금메달 따면 아파트도 살 수 있고 엄마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대표 스키점프 팀을 구성해서 단체전에 나가려면 4명이 필요하다.
방 코치(성동일)는 이외에 전직 스키선수 출신들을 선수로 끌어들인다. 약국에서
루미날을 한통씩 사가는, 선수시절 약물파동을 일으킨 전력을 가진 사고뭉치
흥철(김동욱 분) ,이 친구는 하루라도 여자 없이는 못사는 현직 나이트클럽 웨이터이다.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분),재복은주방에서 일하던 중국인 처녀와 눈이 맞아 그녀를
임신하게 하고 아버지에게 골프채로 얻어터진다.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와 조금 모자라는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분),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 분), 봉구는 늘 형을 대신하여 형이 군대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절절히 써서 매번 병무청에 탄원서를 올리나 늘 무시된다.
(나중에 봉구는 국가대표 엔트리에 후보선수도 있어야 되기에 후보선수로 참여한다)
그러나 이 팀은 전라북도 무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급조된 팀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방코치는 금메달만 따면 된다면서, 헌태에게는 아파트와 어머니
상봉을 약속하고, 재복과 칠구 흥철에게는 군 면제를 약속한다. 여자 밝히는 흥철은
갑자기 나타난 방코치의 딸 방수연(이은성 분)의 미모에 반해서 내키지 않던 이 팀에 합류한다.
방수연은 자기가 만든 이상한 옥장판을 팔러 다니는 말썽꾸러기 딸로 나오는 데
사채업자 폭력배들에게 쫒기는 몸으로 나중에 이 팀의 훈련자금도 슬쩍 했다 돌려주기도
하고 ,자신을 유혹하는 흥철에게 옥장판 부작용으로 난 전신 발진을 에이즈라고
하며 흥철에게 ‘한 번 하자’고 들이대는 제멋대로의 캐릭터이다.
그리고 자신의 특기가 사람 찾는 일이라며 누구라도 3일 만에 찾을 수 있다 하고
나중에 헌태 어머니도 찾아준다.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방코치는 칠판에 ‘sky jump'라고 씀)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 하기만하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이 점프대 공사장을 전전해야
했고 제대로 된 보호 장구나 점프복도 없이 오토바이 헬멧, 공사장 안전모 등만을 쓰고
맨몸으로 훈련에 임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복이네 고깃집 앞 마당에서의
지상 훈련을 시작으로 나무 꼭대기에 줄로 매다는 공중 곡예(?), 시속 90km의
승합차 위에 스키 점프 자세로 고정되어 달리는 위험천만한 질주, 문 닫은 놀이공원
후룸 라이드(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물로 채워진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놀이기구)를
점프대로 개조해 목숨 걸고 뛰어내리기 등 과학적(?) 훈련으로 무장하는 선수들! 이런
식의 무대뽀 트레이닝에도 이들은 점점 선수다운 모습을 갖춰 가고, 스키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가는 순간이 행복해진다.
눈이 오질 않는 여름에 이들이 인조 잔디 경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중에 제일 곤란한 상황이
수도가 끊겨서 물을 경사면에 뿌릴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들은 비가 오면 너무
행복해진다. 비가 오면 너도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연습장으로 달려간다.
마침내 그들은 독일의 오버스트도르프 월드컵에 참여한다. 참여 8개팀 가운데 6등만 하면
동계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전날 맥주 집에서 헌태와 잘 알던
미국대표팀 선수와 시비가 걸려 한국 팀과 미국 팀이 집단 패싸움을 하여 협회에서 양 팀
모두 출전금지를 당한다. 그러나 경기 당일 운 좋게도 경기가 끝날 무렵 눈이 너무 와서
마지막 경기가 중단된다. 그럴 때는 관례적으로 모든 팀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게 된다고
한다. 경기도 없이 운 좋게 올림픽에 나가게 된 선수들은 만세를 부른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도 잠시 무주 동계 올림픽이 무산 되자 스키 점프팀은 해체하라는
통보를 받는다.
