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는 석유나 석탄과 화석에너지 사용을 통해 배출된다. 이때문에 유럽 선진 각국은 화석에너지 사용 감소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 사례로 베팅던의 ‘제로에너지 마을’을 찾았다<편집자주>.
런던 근교의 한 공동주택가. 저층의 공동주택들이 늘어선 주택가 한편에 특이한 모양의 3~4층짜리 주택단지가 들어서 있다.
건물 지붕은 꽃과 잔디로 덮여 있고, 닭 벼슬 모양을 한 장치(환기구)가 가구마다 한 개씩 놓여 있다. 이 환기구가 걸러진 깨끗한 공기를 실내로 들여보내고 더러운 실내 공기를 내보내는 천연 에어컨 기능을 해주고 있다.
이곳이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 사용 제로를 목표로 하는 영국 베딩턴(Beddignton) 지역의 ‘제로에너지 마을’이다.
환기구가 에어컨 역할
이 환기구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는 벽에 설치된 관을 타는 과정에서 실내 더운 공기를 식혀준다. 이 환기구는 창문을 모두 닫으면 스스로 작동한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이곳을 방문했을 때 바깥 기온은 30℃를 웃돌았으나 각 집의 실내온도는 21~23℃였다.
또한 모든 집들은 정남향이며, 햇볕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유리로 된 온실공간이 마련돼 있다. 겨울에는 베란다 문을 닫으면 온실공간이 외부 찬공기를 차단하고 햇볕을 받아 온도가 상승하면서 실내를 따뜻하게 만든다. 또한 여름에는 블라인드를 쳐서 실내를 선선하게 해준다.
거실이나 침실도 곳곳이 유리와 거울로 돼 있어 낮에는 전등이 필요 없다. 벽의 두께는 50cm 정도로 두껍고 벽 속에는 두꺼운 단열재가 있다.
이 같은 장치로 이곳에 사는 90여 가구 220여 명의 에너지 사용량은 기존 주거시설의 30%에 불과하다.
필요 전기는 나무찌꺼기로 생산
에너지 효율 극대화와 함께 가전기기 사용이나 겨울철 난방을 위한 최소 전기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자가 발전소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목재가공소에서 나온 나무찌꺼기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100% 충당한다.
특히 이 발전소에서 생산하고 남은 전기는 국가에 팔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각 가정 창문과 지붕에는 까만색의 태양열 전지판이 부착돼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전기자동차 충전기로 연결돼 있다. 즉 주민들이 전기자동차연료를 무료로 공급받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자연시설로 천식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알레르기가 없어졌다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英, 내년 이산화탄소 의무감축 시작
이곳은 정부가 조성한 시범마을로 월~금까지 관람객이 방문할 수 있는데, 방문자수는 연간 6,000명 수준이다. 토·일요일은 사생활 보호로 방문이 금지돼 있다.
이곳의 집 가격은 방 4개짜리를 기준으로 4년 전 분양 당시 25만 파운드(4억7,000만 원) 였으나 현재는 35만 파운드(6억6,000만 원)를 웃돌고 있다. 같은 넓이를 기준으로 인근 주택보다 값이 비싼 편이지만 생활비가 저렴해 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영국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내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대비 8%를 감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자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주식처럼 거래하도록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배출권은 영국 런던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다.
기업들이 정부가 권고한 배출량 이하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할 경우, 해당 감축량을 증권거래소에서 권고치 이상의 추가 배출을 원하는 타기업에 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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