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순례
덕암 사도 성 유다 타대오 성당
신성근 신부(문화유산교육지도사)
「덕을 쌓고 바위처럼 믿음을 지키는 사람들」
무심천을 따라 걷습니다.
청주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무심천은
오랜 세월 청주 사람들의 삶과 함께했습니다.
그 무심천을 따라 걷다가 내덕동 주택가로 들어섭니다.
크고 작은 집과 상가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골목 한가운데,
청주교구 서른 번째인
덕암 사도 성 유다 타대오 성당이 자리합니다.
내덕동에서 태어난 새로운 공동체
덕암 본당은 198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내덕동 본당에서 분가·설립되었습니다.
처음 이름은 ‘내덕 1동 본당’이었습니다.
그리고 모 본당은 내덕2동 본당으로 불렸고,
두 공동체는 내덕1동과 내덕2동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신앙 공동체를 이루어 갔습니다.
내덕1동 공동체는 약 4년에 걸친 노력 끝에
1991년 5월 새 성전을 봉헌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내덕1동 성당’이라는 이름은
기존의 내덕동 성당,
곧 오늘의 내덕동 주교좌성당과 혼동을 가져왔습니다.
‘덕암(德岩) 본당’.
2002년 행정구역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던 본당이
이제 자신만의 이름을 갖게 됩니다.
안덕벌, 내덕 그리고 德
‘덕암(德岩)’을 생각하다 보면,
내덕동의 오래된 이름이 떠오릅니다.
이 지역은 예부터 ‘안터벌’, ‘안덧벌’, ‘안덕벌’, ‘덕벌’ 등으로 불렸고,
세월을 지나 오늘의 내덕(內德)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덕(德)’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을의 옛 이름에도 덕이 있었고,
내덕이라는 현재의 지명에도 덕이 있으며,
본당이 새롭게 선택한 덕암이라는 이름에도
다시 덕이 있습니다.
하나의 글자가 오랜 세월
이 지역을 관통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德, 덕입니다.
‘덕’이라는 이 글자는
이 지역의 기억 속에 자리해 왔습니다.
德岩, 덕과 바위
‘德岩’이라는 두 글자를 바라봅니다.
덕(德)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받은 것을 나누며
하루하루 선을 선택할 때
조금씩 쌓이는 것이 덕입니다.
그리고 암(岩)은 바위입니다.
바위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바람을 맞고 계절이 수없이 바뀌어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사람을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덕을 쌓으며 살아가고,
바위처럼 굳건하게 믿음을 지키는 사람.
그것이 바로 신앙인이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절망 가운데 희망을 품은 사도
주보성인은 ‘사도 성 유다 타대오’입니다.
예수님의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분입니다.
교회는 오랜 전통 안에서
특별히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사도의 전구(轉求)를 청해 왔습니다.
성 유다 타대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희망이라는 말이 따라옵니다.
희망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막연한 낙관이 아닙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하느님을 믿는 것,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
길을 찾지 못할 때도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걸으신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희망입니다.
「德은 삶의 모습이고, 岩은 지켜야 할 믿음」
사람들 속에서 덕을 쌓고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바위처럼 믿음을 지키며
절망하는 사람에게
성 유다 타대오처럼 희망을 건네는 공동체.
그것이 덕암이라는 이름에서 발견한 신앙의 모습입니다.
무심천의 물은 오늘도 흐릅니다.
그러나 그 물길 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믿음만큼은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덕을 삶으로 쌓고,
바위처럼 믿음을 지키며,
그 믿음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
덕암 성당이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아름다운 이름의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