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만 바쁜 것이 아닙니다.
식물의 살림살이도 참 분주합니다.
때 맞춰 싹을 틔워야하고,
늦지 않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겨울이 오기전에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함은 우리네
살림살이와 별반 다를게 없는 것 같습니다.
벌써 4월이 가고 5월입니다.
자연의 변화는 틀림없어
소나무에 송화가 싱싱하게 솟아 오릅니다.
이제 송화가루 노랗게 날리겠지요.
노오란 송화가루 날아 물위에 내릴 때면
늘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청록파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입니다.
길지 않은 시라 전문을 옮겨봅니다.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내가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도
중학교 교과서를 통해서 일 겁니다.
중학교 때니 나름 사춘기라서 였을가요.
눈물 날 것 같은 고적하고 외로운 분위기의
이 시를 참 좋아했습니다.
7·5조의 운율은 금방 외워졌고
암송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3연과 4연의 싯귀 ‘산지기 외딴집/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엿듣고 있다‘에서는
늘 가슴이 멍멍 해지고 눈물이 났습니다.
온갖 꽃 이 다투어 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은 왔는데
그 찬란한 봄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문설주에 귀대고 들어야하는
외딴집 고적한 눈먼 처녀의 모습이 설어웠나 봅니다.
('처녀사'의 '사'는 경상도 사투리로 '야', '는'에 해당합니다.)
지금 다시 외워보니 그때의 느낌은 안 옵니다.
거침없이 흐른 많은 세월에
내 정서도 순수함은 없어지고
때가 끼고, 마모되어
마음의 거울이 맑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시를 읽고 눈물 지을 수 있었던
그때가 참 그리워집니다.
첫댓글 아름다운 패턴에 시선이 끌립니다!
요즘 송화가루때문에 알러지도 생기고 차도 더러워지고~~~
그런데 송화가루가 우리몸에 좋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