선수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올림픽 유치 홍보용으로 급조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도 스키 점프 팀이 있다’ 는 구색용으로 구성된 팀이었던 것이다.
방코치는 부랴부랴 동계올림픽협회장(김용건 분)을 찾아가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협회장은 이미 예산배정이 끝났으므로 나가고 싶으면 자비로
출전하라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비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한다.
스키점프는 1차시기, 2차시기가 따로 있고. 각 시기별로 4명의선수점수를 합산해서
통계를내어 겨루는 종목이다.
1번째 차헌태 멋있게 성공한다. 2번째 김흥철 착지한 뒤 까불다가 넘어져서 점수가
깎인다. 3번째 마재복도 제대로 착지하는데 4번째 칠구에게 문제가 생긴다.
4번째 칠구가 도전하려고하자 갑자기 눈보라가 거세진다. 해설자들은 경기를
연기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위원회는 경기를 그냥 진행시킨다. 엄청난 눈보라
속에서 칠구가 스타트하고결국 큰 부상으로 경기가 불가능해진다.(아마도 하퇴 경골골절을 입음)
그렇게 1차시기가 끝나고 모두 절망하고 있는 가운데 , 칠구 동생 후보 선수 봉구가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나선다.
드디어 2차시기 시작.
헌태, 흥철, 재복은 1차 때 하위였던 한국을 상위로 올려놓는다. 3위권으로 올라간 한국은
마지막 강봉구선수가 100미터 선만 넘어서 착지하면 메달 확보라고 하는데
봉구는 출발선에서 그 35도 경사면을 보더니 도저히 못 뛰겠다고 뛰쳐 나온다.
목발잡고 나온 형 칠구가 ‘바보야 너가 뛰어야 형이 군대 안간다 말이야’ 소리에
봉구는 용기를 내어서 다시 뛰게 된다. 점프는 멋지게 했지만
봉구는 결국 착지를 못하구 굴러 떨어져 점수는 깎여서 한국은 최하위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관중들은 한국선수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헌태는 방수연의 수소문으로 남의 집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를 찾게 되지만 엄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왼손잡이 엄마를 알아본다.
올림픽 중계를 보던 엄마는 그제서야 헌태를 알아보고 동계 올림픽단 귀국장에
나타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기에 더욱 감동적이고, 입양아 헌태 이야기 말고는
실화도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그리고 점프대 없이 훈련하던 상황은 영화보다 오히려 더욱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시속 100km 가까운 속도로 스키 점프대를 활강해서 내려오는 장면의 스피드와 ‘쉐엑’하는
얼음 지치는 소리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일본이 스키 점프의 강국인 이유는 스키에 비해 몸이 가볍기 때문에 점프 때
더 잘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한 이유인지 지금도 스키점프 대표선수는 5명밖에
없지만 이들이 나가노 이후 이룩한 업적은 다음과 같다.
2003년 제21회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003년 제5회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2007년 제23회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009년 제24회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감독은 김용화로 95kg 뚱녀가 성형수술로 미녀로 둔갑하는 코메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감독했다.
헌태로 나온 하정우는 영화 ‘추격자’에서 냉혈 연쇄 살인마로 나왔는 데 , 역시 타고난 배우다.
올림픽 협회장으로 나온 김용건이 아버지이다. 부자가 같이 출연한 것이 이채롭다.
추가 1 ; 스키 점프 관중은 CG(컴퓨터 그래픽)로 합성했다한다. 그러나 스키 점프 관중이
5만명이나 된다니 또 한 번 그 숫자가 놀랍다.
추가 2 ; 아침마당 출연 도중 이금희 아나운서가 헌태의 양부모 사진을 보고
“참 양부모께서 ‘인심’ 좋게 보인다.”고 말했는 데, 헌태는 잘 못 알아듣고
“우리 양부모는 ‘임신’을 못해서 저희를 입양한 것입니다.”라고 생방송 중에 화를 내서
좌중을 어색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 감독의 위트가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