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가득한 날에 찍은 사진이 허허로운 듯 그득하여 평화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왼쪽 금산, 천태산을 오른 지난 산행에 이어 오늘은 오른쪽 뾰족한 화산, 개천산을 올랐죠.
김수현, 나병후, 최혜숙, 우순일, 이영희샘과 강옥점샘,
원천리 도장리 신성리 효산리로 이어진 사랑방 손님 은우근 교수와
진짜 사랑방신문 창업자신 김용인님과 그의 아내 박선희샘 그리고
엄청 바쁜 일들을 제치고 달려온 전남타임스 기획국장 김양순님과
그리고 제 아내 더불어 거의 동시에 개천사 아래 주차장에서 만났답니다.

길이 늦을테니 먼저 올라가라 당부해놓고 우리가 미적거리는 사이에
반야 김정미샘이 당도하셨어요. 개천산 산문이 반가웠어요.
산만 오르고 산만 내려와도 좋은데, 만날 사람들이 만나 손도 잡으니
봄날 소롯한 산길이 마냥 즐거워 온 산에 꽃들이 다 춤을 추었습니다.

문희옥회장님이 사정으로 못 오시고 백귀덕 차기 회장님께서 오신다길래
퍽 기다리다가 전화를 드렸더니 급한 일로 학교에 출근하게 되었고, 그 뒤로
함께 따라오실거라 찰떡 같이 믿었던 박은후샘은 갑작스런 병중이라 하여 걱정이 많습니다.
항, 박효숙샘도 많이 보고 싶었는데...

개천산 천태산은 참으로 건강한 숲이며 식생이 다양하여 야생을 공부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가졌습니다.
개천산에서 오르면 조금도 힘들지 않고 두 산의 가운데 도도록한 지점에 이르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왼쪽이든 오른 쪽이든 선택하면 정상이 금방.
우리는 김용인님이 가져오신 그 맛난 문화재레벨의 '송명섭막걸리'를 쪽쪽 나눠마시며 금세 친해졌답니다.
거기 줄사철나무, 윤판나물, 우산나물, 딱총나무, 고추나무, 종덩굴들 솟아오르는 기분처럼 말이죠.
옻닭을 먹고 옻이 오르면 '옻을 해독하는 나무'란 뜻을 가진 '칠해목'이 있죠.
이 나무가 바로 '까마귀밥여름나무'인데 가벼운 정도지만
우순일샘께 그 칠해목을 잘라주었어야 했는데 깜박했어요.
저 두 산의 가운데 쯤에서 칠해목이 꽤 자라고 있었거든요.
요샌 뭘 자꾸 잊어요. 쓸데없이 강옥점샘 빨간 코트와 구두코의 빨간 리본은 기억해도^^!

우리들 사진은 김양순님이 다 찍고 난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았으니
내 눈 속에 다 담겨 있습니다.
'들꽃의 활용'은 이제 제 집 근처에서 하고싶습니다.
야생에서 만나는 재미는 다른 만남의 장에서도 수시로 경험할 수 있지만
일부러 심은 것은 바라보기도, 채취하기도, 활용하기도 용이하니 도담마을이 제격입니다.
세상의 모든 푸나무들은 약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푸나무들을 활용한 문화생활 또한 마음의 약이며 음식이죠.

동서양의 약초들이 뒤섞여 정원이 되는 그림은,
약초 생산보다는 정원 꾸미기의 궁리로 조금씩 변해가기는 합디다.
정원의 필요에 따라 심자니 자연히 키 작고 어여쁜 것들의 배치가 늘어나고
손님들을 의식하여 흔한 것보다는 드문 것들의 관심이 커가니 몸에 자주 적용해야 하는
풀뿌리나 잎이나 전초는 정원에 썩 맞지 않는 소재가 돼요.
그래서 그 '활용'을 고려한 약초들은 등성이의 뒷터에 차차 늘리기로 하고
마당은 정원의 맛으로 흐르게 내버려둘까 해요.

봄은 봄인지라 바람이 불어도 봄바람이고 하늘이 낮고 땅이 습습하여도
기분은 봄처녀나비처럼 분분했어요.
점심은 예의 근동에서 젤인 어느 청국장집과 그 집 회심의 족발 메뉴로 정했죠.
도담마을의 또 한분의 주인공 김승민 최현자님 내외는 이 자리에서 합류하였어요.
어머니 병원 치료로 산행을 못하였죠.
나이 들어가니 여기 저기 아픈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내 몸을 어린 의사들에게 맡기거나, 큰 건물 믿고 따르거나,
그 뒤에서 융단폭격으로 들이대는 무식한 기계들에 내어주지 말고
자애로운 자연의 품에 안기고 자연의 손에 맡겨 자연인답게 씩씩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봄비 치고는 꽤 질기게 몇 날 동안 나렸습니다.
모종한 싹들을 뜰에 심었더니 좋아서 밤 사이에 지 몸의 곱절을 늘렸더라구요.
이 즈음에 뿌리 굵은 친구들은 겨우내 저장했던 양분들을 펌프질하여 그리운 꽃모가지들을 힘차게 밀어올리죠.
사람으로 치면 하초의 신(腎)이 급격히 소모되는 기간이라 이 때에 풍열(감기)이나, 비염, 상기증에 피곤하고
어지럽고, 여기저기 아프기 쉽죠. 자연 속에서는 풀이고 사람이고 계절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지만
풀은 이 달콤한 봄비를 마시며 아우성으로 웃자란다면, 사람은 봄비 대신 그 영양덩어리인 풀들을
토깽이처럼 사각사각 생으로 씹어먹어서 떨어진 원기를 언능 회복해야 해요.
항, 전남타임스 원고가 오늘까진데 요로고 딴 원고만 쓰고 있으니 안 되겠어요. 이만 접어야겠어요.
바쁜 시간들 내어 참여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맛난 과일을 정성으로 깎고
다듬어서 우리들 목을 축여주신 이영희샘께 또 감사드리구만요. 사랑혀요~~~!
첫댓글 도담산봉들 최고네요ㅡ
할 일은 특별히 없는 것 같은데 늘 바쁘게 지냅니다
다음 모임을 기다리며 아쉬움을 달랩니다.
도담은 점점 기대이상의 세계로 변해가고 있겠습니다.
좋은 모습 다시 볼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