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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거울 스크랩 대동아의 신화 ②
seraphina 추천 0 조회 14 09.05.31 20:25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서당에는 민들레가  학교에는 벚꽃이

 

만약 대동아전쟁 때 가모마부치(賀茂眞淵 1697~1769)의 벚꽃노래를 알았더라면 어린마음 속에 품었던 의문이 풀렸을지 모른다 "중국사람들에 보이고 싶구려/

미요시노(吉野)의 요시노의 산에 핀 야마사쿠라의 꽃들이여" 만약 가모마부치가 요시노 산에 핀 산벚꽃 나무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 감동을 중국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그 노래를 지은것이라면 대동아전쟁은 말 그대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하지만 중국사람들에게 일본인만이 즐길수있는 벚꽃을 뽑내려는 우월의식에서 나온 노래라 한다면 그것은 아시아를 벚꽃으로 뒤덮으려는 침략의 구호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이 불행하게도 후자라는 것은 후타가와스케지가(二川相近1767~1836)가  그 뒤에 쓴 벚꽃노래에서  엿들을 수 있다

 

"벚꽃으로 밝아지는 미요시노(三芳野)의 봄날 새벽경치 바라다보면/중국사람도 고려사람도 야마토고코로(大和心 일본인의 마음)를 알게되리라"

요시노의 벚꽃을 일본 고유의 무사도 정신과 결합시켜 중국과 한국을 지배하려는  대륙 컴플렉스를 드러낸 노래다 그가 말하는 '야마토고코로' 야 말로 수업때마다

귀따갑게 들어온 야마토다마시(大和魂)와 같은 말이다 해방후의 아이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했지만 식민지의 아이들은 학교마당에서 놀때에도

"사이타 사이타 사쿠라노 하나가 사이타(피었다 피었다 벚꽃이 피었다)"를 불렀다

 

앞서 말한 가모마부치에게 영향을 모토오리노리나가(本居宣長)는 40년이나 걸려 일본의 『고사기전(古事記傳)』을 완성해 '야마토고코로'의 국학을 세웠다

유교나 불교의 대륙사상에 물들지않은 일본 고유의 신도(神道) 이론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야마토고코로 즉 황국심(皇國心)은 '나오비노미타마노가미(直毘 〈970A〉神)'의 선신(善神)에서 나오는 것으로 솔직하고 진심 그대로 행동하려는 마음이다  그 반대의 신이 화를 가져다주는 악신(惡神) '마가쓰비노가미(禍津日神)' 인데 일본땅에서 살지 못하고 대륙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거기에서 인심을 현혹시키고 권력을 찬탈하고 그것이 마치 영웅적인 행동인 것처럼 미화하고

합리화했다  요순(堯舜) 주공(周公)을 비롯한 성인들이 모두 그러했다는 것이다 특히 내놓고 모반을 선동한 맹자(孟子)가 그렇다고했다 (기억해주기 바란다

앞글에서 나는 학교란 말이 『맹자』에서 나온 말임을 밝힌적이 있다)

 

악신의 농간으로 대륙의 사상들이 일본땅에 들어와 단순 소박한 일본인의 마음을 속이고 오염시켜 천황을 중심으로 세운나라를 근본적으로 뒤엎고 말았다

그탓으로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천황을 능멸하는 무리들이 권세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논지다 그래서 대륙사람들을 몰아내 옛날의 '아마토고코로'를 되찾아

황도(皇道)를 바로 일으켜야 한다는게 그의 국학이요 '고신도(古神道)'의 부흥이다

 

모토오리노리나가의 국수주의는 명치유신의 개국을 타고 야마토고코로의 사쿠라 꽃이되어 식민지학교 마당에도 만발하게 되었다 유불신(儒佛神) 삼교를 습합(習合)

해온 오랜 일본의 전통은 무너지고 황실의 조상신(天照國大神)하나만을 믿는 일신교같은 체제로 바뀌면서 일본의 군국주의는 결국 대동아전쟁이 된다

 

그러나 형님들이 다니던 한국의 서당에는 벚꽃이 아니라 민들레가 심어져있었다고했다 벚꽃처럼 요란스럽게 일시에 폈다 지는 그런 꽃이 아니라 누구도 눈여겨

보지않는 잡초와 다름없는 꽃 일본사람의 야마토고코로를 만든것이 벚꽃이라면 한국인의 서당아이들의 마음을 키운것은 아홉개의 덕을 가진 민들레 꽃이었다고한다

길가에 피어나 수레가 지나고 사람들에게 짓밟혀도 끈질지게 피어나고 그 뿌리를 캐내어 버려도 다시 움이 난다는 민들레는 인(忍)과 강(剛) 벚꽃러럼 한꺼번에 피는

집단적인 꽃이 아니라 한 대궁이씩 기다렸다 차례대로 피는 예(禮) 어두워지거나 비가 오려하면 꽃잎을 닫는 선악의 분별력 또한 새벽에 먼동이 트면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근면의 덕이 있다 자르면 어머니 젖처럼 하얀 진액이 나오는 자(慈)요 이파리에서 뿌리까지 나물을 무쳐먹을 수 있으니 용(用)이다 종기에 붙이면

치료가 되니 어진 인(仁)이며 무엇보다 그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스스로 번식하여 융성하게 자라니 용(勇)이라 할 수 있다 서당이 문을 닫고 아이들은

학교마당으로 몰려간다 민들레가 시든 서당의 자리에는 어느새 요시노의 벚꽃이 만발한다 대동아의 신화는 그렇게 시작된다

 

 

2009년 5월 27일   중앙일보  이어령의 한국인이야기   에서 옮겨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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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9.06.01 12:36

    첫댓글 민들레의 덕이 아홉가지나 되는군요..그런데 민들레를 일부러 심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작성자 09.06.01 13:01

    그렇지요 바람타고 날아가 스스로 번식하여 勇 !! 민들레 볼때마다 이 글을 생각합니다

  • 09.06.01 19:52

    이제는 민들레의 아홉가지 덕을 생각하며.. 호~불어야겠스요..

  • 작성자 09.06.01 22:03

    여태까정 그냥 보구 지나쳤던 민들레를 이제는 다르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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